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산타 웅진 세계그림책 218
나가오 레이코 지음, 강방화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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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산타가 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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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 : 2022 EDITION - 출간 35주년 스페셜 에디션
케빈 즈렐리 지음, 정미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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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이라는 책 이름처럼 35년이라는 세월 동안 35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한 와인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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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1-12-18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Karen MacNeil 이 쓴 와인에 대한 책 중 유명한
˝The Wine Bible˝ 이란 책이 있는데

왜 헷갈리게 Wine 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Kevin Zraly 의 책 제목,
˝Windows on the World Complete Wine Course˝ 를
저렇게 명명했을까요?

아무리 그의 책이 와인계의 성경에 버금간다지만
일단 다른 누군가의 책 제목이 정말로 ˝와인 바이블˝ 이라면
두 작가 모두를 존중한다는 취지에서도
와인계의 고전인 이 책의 원제목을 그냥 살리고
부제처럼 ˝와인계의 바이블˝,
이라고 덧붙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잭와일드 2021-12-20 16:43   좋아요 1 | URL
네 부제로 표현하기엔... 마케팅적인 요소를 많이 감안하여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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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노력한 끝에

 

얼마 전 인턴사원의 자기소개서에서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아 머릿속을 맴돌던 표현이다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일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에 관한 질문의 답변 중 있었던 표현이었다. '죽어라 노력했다.'라는 다소 모호하고 주관적인 표현이 과연 기업 입사를 위한 자기소개서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긴 했다하지만다른 한편으로 '죽어라 노력했다.'는 표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입사 지원자의 지나온 고단한 하루하루의 절절한 삶이 이 한 줄도 안 되는 짧은 문장 안에 압축되어 녹아 들어가 있는 듯한 생각 때문에 이 문장이 오래도록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그러면서 문득 궁금해졌다왜 우리는 이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회사는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의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조직이다저마다 다른 환경과 경험을 거치며 살아온 다양한 세대들이 회사라는 조직에 모여 그 기업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기업은 단기적으로 경영계획의 달성중장기적으로 비전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함께 바라보고 도달하기 위해서 이러한 다양한 세대의 시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애들>의 저자 앤 헬렌 피터슨 처럼 나도 X세대와의 경계선에 위치한 밀레니얼 세대의 최연장자이자 동시에 한 기업의 중간관리자로서 이러한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 통감하고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불능(inability)에 대해 비판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저자 앤 헬렌 피터슨은 번아웃 (Burn Out)‘은 밀레니얼 세대의 조건으로 밀레니얼의 삶의 기저에 깔려 있는 배경음악이며현재 그들의 삶의 단면이라고 말한다왜 우리는 소진되었을까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살아오는 동안 직접적으로 또암묵적으로 체득한 경험을 통해 주어진 모든 시간에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면화하고 이에 따라 살아온 결과이다이에 대한 원인으로 저자는 정확한 목표 없이 이루어지는 노력을 과잉행동으로 치부하며 훈육의 대상으로 삼았던 부모 세대의 집중 양육과 일과 생활의 영역에 은밀히 침투하여 그 경계선을 무력화시킨 SNS, 기업에서 노동자로 전가되는 직업훈련 비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기업의 도구로 전락한 노동자의 현실 등을 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열정이 행복과 성공을 이끌어내는 필요조건으로혹은 적어도 가치가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열정은 현실의 사회구조 보다는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삶의 성숙도가 달라진다는 명제를 강화시켰다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로 성년기를 존재의 상태가 아니라 행동의 연속으로 여기게 되었다그렇게 이른바 어른 되기 adulting)'는 명사가 아닌 동사가 되었다하지만많은 희생과 노력을 하며 열정을 불태운 결과가 행복도 자유도 아니라는 사실오히려 더 많은 노동이 부여되고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을 마주한 밀레니얼들은 번아웃되었다삶은 역사상 존재하는 모든 시대의 그 어느 누구에게도 고된 것이지만밀레니얼 세대들은 삶을 고된 것으로 만드는 특정한 방식들로 인해 불평등을 겪고 있었다.

