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바니즘 - 서울 도시형태의 회고적 읽기
이상헌 지음 / 공간서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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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바니즘 #이상헌 #공간서가 #독서기록

여행을 하다보면 그 나라의 도시 풍경은 나라별로 고유의 특성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정하고 계획적으로 조성된 도시들은 (파리, 빈, 바르셀로나 등) 얼핏 바라만 봐도 통일성이 느껴지고, 그렇지 않은 중세 도시들도 성당 및 광장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지역 나름의 개성이 있다. 반면 서울을 보면 이렇다할 통일성이 없고, 전통미도 없고, 뒤죽박죽 어수선하고 삭막하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옛 건물들이 거의  목조 건물이어서 화재로 소실되었거나 일제 강점기때 의도적으로 파괴해서 그렇겠거니하고 애써 변명도 하고, 살아내기에 치중하면서 미적 추구까지는 힘들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싶지만 그래도 중구난방으로 펼쳐진 모습이 많이 아쉽다.

건축학자 이상헌님의 ‘서울 어바니즘‘은 ‘정체성이 없는 도시 서울‘을  역사적, 건축학적으로 세계 여타 도시들과 비교 분석하며 서울(한성)이 왜 이런 모습으로 건설되었는지,  20세기 이후의 급격한 변화와 팽창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서양의 도시 계획 기법이 서울에 적용되면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그 형태적 과정에 대한 기록을 하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제시하는 책이다.

서양의 도시들은  큰 길에 건물들을 통일감있게 배열하여 도시 전체가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보기 좋게(?)하기 위해서는 밀어붙일 수 있는 강력한 권력과 돈이 필요했다.(절대 왕정 등) 지금도 그 도시의 건축은 법에 의해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게 강력한 제지를 받는다.
서울(한성)은 자연(배산임수)을 그대로 두고  도읍지로 지정된 이후, 길이 먼저 생긴 것이 아니라, 궁궐이 먼저 자리를 잡고  왕이 이용할 대로가 짧게 형성된 이후, 고관대작들이 나눠 받은 필지 안에 제각각 건물(집)을 지었다. 그 필지를 이용하기 위한 길은 나중에 생겼고. 이런 전통은 현대의 서울에 그대로 나타난다. 계획 도시였던 강남도 큰 대로로 나누었으나 블럭 내부는 옛 필지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좁은 길이 생겼다. 또한 ‘담‘이라는 독특한 경계가 특징이다. 개별적인 건축법은 있으나 서울 전체의 통일된 그림은 없다.

우리 도시의 모습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참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 및 세계의 건축사를 함께 훑어 보는 재미도 있다.

서울이 이미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 경제성만 따지지 말고 부디 자연 친화적이며 사람이 살기 좋은 멋진 서울로 변신하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의 서울이 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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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평전
파크 호넌 지음, 김정환 옮김 / 삼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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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평전 #파크호넌 #김정환 옮김 #삼인 #독서기록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대부분은 #셰익스피어 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터이고, 그의 4대 희곡(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텔로)을 비롯하여 여러 작품에서 인간의 감정을 그토록 섬세하게 들여다본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은데, 정작 작가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게 거의 없었다. 연극배우였을 수도 있고, 작가가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명이어서 어쩌면 셰익스피어는 대표적 필명일 수도 있다는 어렴풋한 정보가 머리에 있다.

파크 호넌의 ‘셰익스피어 평전‘은 1564년에 태어나 1616년 사망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애를 그의 부모, 형제, 결혼, 자녀들, 살았던 곳,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근황, 그가 활동했던 극장 및 극장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총괄하여 이보다 더 자세할 수 없는 정보를 담고 있다.  어찌보면 투머치.

그의 작품에 대한 분석은 당연히 따라오고, 그의 작품이 일부는 다른 이들과의 협업에서 나온 것이나 (문체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고) 그의 작품이라고- 그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밖에 없고,  인간에 대한 묘사가 단지 작가의 머리 속에서 창작된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사회 상황, 사건, 국제 관계 등) 에 대한 관심과 분석을 통해 표현된 것임을 알려준다. 작가 자신 뿐 아니라  17세기 영국의 사회상을 면밀히 알 수 있게 된다.

