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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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의링컨 #조지손더스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소설 #독서기록 #lincolninthebardo

바로 직전에 조지 손더스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를 읽고, 조지 손더스의 소설이 궁금해서 도서관을 검색했는데, 이 책이 있었다.
2017년 맨부커상 수상작.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셋째 아들 윌리가 장티푸스로 죽는다. 아버지 링컨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묘지를 찾고 아들의 주검을 안아준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그곳에서는 수많은 영혼들이 이전 삶의 기억을 놓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다. 영혼들은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들은 당시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덤에서조차 흑백 인종 갈등이 있고 사랑과 상실에 몸부림친다. 아버지 링컨은 아들의 죽음을 애닳아하며 동시에 자신의 결단을 필요로하는 많은 일들을 떠올린다.

이 곳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림보, 연옥이 배경인가? 제목의 ‘바르도 bardo‘는 티벳 불교 용어로 중유, 중음이라 하며 죽고 나서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를 가리킨다고 한다.

조지 손더스는 윌리의 죽음과 미 남북전쟁 와중에 힘들어했을 에이브러햄 링컨의 아픔과 책임감, 고뇌 등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두서없이 뱉어내는 말로 처음에는 산만하다 싶었는데 읽다보니 커다란 하나의 강줄기로 모아진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에서 수없이 ‘삭제‘하는 필요성을 강조했던 작가라 ‘자기는 말이 많네!‘ 했는데 필요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1862년 아들이 죽고, 1865년 아버지 링컨이 죽는다. 읽다가 검색해보고 ‘오래지않아 아들을 만나는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

추천.
(옮긴이의 말에 내가 궁금해하던 것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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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것이 어쨌단 말인가.
할 만한 일을 한 사람치고 비판을 받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p338

그분은 펼쳐진 책이었어. ‘펼쳐지고 있는 책‘. 그 책은 방금 조금 더 넓게 펼쳐졌지. 슬픔에 의해서. 그리고...우리에 의해서, 우리 모두, 흑인이건 백인이건...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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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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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어떻게읽는가 #조지손더스 #정영목 옮김 #어크로스 #독서기록

진짜 순전히 ‘작가‘는 어떻게 읽는지 궁금해져서 제목에 홀려 구매했다. #조지손더스의쓰기를위한읽기수업 이라는부제가 달려있는데  이 책을 읽는다고해서, 읽고싶다고 해서 내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ㅎㅎ 게다가 나는 ‘조지 손더스‘가 누군지 몰랐다. 긁적.

조지 손더스는 소설가 겸 대학교수로 2017년 맨부커상을 받았고, 국내에 번역된 책도 여러 권 있다 (한 권도 안읽었는데...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저자가 교수로 재직 중인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미국의 젊은 작가들과 19세기 러시아 단편소설 수업을 (매년 6명을 뽑는다고) 한 내용이다. (문예창작 석사과정)

안톤 체호프, 이반 투르게네프,  레프 톨스토이,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7편을 읽고, 집중 분석, 분해하여 작가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가를 생각해보고, 당신(독자? 작가?)이라면 어떻게 쓰고 싶은가 연습까지 하게 한다. 실제 그 수업은 2명의 학생작가가 작품을 써오고, 교수 포함 나머지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갈갈이 분해하고 삭제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우웩...상상만 해도 토 나올 것 같다.) 이 책에도 자르기 연습, 확장 연습, 번역 연습 부록이 있다.

‘의외로‘ 대작가들이 짧은 문장 또는 중언부언하는 것같은 (필요없을 것 같은 자연 묘사등) 표현에서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유추해내는 과정이, 함축된 표현 이면에 무엇이 가려져있을까 상상하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읽히는 글을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 지, 어떤 연습이 필요한 지에 대한 저자의 서술에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글은 그냥 쓰고싶다고 쓰면 안된다. 천재작가들은 그래도 되겠지만.

저자는 소설은  사람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한다. 나야 뭐 순전히 재미로 읽어대고 있지만, 소설을 통해 다양한 인간들, 세상을 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변했겠지.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앞으로는 소설을 마냥 쉽게읽어내지는 못할 것 같다. (예리한 분석이 따라가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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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와 함께 소설 일곱 편을 읽다 보면, 무슨 목적으로 이 책을 펼쳤든 ‘읽기, 쓰기, 그리고 삶‘이 결국 한 몸임을 깨닫게 되고, 바라건대, 책을 덮을 때는 펼칠 때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p640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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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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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카뮈 #안건우 옮김 #녹색광선 #희곡 #독서기록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5년 전, 코로나가 시작했을 때 읽었다. ‘페스트‘에서 여러모로 암울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 녹색광선 출판사의 신간 ‘계엄령‘을 읽다. (아..이 무슨 아이러니..)

1948년에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계엄령‘은 총 3막으로 이루어진 희곡이다. 읽다보면 절로 그 무대가 눈 앞에 펼쳐진다.

