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말 1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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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제6부 시월의 말 (The October Horse)은 그 이름이 유래한 전차경주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시월의 말은 매년 10월에 열린 전차경주의 우승마이자 동시에 신에 대한 제사의식으로 제물로 바쳐진 말을 의미하며, 전차경주는 공화정 로마의 세르비우스 성벽 바깥에 펼쳐진 마르스 평원의 초록빛 풀밭에서 개최되었다. 전차경주에서 그 해 최고의 군마들은 두 필씩 전차에 매여 무서운 속도로 경주장을 달렸고, 이긴 전차의 오른쪽 말 (가장 강하고 빠른 말)이 시월의 말이 되어 전통적인 의식에 따라 창에 찔려 제물로 바쳐졌다. 작가 콜린 매컬로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기억 못할 만큼 까마득히 오래된 이 의식에서, 로마가 가진 단연 최고의 것은 로마를 지배하는 한 쌍의 동력인 전쟁과 영토에 제물로 바쳐졌음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바로 이 쌍둥이 동력에서 로마의 힘, 로마의 번영, 로마의 영원한 영광이 비롯되었으며, 따라서 시월의 말의 죽음은 과거에의 애도이자 미래에의 전망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나는 시월의 말을 보며 로마를 지배하는 한 쌍의 동력이 아닌 한 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그 인물은 바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카이사르에 대한 평가는 공화정권의 파괴자, 또는 반대로 제정의 초석을 굳힌 인물 등 현재까지 일관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인물에 대한 평가의 범위도 정치인으로서, 장군으로서, <갈리아 전기>와 <내란기>등을 남긴 문인으로서, 그의 인간적 매력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광범위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의 향방은 논외로 하더라도 비단 로마뿐만 아니라 서양사 전체에서도 카이사르라는 한 명의 인물이 가진 영향력은 그 어떤 인물과 비교했을 때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더더군다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제6부 시월의 말은 카이사르의 최후와 그와 함께 몰락하는 공화정 로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가 시월의 말에서 카이사르를 연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7부까지 예정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카이사르의 최후가 담긴 6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가 콜린 매컬로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6부까지로 생각했고, 7부는 독자들의 요청에 따른 외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전국시대를 그린 대하 장편소설 <대망>을 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본 전국시대 3대 명장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중 냉철한 판단력과 유연한 사고,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지녔던 오다 노부나가의 최후를 보고나서 그 다음의 독서를 이어가기가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제6부 시월의 말은 카이사르의 이집트 원정과 저 유명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등장하는 소아시아 정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3권에서 전개될 잔혹하고 비참한 카이사르의 최후와 그 이후의 로마 공화정의 몰락이 어떻게 묘사될지 정말 기대된다.



"베니, 비디, 비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말을 모토로 삼을까 생각 중이네. 이 말에 들어맞는 상황이 걸핏하면 생기는데다 간명한 표현이기까지 하니 말이지." (제1권 p. 383)



승리의 아픔이란 전장의 유일한 생존자로 남는 것이다. (제1권 p.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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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일의 미래로 가라
조병학.박문혁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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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N의 인기 프로그램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시청하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있다. 알쓸신잡은 작가, 미식평론가, 소설가, 과학박사, 가수이자 프로그램의 MC 5명이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문화와 예술, 정치, 과학 등 다방면의 주제를 놓고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춘천편이었다. 춘천편에서 나왔던 책과 인쇄박물관 때문이다. 컴퓨터 베이스 인쇄가 대중화된 현재 세대들은 불과 몇십년 전에 문선공이란 직업이 있었음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기술 발전의 역사 속에서 밀려나야만 했던 구식 기술과 그 시기의 지식인들을 생각하며 4차산업 혁명의 현재와 AI,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보았고 고민끝에 본 도서 ‘2035 일의 미래로 가라를 펼쳐보았다.   

 

 

이 책은 현재의 산업구조가 기술발전으로 인해 미래로 개편되면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지에 대한 가능성을 검증하면서 우리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무지로부터의 궁금증과 두려움도 있지만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도 존재한다는 저자들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미래에 대해 안다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책은 크게 4가지 Part로 구성되어 있다.


  1. ​Part1 : 보이는 미래, 보이지 않는 미래

  2. Part2 : 일의 해체 : 일이 사라지는 9가지 징후

  3. Part3 : 일의 융합 : 일을 융합하는 9가지 혁신

  4. Part4 : 일의 미래 : 미래의 일과 직업

 

Part1에서는 미래로 가는 가로축, 즉 미래로 가는 마일스톤을 그리고 있다. 2025, 2035, 2045년경에 일어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미래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고 예측하느냐에 따라 선택된 좌표들에 대해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미래의 속도와 방향 모두 관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사람으로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견해를 참고하여 이를 서술하고 있다.