 

저자의 주장에 많은 부분 공감을 했지만가슴 한켠에 아직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답답함이 남아 있다세대 차이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세대론의 유용성에 대해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하지만망가지고 실패한 건 개인 혹은 하나의 세대가 아니라 체제 자체라는 것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생산성에 대한 평가가 아닌 우리의 존재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결론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들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세대 차이에 대한 이해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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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09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런 비판의 책들은 많고, 또 공감도 가지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로 들어가면 또 막막한거 같아요. 그래도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잭와일드 2021-12-10 10:09   좋아요 0 | URL
네 문제제기에 그치고 대안 제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말씀하신것 처럼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의미는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의집 2021-12-10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읽은 오찬호(이름이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라는 책이 mz 세대를 예측한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드네요. 근데 mz 세대에서 z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 아시나요? 검색해도 잘 안 나오네요…

잭와일드 2021-12-10 10:11   좋아요 0 | URL
x세대 - 밀레니얼 세대 (y세대) - z세대에서 밀레니얼과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기억의집 2021-12-10 10:1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검색하면 gen z이라고 뜨던데 gen이 제네레이션이군요. 감사합니다^^
 
U2 보노 스토리
킴 워시번 지음, 강명식 옮김, 임진모 해설 / IVP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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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With or Without you'가 연주되던 순간이었다. 묵직한 중저음의 베이스라인 인트로가 깔리는 순간 돔구장에 운집한 2만여 명의 관중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무대의 대형 스크린은 황량한 모하비 사막에 듬성듬성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비추고 있었다. 기괴하게 뻗은 가지의 끝마다 뾰족한 가시를 품고 있는 조슈아 트리 (Joshua Tree)였다. 천태만상의 뒤틀림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척박한 환경과 외로움을 이겨낸 결과인 것일까? 화면은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서 있는 한 그루의 조슈아 트리를 집중 조명했다.

 


"당신 눈 안에 있는 돌이 보여요. 당신에게 박혀있는 가시가 보여요. 나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See the stone set in your eyes. See the thorn twist in your side. I wait for you.)

 


데뷔 후 39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을 한 이 전설적인 밴드의 음악에는 아직도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황폐하고 쓸쓸한 사막 위로 수많은 LED 조명들이 별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우리는 스탠딩 관객 속에 섞여 백허그를 하고 있었고, 곡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키스를 나눴다. 나는 보노와 단둘이 무대 위에 누워 그가 불러주는 노래를 듣던 2001년 보스턴 투어의 한 여성 관객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유튜브에서 수없이 돌려봤던 장면이었다. 관중들의 떼창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당신은 마침내 당신이 되었군요. 당신은... 당신은..."

(And you give yourself away. And you give, And you give.)

 


2.

고객사 미팅을 막 마친 후 이미 늦어 버린 식사를 대충 때우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근처 대형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겼다. 벚꽃잎들이 흩날리면서 도시 전체를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고, 연인들은 봄날의 한때를 만끽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난 몇 번의 계절과 몇 번의 연애를 거치는 동안 완연한 봄을 느껴본 기억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쇼핑몰에 막 들어섰을 때 눈에서 뻑뻑하고 까끌까끌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최근 미세먼지가 극성이더니 안구건조증이 다시 심해지나? 핸드백에서 안약을 꺼내 눈에 넣었다. 잠시 나아지나 싶더니 이물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피로감 속에서 주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율주행 몰 투어링 로봇이었다. 최근 쇼핑몰은 컨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여 쇼핑, 뷰티,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등 온·오프라인 여가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었고, 자율주행 몰 투어링 로봇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몰링족 (Malling)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투어링 로봇은 어느새 내게 다가와 조심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심신이 지친 상황에서 귀찮고 성가신 기분이 들었지만, 이를 반전시킨 건 로봇이 검은 화면에 띄운 흰색 글씨의 한 문장을 발견했을 때였다.

