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입점한 중고 책방 중에 불어책 많이 보유한 책방이 있다.
불어책이 사고 싶어져서 (불어책이기만 하면 됨) 어제 보다가 저거 삼.
저거와 이거.
합해 2만원. 아래 책은 4백 페이지가 안되는 거 같은데 그래도 "사전"이므로
이걸 포함해 2만원이면 매우 좋은 가격이라 느껴짐. 이 책방은 4만5천원 이상이 무배인데
6만원 넘게 담았다가 촥촥 털고 저 두 권만 구입했다. 온라인 매장 없는 헌책방들 중 지금
보물같은 불어책들이 입고되는 중인 헌책방들이 있겠지. 어제 막 그런 책들이 들어온 곳들이 있겠지.
지금 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이고 기온이 25도밖에 안되어서 견딜만한데
에어컨 없이 35도 넘는 날들을 연속 열흘 넘게 살았던 올해 7월은 살면서 가장 고생한 여름이었다.
어깨와 목 쪽에 좌르륵 땀띠도 남. 자잘자잘한 물집들이 밀집함. 환 공포증 있다면 보기에 짜릿할 광경이다.
땀띠인 줄 몰랐다가 구글 이미지 검색하고 땀띠로 판정했다. 따끔거리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한 불편한 감각이 있는데, 이것도 의외로 고통이다. 이 미미한 불편함이 이렇게 고통이면, 인생은 어떤 고해가 되는 것이냐. 이젠 공기가 덥다, 뜨겁다고 느끼면 바로 공포감이 들 거 같다.
알퐁스 올라르는 역사학을 과학이 되게 하려 했다고 한다.
그에게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그는 역사 기술에서 철학을 완전히 추방했다. 추방하려고 했다.
그가 쓴 책으로 지금까지 읽히는 책은 <프랑스 혁명의 정치사>가 유일하다 하는데 (영어 번역된 책도 이것이 유일. The Political History of the French Revolution) 이 책을 보면 역사 기술에서 철학을 추방한다, 오직 "사실"만을 다룬다는 게 어떤 모습이 되는지 알겠다 싶어지기도 하면서 또한 둘 다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도 알겠다 싶어지기도 한다. 철학이 있을 수밖에 없고 "사실/팩트"로 볼 수 없는 것들이 끝없이 유입됨을 막을 수 없고.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그의 그 비범한 심리적 통찰!
후대의 이 엄정한 평가, 이 날카로운 시선을 피해가지 못하는 조상들!
이같은 평가의 역사(화려한 조상들이 예리한 후대들에 의해 정확히 평가됨의 역사), 이거 진짜 무진장 중요한 거 아닙니까. 이거 우리에게 없는 거 아닙니까. 이게 없음과 바로 연결되는 우리 삶의 고통들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말하고 아무말로 모욕하는 일이 그 중 하나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