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비평적 사전> 영어판. 

원저가 불어인 책들은 불어 원서도 사두고 싶어져서 (돈이 없든 말든, 언제 죽을지 모르거늘) 주문도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은 다행히 아직은 그러게 되지 않고 있다. 불어로는 여러 권으로 나왔고 중고도 비싸다. 


80년대 말에 나온 책이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혁명 2백주년 기념으로 나온 책이라고 본 거 같기도 하다. 2백주년 기념으로, 다같이 손잡고 (아직도 어딘가에 혁명 예찬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찬물 끼얹기? 혁명, 이 세계사의 가장 위대한 사건, 이 사건의 의의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절대 이런 느낌 아니다. 그 반대에 가깝다. 그러는게 혁명사 연구에서 "수정주의"라 불리는 경향인가 모르겠지만, 아무튼 혁명은 어떻게 혁명적이지 않았는가가 여러 항목들에서 반복되는 논조. 다 맥락화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그러라고) "배운" 논조라고 느껴지는 대목들이 꽤 있다. 억지로 그러는 느낌. 어쩔 수 없이 그러는 느낌. 책임 저자인 프랑수아 푸레, 모나 오주프가 다수 항목들을 썼는데, 그들 글에서도 그렇다. 고통스러운 의무처럼 침착하게, 혁명의 주인공들, 혁명의 중요한 사건들이 어떻게 시작부터 이미 실망을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예비하고 있는가 추적하는 느낌. 


그러다 갑자기 열정이 폭발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들을 처음 이 연구로 이끌었을 그 무엇들이 갑자기 깨어나 이들 정신을 자극하고 지배함? 특히 오주프의 글에서는 이런 면모가 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알고 보면 대단하지 않고 우릴 실망시켜도 그게 당연한 ...... 아니야! 당통! 적어도 이 순간의 너는 위대했어! (....) 그러나 우리는 그의 보잘것없었음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런 느낌.  


프랑수아 푸레는 내가 읽은 글에서는 언제나 저, 건조하고 냉정하고 침착하고 충분히 깊은 환멸 준비되었음 모드인 글을 쓰다가 단 하나의 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반대가 되는데 그게 "미슐레" 항목이었다. 이 책은 5부로 되어 있다. 1: Events, 2: Actors, 3: Institutions and Creations, 4: Ideas, 5: Historians and Commentators. "미슐레" 항목은 5부, "혁명의 역사가들과 논평가들"에 있다. 







최근 박스세트로도 나왔던 미슐레의 프랑스 혁명사. 


"미슐레" 항목을 읽으면, 아니 이렇게 쓸 수도 있는 사람이 왜 계속 저렇게 썼던 겁니까. 

제 심장이 지금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심정이 된다. 완전히 거스를 수 없이 걷잡을 수 없이 영업당한다. 


그래서 사려고 하는데 

.... 비쌈. 그래도 사야. 살 거야. 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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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9-02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시고 포스팅 올려주세요. ^^

몰리 2021-09-02 08:14   좋아요 0 | URL
넵넵. 불어책들, 표지 보는 것만으로도 살 가치 ㅎㅎㅎㅎ 있는 불어책들!

공쟝쟝 2021-09-02 0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요 사! 프랑스 혁명덕후 몰리님을 위해 나온 거 맞아요!

몰리 2021-09-02 08:11   좋아요 1 | URL
지금 찜해논 중고 매물이 66불인데
.... 재난 지원금 들어오지 않나?? 하면서 ㅎㅎㅎㅎ 그런데도 확 사지는 못하고 있지만
사야겠습니다.

공쟝쟝 2021-09-02 08:14   좋아요 1 | URL
그리구 가을 이구.. 추석 이잖아요..? 😌
 




아마존 중고로 받은 책 중엔 이것도 있다. 

영국 비평가 프랭크 커모드의 회고록. 표지 중간 이미지 안에, 바로 확 보이지 않지만 A Memoir 이렇게 적혀 있다. 

<랩걸>이 베스트셀러 되는 걸 보면서 궁금해지던 것. 인문학계에서 나온 회고록은 무엇이 있는가. 어떤 회고록이 만인에게 호소했는가. 그래서 알아보다가 커모드가 쓴 이 책 알게 됐었다. 아주 유명한 책으로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가 있. 


오프닝이 이렇다: 


Frank returns to Douglas. 

-- Times crossword puzzle clue. 