 


"혹시 U2 좋아하세요..."

 


내가 U2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고객의 방문 및 구매 이력, 소지품,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응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어링 로봇의 기능을 생각해봤을 때, U2를 좋아하는 성향을 분석해낸 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U2 내한공연의 티켓구매 이력을 조회해봤을 수도 있고, 현재 내 소지품을 보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내 손에 있는 빨간색 아이폰은 U2의 리더 보노의 제안으로 판매수익금 일부를 에이즈 퇴치 연구를 위해 기부하는 프로덕트 레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로봇이 선택한 문장이 '?'가 아닌 '...'으로 마쳤다는 것이었다. 물음표가 아닌 말줄임표에서 나는 상대에 대한 조심스러운 배려와 예의를 느꼈다. 어쩌면 내 표정과 행동에서 과잉 마케팅은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최근의 딥러닝 기술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담긴 미묘한 설렘과 망설임을 고객 서비스에 적용할 정도로 발전한 것일까? 내가 최근의 인간관계에서 이 정도의 배려를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진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로봇의 다음 말이었다.

 


"당신 눈 안에 있는 돌이 보여요. 아마도 결막결석인 것 같아요. 제가 잠깐만 더 봐도 될까요?"

 


로봇은 나를 쇼핑몰 중앙 소파로 안내하고, 바리스타가 되어 내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제공했다. 한동안 내장 카메라로 내 눈을 관찰하던 로봇은 헬스케어 기능을 활용하여 간단한 시술을 하기 시작했다. 내 눈에 내리쬐는 레이저는 로봇이 건넨 커피 한 잔 만큼이나 따뜻하고 편안했다. 때마침 쇼핑몰 안에는 U2'With or Without you'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때 내 가슴이 두근거렸던 이유는 둥둥거리는 베이스 기타 소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몇 년 전 공연의 추억이 되살아났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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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1 00: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u2좋아 합니다 🖐 돔 구장 라이브도 갔었는뎅 ㅎㅎㅎ 잭와일드님 12월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차시길 바랍니다.^^

잭와일드 2021-12-01 06:35   좋아요 4 | URL
고척돔에서 한 내한공연 말씀이시죠? 그때 저랑 같은 공간에 계셨겠네요. ㅎㅎ 의미 있는 연말 보내시길 빕니다 ㅎㅎ

새파랑 2021-12-01 0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U2~! 공연은 못가봤지만 Vertigo 까지 들었어요 ㅋ
... 세개 붙이는건 놀랍네요~!!
조슈아 트리 앨범은 진짜 예술인거 같아요 ^^

잭와일드 2021-12-01 07:46   좋아요 4 | URL
프랑수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패러디입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12-01 09: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투는 <래틀 앤 험>까지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후에는...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은
밴드지요.

잭와일드 2021-12-01 10:48   좋아요 1 | URL
U2 만의 매력이 있는 듯 합니다.
 
태백산맥 세트 - 전10권 - 조정래 대하소설,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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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8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대통령 트럼프의 연설이 있었다. 연설의  내용은 한반

도에 공존하고 있는  개의 한국에 대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역사의 실험실에서 한반도를 가르는 

 그어졌고, 오늘날  선은 평화와 전쟁, 품위와 악행, 법과 폭정, 희망과 절망 사이를 가르는 

준이 되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연설을 들으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으로 단일국가 수립을 이루어낼  없었던 뼈아픈 역사 때문이었고, 냉전의  축이었던 미국의 대통

령이 결과론과 이분법만으로 현실을 평가하는  때문이었다. 트럼프의 연설에는 분단이라는 과거 

리고 현실의 결과만 있을  한국 현대사를 구성하는 민족 분단의 아픔,  질곡의 세월의 전개과정

 대한 이해와 고려는 없었다.




