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론도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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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영미권이나 유럽 스릴러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제 정사나 취향에 안 맞기도 하고, 또 맞는다 생각했던 몇몇 작가들도 금세 질려 버리곤 했거든요. 그런 와중에, 안드레아스 그루버라는 독일 작가를 만나게 된 건 참 행운이었습니다. 솔직히 그에 관해 1도 모른 상태로 읽었던 첫 작품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이 너무나 재밌었고, 이어지는 후속작들도 나오는 족족 읽어제끼며 작가의 작풍(피는 좀 튀기는데 그와중에 유머 감각이 살아 있어서 좋아요)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창조한 매력적인 주인공 슈나이더와 자비네의 콤비플레이에 완전 빠져들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다들 '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라고 부른다는데, 이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시리즈는 반.드.시 "슈나이더&자비네" 시리즈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자비네가 작품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합니다. 특히나 시리즈 3번째 작품인 <죽음을 사랑한 소년>의 결말에서 슈나이더는 어떠한 사건 덕에 연방 범죄 수사국에서 제명을 당하는지라 슈나이더를 대신한(?) 시리즈 이번 작품에서의 자비네의 활약은 더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결코 "팀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슈나이더가 거의 유일하게 인정하는 그녀 자비네와 콤비 플레이를 이루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하겠으나 각자의 분야에서 그들은 서로를 돕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마르틴 S 슈나이더가 타인을 걱정하고 돕는다고요!!! 이 시리즈를 한 권이라도 읽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이건 정말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슈나이더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괴팍한,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정말 상또라이(!!!)거든요. 시체실을 연상시키는 미소를 지으며 마리화나를 즐겨 피우는 경찰이니 말해 뭣하겠습니까. 그! 런! 데! 그런 슈나이더가 점점 변하네요. 그렇다고 그가 마구마구 인간적으로 변한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확실히 자비네에게서 감화를 받긴 한 모양이에요. 아, 역시 이 콤비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 여담이지만 둘의 러브라인은 없습니다. 슈나이더는 게이거든요;; 생각해 보니 제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막장에 막장을 거듭하는 연애담이 없어서인 것도 같네요. 넬레 여사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스릴러로 놓고 보면 참 재밌지만 그 사랑과 전쟁을 능가하는 막장 요소가 전 정말 싫었거든요. 이 시리즈에는 그런 게 없어서 참 좋습니다.


아무튼,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이야기는 전직 연방 범죄 수사국 형사이자 마약상으로 활약했던 하디라는 남자가 출소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20년 형을 살고 나오는데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가 출소하자마자 연방 범죄 수사국의 주요 인물들이 줄줄이 황천길로 가게 됩니다. 이에 우리들의 히로인 자비네가 수사를 맡게 되고 20년 전 사건을 마구 파헤치다가 슈나이더의 도움도 받게 되고 크나큰 위기도 겪게 되고 뭐 그런 내용입니다. 


이 작품 제목이 <죽음의 론도>이지요. 정말 이보다도 제목에 걸맞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정말 끊임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거든요... 그 안에는 충격적인 죽음도 여럿 존재하고요. 당연하게도 이 모든 죽음은 하디라는 인물이 저지른 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진실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지요... 그래선지 하디라는 인물이 저는 내내 안쓰러웠습니다. 이 남자 생각보다 굉장히 순정파라서... 물론 그는 마약상이었으니 완전 무고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는 이미 20년을 감옥에서 썩었는걸요... 그것으로 죗값은 치렀다고 봅니다.. 게다가 밝혀지는 진실에서 그는......... 이건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고요.......


당연하고 또 당연하게도 사건의 진상은 자비네와 슈나이더가 밝히게 됩니다. 제가 우려했던 결말은 아니어서 저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요즘 취미생활로써의 독서는 거의 하질 못해서 555페이지의 벽돌책에 겁을 먹었었는데 이틀만에 쭉쭉 읽어 제꼈습니다. 그만큼 흡입력도 가독성도 훌륭했던 작품입니다. 