Part2에서는 미래로 가는 마일스톤을 기준으로 펼쳐지는 주요 이슈들을 살펴본다. 구체적으로는 초연결사회, AI와 인간지능, 3D프린터의 등장, 가상현실, 저물어가는 탄소 에너지, 디지털화의 추세, 휴머니즘 등의 이슈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일이 미래로 가며 해체되는 현상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Part3에서는 일을 중심으로 중요한 산업들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융합되는 유통산업, 미디어의 미래, 금융의 변화, 우주산업, 식량과 에너지산업 등을 살펴보면 산업간 융합이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의 변화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저자들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 Part4에서는 해체와 융합과정을 거쳐 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분석한다. Part 2Part 3에서 본 것 처럼 일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롭게 탄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죽은 일이 살아나기도 한다. AI와 스마트 공장, GMO 등으로 대변되는 과학 기술의 변화가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이 과정에서 휴머니즘은 어떻게 보존되고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들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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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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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사르 』 1권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전반부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 과정을, 후반부는 카이사르가 부재한 로마에서 폼페이우스가 서서히 로마의 독재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카이사르는 기원전 60년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시작하게 되고 이어서 갈리아 정복을 추진하게 된다. 1권은 바로 이 시점인 카이사르가 기원전 54년 브리타니아로 원정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해서 카이사르가 갈리아 정복, 더 나아가 로마의 일인자가 될 야심을 드러낸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 소개한다.

 

 

나는 갈리아에 돌아가서도 그곳의 모든 이들이 나를 (그리고 로마를) 인정할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으리라. 왜냐면 내가 로마이니까. 하지만 나보다 여섯 살 많은 내 사위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로마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착한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여, 문단속 잘하시오. 당신이 로마의 일인자로 남아 있을 기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카이사르가 간다.” (P. 26)

 

 

카이사르의 이 말은 장수이자 리더로서 카이사르의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내준다. “내가 로마다.” 라는 카이사르의 말은 훗날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절대적 신권을 가진 존재 태양왕 루이 14세의 발언이 연상된다. 생각해보면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참으로 기구한 인연으로 얽혀진 관계다. 나이는 폼페이우스가 카이사르 보다 6살이 많지만,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의 딸 율리아와 혼인하여, 카이사르의 사위이다. 또한 두 사람은 크라수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전개한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다. 말년에 사이가 멀어져서 폼페이우스는 전투에서 패한후 도망치고, 카이사르는 추격하다가 결국 폼페이우스는 목숨을 잃게 되는 어찌보면 역사의 장난이며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는 기묘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전장에서 승리한 위대한 명장이었지만,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에게 패한 단 한번의 전투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모두 뛰어난 리더였지만, 정치가로서 안목이나 스타일이 달랐던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카이사르는 갈리아를 정복하고, 폼페이우스는 로마의 권력을 잡게 되고 두 사람의 갈등과 대립이 고조될 것이다. 결국은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폼페이우스와 대결하는 과정이 전개될 것인데, 이 과정을 콜린 맥컬로는 어떤 관점에서 그릴 것인지 벌써부터 2권의 내용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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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와 데모꾼
김종수 지음 / 달아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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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근로자’와 ‘노동자’는 큰 차이가 없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의 정의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노동자’는 사전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근로와 노동의 사전적 차이와는 달리 사회적 심리적인 괴리감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는 흔히 ‘노동자’라는 단어에서 ‘능동적’, ‘저항’, ‘권리’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고 ‘근로자’라는 단어에서는 ‘수동적’, ‘안정’, ‘사무직’ 등의 긍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나 또한 한사람의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과 ‘노동운동’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선입견의 영향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몇 년 전 우연히 만난 한권의 잡지는 나의 이러한 생각을 불식시켜주었다. 언론사 기자들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지상에서 가장 따뜻한 잡지이자 비정규직을 위한 특별잡지 "꿀잠"이었다. 꿀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첫 페이지였다. 꿀잠의 첫 페이지는 잡지 속 화려한 광고에 익숙해진 내게 어쩌면 무심코 넘겨질 페이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잘 차려입은 여성 모델들의 모습은 충분히 눈길을 끌만한 것이었지만, 별다른 특별한 것이 없는 광고라고 생각했고, 광고의 대상 또한 내 관심 분야가 아닌 여성복이었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넘기려는 손가락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건 여성모델의 사진 아래에 남겨진 글이었다.

"아름다워요. 또렷하고 밝게 빛납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 어땠나요? 어둡군요. 흐릿합니다. 누구인지, 왜 거기에 있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 청소를 하고 계셨군요. 깨끗해야 하는 것을 닦느라 더러워진 당신 손안의 걸레를 이제야 보았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 어땠나요?"

