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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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부터 녹차크림 바움쿠헨까지 15가지 메뉴로 푸짐하게 차려낸 음식이야기... 아 미안...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사람하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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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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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경의 글을 보면서 절망하지 않고 티끌 같은 희망일지라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는 순수한 열정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 숭고한 열정을 떠올리며 하늘을, 그리고 우주를 다시 바라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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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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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기후 문제에 관해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중 상당수는 잘못되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 환경 문제를 과장하고, 잘못된 경고를 남발하고,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조장하는 이들은 긍정적이고, 휴머니즘적이며, 이성적인 환경주의의 적이다. 그런 주장에 신물이 났기에 나는 이 책을 쓰기로 했다." (P. 28)

마이클 셸런버거는 종말론적인 환경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이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썼다. 셸런버거는  왜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문제인지에 대해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다양한 사례와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논문과 참고문헌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환경주의가 어떻게 불안을 조장하고,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념을 유포하며, 실재하는 증거를 호도하거나 부정하고 있는지를 언급하고, 이들이 왜 어떤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당신도 한번쯤은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지구 산소의 20%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 환경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얘기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는 과학적 근거가 전무한 헛소리라고 말한다. 아마존이 생산하는 산소가 엄청나게 많은 건 맞지만 수많은 종의 식물과 미생물들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다시 산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아마존이 지구 산소 공급에 기여하는 부분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즉,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 내는 산소의 60퍼센트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 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아마존이 지구 허파라는 주장은 1970년 월러스 브로커가 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됐는데, 월러스는 이 논문에서 아마존이 지구 산소의 20%를 공급한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주장했고, '부디 대중이 스스로 만든 유령을 쫓아내기를 바란다. (Hopefully the popular press will bury the bogeyman it created.)'고 언급했다.

플라스틱의 역설은 또 다른 예다. 저자는 플라스틱이 수많은 매부리바다거북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적이 아니라 환경오염을 개선하는 영웅이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의 발명과 같은 기술 발전이거북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등 환경에 도움이 되었기 떄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환경을 지키고 싶다면 자연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자연물 사용을 피하려면 인공물로 대체해야 한다. 이는 환경주의자들이 추구하는 환경 보호 방식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그들은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자원을 사용하자고,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 같은 천연 소재 쪽으로 나아가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천연 재료를 인공 재료보다 자연 친화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관념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 이 실로 중대한 역설을 인류는 비로소 이해하하여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또한 선진국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다. 선진국의 탄소 배출량은 10년 넘게 감소해 왔다. 유럽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보다 23퍼센트 낮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5퍼센트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미국은 27퍼센트, 영국은 63퍼센트나 낮추었다. 대부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 역시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선진국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현상이다.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풍요를 이루고 나면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 것이다. 즉, 수많은 기후 활동가들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기술의 힘으로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아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지구를 살리려면 궁극적으로는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우리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반박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당신은 고래를 구한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행위 금지? 고래를 구한 것은 국제 조약이 아니라 식물성 기름이었다. 국제포경위원회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가 1982년 포경 행위를 금지했을 때 이미 포경 산업은 사실상 끝난 상태였다. 저자는 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 금지 이후 사냥당한 고래는 20세기에 사냥당한 전체 고래 중 1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또한 채식의 환경개선에 대한 기여도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인이 채식주의자가 될 경우 음식 분야만 놓고 보면 개인별 에너지 소비는 16퍼센트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은 20퍼센트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분야 개인별 에너지 소비는 고작 2퍼센트 줄어들 뿐이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 역시 4퍼센트 감소하는 데 그칠 뿐이다. 또, 개발도상국에서 공장은 삼림 파괴를 불러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실은 숲을 지키는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거의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토록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째서 기후 변화가 북극곰뿐 아니라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고 믿게 된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그 대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즉, 저자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의 과학적 기반 자체는 대체로 정직한 편이지만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과 언론 보도자료, 보고서 저자들의 성명과 언론 인터뷰 등이 결과를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행위주체들이 이념적 동기를 가지고 과장하는 경향을 보이며, 중요한 맥락을 함부로 생략하는 행위들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시종일관 주장하는 것은 환경 종말론자들이 퍼뜨리는 논의는 부정확할 뿐 아니라 비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생각 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말은 옳지 않다. 기후 변화, 삼림 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멸종 등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탐욕과 오만이 초래한 결과가 아니다. 이는 우리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가운데 발생하는 작은 부작용일 뿐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는 특히 선진국에 사는 우리는 더더욱 오늘날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누리는 문명 생활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환경 종말론자들의 주장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대하고, 인류가 도달한 풍요의 과실을 여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 의식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경주의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환경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저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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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my 2021-06-24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과도 그렇고 제가 얼마전에 읽은 책과 너무나 반대되는 이야기가 많은것 같아서요.

