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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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니 영역이니 하는 얘기들이 꼭 동물의 세계에만 적용되는게 아냐. 어차피 인간 세상도 다 동물의 왕국이야. 내 먹이 , 내 영역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 줄 알아? 그걸 넘보는 것들한테 본때를 보여 주는 거야."-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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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8-0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출간되었군요. 'ㅁ'/ 구입해봐야겠네요.^^

쥬베이 2007-08-12 21:28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작품마다 편차가 조금 있어요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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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노 쇼코, 사타케 노부히로...이젠 일본이름의 주인공이 낮설지 않다. 아니 아주 친숙하다. 폭풍처럼 밀려든 일본소설의 열풍. 특히 미스테리,공포쪽은 더욱 강하다. 상대적으로 너무나 취약한 우리나라의 미스테리,공포소설. 이는 근본적으로 이 분야를 2류취급하고, 이단시하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솔직히 나 역시 그랬다. 정체모를 편견. 읽기도 전에 손사래치던...뒤늦게나마 이 작품을 접하게 되어 기쁘다. 편향된 관심을 바로잡는 방향추가 되어준 작품이다.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두번째 방문>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품마다 약간 편차가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벽' '드림머신' '레드 크리스마스', 이 세 작품. 

[벽] 인상적인 것은, '층간소음'이라는 일상 문제를 공포문학으로 형상화해 냈다는 점이다. 읽다가, 저자가 묘사해내는 층간소음의 공포가 어찌나 절절하게 다가오던지 나도 모르게 우리집 천장을 쳐다보았다. '층간소음'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동윤과 인하. 남편의 승진, 새집마련, 자기 소설의 영화화, 그리고 임신까지, 행복은 절정에 달하지만, 이는 동시에 불행의 전조곡이었다. '쿵쿵쿵' 울려대는 천장. '쿵쿵쿵' '쿵쿵쿵'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천장을 울려대는 기세가 어찌나 우악살 스러운지 금방이라도 발바닥이 천장을 뚫고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지경이었다.'(p.19) 또한, 동윤과 인하의 물건이 완벽하게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불행과 공포는 서서히 다가온다.

[드림머신] 탁월한 묘사에 감탄했다. 특히 초반부 유진의 꿈 묘사(p.143-145)는 압권이다. 일단 내용을 보자. 귀여운 아미. 자상한 유진. 둘은 이상적인 커플이다. 그들은 특별한 데이트를 꿈꾸며, 두 사람이 함께 잠들면 먼저 잠드는 쪽의 꿈을 함께 꿀 수 있다는 '드림머신'을 체험하기로 한다.

드림머신이란 설정은 꽤 익숙하다. 어찌보면 다소 진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날카로운 묘사로 이를 돌파한다. 아미는 상당히 귀여운 이미지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요즘여자'를 정확히 재현했다. 또한 드림머신을 운용하는 '홍'의 악마적 이미지도 인상적이었다.

[레드 크리스마스] 강렬했고, 통쾌했다. 이 단편집 최고의 작품으로 꼽겠다. '레드 크리스마스'엔 악마, 유령같은 비현실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공포소설이라기 보다, '사회적 잔학극,복수극'(이런 용어가 적절한지는 몰라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는지 몰라도.

