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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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SF 스릴러의 제목이 곰탕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데... 그래서 출간 당시 썩 관심이 가지 않았던 작품인데... 입소문을 타고 타고 베스트셀러에 등극되고... 주변에서 들리는 호평 일색...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정말이지 재밌고, 웃기고, 그런데 슬프고, 찡하고, 소름 돋으며 결국 감동으로 마무리 된 소설.


제목이 곰탕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2064년...미래를 그리는 소설들이 늘 그러하듯 2064년의 대한민국은 역시나 디스토피아입니다. 시시때때로 쓰나미가 덥치고, 온갖 전염병이 돌아 결국 인간 아닌 동물들은 멸종을 시켜 단백질 섭취를 위한 이상야릇한 동물만을 유전자 변이를 통해 탄생시켜 기르지요. 하지만 이 동물로는 결코 그 진한 '곰탕' 맛을 낼 수가 없습니다. 우환이 일하고 있는 식당의 주인은 그 먼 옛날 먹었던 곰탕 맛을 잊지 못해, 결국 우환을 과거 여행을 보내게 됩니다. 가서 곰탕을 끓이는 법을 배워 오라고, 고기도 구해 오라고... 과거로의 여행은 가능해졌지만 이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주 위험한 일.... 그렇지만 우환은 떠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에겐 가족도 연고도 없었기에 삶에 대한 애착도 없었으니까요. 다행히 우환은 살아서 2019년의 부산에 도착을 하고, 사장이 그려 준 약도를 따라 그 곰탕집에 도착합니다. 곰탕집에는 엄마를 여읜 순희라는 남고생과 아내를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종인이 있었습니다. 식당은 꽤나 유명한 맛집이었고, 일손은 늘 딸렸기에 종인은 은근슬쩍 눌러앉는 우환을 그냥 두고 봅니다. 한편 순희는 말 그대로 문제아였는데, 한편으론 순진한 구석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우환은 종인과 순희와 정이 들어 가고... 미래에서 온 사람들과 조우하게 되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가 미래에서 과거로 온 이유를 알게 되고... 결국 흩어졌던 조각들이 착착 맞춰지며... 결말에선 찡하고 깊은 여운에 찡해지는... 그런 소설입니다. 


이상은 스포일러 전혀 없는 이야기 극초반까지의 줄거리입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정말 재밌고 스릴넘치고 박진감 넘치게 전개가 되어 한시도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또한 문장을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상당히 짧은 문장들이 스피디한 가독성을 유지시키면서도, 문득문득 재치 넘치는 만연체 문장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요. (이런 면은 약간 천명관 작가의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마음 아프고 짠한 상황에서도 캐릭터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웃음 또한 피식대게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1권을 넘어 2권에 접어들면 본격 SF스럽게 변하는데, 영화 감독이 본업인 작가의 필력이 백분 발휘가 됩니다. 저는 사실 소설 속에서 액션...의 묘사가 즐비하게 되면 머리가 하얗게 되는데... 이 작품 속에서의 액션씬은 눈에 그려지듯이 박진감 넘치고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영화화 되어도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사실 곰탕을 먹질 못하는데 (물에 빠진 고기를 못 먹어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내내 곰탕 냄새가 구수하게 나는 듯한 착각에 그렇게 곰탕이 먹어 보고 싶어지더라고요.곰탕은 보통 엄마가 가족에게 정성스레 끓여 주는 보양식이란 이미지가 강하죠. 결국 가족애를 상징하는 음식이 아닌가 싶어요. 이 작품도 스릴러로 시작해서 SF로 발전하지만 결국엔 깊고 진한 가족애가 깔려 있습니다.그 깊은 맛에 흠뻑 취해 버리게 했던 참 재밌는 작품이에요. 1년이 아직 반도 채 안 지났지만, 비록 독서량도 아주아주 미미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올해 읽은 작품들 중 탑으로 꼽게 될 것 같네요.