게다가!!! 저는 마지막 두 페이지에서 정말이지 빵 터졌는데요... 우리의 너무나도 달라져버린, 그래서 더 매력적인 슈나이더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아니, 슈나이더가 무려 *을 **하다니요!! (스포가 되므로 밝힐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이에 우리들의 다람쥐 자비네가 어찌 반응할지도 정말이지 기대가 됩니다. 아마 저 못지 않은 반응을 보일 그녀이므로...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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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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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궁극의 아이>라는 소설을 읽고 나는 생각했었다. 일본의 추리 소설이 판을 치는 출판계에서 크게 주목받지도 돋보이지도 못하는 국내 장르 소설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는 장용민 작가라고. 그만큼 <궁극의 아이>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좋은 의미에서의) 충격과 만족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작가는 1년에 1편씩 신작을 내놓을 거라고 하니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은 또 얼마나 컸던가. 하지만 1년 후 차기작으로 나온 <불로의 인형>은 재미는 있었으나, 장용민 작가에 대한 크나큰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다.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미친 듯이 책장을 넘기게 되는 페이지터너로서의 작가의 역량은 여전했지만, 소설 속 상황들이 너무나 작위적으로, 억지스럽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장용민 작가를 국내 장르 소설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했기에 다시 1년 뒤에 나오게 될 신작을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기다렸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예정되었던 1년을 넘고 2년 그리고 결국 4년을 훌쩍 넘어가고 차차 그의 신작을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게 되던 차였다. 드디어 4년 만에 그의 신작 소식이 들려왔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는 신기한 TV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에는 몇 가지 단골 소재가 있다. 그리고 그 단골 소재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히틀러'다. 어디 비단 서프라이즈뿐이겠는가. 전 세계의 소설 속, 영화 속에서도 히틀러는 단골손님이, 아니 단골 주인공이다. 히틀러만큼 유명하고, 영향력 있고, 악랄하고, 그렇기에 그보다 더 흥미로운 악인은 아마 없을 테니까. 음모론 좋아하는 호사가들 입맛에도 그는 최고로 구미를 당기는 소재일 터다. 그렇기에 역으로 히틀러라는 인물을 소설 속에 끌어들이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 분명 흥미롭지만 바꿔 말하면 닳고 닳은 소재이기에 지극히 식장해질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귀신 나방>의 프롤로그에서의 "아돌프 히틀러. 너를 내 부모와 형제, 그리고 인류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라는, 이 역시 어찌 보면 조금은 식상할 수 있는 대사에 흠칫하고 말았다. 그 긴긴 기다림 끝에 들고 나온 게 결국은 식상한 히틀러란 말인가. <불로의 인형>에서 느꼈던 그 작위성을 또 느끼면 어쩐단 말인가.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작가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말일까? 뭐, 이런 여러 기우들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론 또 히틀러란 인물과 음모론에 상당한 흥미를 가진 독자이기에 기대감 역시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는,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오토 바우만이라는 전직 형사가 뮤지컬 극장에서 열일곱 소년인 애덤 스펜서의 머리에 총탄을 박아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돌프 히틀러. 너를 내 부모와 형제, 그리고 인류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라는 대사와 함께. 그는 당연히 현장에서 체포되어 역시 당연하게도 사형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왜 소년을 죽였는지는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던 중 사형 집행 이틀을 앞두고 바우만은 크리스틴이라는, 퓰리처상까지 수상했으나 2년 전 한 사건 때문에 절필한 기자를 데려다 달라고 요구한다. 바우만은 크리스틴에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크리스틴과 함께 독자들은 바우만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바우만이 털어놓는 이야기에는 놀랍게도 히틀러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음모론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좋아하는 각종 소재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 존 에프 케네디, FBI, 모사드, 그림자 정부...심지어 치정까지. 하지만 생각해보라, 눈코입을 각각 가장 예쁜 사람에게서 떼어와 만들어진 사람의 얼굴이 어떠한지. 사상 최고의 미녀가 탄생할 것 같지만 실상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거부감을 일으키는 얼굴일 뿐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 속 이 엄청난 소재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때엔 또다시 기우가 앞섰다. 이러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하지만 그건 역시 쓸데없는 기우일 뿐이었다. 이 수많은 소재들이 너무나 절묘하게, 그리고 맛들어지게 버무려 버리는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각종 소재들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세상엔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건 비빔밥이 아니던가. 


