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둘레길 입구가 30초 컷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사실 이건 과장이긴 하다. 

둘레길까지 150m라는 표지판이 집 앞에 있다. 아주 바로 앞은 아니고 한 10m 앞? 이 표지판까지가 아마 그러니까 집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도착하는데 약 30초. 이 30초에 보태어 둘레길 들어가기까지 느린 걸음으로 2-3분. 30초는 우사인 볼트 생각하면서. 우사인 볼트에게 이것저것 다 합쳐 넉넉잡아 30초. 


지척에 있으니 매일은 아니어도 자주 둘레길 걷겠다는 계획 있었으나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입구 근처에 비밀의 화원 느낌 공간이 몇 군데 있어서 거길 자주 간다. 숲에 폭 싸인 작은 놀이터. 혹은 작은 공터이자 배드민턴장. 자연적으로, 그냥 지형이 테라스인데 그 점 이용해 전망대처럼 만들어 놓은 곳. 등등. 이 비밀의 화원 느낌 공간들은 근처 아파트 단지와 직접 연결되는 다른 경로로도 갈 수 있다.   


이곳들이 좋은 건 그 조용함 때문에. 

차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게 아주 너무 좋음. 

울창한 숲 속에 숨겨진 조용한 공간. 여기 가서 강의 이어폰 끼고 들으면 집중이 잘 된다. 

숲을 빠져 나오면 마을 입구의 어린이 놀이터에는 트램폴린이 있는데 (트램폴린 있는 놀이터 여기서 처음 봄) 트램폴린, 이거 은근히 운동되고 좋다. 이것도 마음의 안정에 도움되는 장치. 가서 몇 번 방방 뛰면 정신이 가뿐해지는 느낌 쌉 가능. 




이런 공간들이 (트램폴린도) 지척에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심지어 감사하다는 심정이 되기도 하는데

이보다 더 나은 환경도 물론 충분히 바로 당장 상상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할 바 없이 더 좋은 환경에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 남은 시간 동안 해보려고 하는 어려운 일들, 그것들을 그 무게에 눌려 시도도 못하게 할 나쁜 환경도 (물리적으로 나쁜 환경) 나는 충분히 바로 상상할 수 있다. (....)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지금 처지가 다행스럽고 감사할만함 ;;;;; 그러나 그럴 수만 있다면 더 나은 환경으로! 어려운 일의 실행에 도움되는 환경으로! 그것이 너와 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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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모제 불어 책들이 3권 있다. 

총 4권인 이 유명한 책, 불어 학습서의 고전은 3권까지는 각 단원이 "문법 + 독해 텍스트 (+이것저것 연습)"로 구성되고 마지막 4권은 불어로 쓴 위대한 저자들의 앤솔로지. 4권까지는 필요하지 않고 1-3권만 있으면 되겠다 해서 오래 전 마련해 둠. 


50년대에 나온 책이다. 나오고 나서 긴 세월 전세계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기본 교과서로 썼다는 거 같다. 어느덧 고전이 되기는 했지만 나쁜 의미에서 (고전이 됨으로써 아무도 읽지, 쓰지 않는) 그렇게 된 거 아니냐 했는데, library genesis에 4권 모두가 pdf 업로드 되어 있는 걸 보면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아마존에도 등록이 되어 있고 심지어 별점 5점 리뷰들도 있다. 


캐나다에 사는 언론인 뱅상 씨네 가족이 

뱅상 씨가 파리 특파원이 되면서 파리에 오고, 파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르그랑 씨 가족과 가까이 지내는 한편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 알아가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1권의 초기 단원에서는 "르그랑 씨는 뱅상 씨보다 키가 크다" (비교급), "저것은 뱅상 씨의 집이다" (지시대명사), 같은 식. 당연히 이 서사가 조금씩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는데 별생각 없이 따라가기만 하다가 어느 지점부터 감탄이 일기 시작한다. 교과서의 교과서 같은 책이로구나! 도대체 어떻게 이런 문장들을 썼을까. 얼마나 불어와 프랑스를 사랑하면 이럴 수 있었을까. (....) 진짜 이런 감탄이 인다. 