잭와일드 2021-06-24 22:44   좋아요 0 | URL
네 기존에 상식으로 당연하게 받아드렸던 것들을 반박하는 내용들이 많은데,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논문과 참고문헌, 과학적 사실들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 올해 접한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들 중 하나였습니다. 이 책의 참고문헌 목록을 보면 놀라실 거예요. 일독을 추천 드립니다.
 
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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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의 법칙 자체도 의미 있지만 모든 법칙은 ‘질서’와 ‘혼돈’, ‘의미’와 ‘책임’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될 수 있고, 이러한 큰 흐름 안에서 우리는 법칙들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변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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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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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힘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래서 인생은 참으로 고단하다. 어떤 때는 정신을 차리고 멋지게 이겨낸다 해도, 잔인한 순간은 거듭 찾아오며 순간으로 끝나지 않기도 한다.“ (P. 320)


얼마 전 둘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오랜 시간에 걸친 기다림과 유산의 아픔도 겪었기에 둘째의 탄생은 우리 가족에게 더 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출산 후 한동안은 친척과 지인들의 쏟아지는 축하 속에서 들 뜬 마음으로 지냈고, 그 이후에는 아직 어린 첫째를 다독이면서 또,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와 산후조리를 하는 아내를 보살피며 지냈다. 특히, 코로나라는 상황적 특수성이 맞물리면서 출산부터 산후조리까지 2주가 넘는 긴 시간 동안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지내게 된 첫째는 새로운 환경 적응에 유독 힘들어 했다. 산후조리를 마친 아내는 둘째와 함께 귀가를 했고, 마침내 첫째는 엄마와 감격적인 모녀상봉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극적이게도 그 이후에 발생했다. 갑자기 첫째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다. 미열과 함께 콧물이 나는 증상이 그동안 몇 번 겪었던 감기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나기 시작한 열은 39도까지 올랐고, 며칠 동안 꾸준히 해열제를 써도 떨어지지 않았다. 열이 나는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에 가서 우선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이후 갖가지 검사가 이어졌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급성폐렴과 관련하여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고, 노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변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피검사 수치에서 발생했다. 혈액 1 마이크로 리터당 4,000개에서 10,000개가 정상 범주라는 백혈구 수치가 2,700이 나온 것이다. 검사 결과에 대해 병원에서는 감기 등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경우에도 백혈구 수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재검사를 권했다. 아내와 나는 첫째 아이의 흉부 엑스레이와 소변검사 결과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검사만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 뒤 나온 재검사 결과는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백혈구 수치는 2,000까지 떨어져 있었고, 혈소판과 호중구 등 혈액 관련 3개의 수치가 모두 좋지 않아 소아 혈액 전문병원의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담당의사의 소견이었다.