Between these origins and that ending is where the weather is, fair or foul: the climate of a life. Not, as some have said, a dream, but a climate, a microclimate, le temps qu'il fait


이 네 줄. "번역불가"라는 게 꼭 대단한 책, 대단한 문장에 해당하는 게 아님을 알게 하는 네 줄. 

원문의 한 80%는 보존하는 내용으로 번역 해보려고 애를 써보았는데, 계속 포기하게 된다. "이 시작과 저 끝 사이, 삶은 거기 있다. 삶이라 우리가 부르는 날씨가, 혹은 기후가 거기 있다. 화창하고 혹은 끔찍한 기후가. 그것은, 그걸 그렇게 부른 사람도 있었지만, 꿈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았던, 우리 각자의 기후다. le temps qu'il fait." 대강 이렇게 번역해 봅니다. 


그런데 불어를 공부했던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끝의 한 구절에 눈이 반짝일 문단이기도 하다. le temps qu'il fait. 흐흐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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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27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짝. le temps perdu

몰리 2021-08-27 21:22   좋아요 1 | URL
알라 르세르셰 ㄷ토ㅗㅇ 페ㄷㅠ ㅎㅎㅎㅎㅎ

스탠포드 불문과 조슈아 랜디가 ㅎㅎㅎㅎㅎ (아 맥주 마시면서 취해서 계속 혼자서도 웃게 돼요) Entitled Opinions 출연해서 프루스트 얘기할 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불어로는 이런 제목이죠.... 말하던 거 바로 생각나서 웃게 돼요.

프루스트. 조롱도 하면서 더 깊이 덕질해 드려야겠다는 다짐도 다시 하게 되고.

유부만두 2021-08-27 21:55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는 자학적 유머도 잘 쓰니까 놀리기도 좋아요. 변태에 찌질인데 부자라 싫은데 또 은근 귀엽고요.

근데 저 entitled opinions 저 부분 찾아 들었는데 조슈아가 후루룩 제목 얘기하네요. 얘도 좀 프루스트 같나요. 살로옹 발음이 웃기고요.
오늘은 캔 몇 개나 여셨나요? ㅎㅎ

몰리 2021-08-28 10:15   좋아요 0 | URL
조슈아 랜디는 말로 들을 때는 뭐랄까 발랄하달까 ㅎㅎㅎㅎ 영국 억양이 매력적으로 들린다는 걸 알고 있는 영국 남자의 허세? 같은 게 좀 귀엽게 있으신데, 책은......... (책은 좀 많이 별로였어요). 아 그래도 Entitled Opnions 전성기의 에피였어요 그가 출연해서 프루스트 얘기하던 에피. 한국의 Entitled Opinions가 있어야 하는데..... ㅜㅜ 잃시찾. 불어로 다 사둔지 오래임을 수시로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꼭 불어책을 사고 싶으면 그거나 읽어라, 기억하지만 그러나 또 삼.

반유행열반인 2021-08-27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카를로 로벨리 책에서 temps가 시간이면서 날씨라고 배우고 이 글을 보게 되어 반가웠어요 ㅎㅎㅎ

몰리 2021-08-28 10:19   좋아요 1 | URL
프랭크 커모드도 아주 딱 적절하게 짧은 한 문단의 끝에 저 구절을 배치해서, 독자에게 하.... 얕은 한숨 쉬게 만들고. 이제 우리에게 날씨와 시간은 분리가 안되겠지요? ㅎㅎㅎㅎ 우리는 불어를 배운 사람.

반유행열반인 2021-08-28 12:44   좋아요 1 | URL
저는 우리에 안 들어가요 저는 학창 시절에 불어 까고 독어 선택하고 지금은 그나마도 까먹은 모노링궐입니당 ㅋㅋㅋㅋㅋㅋㅋㅋ
 








불어책은 꾸준히 사고 있어서, 오늘은 이 책을 받았다. 오사무상의 인간실격. 

앞의 몇 페이지 읽으면서 이십여년 전 영어 공부로 <달과 6펜스> 읽던 기억이 남. 

뭔가 둘이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느낌? 그보다는, 이제는 말해야겠다?

이제 나는 내가 되어야겠어. 더 늦기 전에 나는 나로 말하려고 해... 느낌? 오사무는 풀죽어서 그러고 

모옴은 오만하게 그러지만? 



며칠 전 받은 것 중엔 

사강의 이 책이 있다. 오사무 책은 알라딘 중고. 사강 책은 아마존 중고. 








