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상. 가운데를 확 늘려서 본격 ㄷ자 형 책상. 아니면 ㄴ자 형이라도. 11자 형도 좋겠다. 

지금 집에 책상을 ㄴ자 형으로 두고 있긴 한데 좁다. 짧다. 작다. 



 


옛날 집, 집이라고 하기 곤란한 집이었지만 

이사하기 2년 전쯤부터 근처에 새집들이 생기기 전까지 

정말 절간처럼 조용했었다. 그 집은 하튼 각세대 내부구조도 이상했지만 건물의 위치를 포함하여 건물 자체 굉장히 특이한 집이었는데 도로와 면해 있지 않음, 이것이 그 특이함의 일부. 


그 조용함. 00년 즈음 dvd 광고 "사운드가 하도 clear 하여 핀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림" 생각나게 하는 조용함이었다. 사지를 움직이면 휙휙 바람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거 같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너무 좋다! 처음부터 그랬고 나중 집 내놓고 나서 집보러 왔던 모두에게 그렇다고 강조해 말했었다. 이 집은 절간처럼 조용합니다. 조오--------용 합니다. 그게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조용함에 그렇게 끌리지 않는 사람들이 적어도 반이었다. 그러나 "오오 그래요? 정말 그렇다면 오직 그것 때문에라도 여기 와야할 거 같아집니다" 같은 반응을 눈빛으로 하시던 분들이 있긴 있었다. 


지금 집은 

도로와 면해 있어서 차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본격 차도 아니고 골목길 정도라서 저녁 6시만 되어도 

차소리가 훨씬 덜 들리기 시작하긴 하는데 아 이 소리, 절간처럼 조용한 것에 익숙해 있다가 아직 완전히 적응이 안되고 있다. 절간처럼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유튜브 자취남 채널에서 최근 출연한 한 30대 싱글 출연자는 아파트 자가였는데 (30평대였던 거 같다) 

방1을 보여줄 때, 한쪽 벽을 가리키더니 저 벽이 실은 가벽이라 허물면 옆 방과 합쳐 큰 방으로 만들어 쓸 수 있다... 고 하는 것이었다. 오! 아아! 그래요? 원래 그런 건가요? 오오 신세계군요. (.....) 그리하여 벽을 허물어 큰 방을 만드는 상상이 진행되었다. 이미 방1이 충분히 큰 방이었다. 그와 닿아 있는 방2도 충분히 큰 방이었으니 그 둘을 합치면 아주, 아주 아주 큰 방이 나오는 것. 그렇게 아주 아주 아주 큰 방에 ㄷ자 형으로 책상을 놓고 홈 오피스를 만든다면 좋을 것이다. 


토요일. 매일이 토요일 같지만 그러니 진짜 토요일은 더 토요일. 

절간처럼 조용한 작업실을 상상하는 토요일 저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중에서 이 채널 좋다. 

영어가 국적 불명인 것처럼 들리는 것도 좋다. 영어 억양에 예민하고 예민하게 포착하는 사람이면 이건 어디어디서 형성된 억양이다... 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국적, 어느 지역과 연결되는 억양이 사라진 영어로 들린다. 그런 영어로 정확하고 좋은 문장들을 말한다는 게 주는 즐거움 있다. 


9 to 5, 아니면 8 to 4. 매일 이렇게 일하면 

어떤 문이 열리지 않겠는가... 같은 기대가 있다. 

올해 남은 네 달은 이걸 시도해보는 시간.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이렇게 많았구나 알게 되던 상반기 다음 

그 얘기를 하면서 살 수 있는 길은 어떻게 가능한가 찾아보는 시간으로 하반기. 


누구든 자기 삶으로 모두를 위한 얘기를 할 수 있는데 ㅎㅎㅎㅎㅎ 이런 생각 매일 함. 

