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박정권 -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박정권 이야기
박정권 지음 / 글의온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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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은 모두 마약중독자다. 그들의 마약은 바로 통계다.” -로버트. S. 와이더- 

 

 


 

야구의 역사는 숫자를 기반으로 한 기록과 분석, 수학과 통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는 기록경기로서 갖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갖는 특징때문이다. 야구 기록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리 채드윅은 야구기자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었고, 빌 제임스는 통계적, 수학적 야구분석방법인 세이버메트릭스를 만들었다. 혹시 영화 ‘머니볼 (Moneyball, 2011)’을 기억하는가?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단장 빌리 빈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스몰마켓 구단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빌리 빈이 부임하면서, 주어진 예산 한도에서 선수단을 운영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구하고 (예를 들어 타율이 낮아 몸값이 산 선수 중에서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는 전략), 이 결과 주목받지 못했던 팀이 2002년 20연승과 함께 지구우승을 차지하는 결실을 맺는다. 2004년 86년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이끌고 시카고 컵스로 이적하여 108년만의 염소의 저주를 깨고 우승을 이끈 테오 앱스타인도 세분화된 통계분석을 통해 저주를 깨고 기적을 만들어내었다. 최근에는 야구공과 선수를 추적하여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들을 기록, 수치화하여 분석하고 있다. 2014년 메이저리그 3개 구장에 시범 설치되었던 스탯캐스트는 2015년 메이저리그 전 구단으로 확대 도입되었고, 한 경기를 치를때 생성되는 약 7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공유하여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이 숫자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스포츠라면 누가 결과가 뻔한 승부를 흥미를 가지고 볼것인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요기 베라의 전설적인 야구명언은 마치 인생과도 같은 야구의 드라마틱한 속성을 대변하고 있다. 어쩌면 야구팬들은 기록에 열광하면서도 기록 이면에 존재하는 감동을 원하는 모순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성적 예측의 불완전성이 우리가 야구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이지 않을까? 통산 4,413이닝, 305승을 달성하고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대투수 톰글래빈은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You can't measure heart with a radar gun.)"는 말을 남겼다. 톰 글래빈의 말처럼 숫자로 표현되는 기록들은 선수들의 예상성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순 있지만 선수 개인의 열정, 원팀이 되어 발생하는 시너지를 대변해주지는 못한다. 내가 야구는 단순히 기록 스포츠만이 아니라는 걸 확신할수 있었던 건 한 선수를 알게 되고,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부터이다. 그는 바로 가을 사나이 박정권이다.

 

 

"어쩌면 박정권을 떠나보내는 것은 하나의 계절을 떠나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가을 마다 떠올리는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어줘서, 우리의 가을이 자신감과 자부심이 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지금도, 영원히, 공기가 달라지는 이 계절이 되면 늘 기억하겠습니다. 박정권의 두번째 야구인생도 응원합니다." - SSG 랜더스 공식 인스타그램 포스팅 中에서 -

 

박정권의 은퇴를 앞두고 그와 함께한 행복했던 추억들과 그를 떠나 보내야 하는 아쉬움 마음이 담긴 SSG 랜더스 공식 인스타그램의 포스팅을 보며 나도 과거의 추억에 젖어들었고, 또 그를 떠나보내며 마치 한 시대, 하나의 계절과 이별하는 것 같은 서운한 감정과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고 축하를 보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KBO 통산 1,308경기 1,134안타 178홈런 679타점 타율 0.273... 이는 박정권의 선수시절을 대변하는 숫자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기록 이면의 감동을 만들며 팀의 단합과 팬들의 열정을 이끌어냈던 선수였다. '봄, 여름, "정권", 겨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박정권은 자타공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가을 사나이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이른바 SK 와이번스의 왕조 시대, 그리고 SK의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모두 박정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시절에 SK는 7번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4번의 우승을 했고, 박정권은 2009년 플레이오프MVP, 2010년 한국시리즈MVP, 2011년 플레이오프MVP, 2018년 플레이오프 1차전 MVP, 2018년 한국시리즈 1차전 MVP를 수상하며 가을하늘을 수놓았다.

