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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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뇨자 (??세, 그냥저냥 먹고삶)



네? 나이랑 직업요? 왜요? 여 책에서 보니까 하나님도 나이 불명에 무직이던데 뭐 문제 있어요? 그리고 나이는 그냥 묻어 둡시다 좀 그거 알아 뭐할라고. 나도 내 나이 잊고 사는데. 그나저나 하나님이 무직이라니 좀 충격이지 않나요? 묻는 말엔 답도 안 하고 계속 질문만 해대고... 아! 하나님 아버지도 결국 '아버지'라 귀가 막혔나...??? 게다가 또 인간들이 하나님 아버지 굽어 살피소서 하는 장면에선 한 번도 그 자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는 데서 이 무슨 직무 태만인가 싶어서 솔직히 많이 충격이던데 나만 그런가. 아, 무직이니 직무태만도 아닌 건가 실은. 이렇게 말하면 이쪽 종교 가진 분들이 뭐라뭐라 할지 모르겠지만 아아, 나는 몰라요. 여 책에 그려진 하나님이 그랬다고요. 따질라면 이기호씨한테 따지든가요.


네? 그래서 쓸데없는 말은 됐고 책은 어떻게 재밌게 읽었냐고요? 이야기가 막 새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거참 까칠하시네 참. 책은 뭐 퍽 재밌게 읽었네요. 재밌게의 정의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이기호의 글은 워낙에 경쾌하게 읽히니까요. 그 내용이 가볍든 무겁든 말이죠. 이 작품은 또 뭐냐 방화 사건 관련자들 12명의 증언 녹취록 비슷한거라 더 빠르게 읽히더만요. 12명의 인간 군상에서 드러나는 각각의 독특한 말투? 문체? 뭐 그것도 재밌었고, 방화 사건에 대해서 진술하라는데 자꾸만 옆길로 빠져대는 것도 꼭 나를 비롯한 실제 주변 사람들 같아서 제법 재밌습디다. 


근데 제목만 보면... 제목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기호는 참 제목 잘 빼지 않나요? 아주 독자들 구미 당기게 하는 데 소질이 있어요. 너무 읽어보고 싶게 하잖아. 아아, 아무튼 제목을 보면 무슨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은 미스터리는 하나의 함정? 가면? 속임수? 뭐 그런 것일뿐 미스터리 소설하고는 거리가 좀 있는 작품입니다. 거 뭐냐 물론 방화 사건의 전말이나 최승직 장로의 과거에 관한 미스터리가 존재하긴 하나, 그런 건 그저 곁가지죠. 중요한 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해야할지... 뭐 그런 걸 그려놓았습디다. 


내가 참 기독교엔 관심이 1도 없어 놔서 성경은 호기심으로라도 표지 한 번 넘겨 본 적이 없어서 욥기가 뭔지 잘 모르는데 이게 뭐 작가가 욥기를 읽고 모티프를 얻어서 집필한 소설이나 독후감 비슷한거라고 합디다. 소설가 이기호씨는 욥이라는 사람을 자식들을 잃고도 하나남을 부르짖는 자, 하지만 자신의 발바닥에 악창이 생기자 그제야 하나님을 원망하는 자, 그래서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자라고 말하고 있습디다. 헐?! 뭐야,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뭐 이런 아버지가 다 있어? 싶긴 했지만 또 곰곰 생각해 보니 이기호씨 말대로 이해가 아주 안 가지도 않더란 말입니다. 그렇지 발바닥의 악창이 어떤 도화선이 되었을 수도 있는 거지. 그렇지, 어떻게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이죠. 이런 욥의 모습과 최승직 장로의 모습이 완전히 겹쳐지며 인간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본능...? 뭐 그런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디다. 그래서 경쾌하고 빠르게 읽히긴 하나 결코 쉬이 읽혔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이기호는 이기호라서 빠르게 읽히는 이야기지만 또한 이기호는 이기호라서 경쾌한 문장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닌, 역시 이기호스러운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네? 방화 사건의 전말요? 그러니까요. 이게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내가 뭘 읽었던 건지 약간 아리까리하면서, 그래서 내가 생각한 전말이 그게 맞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좀 그렇네요. 어차피 방화 사건의 전말 따위 중요한 게 아닌 작품인 것 같지만, 미스터리 소설에 길들여져 버린 나 같은 독자는 아마 되게되게 혼란스러울 겁니다. 어떻게든 전말을 알아내고 개운하게 책을 덮고 싶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소설가 이기호씨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데요. 겨울엔 동사 사건이나 설산 등반 이야기 같은 거도 한번 써 보시길 권합니다. 추위 먹어서(?) 쓴 이야기는 또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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