폐지를 수거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인. 그런 그 앞에 괴롭힘 당하는 늙은 개가 있다. 왕자처럼 자란 우리의 꿈나무들에게 늙은 개는 또다른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개 주둥이에 철사를 걸어 개를 고문했다.(p.219참조) 노인은 개를 구해, 같이 지내고 이내 깊은 애정을 공유한다. 늙은 개와 노인의 우정, 사랑…그건 그 어떤 것보다 못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악마였다. 단순히 철없음으로 변명하고 넘기기엔 그들의 행동은 너무나 잔악하다. 결국, 개는 죽고 노인은 눈물을 흘린다. 당신은 노인의 분노를 이해 할 수 있는가? 가슴이 울렁거린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난 분노했다.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던졌던 노인이 결국 아무런 보상도 없이, 추락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모른채, 제 멋대로 자라나는 아이들...저자의 비판은 강렬하다. 그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우리 사회의 추악함이다. 유령도 악마도, 끔찍한 묘사도 없는 이 작품이 공포스러웠다면, 그건 바로 저런 이유 때문이리라.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저자에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두번째 방문> 마지막 장을 넘겼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는 말'이다. 척박한 현실속에서 묵묵히 이 분야개척을 위해 노력해 온 작가분들과 출판사에…우리 공포문학의 밑알을 뿌리고 있는 그들은 칭찬받아야 한다. 이 작품이 편향된 관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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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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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피플>,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함께 해준 책이다. 책도 마음대로 못 읽던 군대에서, 그것도 GOP에서 잠잘 시간을 쪼개 읽던 <TV피플>. 참 많이 읽었다. 읽고 또 읽고…또 읽고…과연 그 때 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뭘 느꼈던 것인지, 어쩌면 마냥 글이 그리웠던 것일 수도…

갑자기 생각나 찾아보니 '판'도 '출판사'도 바뀌어 있다. 그리고 펼쳐보니 단편의 '수록 순서'도 바뀌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은 'TV피플'이 제일 앞에 있었는데, 여기엔 젤 뒤로 가 있다. 새로 읽으며, 생각해 보니 새로운 수록순서가 더 나은거 같다. 가장 맛있는건 역시 나중에 먹어야 하는 법. <TV피플>은 단편 6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표제작 'TV피플'과 '잠'은 분량이 조금 긴 편이다. 수록 순서대로 살펴보자.

[가노 크레타] 가노 크레타, 가노 마루타 두 자매의 이야기이다. 언니 마루타는 '물의 소리를 듣는 일-인간의 몸을 채우고 있는 물의 소리를 듣는(p.11)'을 하고, 동생은 언니를 돕는다. 동생은 이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건 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반드시 범하려고 한다는 것(p.14)이다. 그걸 그녀의 문제라고 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크레타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한가지 사건이 있었다. 크레타를 범하려 했던 경찰을 언니가 살해한 것. 경찰은 유령이 되어 떠돌지만, 유령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한편, 건축설계재능을 살려 행복한 삶을 시작하려던 크레타를 찿아온 한 남자. 크레타는 인간의 몸을 채우고 있는 물의 소리를 분명히 듣는다. '자기' 몸을 채우고 그 소리를. 굉장히 짧은 분량이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극히 비현실적인 설정, 마지막 '래롯프'의 의미등 안개숲을 걷는 기분.

[좀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다정한 커플. 그들은 묘지옆으로 난 길을 걷고 있다. "오른쪽 귀 바로 안에 사마귀가 세 개 있어. 아주 방정맞은 사마귀야"(p.29) 이 말이 비극의 시작임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악담후 정체를 드러내는…좀비. 그건 과연 꿈일까? 다른 작품에 비해 이야기가 명료하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도대체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그 속에서 온 몸을 죄어오는 공포.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계절하고 잘 매치된다.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상실의 시대> 분위기와 조금 비슷하다. 고등학교 내내 함께 공부하고, 옷을 입은 채 페팅을 하던 커플. 남자는 그 이상의 관계를 원하지만, 여자는 거부한다. "만약 약속을 하라고 하면 하겠어. 난 너랑 잘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내가 누군가와 결혼한 다음에 너랑 잘 거야. 거짓말이 아니야. 약속해."(p.66) 남자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이렇게 엉성한 관계는, 조용히 역시 엉성하게 끝나 버린다.

시간은 흘러 두사람 모두 가정을 이루고, 남자는 수입가구 사업으로 나름대로 성공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걸려온 그 여자의 전화. 그녀는 말한다. "난 옛날에 너랑 한 약속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그들은 만난다. 과연 그들의 만남은 그들 삶에 어떤 의미일까?