 


 

정규시즌 통산 성적 : 타율 0.273, 출루율 0.347, 장타율 0.460, OPS : 0.807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 : 타율 0.296, 출루율 0.376, 장타율 0.550, OPS : 0.926 

 

박정권의 정규시즌 통산기록과 포스트시즌 통산기록을 비교해보면, 그가 왜 Mr. October로 불리고, 가을을 대표하는 선수였는지 알 수 있다. 박정권은 KBO리그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3위(11개), 타점 3위(40타점), 2루타 2위(15개), 고의사구 3위(8개), 장타율 7위, OPS 8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들은 유난히 빛났던 가을의 박정권을 수식해주는 지표들이지만, 박정권은 팀이 꼭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 이런 숫자와 기록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활약을 하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이런 면모를 단적으로 잘 보여준 사례는 2018년도 포스트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커리어의 마지막 해였던 2018년,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2점 홈런, 한국시리즈 1차전 역전 2점 홈런 등 빼어난 활약으로 SK의 8년만의 우승을 견인했다. 

 

2018년의 박정권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기에 앞서 2018년 SK 와이번스의 우승의 의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시리즈 6차전 연장 13회까 가는 혈투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SK 와이번스의 우승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KBO리그의 계단형 포스트 시즌 시스템은 정규시즌 우승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4위와 5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뒤 이긴 팀이 3위 팀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또, 준플레이오프 승리 팀은 2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여기가 승리한 팀이 마침내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수 있는데, 이미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있는 정규시즌 우승팀에 비해 체력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 또한, SK의 우승은 역대 다섯 번째로 정규시즌 비우승팀이 정규시즌 1위 팀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업셋 우승'이었다. 40여년의 KBO 역사에서 전후반기 리그 및 양대 리그의 경우를 제외한 역대 ‘업셋 우승’의 사례는 5번뿐이다. (① 1989년 정규시즌 2위 해태 타이거즈, ② 1992년 정규시즌 3위 롯데 자이언츠, ③ 2001년 정규시즌 3위 두산 베어스, ④ 2015년 정규시즌 3위 두산 베어스) 역대 KBO리그에서 정규시즌 비우승팀이 포스트 시즌 이전 단계부터 시작하여 우승한 확률은 13.8%에 불과했다. 더더군다나 2018년 정규시즌 1위 두산과 2위 SK의 승차는 무려 14경기 반 차이였고, 이러한 승차를 뒤집고 이룬 SK의 업셋 우승은 역대급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양팀의 정규시즌 전적은 8승 8패였지만...)

 

"13.8 퍼센트, 결코 높지 않은 확률이다. 확률대로, 분석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건조하고 재미없겠는가. 삶은 절대로 확률과 분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흘린 땀방울의 열매가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기에 인생은 살아볼 만한게 아닐까?" (p. 27)

 

에이징 커브 (Aging Curve)는 선수의 나이에 따른 미래성적을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이에 따르면 야구에서는 선수 성적의 평균 추세가 일반적으로 27세를 정점으로 감소한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지만 평균에서 벗어나는 아웃라이어라고 하더라도 30대 중반을 넘어가게 되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성적이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2018년 박정권의 나이는 38세였고, 확연히 에이징 커브의 영향 아래 있는 듯 보였다. 팀내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나 1군에서 거의 기회를 받지 못했고, 정규시즌 14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0.172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2018년 박정권은 그의 별명처럼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자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야구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각인시켰다.