1616년 4월 23일 셰익스피어가 사망했는데 같은 날 세르반테스도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책의 날‘이 4월 23일.  작가에 대해서 알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보다 도움이 되는 것은 그림 (및 기타 예술)뿐 아니라 문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파크 호넌은 참으로 말이 많은 사람인 듯하다. 들려주고 싶은 말이 진짜 많은 듯. 끝없이 늘어지는 그의 글을 보면 번역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번역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직독직해처럼 번역되어 있다. 그래서 살짝 원전을 바로 읽는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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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의 레이어 - 눈맛의 발견
안현정 지음 / 아트레이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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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의레이어 #안현정 #아트레이크 #눈맛의발견 #독서기록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인 저자 한현정은 최근 한류 덕분에 일어난 ‘K-Art‘ 선풍에 주목하고, 세계인에게 스며든 한국 고유의 전통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소재 주의를 탈피한 전시 방식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 현대를 잇는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 전통은 고루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탑재한 ‘원형‘임을 역설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도자기, 서화, 공예와 건축 분야의 유산, 예술을 분석하고 26명의 현역 작가들에게 ‘한국미란 무엇인가‘ 질문하고 그들의 전통을 탑재한 미래 지향적인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그들의 새로운 시도에 눈이 번쩍 뜨인다.

수록된 작가들의 작품 하나하나가 다 의미있고 멋있는데, 특히 자개를 이용한 김덕용 작가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자개 달항아리로 유명한 류지안 작가도 기억난다. 뉴스를 보고..나도 하나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ㅎㅎ

#눈맛의발견 이라는 코너도 재미있다. 조선 왕의 초상화 어전이 왜 5점 밖에 안남아있는지 등 여러가지 정보를 담고 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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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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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잔혹극 #루스렌들 #이동윤 옮김 #북스피어 #추리소설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작년에 출간한다는 광고를 보고 메모해 놓았던 책.
보통 추리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온갖 증거들이 슬쩍슬쩍 모습을 보이고, 형사나 탐정이나 일반인이든 사건해결자가 모든 증거를 조합해서 범인을 추론해내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책은 첫 페이지, 첫 문장에서 범인이 특정된다.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p7
소설은 계속 유니스의 범행 동기도, 사전 계획도, 범행으로 인한 이득도 없었다고 이어서 서술한다. 왜? 유니스는 어떤 사람이길래?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소설을 읽는 내내,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가 떠올랐는데, 장정일 작가의 후기에도 그 책이 언급된다. 아우슈비츠의 여간수였던 한나가 문맹이라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함구하고 18년 동안 모든 죄를 덮어쓰고 투옥되었던.

루스 렌들은 문맹은 단지 글을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소통의 부재, 무감각, 무감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납득이 가지만 과연 그럴까? 주인공 유니스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남들이 알까 두려워 타인들과의 관계 맺음을 아예 차단한다. 적대적으로 소극적인 그녀는, 열린 마음이었던 주인의 호의(운전 면허를 따게 해주려 하고, 텔레비젼이 놓여진 안락한 방을 제공해 준)를 거절하고 은둔한다. 게다가 그녀가 유일하게 가까이 하게된 사람은...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문맹자가 많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문맹자가 많았기 때문일까 사람들과의 소통이 닫혀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같은 글도 다들 얼마나 다르게 읽고 이해하는지. 결국 글을 읽을 수 있으면 많은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몸은 집에 있지만, 머리 속으로는 시공간을 여행한다..) 글을 읽는다고 해서 절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의 자일즈가 그 예. (다행이도 나는 자일즈만큼은 아니네..)

보통 추리소설을 읽을 때  약자의 범인에게 그럴 수도 있지하고 감정이입이 되곤했는데,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이토록 범인이 싫을 수 있는지..으.. 제목이 참. ‘A Judgement in Stone‘

루스 렌들이라는 이름은 처음 접했다. 매력있다.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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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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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온다 #한강 #창비 #소설 #독서기록

읽으려고 마음 먹기까지 오래 걸렸고, 책을 앞에 두고 막상 읽기 시작하기까지도 오래 걸린..오래 걸릴 수 밖에 없던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1980년 5월 18일부터 광주에서 열흘간 일어난, 일어나서는 안됐던 비극의 순간들. 그 기간동안 참혹한 현실을 목도했던 사람들의 그리고 그때 유명을 달리했던 영혼들의 속삭임이 담겨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그 이후로 살아있지만 살아있는게 아니었다.

책을 덮고 착잡한 마음은 먹먹해서 뭐라고 기록을 남겨야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하게 알겠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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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p96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99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p135

형이 뭘 안다고...서울에 있었음스로...형이 뭘 안다고....그때 상황을 뭘 안다고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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