다른 거 없이 오직 불어 공부 하는데만도 하루가 짧다. 하루가 정말 휙휙 지나간다. 

그런데 불어 공부 재미있고 (재미에 보태어 심지어) 보람도 있다. 내 경우엔 무엇보다 바슐라르 연구서들을 잘 읽고 싶은 게 우선이긴 했지만, 그것들 말고도 읽을 것들, 읽고 싶은 것들은 무궁무진. 콩도르세. 마지막 계몽사상가로 불리는 콩도르세. 영어로도 번역이 극히 미흡하게만 된 콩도르세. 그의 저술 중 <공교육을 위한 5개의 테제> 이런 책이 있는데,  이제 이 문장이 이해가 됩니다! 이제는 읽을 수 있습니다! (....) 감격했었다. 


오늘 금요일. 참으로 오랜만에 불금이란 걸 해보려고 

올해 6월 사랑했었던 공간, 그 즈음 막 개업했었던 편의점에 가서 맥주 사왔다.

그 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나는 왜 이 편의점에 거의 가지 않게 되었는가? 

"맥주가 좋아? 불어가 좋아?" 물으신다면 ........ 그야 당연 불어라고 답할 판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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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27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람! 그 귀한 것을 불어 공부에서 찾으셨다니 감축드립니다. 요샌 날이 좀 선선해져서 맥주의 가치가 불어에 밀려 살짝 떨어진 게 아닐까요?

몰리 2021-08-27 19:50   좋아요 3 | URL
What does it mean?을 불어로는 뭐라고 해?
유튜브 Learn French with Pascal, 이 채널에 저런 동영상이 있길래 봤더니 what does it mean?에서 mean은 불어로는 두가지 의미가 될 수 있는데 vouloir dire, signifier, 그렇다고.... 하는 걸 보면서도

아악 불어, vouloir dire, 이거 너무 좋아! ㅎㅎㅎㅎㅎ 아니 물론 영어로도 want to say, 그럴 수는 있지만 불어가 더 딱 꼭집는 느낌이잖아? 이러면서 좋아했어요....

알아갈수록 더 알고 싶어지고 ㅎㅎㅎ;;;; (오도방정) 신기하고 매력적인 언어! 스탕달은 불어로 읽으면 얼마나 오묘하고 심오할까. 발자크는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 사실 거의 읽은 적도 없는 작가들을 이렇게 상상하게 되고. ㅎㅎㅎㅎ 아이고.

얄라알라 2021-08-28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리님, 정말 공부를 즐기며 피부로 살로 만드시는 분인듯 합니다. 원전으로 읽고 싶으셔서 불어를 이리 재미있게 공부하신다니 크게 느끼고 갑니다!!!^^

몰리 2021-08-28 10:25   좋아요 0 | URL
단어들 뜻은 알겠는데 문장 구조가 이해가 안되어서

이게 뭔소리여? 아우.....

하다가, 설거지 하고 들어와서 다시 보면 구조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일. 그런게 ㅎㅎㅎㅎㅎ 특히 재미있다고 느껴집니다. 문장 단위로 퍼즐이 해결되는. 어휘도 참 신기한 어휘들이 많더라고요.

scott 2021-08-28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뽈리오 문고판 무지 사릉하는 1인! 🖐
뤼팡 시리즈 뽈리오 문고본으로 정복!
심농은 뛰엄, 뛰엄!

개인적으로 안나 가발다 구어체 프랑스어 좋아 합니다

근데 알라딘 중고에 다자이 오사무 불어판도 팔다니! 신기 방기 ㅎㅎㅎ

몰리 2021-08-28 10:22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에 불어 전문적으로 읽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 거 같기도 해요. 찾아보면 별별 책들이 다 중고로 나와 있고 꾸준히 나와요!

뽈리오 문고판도 좋고
푸코 Dits et Ecrits 이 책 낸 Gallimard Quarto 이 시리즈 책들도 감탄스럽.
거의 2천 페이지, 사전 재질 얇은 종이 페이퍼백인데 무진장 짱짱하고 형광펜 진하게 그어도 뒤로 비치지 않고.
 




집에서 둘레길 입구가 30초 컷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사실 이건 과장이긴 하다. 

둘레길까지 150m라는 표지판이 집 앞에 있다. 아주 바로 앞은 아니고 한 10m 앞? 이 표지판까지가 아마 그러니까 집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도착하는데 약 30초. 이 30초에 보태어 둘레길 들어가기까지 느린 걸음으로 2-3분. 30초는 우사인 볼트 생각하면서. 우사인 볼트에게 이것저것 다 합쳐 넉넉잡아 30초. 