자기 나라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잘 알고 사랑한다. 

이게 주입과 강요로 되는 일이냐. 아니냐. 이 경우의 사랑이란 무엇이냐.ㅎㅎㅎㅎ 이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가스통 모제는 프랑스가 생산한 (좋은 의미에서) 프랑스적 정신인 사람. 프랑스인들 특유의 감수성이라고 영어권 저자들이 아주 자주 거론하는 "joie de vivre" 이게 있다. 프랑스인들에게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없는) 그게 있다는 얘기 많이 들었지만 언제나 회의적이었는데, 모제가 쓴 이 책 보면서 납득되었다. 세계 어딜 가든 "삶의 즐거움" 아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특히 프랑스에서 프랑스적으로 실현되는 그것이 있기도 할 것임에 대해. 


아도르노는 "프랑스 환멸 소설"에 깊이 감탄하기도 했다. "joie de vivre" 이것과 프랑스 방식의 "disillusionment" 이것이 얼마나 뗄 수 없는 것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암튼 모제 불어. 불어 공부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저라면 추천합니다. library genesis에 4권 모두가 pdf로 있다는 건 또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릅. 레미 드 구르몽의 "시몬" 연작 시도 이 책에서 보고 오오 7-8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바로 그 시! 영어보다는 불어가 더 기본 외국어 같았던 그 시절! 그 시절을 아는 노인같은 (노인이 되는 중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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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20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les deux mondes 교재 시절의 알리앙스를 다녔더랬어요. 회현동 강의 듣고 그 옆 골목에 옹기종기 있던 작은 중국집에서 짜장면 사먹은 기억이 납니다. 아직 경복궁 옆 하얀 건물에 문화원 있던 시절이고요. 옛날이죠. 네.

며칠전 향수병? 인지 소피 마르소 영화 찾아 봤다니까요?! ㅎㅎㅎㅎ 딱 고때 대학생 l’etudiante 였습니다. 모제 불어 4권을 좀 보고싶군요. ^^

몰리 2021-08-20 09:50   좋아요 1 | URL
모제 불어 4권 엄청 좋아요!
와 이거 엄청 좋다 : 정말 이런 느낌. 프랑스에는 잘 쓴 저자들이 이렇게도 많았네. ㅎㅎㅎㅎ 선정된 글들마다 모제가 붙여 둔 해설도 있는데 해설과 같이 보고 나면 프랑스 19-20세기 정신의 풍경? 무려 그런 것을 잘 보고 난 느낌 들 거 같아요. 5백 페이지가 넘는 꽤나 방대한 양!

지금 청년 ㅎㅎㅎ 학습자들에게 모제 불어 책은 거의 1차대전 이전 느낌일 듯. 그런데 중장년이라면 향수 자극되어요! 아..... 이런 교과서가 있었고 이것이 우리의 7-80년대에 슬쩍 들여보낸 그 무엇무엇들이... 같은 느낌, 잃어버린 시절 알아보는 느낌.

2021-08-20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8-20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건 싫엇건 나름 불어 공부 도합 4년 이상했는데, ˝모제˝ 불어라 하실 때 ˝모제˝를 불어로 쓰는 건가? 스펠링이 뭔가? 하는 어리석은 궁금증이 듭니다.
불어는 공부하실 때, 듣기 말하기는 어떤 방식이 좋은지 여쭤봐도 좋을까요? 눈으로만 공부했더니 쏟은 시간 아깝게 언어가 체화되지 않더라고요.....