그 얘기를 하게 (할 수 있게) 하느냐 아니냐. 이것에 그 사회의 교육이 실패하냐 성공하냐의 기준이 있다고 해도 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마존 중고 검색 하다가 보게 된 작가인데 

.... 음 나보다 젊으시겠. 이 생각이 먼저. 흰 머리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 이제 막 시작하는 흰머리? 

시작하지 얼마 안된 흰머리. Kiese Laymon. 2018년 Heavy라는 회고록으로 데뷔했는데 이 회고록은 딥 사우스 미시시피에서 흑인으로 (그리고 아마도 성소수자로, 책 소개 문단은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 성장한다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숨이 멎을 정도로 내성적인 (introspective) 서사를 제시한다고.  



 


그의 책에 지금 관심 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의 방. 자기 영웅들의 초상으로 채운 이 방의 풍경. 

오른쪽 아래엔 프레드릭 더글라스. 그의 등 뒤엔 제임스 볼드윈. 

왼쪽 아래엔 누군지 모르겠지만 (알고 싶은) 아마도 흑인 여성 작가. 


나도 이런 방 만들고 싶어진다. 


이제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된다. 이것도 뜻밖에도 행복의 감각, 행복의 습격이었다. 아니 코로나 때문에 1년이 넘게 지하철을 꼬박꼬박 타는 일은 없는 시간을 보냈음에도, 그러나 정기적으로 아침에 (주로 새벽에) 나가서 마을버스 타고 (지하철까지 적어도 15분) 지하철 타고 (도착지까지 적어도 50분) 이랬던 삶이 끝난 걸로 느끼던 건 아니었던 것이었. 수업을 안한다는 것도, 이것도 뜻밖에도 마찬가지. 가르치는 일이 좋은 일이 되는 환경은 실은 만들고 실천하기가 극히 어려운 환경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르치는 일이 보람있다든가 재미있다든가 느꼈던 건 방어기제 같은 것, 디나이얼 ㅎㅎㅎㅎㅎ 망상, 자기기만, 허위의식, 그런 것.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곳에 내가 있었다는 것. 저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곳이 어딘가 아마 있을 것이다. 있어야 한다. 


지지난 학기던가 한 유학생이 성적을 놓고 생난리를 쳤다. 

보통은 속으로 생각이야 어떻든 학생들이 겉으로는 그러지 않는데 이 학생은 대놓고 "나는 고객, 너는 판매자. 너는 내 불만을 해결해...." 였다. 이 학생은 학기 내내 과제 제출이 아예 없었던 것이었고, 그렇다는 점을 그에게 말하고 나서 그러므로 네가 과제 제출을 이제라도 다 하면 그거 보고 성적을 주겠다고 했는데 (..............) 그걸 보고 나서도 아아 무슨 저주의 이메일을 연달아 보냄. 과제를 보내면서 저주함.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느냐. 그냥 A+ 주어 버림. 이거 받고 입다물어라. 


저런 얘기 이런 공개된 공간에 해서는 안될 것이다. A+은 코로나 시국이라 가능한 점수였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절대평가였던 덕분에. 하튼. 아 이거, 이런 거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어진다....... 했었던 때다. 저 때  말고도 많았지만 저 때가 좀 특별하다. 


일하기 좋은 환경을 집에 만들고 집에서 일하면서 적어도 먹고 살 수는 있을 거 같은데? 

.... 이런 게 희망이 되게 하던 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 집은 <이창> 생각하게 하는 집이다. 

창문 바로 앞은 길이고 길 따라 숲이라서 마주 보는 집들 안을 보게 되는 건 아닌데 

우리집은 꼭대기층이고 창문에 나와 있으면 길에서 오가는 동네 사람들 보게 된다. 숲 안엔 둘레길과 연결되는 오솔길이 있어서, 나무들 사이로 그 오솔길 걷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그들이 고개를 들어 위를 보지는 않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을 보고 있는....... 하튼 그런 배덕하게 <이창> 느낌. 


옆집엔 전업 주부같은 아저씨가 있는데 

굉장히 부지런하시다. 맛있는 것도 자주 대량, 박스로 사나르심. 