이 작품은 바로 그런 비빔밥과 닮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첫 입부터 마지막 한 숟갈까지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맛있는 비빔밥이라는 것이다. 바우만이 애덤의 머리에 총탄을 박어 넣는 순간부터 크리스틴이 안개 낀 거리에 홀로 남겨지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독자는 바우만과 크리스틴과 함께 내리 달릴 수밖에 없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똑똑한 독자들은 이미 뒷일을 그리고 결말을 미리 예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방심하지 마시라. 만 4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작가 또한 만만치 않은 상대일 테니.


그리고 그렇게 바우만과 크리스틴과 함께 내달리던 내가 가장 숨이 차올랐던 순간은 휘슬러가 린츠라는 시골 마을에서 어떤 일을 벌이던 순간이었다. 인간의 욕망에 쉽게도 흔들리는 자본주의의 민낯이 철저히 까발려지는 그 부분이 나는 정말이지 소름끼치고 공포스러웠다. 아마 그건 내가 뼛속까지 자본주의의 노예이기 때문에 그랬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린츠에서의 일은 극히 일부일 뿐, 이 작품은 전반에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간의 뒤틀린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휘슬러'는 지극히 극화된 인물일 뿐, 어쩜 자본주의에 찌들어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우리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휘슬러'에게 휘둘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작가 장용민은 이 작품을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 소설로 냈을 테지만, 그 안엔 내심 그런 자본주의에 물든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계도 말하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지극히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 소설에 이런 걸 숨겨놓다니 참 영리한 작가임을 인정할 수밖에.



이 작품은 배경과 인물들 모두 대한민국과 동떨어져 있다.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작가 이름을 보지 않고 책 내용만 본다면 아마 외국 작품으로 오해할 정도다. <궁극의 아이>에서도 주인공이 한국인이긴 했지만 일들은 전부 미국에서 벌어졌었다. 이러한 점들은 아마 해외 진출을 위한 노림수가 아닌가 싶다. <궁극의 아이> 같은 경우엔 해외에서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었다고 알고 있다. 앞에서 나는 장용민이 국내 장르 소설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해외에서 한국 음식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건 역시 비빔밥이 아니던가. 맛있게 비벼진 비빔밥 같은 이 소설 역시 한국의 대표 음식 비빔밥처럼, 국내에서도 그리고 나아가 해외에서도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며 그 명성을 떨치길, 한 사람의 독자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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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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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체 배달부'로 악명 높았고, 현재는 악덕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3편 <은수의 레퀴엠>입니다. 2편인 <추억의 야상곡>의 결말 때문에 미코시바를 다시 볼 수나 있으려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미코시바는 여전히 변호사로 활약 중입니다. 다만 이제 부쩍 심신이 더욱 힘들어졌달까요. 이번 작품의 시작은 흥미롭게도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운항하는 한국 배 블루오션호의 전복 사고입니다. 블루오션호가 전복하게 되는 과정이나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의 사고 후의 대처 자세가 너무나도 세월호를 떠오르게 하더군요. 아마 분명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는 세월호 사건을 보도를 통해 보고 크게 생각하는 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파헤치는 작품은 아니구요. 이 블루오션 호에 타고 있던 한 남성이 구명 조끼를 얻지 못하여 구명 조끼를 입은 젊은 여성을 폭행해 그 구명 조끼를 빼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결국 남성은 살아남았고, 여성은 실종이 되지요.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모두 일본인이었고 이 과정이 담긴 영상이 보도가 되면서 큰 파장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긴급 피난'이라는 명목하에 무죄를 받고 사건은 그렇게 잊혀집니다.