한반도 내에서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하나의 민족,  개의 한국,  민족적 비극의 기원은 무엇일

? 오늘날 북한이  악의  (axis of evil), 악당국가 (rouge state) 불리게 되었고, 남한은

반공주의 속에서 군사 쿠데타에 이은 군부독재를 겪게 되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한국

전쟁 발발 전후의 역사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이는 민족적 비극의 근원인

동시에 올바른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통일 민주국가 수립이라는 민족사적 과제 달성의 단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소설 태백산맥이 해방부터 정전까지 한국전쟁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 고통스러

 시대의 기억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사건이라고 해도 

언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전의 해방공간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은 모두 전쟁의 배경이 되었고,

전쟁 이후에는 남북한의 이념적 군사적 대결이 빚어낸 전쟁과 분단의 쓰라린 기억이 민족의 의식 

바닥 깊숙이 망령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전쟁은 국토 분단과 민족의 분열을 겪은 한국인들의 

픔을 상징하는 사건이며 동시에 정전이 된지 6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극복되지 못한  냉전의 

지막 산물로,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태백산맥은 반세기 전의 과거에 일어난,

이미 확정되어버린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우리 삶을 다루고 있다고 

 있다.




태백산맥은 밤마다 스스로의 몸을 깎아내는 그믐달이 갈대밭을 아득하게 비추는 가을밤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별들이 스치듯 흐르는 어둠 속으로 하대치 일행이 사라지는 가을밤에 끝을 맺는다. 태백산

맥은 밤의 이야기, 어둠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밝아오는 새벽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에는 수많은

죽음과 희생, 좌절과 패배가 담겨 있고, 그들이 끝내 이루지 못한 것은 역사의 과제로, 민족의 숙원

으로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빨치산 투쟁은 이제 현실투쟁에서 역사투쟁으로 전환

된다고  염상진의 말처럼 태백산맥의 인물들은 실패했지만 실패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시대를

살아낸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제시함으로써 현대의 독자들을 애써 덮어두었던 지나간 시대의 진실과

마주하게 하고, 고조되는 삶의 위기를 피부로 체감할  있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독자들은 

비극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태백산맥의 열린 결말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 시대의 어둠을 넘어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서,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남겨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단편적 사건들의 단순 합이 아니라 시대를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소들의 총체인 동시에 이들이 빚어낸 유기적 결합물이라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이 영웅서사

 아닌 민중서사인 이유이다. 민중이란 특정 계급이나 계층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국가와 사회를 

루며 역사를 구성하는 유동적인 계급, 계층의 연합을 의미한다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은 다양

 계층의 인간과 그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망하고 있다. 소설  인물들의 개별적 행동에 근거한 다양한 사건들이  독자적 의미가 아닌 

 상황성의 구현에 기여하고 있는 이유는 객관적 자료를 기반으로  작가의 고증에 있다. 작가 

정래는 평범한 민중  개인이 역사의 주체가 되어 개인적 존재인 '' 역사적 필연으로서의 '우리'

 되어가는 과정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구현해낸 시대적 공간과 실존인물과 허구인물의 교차를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무대인 벌교는 당시 오만의 읍민들  9할이 농민이었고,  농민들 중에서 8할이 소작인이

었다. (1 p. 332) 벌교뿐만이 아니라 해방 당시 한국은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고,

 농가의 86% 소작농이었을 정도로 농업은 핵심적 경제기반이었다. 갑오농민혁명, 일제하의 소작

쟁의에 이어 토지제도의 모순이 소설의 주요 사회갈등의 원인으로 등장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민중

 대다수를 구성하는 농민들은 지식을 통해 현실의 모순구조를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체험을 통해  문제 상황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고 시대 상황 속에서 이데올로기 대립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개인적 동기는 사회갈등으로 구체화되었고 이는 다시 집단적 이념으로 확장되

었다. 문서방의  맺힌 외침은 이를  표현하고 있다.