 


 

 

"잘 맞췄습니다! 중견수 쪽, 뒤로! 박정권이 시리즈 SK에게 첫 승을 안깁니다! 이게 가을사나이 박정권입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투런포를 쳤을때, KBS 이광용 아나운서의 멘트 -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평균적으로 홈런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KBO리그의 기록에 따르면 홈런은 평균적으로 한 타석당 약 3%라는 매우 낮은 확률로 발생하고 있다. 박정권의 기록을 보더라도 통산 4,700 타석 중에서 178개의 홈런이 발생하여 타석당 홈런 발생비율은 약 3.8%에 불과하다. 정규시즌에서도 홈런 발생율이 타석당 3%에 불과한데, 포스트 시즌이라는 중압감이 큰 경기, 더더군다나 9회까지 양팀이 팽팽하게 맞선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타격감을 유지하기 힘든 대타로 출전하여 끝내기 홈런을 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2018년 10월 27일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박정권은 9회말 김상수를 상대로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렸다. SK 팬사이트에서 팬들 사이에서만 언급되곤 했던 '정권이 내'라는 말을 전국적인 유행어로 만든 순간이자 한국 야구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드라마틱한 장면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통산 7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KBO 리그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홈런 (7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 MVP를 그가 차지한 건 당연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하면서도 다시 방망이를 들고 공을 때리고 날아오는 공을 향해 몸을 던지고 구르며 운동하다 보면 어느 날 감독님이 부르신다. '박정권 내!'" (p. 136)

 


 

 

뒤이어 열린 11월 4일 한국시리즈 1차전 6회초 2: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권은 두산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재역전 투런포를 때렸다. 이 홈런으로 박정권은 KBO 리그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3위에 등극했다. 이어서 7회에는 본인의 타석에서 장원준의 폭투로 SK가 추가득점을 올렸고, 고의사구로 나갔다. 9회에는 1사 1-3루에서 쐐기를 박는 희생플라이까지 만들어내며 3타수 1안타 1사사구 3타점을 기록, PO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MVP를 따냈다.

 

“가을을 노리고 운동하면 과연 가을이 왔다고 해서 성적이 올라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 도리어 가을이 오든 말든 내 갈 길 가고 있으면 어느덧 쌓인 노력과 지켜온 체력이 갑자기 균형을 찾으면서 홈런이, 승수가 쌓이기 시작하는 거야.” (p. 93)

 


 

 

우리에게 박정권은 가을을 대표하는 선수이지만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남모르게 눈물겹고 피나는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이는 지도자가 된 후 후배들을 코칭하는 모습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을야구를 생각하기에 앞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한 시간들이 시즌중에 표면화되고, 결국 이런 꾸준함으로 자타공인 KBO의 대표적 가을남자가 될수 있었던 그의 개인적 경험을 지도자가 된 박정권은 애정어린 목소리로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박정권이 은퇴식을 앞두고 했던 인터뷰에서도 빛나는 한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남모르게 그가 했을 진한 땀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박정권은 그의 선수시절을 5글자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5글자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7글자로 하겠다고 답하며 "소나무 같던 선수"라는 답을 했다. 사시사철 늘 푸른 모습을 하고 있는 소나무처럼 그는 우리에게 빛나는 한순간, 감동적인 경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비시즌 기간에도 꾸준하게 노력하고 준비해왔던 것이다. 그런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박정권은 팬들의 가슴 속에 빛나는 기억들을 심어주었고, 그 자신 또한 영원히 시들지 않을 소나무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력도 그리 좋지 못하다. '익상편 (翼狀片)' 이라는 낯선 이름의 안과 질환이 있어서다. 눈동자 표면에 꺼풀이 조금씩 덧자라는 질환인데, 증세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야구선수에게 인과질환은 치명적일 수 있다. 무조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찾은 방법이 바로 렌즈가 큼직한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었다. (p. 40)

 

 

 