[TV피플] 가장 난해했고, 깊게 고민했던 작품이다. 일요일 저녁무렵 방문한 TV피플. 그들은 인간의 몸을 축소한 작은 체형이며, 짙은 파란색 윗도리를 입고 있다. 이들은 아무말 없이 묵묵히 TV를 옮기고, 전선을 연결한다. 이들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사라진 아내와 방안을 휘젓고 다니는 TV피플. 저자는 TV속에 매몰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한마디로 결론 내리기는 불가능하다. 저자가 어떤 의도로 썼든 받아들이는건 독자의 몫이니…

요즘 다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있다. <상실의 시대>, <어둠의 저편>등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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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2007-08-21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맛있는 건 역시 나중에 먹는 법".. TV 피플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이 대목에서 확 기대가 되는걸요.

쥬베이 2007-08-22 10:22   좋아요 0 | URL
아^^ 반가워요 고도님.
조금 난해한 작품이 있답니다. 어떠실지 조금 걱정되네요^^
 
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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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문장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의 톤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 톤만 확실하게 포착하고 있으면, 그 이야기는 진실한 이야기가 된다.-46쪽

"만약 약속을 하라고 하면 하겠어. 난 너랑 잘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내가 누군가와 결혼한 다음에 너랑 잘 거야. 거짓말이 아니야. 약속해." 그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66쪽

여자는 운 다음에만 그를 원했다. 그 밖의 경우에는 늘 그 쪽에서, 여자를 원했다. 여자가 거절하는 때도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고개를 젓는다. 그런 때 그녀의 눈은, 하늘 한 끝에 떠 있는, 새벽녘의 하얀 달처럼 보였다. 새 날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에 몸을 떠는, 납작하고 암시적인 달. 그런 눈을 보면, 그는 더 이상 채근할 수 없었다.-90쪽

"사람의 마음이란 깊은 우물 같은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 가끔 떠오르는 것들의 모양을 보고 상상할 수밖에."-96쪽

나는 잠의 테두리 같은 것을 손가락 끝으로 어렴풋하게 느낀다. 그러나 나의 의식은 깨어 있다. 나는 잠시 존다. 그러나 얇은 벽으로 나누어진 옆방에서, 그 의식은 말똥말똥하게 깨어, 나를 지그시 보고 있다. 나의 육체응 어슬렁어슬렁 어두컴컴한 공중을 떠다니면서, 내 자신의 의식과 시선과 숨결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 나는 잠자고 싶어하는 육체이며, 그와 동시에 각성하려 하는 의식이다.-106쪽

사람이란 것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행동과 사고의 경향을 형성해 가는 법이고, 일단 형성된 그런 경향은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지워지지 않는다. 즉 사람은 그런 경향이란 우리 안에 갇혀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잠이야말로 그런 경향의 편향을 중화시킨다. 즉 잠이 그 편향을 조절하고 치유하는 것이다. 인간은 잠을 통해 집중적으로 사용한 근육을 자연스레 풀고, 집중적으로 사용된 사고 회로를 진정시키고, 또 방전한다. 그런 식으로 인간은 냉각되는 것이다.-153쪽

TV피플은 일부러 일요일 저녁나절을 노려 내 방에 찿아왔다. 마치 우울한 상념이나, 소리도 없이 비밀스레 내리는 비처럼, 그들은 어슴프레한 시각에 슬며시 파고 들어오는 것이다.-180쪽