지척에 있으니 매일은 아니어도 자주 둘레길 걷겠다는 계획 있었으나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입구 근처에 비밀의 화원 느낌 공간이 몇 군데 있어서 거길 자주 간다. 숲에 폭 싸인 작은 놀이터. 혹은 작은 공터이자 배드민턴장. 자연적으로, 그냥 지형이 테라스인데 그 점 이용해 전망대처럼 만들어 놓은 곳. 등등. 이 비밀의 화원 느낌 공간들은 근처 아파트 단지와 직접 연결되는 다른 경로로도 갈 수 있다.   


이곳들이 좋은 건 그 조용함 때문에. 

차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게 아주 너무 좋음. 

울창한 숲 속에 숨겨진 조용한 공간. 여기 가서 강의 이어폰 끼고 들으면 집중이 잘 된다. 

숲을 빠져 나오면 마을 입구의 어린이 놀이터에는 트램폴린이 있는데 (트램폴린 있는 놀이터 여기서 처음 봄) 트램폴린, 이거 은근히 운동되고 좋다. 이것도 마음의 안정에 도움되는 장치. 가서 몇 번 방방 뛰면 정신이 가뿐해지는 느낌 쌉 가능. 




이런 공간들이 (트램폴린도) 지척에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심지어 감사하다는 심정이 되기도 하는데

이보다 더 나은 환경도 물론 충분히 바로 당장 상상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할 바 없이 더 좋은 환경에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 남은 시간 동안 해보려고 하는 어려운 일들, 그것들을 그 무게에 눌려 시도도 못하게 할 나쁜 환경도 (물리적으로 나쁜 환경) 나는 충분히 바로 상상할 수 있다. (....)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지금 처지가 다행스럽고 감사할만함 ;;;;; 그러나 그럴 수만 있다면 더 나은 환경으로! 어려운 일의 실행에 도움되는 환경으로! 그것이 너와 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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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모제 불어 책들이 3권 있다. 

총 4권인 이 유명한 책, 불어 학습서의 고전은 3권까지는 각 단원이 "문법 + 독해 텍스트 (+이것저것 연습)"로 구성되고 마지막 4권은 불어로 쓴 위대한 저자들의 앤솔로지. 4권까지는 필요하지 않고 1-3권만 있으면 되겠다 해서 오래 전 마련해 둠. 


50년대에 나온 책이다. 나오고 나서 긴 세월 전세계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기본 교과서로 썼다는 거 같다. 어느덧 고전이 되기는 했지만 나쁜 의미에서 (고전이 됨으로써 아무도 읽지, 쓰지 않는) 그렇게 된 거 아니냐 했는데, library genesis에 4권 모두가 pdf 업로드 되어 있는 걸 보면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아마존에도 등록이 되어 있고 심지어 별점 5점 리뷰들도 있다. 


캐나다에 사는 언론인 뱅상 씨네 가족이 

뱅상 씨가 파리 특파원이 되면서 파리에 오고, 파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르그랑 씨 가족과 가까이 지내는 한편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 알아가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1권의 초기 단원에서는 "르그랑 씨는 뱅상 씨보다 키가 크다" (비교급), "저것은 뱅상 씨의 집이다" (지시대명사), 같은 식. 당연히 이 서사가 조금씩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는데 별생각 없이 따라가기만 하다가 어느 지점부터 감탄이 일기 시작한다. 교과서의 교과서 같은 책이로구나! 도대체 어떻게 이런 문장들을 썼을까. 얼마나 불어와 프랑스를 사랑하면 이럴 수 있었을까. (....) 진짜 이런 감탄이 인다. 


자기 나라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잘 알고 사랑한다. 

이게 주입과 강요로 되는 일이냐. 아니냐. 이 경우의 사랑이란 무엇이냐.ㅎㅎㅎㅎ 이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가스통 모제는 프랑스가 생산한 (좋은 의미에서) 프랑스적 정신인 사람. 프랑스인들 특유의 감수성이라고 영어권 저자들이 아주 자주 거론하는 "joie de vivre" 이게 있다. 프랑스인들에게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없는) 그게 있다는 얘기 많이 들었지만 언제나 회의적이었는데, 모제가 쓴 이 책 보면서 납득되었다. 세계 어딜 가든 "삶의 즐거움" 아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특히 프랑스에서 프랑스적으로 실현되는 그것이 있기도 할 것임에 대해. 