몰리 2021-08-20 12:31   좋아요 1 | URL
저자 이름이 모제인데 (Gaston Mauger), 이걸 다들 그냥 ˝모제 불어˝라고 부르더라고요. 지금은 거의 안 쓰는 거 같은데 그럼에도 전설로 남아 어디서든 ˝모제 불어˝로 말해만 통하는 거 같아요. 저는 듣기 말하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오직 문법과 읽기만. ㅎㅎㅎㅎㅎ 그런데 책을 여럿 곁에 두고 문법과 어휘 진도 나가는 틈틈이 책으로 실제 진척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 어느 정도의 체화는 일어나지 않나 합니다! 사실 저는 영어도 이렇게 공부한 (옛날 사람! 뭐든 글로 배운) 쪽인데, 아니 외국어는 그렇게 공부하는 게 맞지 같은 편견도 ㅎㅎㅎㅎ 있는 듯.

얄라알라 2021-08-20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auger, 접수했습니다. 몰리님 친절하신 안내, 감사드립니다용^^ 저는 눈으로만 공부했는데, 당시에 큰 소리로 불어를 말하며 공부하던 친구는 불어동시통역사가 되었어요^^ 몰리님께서는 영어 그냥 네이티브처럼 하실듯요^^

몰리 2021-08-20 13:41   좋아요 1 | URL
영어 네이티브. 어휴 그럴 리가요. ㅜㅜ 그런데 모제 불어 책은 당장 인터넷에서 pdf 받을 수 있으니 그것도 너무 좋고, 제 경험으로는 정말 제대로 문법을 진행시켜줍니다. 한 가족의 프랑스 체류기 속에 불어 문법 전부를 체계적으로 담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닐 거 같은데, 그 어려운 걸 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예보 보니까 오늘을 끝으로 이제 30도 넘는 날은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마침내 드디어 결국 오늘이 여름의 끝이다. 

..... 저랬다가 방금 다시 예보 보니 내일 최고 기온 31도로 예보된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모레부터는 30도 이하인데 또 모르지, 내일 되면 다르게 예보될지. 


오랜만에 씁니다. 

그 동안 더위로 격심히 고생하고 그리고 (그 와중) 불어 공부를 빡세게 해보았. 사전이 있으면 거의 해독할 수 있을 만큼은 했으니 더 안해도 되고 지금 급한 게 불어가 아니라 논문이지, 논문을 써야지 불어 공부를 왜 해, 같은 생각이 있었다. 안개 낀 생각. ;;;; 가치 없는 생각. 이런 걸 생각이라고 했었. 


자유를 얻고 나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치의 재평가. ㅎㅎㅎㅎㅎ 이것이 진행 중이다. 

하튼 재평가의 시작과 함께 불어 각잡고 공부하고 싶어졌고 몇 주 동안 좀 진짜 그렇게 해보았는데, 아 이거 정말 너무 좋은 것입니다. 외국어를 공부함은 무엇이냐에 대해서 자극되는 생각들도 많았고 네이버 사전에는 "퀴즈"가 있는데 말입니다, 불어 단어장에 저장한 단어들 놓고 삼지선다 (사실 선택 답안들이 어처구니 없을 때가 많긴 한데 뭐 그래도) 퀴즈 풀고 있으면 더위도 견딜만해지고 더위 외의 부정적인 것들이 견딜만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뭘 이것저것 한 곳에 많이 모으고 모은 거 깨고 그런게 취향이라면, 취향 저격이 됩니다.  







몇 년 전 사서 모셔 오기만 했던 푸코의 이 책 꺼내다가 불어 공부 진척 확인 목적으로 곁에 두고 있는데, 어렴풋이 더듬더듬 읽었을 문장들을 더 선명히 더 가까이에서 읽게 된다는 건 그건 정말 존재의 색조가 바뀌는 ;;;; 경험이지 않나 하게 됩니다. 


지난 몇 년 세월은 얼마나 순수히 낭비된 세월이냐. 