한편 미코시바의 소년원 시절 은사, 그것도 미코시바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전 교관 이나미는 백락원이라는 노인 요양원에서 요양 보호사 살해 혐의로 체포됩니다. 그리고 이에 당연히 미코시바는 이나미를 변호하려고 나서게 되지만... 이나미는 미코시바에게 그야말로 최악의 의뢰인이었습니다. 미코시바가 그동안 주로 변호를 맡아 왔던 부류가 왼갖 범죄자들인데... 그들과 비교해서도 이나미는 속된 말로 넘사벽으로 최악의 의뢰인이었습니다. 어떠한 의미에서 그랬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 밝히진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별개의 사건처럼 보였던 두 가지 사건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집니다. 미코시바의 자학을 앞세운 조사와 화려한 법정 변론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답게 여러 번의 반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차적인 반전 정도는 어느 정도 짐작을 하게 하는데 이 작가 양반은 항상 뒤에 2차 3차의 반전까지 마련해 놓더라고요. 역시 미코시바 시리즈의 백미는 미코시바의 화려한 법정 변론과 이 거듭되는 반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요소들 덕에 책장이 날이 밝아오는 걸 모르고 무섭게 넘어가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리즈에는 '인간적'인 무엇인가가 늘 작품 전반에 깊이 깔려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주인공에게 '인간적'이란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할 수도 있는데... 아마 시리즈를 내내 읽어 오신 분들이라면 굉장히 공감하실 겁니다. 저 역시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의 첫 편인 <속죄의 소나타>를 읽을 때만 해도, 주인공인 미코시바에게 이런 감정까지 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열넷 어린 나이에 그저 호기심과 재미로 다섯살 아이를 죽이고 토막까지 내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시체 배달부'가 성인이 되어 버젓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그 설정 자체에 굉장힌 흥미를 느꼈지만, 그리고 그 첫편을 읽고 나서 '아, 이 인물 매력 있다.' 하는 정도의 마음을 먹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그에게 끌리고 정이 가 버릴 줄은 정말이지 몰랐습니다. 아무리 매력이 넘친다 한들 그는 어쨌거나 잔혹하기 짝이 없는, 어린 시설이었다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순수한(?) 마음으로 살인을 저질렀으니 정말이지 끔찍할 법한 인물인데... 그런데 이젠 그에게 너무나 빠져 버리고 말았네요. 살인자가 아무리 속죄를 한들, 목숨이 스러진 피해자는 돌아올 수 없으니 진정한 속죄란, 그리고 속죄의 끝이란 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우리의 미코시바. 속죄는 말이 아닌 행동이란 이나미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며 언제나 속죄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미코시바. 그래서 차라리 그가 지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더라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거라는 미코시바.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잘 아는 미코시바. 그런 미코시바에게 이젠 정말 마음이 가 버려서 그저 짠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그가 이제 좀 편해졌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하지만 그가 저지른 일을 떠올리면 아, 역시 그래선 안 되는 거지.... 그는 이렇게 죽을 때까지 속죄해야해....라는 생각이 함께 들어 또다시 안타까워지는 오락가락하는 마음이 반복됩니다. 이 작품 말미에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고까지 하는 미코시바 때문에 마음 아프고 애가 달았는데...(미코시바처럼 저도 눈앞이 부얘지더군요 ㅠㅠ) 그래도 다행입니다. 미코시바에겐 그래도 그를 아끼는 이나미나 요코나 린코가 있으니까요. 그가 가족에게서 받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사람 사이의 정을 그들을 통해 느끼고 그래서 더욱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서요. 그러다 보면 그도 언젠가는 완전하진 못하겠지만 조금은... 아주 아주 조금은 편해질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너무도 '인간적'인 미코시바의 이야기를 내내 지켜보렵니다.