”질서의 신 오시리스도 조각조각 부서질 수 있다. 이런 일은 개인, 가족, 도시, 국가에서 항상 일어난다. 사랑이 끝날 때, 경력이 단절될 때, 소중한 꿈이 날아갈 때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익숙했던 질서가 사라진 자리에는 체념, 불안, 불확실, 절망이 들어찬다. 허무주의와 심연이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등장해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삶의 가치들을 파괴한다. 결국 혼돈이 출현한다. “ (P. 149)


삶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미지의 것이 느닷없이 닥친다. 그토록 원하던 둘째가 태어나면서 마침내 아내와 함께 꿈꾸던 이상적인 가족의 윤곽을 그릴 수 있었고, 그 안쪽을 우리 가족은 어떠한 형태의 기쁨과 추억의 색으로 채워 나갈지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시점에 가족의 안정을 뒤흔드는 혼돈이 갑자기 찾아왔다. 질서가 무너진 곳에 들어선 것은 원망과 현실부정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지금 이 순간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하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었고, ‘검사결과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일시적 수치 감소를 확대해석한 과잉진단이나 과잉진료는 아닐까?’하는 의구심과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중 에서도 가장 두려웠던 건 이제 눈앞의 현실이 되어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였다. 불안과 두려움은 자가 증식하며 다른 모든 감정을 잠재우며 무한정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면서 얼마나 소요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치료 기간을 견뎌내야 하는 첫째가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린이집 보다 유치원 가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던 첫째가 또래 친구들과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삶을 너무나 이른 나이에 포기해야할 수도 있다는 생각과 그러한 삶 대신 고통과 인내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건 너무나 가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정해지지 않는 혼돈의 시간 동안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작위성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다.


, 첫째의 치료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아내와 나 모두 같은 생각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둘째가 있었기에 전적으로 첫째만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기간과 가족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계산해야 했고, 그러한 제약조건하에서 아내와 나의 역할분담 또한 고려해야 했다. 아내가 첫째를 우선적으로 뒷바라지를 하고, 내가 신생아인 둘째를 돌보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었지만, 그러면서 회사생활까지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따라서 새롭게 주어진 조건하에서 삶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기간과 방법을 다시 고민해야 했다. 나와 내 가족을 둘러싼 삶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그곳에 사는 괴물은 점점 더 포악해져갔다. 삶의 의미는 빛을 잃어갔고, 절망과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만일 여러분이 인생의 한계에 용감하게 맞선다면, 고통의 해독제가 되어줄 삶의 목적을 갖게 된다. 심연과 자발적으로 눈을 맞춘다는 것은 삶의 어려움과 그에 딸린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짊어질 능력이 당신에게 있다는 뜻이다.“ (P. 410)


저자 조던 피터슨은 심연에 들어앉아 있는 괴물에 맞서 힘없는 먹잇감처럼 숨죽이고 움츠리거나 배반자가 되어 악에 봉사하는 대신 맞서 싸우는 게 인간의 본성임을 또, 주변을 지옥으로 바꿀 정도로 원통해하지 않고 존재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견딜 때 진정한 삶을 되찾을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지만, 솔직히 눈앞에 닥친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애써 떨쳐버리고 책임감을 갖고 삶에 대한 진실한 태도를 유지하라고 하는 것은 그저 교과서적인 지침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점점 현실이 되어 목을 죄어오는 삶의 조건 앞에서 나는 숨이 막히고 두려워 혼자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감사는 원망의 대안이며, 어쩌면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 (P. 423)”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현실로 닥친다면 어느 누가 삶에 감사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 당신이 고통과 적의에 맞서 진실하고 용감하게 싸운다면 당신은 더 강해지고, 당신의 가족도 더 강해지고, 세계는 더 좋은 곳이 된다. 모든 것이 더 나빠지길 바란다면, 그 대신 분개를 선택하면 된다.” (P. 394)


내가 불안과 두려움, 원망 등 부정적 감정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본성 보다는 가족이라는 존재 덕분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나에게 의지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면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이 내가 삶에 대한 의지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안정된 질서 속에서 그동안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가족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내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 이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큰 힘이 되었고, 혼돈을 헤쳐 나가는 강력한 무기와 힘으로 작용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내게여보, 좀 쉬어. 어차피 장기전이 될 수도 있어.“라고 어둠 속에서 아내가 조용히 건넨 말 한 마디, 회사를 향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말없이 아내와 맞잡았던 손의 온기에서 나는 위로 받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감사가 원망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실재하는 것과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독특하게 섞여 있는 것을 본다. 우리가 신뢰와 사랑에 기초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때 그 가능성은 정말로 기적을 일으킨다. 그렇게 기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심연과 어둠의 해독제를 발견할 수 있다.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P. 430)