"가난허고 무식헌 것덜이 믿고 의지헐 디웁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먼 지주  처웁애고  전답 

나준다는디 공산당 안헐 사람 워디 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들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1 p. 161)




태백산맥은 이념의 대립을 민중의 삶과 의식의 변혁 과정과 연결하여 표현하였고, 이를 통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위대한 힘의 존재기반은 민중에게 있으며, 이는 분열과 갈등이 빚어낸 시대의 소음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태백산맥은 이데올로기의 갈등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추상적인 이념논쟁으로 소설을 끌고 가지는 않는다. 이는 사람’, 그리고 

좌우 이데올로기의 시각만으로 재단할  없는 것이기 때문이며, 여기서 벗어나야만이 "사람",  "

" 실재를 확인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많은 소작농들은 비로소 반공주의 

주적이 아닌 이웃으로, 동료로, 깨어있는 민중으로 인식될  있다. 소설 속에서 손승호의 전향 사유

 이데올로기에는 '인간부재의 현실'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념이라는 것은 새로운 구속일 , 인간의 본질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한 것이 없소. 왜냐하면 그것

 모순투성이고 부정확한 존재들인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오. 인간이 인간을 장담하는 

처럼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은 없소. 나는 다만 인간이고 싶을 뿐이오.” (2, p. 180)

이데올로기란 이름으로 인간이 희생되어서는  된다는 작가의 신념은 민족주의자 김범우의 존재와

주의를 지배하는 인간이 아니라 주의의 실현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는 김범우의 염상진에 대한 비판

에서도 확인할  있다.




역사적 욕구 앞에서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건 상관이 없소.  욕구를 효과적으로 해결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데올로기로 채택되고, 빛을 내게 되어 있소.” (6 p. 301)



이데올로기란 현실  욕망들이 투영되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이데올로

기는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현실의 사회주의는 개인의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망실현을 억압하였고 개인을 이상사회 건설이라는 이념에 종속시켰다. 현실  자유주의는

원칙과 기준을 잃고 표류하였다. 그것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한 성장이었고 이는 결국 자유의 부재로

이어졌다. 민중이 현실을 바라보는 기준은 좌우이념 보다는 상식과 정의에 있었다. 그들의 투쟁은 

실에서 살아  쉬는 가치를 지키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봉건적인


사회구조의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중들의 몸부림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정 속에서 다시  

왜곡되었다.




현재 세계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중심으로 분리와 해체의 물결이 너울치고 있다.

 물결은 영국의 EU탈퇴,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이라크로부터 쿠르드족의 독립을 이끌어내

었고, 북핵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민족사적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규명하고, 그것을 극복

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소설 태백산맥은 우리 민족의 비극,  균열의 기원을 탐구하고 

족과 민중 속에 내재된 힘에서  극복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는 이념 안에 갇혀있는 역사적 

순의 극복 없이는 갈등은 해결될  없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서 좌로  우로 절룩거리는 우리의 

현대사를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밤과 , 깊어가는 어둠과 어둠 사이에서 하대치는 가슴 속으로 투쟁의 의지를 다지며 밤하늘을 바라

보았다. 하지만 소설의 결말에서 하대치가 바라본 것은  이상 광막한 어둠이 아닌 가을밤을 빛내는

무수한 별이었고, 수많은 동지들의 불꽃과 함성이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희망이었다. 2016

10 광화문을 밝힌 촛불은 2017 4월까지 이어졌고, 오히려 전국 150여개 시군으로, 전세계 31

개국 71 도시로 퍼져나갔다. 누군가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지만, 1,700만여개의 빛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내며 찬란하게 빛났다. 독일의 공익정치 재단 '프리드리

 에버트 재단'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한 우리 국민을 2017 '에버트 인권상' 

상자로 선정했다. 특정 국가의 국민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상이 제정된 이래 최초의 사례였다. 

단은 민주적 참여권의 행사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생동하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집회에 참여한 모든 분들을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쉽사리 변하지 않는 사회에 절망하지 않고

신뢰하고 연대하며 협력과 공생의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 그것이 비록 사소하고 미약한 성공에 

과하다고 할지라도 '사람' '' 빛나는 사회로 나아가는 동력은 그러한 곳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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