덧) 나카야마시치리도 이사카고타로처럼 자신의 작품들 속 인물들을 계속해서 교차하여 출연(?) 시키더군요. 이 작품엔 와타세 시리즈의 와타세와 법의학교실 시리즈의 미쓰자키 교수가 특별 출연을 해 주십니다. 제가 인지한 인물들이 이 정도이지 혹시 다른 작품 속 인물도 출연을 했는데 제가 못 본 것일 수도 있고요. 아마 이사카고타로의 센다이 = 나카야마시치리 우라와 구인가 봅니다. 제가 또 이런 거에 환장을 하는지라 시치리 월드를 더욱 파헤쳐 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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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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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뇨자 (??세, 그냥저냥 먹고삶)



네? 나이랑 직업요? 왜요? 여 책에서 보니까 하나님도 나이 불명에 무직이던데 뭐 문제 있어요? 그리고 나이는 그냥 묻어 둡시다 좀 그거 알아 뭐할라고. 나도 내 나이 잊고 사는데. 그나저나 하나님이 무직이라니 좀 충격이지 않나요? 묻는 말엔 답도 안 하고 계속 질문만 해대고... 아! 하나님 아버지도 결국 '아버지'라 귀가 막혔나...??? 게다가 또 인간들이 하나님 아버지 굽어 살피소서 하는 장면에선 한 번도 그 자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는 데서 이 무슨 직무 태만인가 싶어서 솔직히 많이 충격이던데 나만 그런가. 아, 무직이니 직무태만도 아닌 건가 실은. 이렇게 말하면 이쪽 종교 가진 분들이 뭐라뭐라 할지 모르겠지만 아아, 나는 몰라요. 여 책에 그려진 하나님이 그랬다고요. 따질라면 이기호씨한테 따지든가요.


네? 그래서 쓸데없는 말은 됐고 책은 어떻게 재밌게 읽었냐고요? 이야기가 막 새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거참 까칠하시네 참. 책은 뭐 퍽 재밌게 읽었네요. 재밌게의 정의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이기호의 글은 워낙에 경쾌하게 읽히니까요. 그 내용이 가볍든 무겁든 말이죠. 이 작품은 또 뭐냐 방화 사건 관련자들 12명의 증언 녹취록 비슷한거라 더 빠르게 읽히더만요. 12명의 인간 군상에서 드러나는 각각의 독특한 말투? 문체? 뭐 그것도 재밌었고, 방화 사건에 대해서 진술하라는데 자꾸만 옆길로 빠져대는 것도 꼭 나를 비롯한 실제 주변 사람들 같아서 제법 재밌습디다. 


근데 제목만 보면... 제목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기호는 참 제목 잘 빼지 않나요? 아주 독자들 구미 당기게 하는 데 소질이 있어요. 너무 읽어보고 싶게 하잖아. 아아, 아무튼 제목을 보면 무슨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은 미스터리는 하나의 함정? 가면? 속임수? 뭐 그런 것일뿐 미스터리 소설하고는 거리가 좀 있는 작품입니다. 거 뭐냐 물론 방화 사건의 전말이나 최승직 장로의 과거에 관한 미스터리가 존재하긴 하나, 그런 건 그저 곁가지죠. 중요한 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해야할지... 뭐 그런 걸 그려놓았습디다. 