조던 피터슨은 인간은 생애 전반에 걸쳐 자신을 개념화하는 존재 즉, 시간을 인식하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존재다. 현재의 우리는 미래에 매여 있는 동시에 우리의 미래도 현재를 기반으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지금의 현실에만 해당하는 것이므로 미래의 궁극적 가치를 대변하는 목표와 책임이 없으면 행복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 에서다. 또한, 현실에 실재하는 것과 미래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신뢰와 사랑에 기초한 관계에 기반한다는 저자의 말에 나는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그 말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계획이나 구상을청사진 (Blue Print)’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미래를 그리는 행위는 특정 시점의 순간을 박제하는 사진 보다 그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순간의 단면을 정확히 스크랩하는 것이라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일정 시간에 걸쳐 대상을 관찰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걸쳐 변화하는 대상의 입체적 모습을 화폭에 담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은 특정 시점에 국한된 대상의 모습을 무엇보다 정확히 포착하는 반면 그림은 일정 시간 동안의 대상의 변화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사진이 아닌 그림을 지향하면서 신뢰와 사랑 그리고 책임이 동반된 관계를 그려 나갈 필요가 있다. 저자의 말처럼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현실의 행복과 미래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 속 불분명한 선들로 이뤄진 한 사람의 형상 그리고 그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구축하며 쌓아온 세월의 궤적은 사진 보다 불분명해 보일 수는 있어도 그 시간의 농축성을 기반으로 안정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질서 너머의 미래 모습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이 던지는 시험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각자가 서로 다른 시험에 응하고 있다는 것을 종종 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답을 모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모범답안을 찾는 것으로는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없다. 조던 피터슨은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과 본작 <질서 너머>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철학이 담긴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법칙들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절대적인 법칙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모든 법칙들은질서혼돈’, ‘의미책임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될 수 있고, 이러한 큰 흐름 안에서 우리는 법칙들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변주할 수 있다.


”당신이 가는 길은 의미 있는 인생의 길, 질서와 혼돈의 경계에 해당하는 좁고 험한 길이며, 그 길을 끝까지 종주할 때 비로소 질서와 혼돈이 균형을 이룬다.“ (P. 109)


나는 삶을 수용한다는 것은 자발적이고 실천적인 선택을 내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저자 조던 피터슨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책임이란 다름 아닌 강인한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주어진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그 삶을 살아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상실과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의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연약하고 불완전한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가지고 상황에 대응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 쉽다.


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불완전함과 취약성이야말로 각자의 개별적 상황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분모가 아닐까? 신뢰와 사랑, 자발적인 책임이 동반된 관계를 구축하고 용기와 위로를 나누는 것은 서로의 결핍과 불완전함을 일정 부분 해소해줄 수 있는 심연과 어둠의 해독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절망속이라 해도 함께 있다면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아픔도 진정시키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간은 신뢰와 공감을 기반으로 진실된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다.


삶은 질서와 혼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정된 질서 속에 갑자기 혼돈이 찾아올 수도 있는 반면에 모든 것을 상실한 듯 한 순간에 새로운 질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질서와 혼돈의 경계를 걷는다는 것은 삶의 길 위에 있다는 것이고, 삶의 길을 걷는 것이 행복보다 훨씬 더 나은 지향점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위험 앞에 선 사람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강하고 용감해질 수 있다. 또한 진실한 관계 구축은 기적과 같은 힘을 발휘하여 어떤 짐이라도 함께 짊어질 수 있다. 우리 가족도 그렇게 삶의 길 위에 설 것이고, 흔들림 없이 함께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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