중형차 트렁크에서 비싸고 맛있어보이는 복숭아 (내가 사온 것과 대조되는), 싱싱하고 좋아 보이는 토마토 등을 박스로 꺼내서 나르시는 걸 볼 수 있다. 


말로만 아저씨가 아니라 실제로 내게 아저씨"뻘"인 것처럼 생각하다가 

.... 헉 아니다 내 막내동생 나이일 수도! 80년대 초반생일 수도! 81년생이면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 하나 아니냐. 

고 깨달았는데 그렇게 깨닫고보니 나보다 나이가 많을 가능성은 아마 거의 없는 분. 머리가 흰머리가 전혀 없으며 매일 반들반들하게 왁스(?) 무스(?) 발라서 딱 각나오게 정돈하는 분. 그냥 이것에서 뭔가 78년생 느낌. 


그는 바로 그의 집 앞만이 아니라 넓게 한 서너 집에 해당할 구간 길을 

매일은 아니어도 꼬박꼬박 나와 청소한다. 빗질을 꼼꼼히 해서 쓰레기를 모으고 모은 쓰레기는 쓰레기 봉투에 담고 짱짱하게 묶어서 세워둔다. 외부 수도가 있는데 그걸로 정기적으로 물청소도 한다. 


오늘 오후에 그가 숲속 오솔길을 반복 왕래하면서 전화하는 걸 보았. 

............... 그의 부지런한 청소 덕분에 깨끗한 길을 매일 오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포스팅을 쓰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어판, 한국어판 있는데, 불어 원서도 있어야지! 해서 어제 주문한 건 이것. 

이 책은 무엇보다 "회고록" 관점에서 보고 싶은 책이다. 특히 인문학자들이 쓴 회고록들 모으는 중인데 나도 그 장르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기도 해서. 저 밑의 포스팅, 우리에게 표준이 있었는가, 이 방향 주제로 일관하는 책을 회고록 장르로 쓰고 싶음. 이게 현실에서는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하면 욕은 욕대로 먹고 인생은 그만큼 또 꼬이게 할 주제인 것임. 그래, 그렇다면 현실을 떠나 책으로 탐구하겠어.   


그런데 절대 나는 그럴 수 없을 거 같지만 누군가 그럴 수만 있다면, 한국에서 (생각하는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한국의 대학은 인간의 성장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것에 대해 걸작을 쓴다면 좋을 것이다. 웃기고 슬프고 부정할 수 없고 따라서 거부할 수 없고 심오하게. 그런다면 그 누구는 우리 모두의 은인이 ㅎㅎㅎㅎㅎ 된다고 봅니다. 우리 뿐이겠?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의. 그 책은 현실을 바꿀 것입니다. 



 


리스닝 생각할 단계가 아니지만 불어 공부와 관련한 동영상들 찾아보긴 한다. 

그러다 본 이것 조금 웃겼. 


특히 yellow ("Hello"를 말하지 못하므로, 이것저것 발음해 보다가 옐로우....). 

그리고 마지막의 "Thierry" (어 그래 니 이름이 "티에리"냐?) 


불어 원어민은 h 발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I found happiness가 "I found a penis"로 들릴 수 있음. 이걸 활용하는 동영상도 있다. 


지금 찾아보니, 자막이 있던 것도 있었는데 찾아지지 않고 

하튼 이것이었다. 





- I have happiness ("I have a penis")

- Of course. 