문구를 읽고 나서 다시 사진을 보았다. 사진은 스튜디오에서 광고를 위해 촬영된 것이 아닌 LED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진 대형 옥외광고물을 찍은 것이었다. 그리고 사진 속에는 문구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모델의 밝은 미소를 부각시켜주는 조명판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청소 아주머니가 걸레로 닦고 있는 모습이 불빛에 비춰진 실루엣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는 이윤추구를 위해 사람들의 눈을 잡아끌며 상냥한 인사를 건네고 있는 반면 사회의 버팀목인 노동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본 도서 <엄니와 데모꾼>을 만나게 해준 것도 잡지 꿀잠이 내게 준 선물이다. 평소에 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문학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 중 그 동안 무지했던 ‘노동’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준 것은 그 때 꿀잠과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 <엄니와 데모꾼>의 저자 김종수는 30년간 노동운동에 헌신해온 노동자다. 등단 이력은 물론 시골 백일장 경력도 없는 책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그러한 삶을 살아낸 저자의 진정성이 담긴 시집이자 이력서이며 자서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출가한 딸에게는 깨달음의 순간을 기록한 한 인간의 ‘오도송’이자 만리타향에서 불어오는 아버지의 숨결이고, 삶을 지켜본 친구에게는 점점 약해짐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아직도 등대의 역할을 하는 믿음직한 동료의 기록이다.

시집 <엄니와 데모꾼>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사랑’일 것이다.

표제작 “엄니와 데모꾼”은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의도치 않게 불효를 행하는 자식의 애달픈 사랑이다.

 

‘참 그 소리 들을 날도 얼마 안 남았제. 그케 생각하믄 눈물 나야.’ - 엄니와 데모꾼 -

“빼먹은 대가”와 “다시 피는 꽃”은 한평생 고생시킨 아내에게 표현하는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슬며시 내보이는 쑥스러운 사랑의 고백이다.

 

‘지난 세월 당신을 빼먹은 대가를 이제 와서 톡톡히 치루고 있다는 것을’ - 빼먹은 대가 -

‘그대 생의 넋두리도 내 몫이 되는 것. 그리하여 꽃은 다시 피는 것’ - 다시 피는 꽃 -

“딸에게”에는 출가하는 딸의 앞날을 걱정하는 아비의 애틋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선택한 길이 힘들고 어렵다 해도 부디 두근두근 설레는 길이길’ – 딸에게 -

저자는 혁명가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염원과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에 대한 동료애도 표현했다. “촛불”을 통해서는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시민들의 위대함을 표현했고, “파업소풍”을 통해서는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순수한 열망을 표현했다. 알베르 까뮈는 모든 혁명가는 압제자 (oppressor)나 이단자 (heretic)로 끝난다고 말한다. 이는 혁명가의 말로가 헤게모니를 쥐고 지배하거나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이단이 되는 것으로 끝나는 이유는 그들이 혁명의 동기가 된 순수한 이념과 열정을 망각하고 권력과 자본에 탐닉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간절한 염원 한 점 보태러 간다.’ - 촛불 -

파업은 소풍이야. 잠 못 들고 뒤척이다 새벽녘에 잠든 아이 같은 설렘이야.’ - 파업소풍 -

어쩌면 저자의 시처럼 인생이란 뜨거웠던 젊은 시절의 열기를 조금씩 식히며, 스러져가는 불빛들끼리 조금 더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식탁 위의 밥처럼 뜨거웠던 지난 시절을 조금씩 식히는 것 식탁위의 촛불처럼 꺼져가는 불빛들끼리 조금 더 바라보는 것’ - 인생이란 -

어두운 곳에서는 밝은 곳이 잘 보이지만 밝은 조명 안에서 바라보면 어두운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현혹하며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스포트라이트로 인해 땀의 눈물과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노동으로 일군 삶이야말로 자랑스럽고 떳떳해야 하고, 그 땀의 웃음이 밝고 아름답게 빛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엄니와 데모꾼>을 읽으며 나는 노동이 웃음이 되는 세상, 노동이 보람이 되는 세상을 간절하게 소망한 저자의 진정성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내게 있어 <엄니와 데모꾼>은 '당신의 노동은 안녕한가?'라고 묻는 저자의 질문이고, 먼저 살아본 선배가 나에게 해주는 인생에 대한 조언이며,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말해주는 한 그릇의 따뜻한 밥이었다. 나는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는 초월적인 존재를 통해서도 치유 받거나 구원 받을 수 없는, 오직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구할 수 있는 따스함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들의 삶에 꿀잠이 깃들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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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직지 1~2 세트 - 전2권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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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의 제목 <직지(直指)>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의미한다. 소설을 접하기 전부터 <직지>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민족적 가치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정확한 명칭과 의미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알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창시절 의무교육을 통해 <직지><직지심경>이라는 불교의 경전으로 오인될 수 있는 이름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직지>의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이는 '백운화상이 편찬한 마음의 실체(근본)를 가리키는 선사들의 중요한 말씀'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직지>는 백운화상이라는 고려시대 고승이 역대 선승들의 선문답을 정리한 '요절(要節)'로서 부처의 말씀을 아난존자가 옮겨 적은 걸 의미하는 '불경(佛經)'이 아니다. (직지 151)