<천하무적 박정권>을 읽으며 그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야구선수, 그 중에서도 타자는 동체시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야구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를 생각해 볼때 시력이 좋지 못해 안경을 착용한다는 것 만으로도 일정 부분 페널티를 안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시력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익상편 (翼狀片)'이라는 특수한 안과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것은 그의 팬을 자체했던 나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박정권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타석에서 타격 순간에 얇거나 작은 안경테나 고글을 쓰고 있다면 눈앞으로 공이 들어왔을 때 시야의 초점이 순간적으로 맞지 않았고, 이같은 미세한 차이는 렌즈 밖 공과 렌즈 안으로 들어온 공 사이의 차이에 의해 타자가 공의 궤적을 놓칠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박정권은 이런 사실을 깨달은 이후에는 렌즈가 큼직한 안경 착용만 고집했다. 이는 그에게 맞춤옷처럼 좋은 선택이 되었다. 교정시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시각 안에서 투구를 집중할 수 있어서 정밀 타격이 가능해졌다. 박정권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인 '왕방울 안경'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불편한 눈에도 불구하고 야구계에 자리 잡았고, SK 왕조 시절 4번 타자로서 맹타를 휘둘렀다.

 


 

 

"많은 팬분들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진 못하지만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부럽지 않은 선수 생활을 했고,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팬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 선수생활 때 받았던 많은 사랑이 그때는 희미했고, 막연했었습니다." - 은퇴사 中에서 -

 

앞서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박정권의 오랜 팬으로서 그를 떠나 보내는 것은 무엇 보다도 아쉬움 마음이 크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은퇴식에도 팬들이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하고 텅빈 관중석의 다소 썰렁한 분위기로 그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은퇴사를 낭독하는 그를 지켜보면서 그의 선수시절에 왜 더 크게 환호하고 응원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운 마음과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열어갈 그의 앞날을 왜 현장에서 함께 기뻐하고 축복해줄 수 없는 것인지 너무나 답답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수생활의 그 못지않게 지도자로서의 그도 여전히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끝내기 홈런의 방망이는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연습용 방망이가 되어 내가 지도하는 2군 선수들의 연습을 돕고 있다. '이 귀한 것을 왜 연습용으로 내셨어요?' 그때마다 나는 별말 없이 빙그레 미소로 대답을 한다. '그래. 그거야. 이 방망이로 연습하고 너도 나중에 멋진 홈런 꼭 날려야 해. 알았지?' " (p. 162)

 

야구는 앞으로도 숫자와 우연, 그 두 시소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방랑자 같은 스포츠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박정권에게 열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박정권이 키워낸 또 다른 박정권 키즈들에게도 열광할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결정적인 빛나는 한 순간을 만들어낸 너무나도 소중한 방망이를 아낌없이 후배들의 연습용 방망이로 제공하는 그를 보며 나는 이를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선수로서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지도자로서 자신의 가을 DNA를 후배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넣는 자랑스러운 랜더스의 지도자로 또 다른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 갈 박정권의 두번째 야구인생을 응원한다.

 

 

그가 은퇴를 기념하여 그의 선수생활과 짧게 나마 경험한 코치경험을 돌아보는 책을 낸다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놀랍고 반가웠다.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그의 책 <천하무적 박정권> 두 권을 주문했다. 한 권은 선수시절 동안 내게 너무나 큰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준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의미에서, 나머지 한 권은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열어갈 그의 앞날을 지지한다는 의미에서였다. 선수생활에 이어 이제 지도자로서 나아가는 박정권에게 더 빛나는 나날들이 펼쳐지길 그를 영원히 지지하는 팬으로서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외쳐본다.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박정권!!, Good-Bye MR.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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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울립 2021-11-29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댄디한 박정권선수. 은퇴하고 책도 냈군요!! 좋아하던(는) 선수 중 한 명.

잭와일드 2021-11-29 10:51   좋아요 0 | URL
네 올 가을 처럼 아쉽게도 ㅎㅎ 가을만 오면 유난히 그리워질 듯 합니다^^

KK 2022-09-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동화과 가을정권ㅠㅠ 근데 올해는 가을에 왜이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