아도르노는 "프랑스 환멸 소설"에 깊이 감탄하기도 했다. "joie de vivre" 이것과 프랑스 방식의 "disillusionment" 이것이 얼마나 뗄 수 없는 것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암튼 모제 불어. 불어 공부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저라면 추천합니다. library genesis에 4권 모두가 pdf로 있다는 건 또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릅. 레미 드 구르몽의 "시몬" 연작 시도 이 책에서 보고 오오 7-8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바로 그 시! 영어보다는 불어가 더 기본 외국어 같았던 그 시절! 그 시절을 아는 노인같은 (노인이 되는 중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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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20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les deux mondes 교재 시절의 알리앙스를 다녔더랬어요. 회현동 강의 듣고 그 옆 골목에 옹기종기 있던 작은 중국집에서 짜장면 사먹은 기억이 납니다. 아직 경복궁 옆 하얀 건물에 문화원 있던 시절이고요. 옛날이죠. 네.

며칠전 향수병? 인지 소피 마르소 영화 찾아 봤다니까요?! ㅎㅎㅎㅎ 딱 고때 대학생 l’etudiante 였습니다. 모제 불어 4권을 좀 보고싶군요. ^^

몰리 2021-08-20 09:50   좋아요 1 | URL
모제 불어 4권 엄청 좋아요!
와 이거 엄청 좋다 : 정말 이런 느낌. 프랑스에는 잘 쓴 저자들이 이렇게도 많았네. ㅎㅎㅎㅎ 선정된 글들마다 모제가 붙여 둔 해설도 있는데 해설과 같이 보고 나면 프랑스 19-20세기 정신의 풍경? 무려 그런 것을 잘 보고 난 느낌 들 거 같아요. 5백 페이지가 넘는 꽤나 방대한 양!

지금 청년 ㅎㅎㅎ 학습자들에게 모제 불어 책은 거의 1차대전 이전 느낌일 듯. 그런데 중장년이라면 향수 자극되어요! 아..... 이런 교과서가 있었고 이것이 우리의 7-80년대에 슬쩍 들여보낸 그 무엇무엇들이... 같은 느낌, 잃어버린 시절 알아보는 느낌.

2021-08-20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8-20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건 싫엇건 나름 불어 공부 도합 4년 이상했는데, ˝모제˝ 불어라 하실 때 ˝모제˝를 불어로 쓰는 건가? 스펠링이 뭔가? 하는 어리석은 궁금증이 듭니다.
불어는 공부하실 때, 듣기 말하기는 어떤 방식이 좋은지 여쭤봐도 좋을까요? 눈으로만 공부했더니 쏟은 시간 아깝게 언어가 체화되지 않더라고요.....

몰리 2021-08-20 12:31   좋아요 1 | URL
저자 이름이 모제인데 (Gaston Mauger), 이걸 다들 그냥 ˝모제 불어˝라고 부르더라고요. 지금은 거의 안 쓰는 거 같은데 그럼에도 전설로 남아 어디서든 ˝모제 불어˝로 말해만 통하는 거 같아요. 저는 듣기 말하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오직 문법과 읽기만. ㅎㅎㅎㅎㅎ 그런데 책을 여럿 곁에 두고 문법과 어휘 진도 나가는 틈틈이 책으로 실제 진척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 어느 정도의 체화는 일어나지 않나 합니다! 사실 저는 영어도 이렇게 공부한 (옛날 사람! 뭐든 글로 배운) 쪽인데, 아니 외국어는 그렇게 공부하는 게 맞지 같은 편견도 ㅎㅎㅎㅎ 있는 듯.

얄라알라 2021-08-20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auger, 접수했습니다. 몰리님 친절하신 안내, 감사드립니다용^^ 저는 눈으로만 공부했는데, 당시에 큰 소리로 불어를 말하며 공부하던 친구는 불어동시통역사가 되었어요^^ 몰리님께서는 영어 그냥 네이티브처럼 하실듯요^^

몰리 2021-08-20 13:41   좋아요 1 | URL
영어 네이티브. 어휴 그럴 리가요. ㅜㅜ 그런데 모제 불어 책은 당장 인터넷에서 pdf 받을 수 있으니 그것도 너무 좋고, 제 경험으로는 정말 제대로 문법을 진행시켜줍니다. 한 가족의 프랑스 체류기 속에 불어 문법 전부를 체계적으로 담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닐 거 같은데, 그 어려운 걸 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