프랑스인들은 "하이데거"를 발음하지 못하므로 "이데거"로 발음한다, 

혁명 당시 오하이오로 도피한 프랑스 귀족이 있었는데 물론 그들은 "오하이오"를 발음하지 못하고 "오이요"로 발음했다.... 등등의 얘기를 들어왔긴 한데 


뭐 발음이 중요함? 

h 발음이 없어도, 아니 없기 때문에도, 불어는 오묘한 언어라 봅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얄라알라 2021-09-01 2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슬픈 열대]!!!!!
[한국의 대학은 인간의 성장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몰리님께서 한국 사회에 던지는 넘나 중요한 질문!!!!
산 넘어 산, 코로나 시대 교육과 사람다움에 대해 저도 계속 고민입니다. 같이 이야기하고 급식먹고, 토론하다 살짝 얼굴 붉히기도 하고 술잔도 꺾고....그렇게 채워지는 사람다움이 코로나 시대 어떤 구멍으로 남을까...남지 않을까?!

몰리 2021-09-02 08:23   좋아요 1 | URL
우리는 회고록 저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회고록을 씁시다!
˝훼손된 삶에서 나온 성찰˝ 이거, 이걸 합시다. (아도르노가 기뻐합니다.........;;;;)

han22598 2021-09-01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브 코스!!! 프랑스인들의 영어라.....생각해보니 기억에 없네요 ㅎㅎ 뚜따따이..인도 사람들 영어가 처음에는 정말 알아먹기 힘들었던 기억이 ㅋㅋㅋ 불어 배우시나봐요. 고딩때..불어시간에..쥬씨..투에..일레.알레.....주절주절거렸는데 ㅎㅎ

몰리 2021-09-02 08:27   좋아요 0 | URL
The Simpsons에 동네 그로서리 인도인 주인. ㅎㅎㅎㅎㅎ 인도인 주인 영어 그 특이한 발음 조롱하는 에피들 몇몇 진심 웃기고 좋았어요. 그러나 그러는 것도 인종차별인가? 생각하게 되던. 인종차별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류애˝가 되는 때도 있지 않나 하게 됩니다. 너와 나의 발음을 놓고 웃음으로써 인류애..... ;;;;; 아 그런 인류애 실천하러 나가고 싶. ;;;;

라로 2021-09-02 0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ㅎㅎ 동영상도 컴으로 볼게요. ㅎㅎㅎ 다른 언어 사용자가 하는 발음 못 알아들어서 웃기는 상황 저도 몇 번 있었는데요 정작 제가 하는 영어를 잘 못 알아들어 생겼던 에피소드도 떠오르네요. 깨알같은 즐거움을 주는 언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생각하니 아침부터 크게 웃게됩니다. ㅎㅎㅎ 불어, 제 딸은 전공을 했는데 발음이 아름답지만 흉내는 못내겠다 싶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까이거 나도 해봐? 뭐 이런 엉뚱한 생각도..ㅎㅎㅎ

몰리 2021-09-02 08:34   좋아요 0 | URL
불어 좋아요! 어떤 때는 영어와 정말 비슷해서 거의 영어의 방언 같은 (영어 화자가 보면 바로 다 이해하게, 그러려고 작정하고 문장들을 쓰려면 쓸 수도 있는 정도? 인 듯해요) 때도 있는데 아주 완전히 달라지는 면모들도 있고 그 달라지는 면모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도 자극하고.... 영어와 비슷한 면모가 처음 배울 때 적지 않게 도움이 되고 그럼에도 계속 넘어야 하는 어려움의 장애들이 또 도전이 됩니다! 프랑스가 역사도 재미있고 문학, 사상에서 독특한 저자들이 많아서 읽을 것들이 많은 것도, 아니 원래 그렇고 당연한 거겠지만 다시 보게 되었어요.

2021-09-03 0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몰리 2021-09-03 07:44   좋아요 0 | URL
프랑스인들 영어 발음 웃기다고 보여주는 동영상들 보다 보니까
˝프랑스가 7년 전쟁에서 승리했으면 지금 니들이 불어를 얼마나 못하나, 니들 영어 발음이 얼마나 웃긴가 조롱당하고 있었을 것을....˝ 이러는 댓글도 있더라구요.

아 7년 전쟁. 프랑스 혁명사 들여다보면서야 알았던 7년 전쟁.
정말 세상은 얼마나 다를 수도 있었던 걸까 .... 하면서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