 

앞의 것이 이미 사라지는가 하더니 뒤의 것이 다시 생기고... 앞과 뒤가 이어져 진리에 닿을지니.(직지 191

 

소설을 접하기 전에는 고려시대 불경의 보전을 위해 청주의 작은 사찰에서 탄생한 현존 최고(最古)의 금속 활자본이라는 것이 <직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직지>의 정확한 명칭과 의미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나아가 <직지>가 담고 있는 가치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앞과 뒤가 이어져 진리에 닿는다.<직지>의 문구처럼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과 새롭게 깨달은 진리의 파편들을 완전한 것으로 착각하는 데서 벗어나 끊임없이 진리를 향하여 다가설 것을 독려하는 <직지>의 위대한 통찰,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실에의 접근을 시도하는 소설 <직지>와도 그 맥을 같이 하는 듯 했다.

 

2권으로 구성된 소설 <직지>는 창으로 심장을 관통당한 채 귀가 잘리고 목에 흡혈의 흔적까지 남아있는 참혹한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된다. 1권은기자인 '기연'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잔혹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직지>와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되고, 이렇게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진실은 <직지>의 미스터리로 연결된다. 2권에서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탄생한 조선의 여인 '은수'<직지>와 구텐베르크의 연결고리가 되어 조선과 유럽을 무대로 펼치는 활약을 다룬다.

 

저자는 '최고의 목판본 다라니경에서부터 최고의 금속활자 직지, 최고의 언어 한글,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로 이어지는 흐름을 언급하며 지식의 전파와 보급의 측면에서 인류의 지식정보혁명에 기여해온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직지 17)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의 직접적인 관련성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지식과 정보를 전파하고 공유하려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알파벳과 문장부호 등을 포함해서 약 60자 정도만 주조하면 되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에 비해 <직지>는 수많은 한자를 주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금속활자 인쇄의 장점은 수많은 활자를 미리 주조해두고, 필요한 것만 가져다 조판하여 빠르게 인쇄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직지>는 한자가 갖는 언어적 특징 때문에 장점을 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탄생하기 이전에 세종대왕은 한글을 반포했다. 한글은 만든 목적이 분명하고 만든 사람과 만든 시기가 분명한 세계 유일의 언어이다. 글을 모르고는 지식을 습득할 수 없고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활의 향상, 문화의 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는 애민정신과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탄생한 한글은 오늘날 우리가 학문적,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소설 속에서 과거의 '은수'와 현재의 '기연'<직지>의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연결된다. 그들이 닿고자 했던 진리, 애써 전하고자 했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은수는 목에 걸린 은십자가 목걸이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목걸이에 새겨진 글귀를 되뇌었다.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Tempus fugit Amor Manet)', 은수는 라틴어를 깨우치면서 이 글귀가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는 뜻인 걸 알게 되었다.(직지 2157

 

인간이란 무엇일까? 욕망을 품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규정하고 그 욕망을 어떻게 조절하고 통제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가장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이었다. 이는 진리는 감각으로 경험하는 현실이 아닌 이성으로 인지하는 이데아(idea)에 있다는 플라톤의 주장이나 사사로운 욕심에서 발생하는 마음인 '인심(人心)'과 인의예지라는 본성에서 기인하는 '도심(道心)'과 관련한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사단칠정론 논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소설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인간에게는 행복이 최고의 목표가 아니야. 인간은 때때로 행복보다 불행을 택하기도 해. 그게 더 의미가 있다면...(직지 289)

 

소설에서 과거에서 또 현재에서 진리를 추구했던 두 여인이 깨달았던 것은 부처의 지혜가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져 온 우주가 연꽃같은 장엄함으로 가득찬 세계가 된다는 '화엄경'이 말하고자 하는 진리 아닐까? 연약하기 짝이 없는 작은 싹이 혼신의 힘을 다해 그 무거운 흙의 무게를 이겨낸 후 땅 위로 몸을 내미는 순간의 장엄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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