내 경우, 일요일 오후에는 많은 것이 그렇게 조금씩 되고 만다, 무슨 일을 해도 전부 어중간해지고 만다. 무언가에 재대로 열중할 수가 없다. 아침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듯 느껴진다. 오늘은 이 책을 읽고, 이 레코드를 듣고, 지난번에 받은 편지의 답장을 써야지, 하고 생각한다. 오늘이야말로 책상 서랍을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고, 오랜만에 세차를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계 바늘이 두 시를 돌고, 세 시를 돌아 점점 저녁에 가까워지면 모든 생각이 허물어지고 만다. 그리하여 나는 결국 언제나, 소파에 누워 어쩔 줄 모른다. 귀에는 시계 소리만 들린다. 타르푸-쿠-샤우스-타르푸-쿠-샤우스, 하고. 그 소리가 빗줄기처럼 주변의 사물을 조금씩 깍아내려 간다. 타르푸-쿠-샤우스-타르푸-쿠-샤우스. 일요일 오후에는 그렇게 모든 것이 조금씩 마모되어 크기가 작게 보인다. 마치 TV피플 그 자체인 것처럼.-184,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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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빌 게이츠를 승자로 만들었을까?
샤오쭤 지음, 김락준 옮김 / 이스트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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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었이 빌 게이츠를 승자로 만들었을까?' 제목만 들으면, 조금은 딱딱한 인문서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빌 게이츠의 여섯명의 친구들을 통해 그의 삶의 되짚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전혀 지루하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럼, 저자는 왜 빌 게이츠란 인물에 관심을 갖는 걸까? 일단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 책은 빌이 공부하고 창업하고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친구들과의 차이점을 통해 성공의 참모습을 밝혀내려고 한다."(p.10) 저자는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컴퓨터 전문가인 그의 성공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성공의 참의미를 찿으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우리도 빌 게이츠처럼 성공할 수 있는지를 말하려는 것이다.

어린시절 빌은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였다. 치킨카레라이스 일화를 살펴보자. 빌은 초등학교 3학년때 새로 생긴 식품회사에 견학을 가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책에서 빌의 초등학교 친구로 소개된 톰과 다른 친구들은 특별한 요리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빌은 딱부러지게 이렇게 주문한다. "치킨카레라이스로 주세요. 카레를 듬뿍 얹어서요. 그리고 콜라도 큰 컵으로 한 잔 주세요."(p.25) 내 어린시절을 돌아보면, 빌의 저런 태도가 얼마나 용기있는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이 일화의 시사점으로 '어릴 적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또 한명의 초등학교 친구인 윌리엄과 그를 비교한다. 윌리엄은 시험만 봤다하면 A를 받는 모범생으로, 교과서만 파고드는 전형적인 책벌레였다. 이에 반해 빌은 새로 개설된 컴퓨터수업에 열중하고, 관련 잡지를 탐독하는 조금은 괴짜같은 학생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빠져드는 그의 열정만은 모두가 인정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묵묵히 나가는 것도 분명 하나의 삶의 방법이리라. 저자는 빌 게이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윌리엄을 상대적으로 비판적으로 보지만, 그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다. 만약, 괴짜 같은 빌이 오늘 날 이토록 성공하지 못했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분명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어린 시절 저 짓거리 했으니, 저리 살지 쯧쯧. 묵묵히 공부하는게 최고야"라고...빌 게이츠는 A를 선택했고, 윌리엄은 B를 선택했다. 그들은 그 선택의 책임을 지고 삶을 살아간다.

빌은 명문 하버드 법대에 입학해 형사법을 전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화상태인 변호사시장과 불안정한 지위에 환멸을 느끼고 실리콘밸리에 MS사를 설립한다. 그는 명문대 간판과 전공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냈다. 저자는 빌의 학창시절 친구들 여섯명과 빌을 비교한 다음, Chapter4부터는 본격적으로 빌 게이츠와 MS사를 이야기한다. 이는 빌 게이츠의 이야기인 동시에 컴퓨터 발전사 내지 윈도우 발전사이다. 그 정도로 빌 게이츠와 MS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빌 게이츠라는 성공신화를 통해 우리는 성공을 엿보았다. 어쩌면 뻔해 보일 수 있는 성공이야기지만, 저자는 어린시절 친구들과 다양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멋지게 이를 극복한다. 지금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들, 뭔가 일이 잘 안풀려 답답한 직장인들, 이 책이 답답함을 뚫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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