불길하게 여겨지는 혜성의 출몰로 시민들은 불안에 술렁거린다. 총독은 혜성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 공표하는 것으로 그 불안을 잠재우려고 한다. 그런데, 페스트가 나타난다. (여기서 페스트는 질병이면서 전체주의를 대변한다) 총독 및 사제 등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 받고, 페스트에게 도시를 인계하고 떠난다. 남겨진 시민들은 모든 것을 통제받고, 거슬리면 페스트에 걸려 죽는다. 페스트의 비서가 가지고 있는 수첩에는 모든 시민의 정보가 적혀있고, 이름에 줄이 그어지면 끝난다. 데스노트. 연인 사이였던 디에고와 빅토리아. 빅토리아가 죽음에 이르자, 자신의 목숨을 대신 가져가라고 절규하는 디에고에게 페스트는 둘을 살려줄테니, 도시를 자기에게 넘기라고 한다...

여러 상징이 담겨있는 내용으로 가장 드러나는 주제는, 모든 비겁함은 두려움에서 나오고, ‘사랑‘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두려워하지 말라. 페스트 같은 완전무결한(?) 절대악도 뜻밖의 치명적인 결점이 있고 그 결점으로 인해 페스트는 물러나지만 일시적으로 언제든지 다시 방문할 수 있다.

카뮈의 ‘계엄령‘은 전작 소설 ‘페스트‘에 이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무대에 올려졌을 때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 제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치 파시즘이 초래한 인류의 비극은 나치에 대항하기 위한 적과의 동침이었던 이념 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희곡의 배경이 스페인  해안도시 카디스라는 점에서, 혹자는 왜 소련의 공산주의를 비판하지 않느냐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카뮈는 배경이 어디인지는 자신의 주장에 상관없다고 보았다. 그는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나치즘과 공산주의(특히 소련  스탈린 치하)를 동일하게 비판했다.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니 생각의 갈래가  얼마나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지. 독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해석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읽다보니 나는 지독한 허무주의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디에고의 선택, 이 책의 결말 (두 버젼이 다 실려있다) 또한 무슨 의미가 있나싶고. 본디 ‘동물‘인 인간은 치열한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그래서 ‘더불어‘라는 의식은 누구나(?) 아니 많은 사람이 꿈꾸지만 그건 꿈에, 이상에 불과하다. 차라리 ‘초인‘이 군림하여 하해같은 사랑과 배려로 잘~~살게 해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그런 초인이라면. 그런데 그렇다면 그 초인은 독재자일까 아닐까?

암튼..읽어보시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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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먹다 - 어머니들의 리틀 포레스트
이혜숙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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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먹다 #이혜숙 #에세이 #글항아리 #독서기록


일드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특별하지 않은 재료로 무난하게 만들어낸 일본 집밥에 감탄하고, 이어서 나온 한국 드라마에서도 그렇게나 어린 (젊은) 아가씨가 요리해내는 우리 맛(보이는)에 감동을 받았었다. 드라마 속의 두 주인공들은, 어머니가 만들어주었던 맛을 재탄생시키려 노력하고 그 요리는 힘든 그들의 삶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즉, 그 요리는 어머니의 손맛이었고, 어머니의 위로였다.

#어머니들의리틀포레스트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혜숙의 ‘계절을 먹다‘
가 출간되고,  아가씨가 아닌, 동년배(!) 아주머니의 평생이 담긴 그 맛이 무엇일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혜숙 작가가 그려낸 그 맛은, 지역은 달라 조금은 다르지만 우리 땅이 선물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 이다.
나의 부친은 직업 군인이어서 이사가 잦아 나는 ‘국민학교‘를 다섯 번 옮겼다. 영호남을 지그재그로  짧게나마 거주하면서  현지의 삶을 (친구들의 집을) 슬쩍슬쩍 엿보고 맛보았고,  본가(경상도)로  할머니를 뵈러 방학 때 방문하며 접했던 시골 생활이  이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던 음식과 계절과 상관없이 작가의 어머니 손맛에 관련된, 그리고 과거 어머니들의 힘든 주부생활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꾸 옛날 생각이 나서 멈추곤 했다. 지금도 할머니 댁 우물 두레박에 담겨 우물 속에 내려져있던 수박이 떠오르고, 더운 여름에 내가 좋아한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진하게 끓여주시던 큰엄마의 추어탕이 생각난다. 큰엄마의 추어탕은 울 아버지도 제일 맛있었다고 (지금껏 드셔보셨던 추어탕 중에) 인정하신다.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채소 등 모든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그럼에도 지금은 손이 많이 간다고 하기 싫어하는 많은 것들. (추어탕 이야기 하니까 말인데, 울 시아버님은 지금도 가락시장에서 미꾸라지 사서 집에서 끓이면 좋은데...라고 하신다. 네버! )  아이들은 모르는 이야기를 하며 그땐 그게 맛있었는데..하며 입맛만 다시는데. 그러고보니 입춘이 막 지났고, 된장 담는 시기네. 두어번 직접 담아봤는데, 맛은 진짜 좋았는데..ㅎㅎ
암튼..추억을 먹는 책이다. 남도쪽 사투리가 많아 휙휙 읽어내긴 쉽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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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튜울립 > 화양연화

보라색커버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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