내가 참 기독교엔 관심이 1도 없어 놔서 성경은 호기심으로라도 표지 한 번 넘겨 본 적이 없어서 욥기가 뭔지 잘 모르는데 이게 뭐 작가가 욥기를 읽고 모티프를 얻어서 집필한 소설이나 독후감 비슷한거라고 합디다. 소설가 이기호씨는 욥이라는 사람을 자식들을 잃고도 하나남을 부르짖는 자, 하지만 자신의 발바닥에 악창이 생기자 그제야 하나님을 원망하는 자, 그래서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자라고 말하고 있습디다. 헐?! 뭐야,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뭐 이런 아버지가 다 있어? 싶긴 했지만 또 곰곰 생각해 보니 이기호씨 말대로 이해가 아주 안 가지도 않더란 말입니다. 그렇지 발바닥의 악창이 어떤 도화선이 되었을 수도 있는 거지. 그렇지, 어떻게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이죠. 이런 욥의 모습과 최승직 장로의 모습이 완전히 겹쳐지며 인간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본능...? 뭐 그런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디다. 그래서 경쾌하고 빠르게 읽히긴 하나 결코 쉬이 읽혔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이기호는 이기호라서 빠르게 읽히는 이야기지만 또한 이기호는 이기호라서 경쾌한 문장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닌, 역시 이기호스러운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네? 방화 사건의 전말요? 그러니까요. 이게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내가 뭘 읽었던 건지 약간 아리까리하면서, 그래서 내가 생각한 전말이 그게 맞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좀 그렇네요. 어차피 방화 사건의 전말 따위 중요한 게 아닌 작품인 것 같지만, 미스터리 소설에 길들여져 버린 나 같은 독자는 아마 되게되게 혼란스러울 겁니다. 어떻게든 전말을 알아내고 개운하게 책을 덮고 싶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소설가 이기호씨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데요. 겨울엔 동사 사건이나 설산 등반 이야기 같은 거도 한번 써 보시길 권합니다. 추위 먹어서(?) 쓴 이야기는 또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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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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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라든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감성감성한 시로 제 여고 시절 센세이셔널 한 시인이었던 류시화. 그는 시인으로서 시도 쓰지만, 종종 잠언집이나 에세이 여행기 등을 내기도 했죠. 그런 그가 이번엔 '우화집'을 냈네요. 우화의 특성이 본래 그렇기도 하지만, 함축된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시인이 쓴 우화라니 더 생각해 볼 거리가 많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더욱 끌렸던 책입니다. 게다가 블라드미르 루바로프라는 러시아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일러스트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가독성과 비롯해 그 소장가치를 높여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서두에 일러두기를, 이 안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폴란드의 작은 마을 헤움이라는 곳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류시화 시인이 모아서 재구성하고 혹은 새로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안에 담긴 수십 개의 이야기들은 전부 헤움이라는 마을에서, 그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헤움은 사실 신이 천사에게 세상의 모든 어리석은 자들을 자루에 담아오라 했는데, 세상에 어리석은 자들이 너무도 많았던 나머지 가득찬 자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천사가 휘청하다 결국 자루가 찢어지고 덕분에 그 자루에서 쏟아져 나온 어리석은 자들은 그들이 떨어진 바로 그곳에 마을을 이루고 살게 되었으니 그 마을이 곧 헤움이었다고 합니다. 즉, 헤움은 바보들이 모인 동네라는 거죠. 그렇게 그들이 벌이는 일이란 것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동경하다 결국 여행을 떠난 신발 수선공은 여행 도중 방향 감각을 잃고 도로 헤움에 돌아오게 되는데 그곳이 자신이 살던 마을이고, 자신의 집이고, 자신의 가족들임을 깨치지 못하고, 어찌하여 이곳이 자신의 마을과, 집과, 가족들과 같은지에 대해서 아직도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헤움에 가뭄이 계속되던 어느 때에는 나무를 비라고 부르며 가뭄을 면하고, 홍수가 나려 하자 다시 비를 나무라 부르며 위기를 극복하기도 하고요. 어째서 헤움엔 시인이 없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시인을 찾기 위해 공모 아닌 공모전을 여는데, 헤움엔 시인이 없었던 게 아니라 결국 마을 사람 모두가 시인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하죠.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수십 개가 이어지는데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절로 실소를 터뜨리고 말지요. 때로는 전혀 바보같지 않은 바보들의 재치에 감탄하기도 하고요. 어떤 땐 우리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쓴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가끔은 그 우화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어렵기도 해 고민에 빠져들기도 하고요. 결국 우화를 읽는 재미란 그런 것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헤움에서 찾은 가장 큰 깨달음은 '행복'이었습니다. 헤움의 이 바보 같은 마을 사람들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거든요. 그들은 모든 일을 단순하고, 그리고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니까요. 가끔, 아니 자주 어처구니없는 방식을 이용하긴 하지만... 그들의 이런 긍정적인 사고방식은...세상을 너무 복잡하게만 바라보는 우리가 좀 배워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고민하는소크라테스만큼이나 단순하기 짝이 없는 헤움의 바보들도 존재해야 세상이 원만하게 굴러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곁에 두고 종종 꺼내 다시 읽으면 웃다가 그 웃음 끝에 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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