이걸 절감하니까 지금 보내는 시간 속에 그 세월의 시간들을 끌어다 다시 살고 싶은, 낭비된 몇 년의 세월들을 지금 이 순간 다시 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건 지금 나의 시간은 순수히 내 시간이고 나는 나를 위해 내 방식으로 이 시간을 보내겠다, 보낼 수 있다는 짜릿함과 함께 하는 거 아니냔 생각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은 방식대로 하기. 이러기 위해서 필요한 수입. 이게 올해 남은 몇 달 동안 

해결해야 할 일인데 그 해결에 골몰하느라 서재에는 자주 못 올 수도 있겠. 이게 해결되면 그건 정말 거의 천국의 성취일 듯. ㅎㅎㅎㅎㅎㅎ 하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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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8-20 0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래 급하지 않은 불에 더 마음이 가는 거.....고질병이죠 ㅎㅎ


몰리 2021-08-20 08:08   좋아요 0 | URL
급한 불이 없는 삶! ㅎㅎㅎㅎㅎ 오직 마음 가는 것이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는 삶이 좋은 삶이라는 깨달음이; 들려고 해요.

유부만두 2021-08-20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리님, 반갑습니다.
필요한 수입 몰리님의 ‘하고 싶은’ 공부 짜릿함 모두모두 응원합니다. 읽으신 책들 알려만 주세요;;;

전 드디어 사르트르 les mots를 (도) 주문했습니다.

몰리 2021-08-20 09:43   좋아요 0 | URL
모든 헌책방들이 온라인에도 매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불어책 많은 매장에 매일 가서 검색하고 매일 ㅎㅎㅎㅎ 사고... 쌓아놓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알라딘이나 예스에 중고 셀러 등록만 해도 훨씬 더 많이들 파실텐데. 저 푸코 책에는 장장 90페이지에 달하는 푸코 연보가 있는데 (무려 월별로 작성된. 내 생애의 연보를 쓴다면 1년도 아니고 10년 단위로 ˝술 마심˝ ˝불어 공부를 조금 함˝ 정도, 1페이지도 안되어 끝이겠구나..... 하면서 보게 되던 푸코의 엄청난 연보) 그의 이십대, 공부하던 시절, 사르트르가 바타이유에 대해 매우 완고하고 편견에 차 적대적인 걸 보고 나서 사르트르에 맞서 바타이유 옹호자가 되어야 했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건 사르트르 얘기도 들어봐야지.... 하게 되던.
 




알라딘 입점한 중고 책방 중에 불어책 많이 보유한 책방이 있다. 

불어책이 사고 싶어져서 (불어책이기만 하면 됨) 어제 보다가 저거 삼. 

저거와 이거. 





합해 2만원. 아래 책은 4백 페이지가 안되는 거 같은데 그래도 "사전"이므로 

이걸 포함해 2만원이면 매우 좋은 가격이라 느껴짐. 이 책방은 4만5천원 이상이 무배인데

6만원 넘게 담았다가 촥촥 털고 저 두 권만 구입했다. 온라인 매장 없는 헌책방들 중 지금 

보물같은 불어책들이 입고되는 중인 헌책방들이 있겠지. 어제 막 그런 책들이 들어온 곳들이 있겠지. 



지금 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이고 기온이 25도밖에 안되어서 견딜만한데 

에어컨 없이 35도 넘는 날들을 연속 열흘 넘게 살았던 올해 7월은 살면서 가장 고생한 여름이었다.  

어깨와 목 쪽에 좌르륵 땀띠도 남. 자잘자잘한 물집들이 밀집함. 환 공포증 있다면 보기에 짜릿할 광경이다. 

땀띠인 줄 몰랐다가 구글 이미지 검색하고 땀띠로 판정했다. 따끔거리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한 불편한 감각이 있는데, 이것도 의외로 고통이다. 이 미미한 불편함이 이렇게 고통이면, 인생은 어떤 고해가 되는 것이냐. 이젠 공기가 덥다, 뜨겁다고 느끼면 바로 공포감이 들 거 같다. 



알퐁스 올라르는 역사학을 과학이 되게 하려 했다고 한다. 

그에게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그는 역사 기술에서 철학을 완전히 추방했다. 추방하려고 했다. 

그가 쓴 책으로 지금까지 읽히는 책은 <프랑스 혁명의 정치사>가 유일하다 하는데 (영어 번역된 책도 이것이 유일. The Political History of the French Revolution) 이 책을 보면 역사 기술에서 철학을 추방한다, 오직 "사실"만을 다룬다는 게 어떤 모습이 되는지 알겠다 싶어지기도 하면서 또한 둘 다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도 알겠다 싶어지기도 한다. 철학이 있을 수밖에 없고 "사실/팩트"로 볼 수 없는 것들이 끝없이 유입됨을 막을 수 없고.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그의 그 비범한 심리적 통찰! 

후대의 이 엄정한 평가, 이 날카로운 시선을 피해가지 못하는 조상들! 

이같은 평가의 역사(화려한 조상들이 예리한 후대들에 의해 정확히 평가됨의 역사), 이거 진짜 무진장 중요한 거 아닙니까. 이거 우리에게 없는 거 아닙니까. 이게 없음과 바로 연결되는 우리 삶의 고통들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말하고 아무말로 모욕하는 일이 그 중 하나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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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사 책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주은래의 말.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그는 

"답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던가. 


충격, 영향, 여파 등을 떠나서 연대기적으로는 단 10년에 걸쳐 일어난 사건일 뿐인데 

(더 줄이는 관점도 있을 것이다. 로베스피에르의 몰락에서 끝난 것으로) 조금만 파고 들어도, 그 10년 동안 있은 일들만으로도 한 사람이 평생 공부할 수 있는 양의 ㅎㅎㅎㅎㅎ 한 몇백배 ㅎㅎㅎㅎ에 이를 엄청난 질문, 주제, 사료들이 처음부터 있었고 그러니 이백년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은 천문학적? ;;; 하튼 좌절 먼저 하면서 시작할 경로가 여기 있지 않나 한다. 


20세기 전반까지 프랑스에서는 영어권 학자들이 프랑스에 와서 혁명사 연구하는 걸 거의 막았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 비자를 안 줌???? ...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그러고 싶다고 그걸 막을 수가 있? 다들 격렬히 싫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막는 게 되는 것??? 프랑스 국적자만 아카이브 입장을 허락했? 하튼 갸우뚱) 프랑스 사학자들이 다수지만 영어권 학자들도 참여하기는 한 책 <프랑스 혁명: 비평적 사전 A Critical Dictionary of the French Revolution>에서 저랬던 사실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대목이 있다. 너희가 우리의 혁명이랑 무슨 상관이야. (어디 감히) 프랑스 백야드에 와서 난리야. 





41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 역사학에서도 몇십년 절판되지 않는 연구서는 극히 예외에 속한다고 한다. 

그 예외에 속하는 책. 이 책의 추천사 겸 오래 전 타계한 저자를 대신해 신판 서문을 쓴 사학자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이 책을 쓴 파머가 이 책을 쓰던 때엔 영어권 사학자가 프랑스에 가서 직접 사료를 열람하며 혁명사 연구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그러나 파머는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이 소장했던 자료만으로도 이 엄청난 책을 쓸 수 있었다. 그 자료들엔, 19세기말-20세기초에 소르본에서 혁명사가 독자적 학제가 되게 했던 알퐁스 올라르가 편찬한 사료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올라르는 혁명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나왔던 수많은 문서들을 정리해 방대한 책들로 엮어 냈다. (.....) 


저런 얘기 보고 나서 올라르 (처음 듣는 이름이었던 올라르...) 책들도 찾아서 보았는데 

아주 독특하게 심리적 통찰이 탁월하다 느껴지는 사학자였다. 루이 16세, 로베스피에르, 당통, 생쥐스트 이런 인물들에 대해 길게 말하지 않고 한두 문장으로 툭툭 던지는데 그게 다 "하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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