덧) 영화화가 된다면 우환역은 역시나 차태현!!!!!!!!! 감독님 그러실 거죠? 시종일관 차태현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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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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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24시간 365일 진료'를 모토로 삼는 한 병원에서 내과의로 5년차 근무중인 주인공 구리하라 이치토는 작가처럼 나쓰메 소세키를 흠모하여 독특한 말투를 구사하는, 독특한 성격을 자랑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소설의 주 내용은 그의 근무일지 내지 비슷하게 펼쳐지는데, 소설 1권이 진행되는 내내 솔직히 이렇다할 큰 사건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구리하라와 주변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들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게 제법 재미있습니다. 특히 여관을 맨션처럼 활용한 온타케소의 사람들(하루나, 남작, 학사님)의 이야기가 조금은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하는지라 그런 점이 참 좋았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인공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병원에서의 일들이 많이 그려지고, 의학 용어들도 무던히 등장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흥미로워요. 또한 배경이 배경인지라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죽음'의 이야기도, 그리 슬프지만은 않게 그려지는 것 또한 좋았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잖아... 꽤 행복한 일이잖아...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주는 구리하라의 매력에 흠뻑 취해 버렸네요. 아마 자료조사를 통해 취득한 지식이 아닌, 작가가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것들이 작품 속에 녹아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덕분에... '천국에서 온 편지'를 읽다가는 새벽에 감성이 충만하여 책을 읽다가 울어 버렸네요. 어찌 보면 참으로 식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시리즈가 총 4권으로 1, 2, 3, 0 순서로 출간이 되었고, 국내에선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표지가 꾸며졌던데, 사실 신의 카르테 1권의 배경은 가을과 겨울이에요. 그래서 어째서 표지가 봄으로 그려졌을까 싶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니었나 싶네요^^


나쓰메 소세키를 흠모하는 현직 의사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 그의 독특한 이력이 백분 발휘되는 데뷔작 <신의 카르테>. 카르테가 무슨 뜻인가 하고 봤더니, 의사들의 진료 차트더군요^^ 어여쁜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던 작품인데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어봐야겠어요. 학사님은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스나야마와 미즈나시는 또 잘 사귀고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인생은 길다, 조만간 또 기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있을 것이다. 우왕좌왕하며 돌아다니고 하찮은 일에 사로잡혀 오뇌할 대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나는 소리 높여 외치리라.

멈춰 서서 가슴을 펴고 망치를 휘둘러라!

발밑의 흙에 무심히 정을 갖다 대라!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대답은 항상 그곳에 있다.

'하나(一)에 머문다(止)고 쓰고 '바르다(正)라고 읽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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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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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화이트 래빗>을 완독하였으니 리뷰를 써 보도록 하자. 참고로 이 작품의 문체가 상당히 독특했고, 그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기에 최대한 따라해 보려고 한다. 그러니 이 글을 혹시라도 읽어 주는 분이 있다면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글투에 대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거나, 혹은 "이 작품 문체가 독특하다고?" 하고 호기심을 가져 준다면 더없이 감사하겠다.


먼저 주인공인 구로사와에 대해서 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작가 이사카 고타로는 데뷔한 지 18년차이고 때문에 무수히 많은 작품을 남겼으니 그래서 그가 창조한 개성 강한 인물들이 수도 없이 많다. 자신이 창조한 인물은 곧 자식이나 다름없을 테니 그 어느 인물 하나 아끼지 않겠냐만은 그의 구로사와 사랑은 유독 눈에 띈다. 작가가 좋아하는 영화 감독에게서 이름을 따왔다는 이 구로사와라는 인물은 본업은 빈집털이, 부업은 탐정, 가끔 상담도 해주며, 요샌 낚시에 빠져 있는 인물이다. 이렇게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면모 때문인지 작가의 다양한 작품, 특히 단편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연급 인물에선 그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이 없음에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에겐 팬도 많다. 일본의 한 잡지 조사에서는 치바를 이어 인기 인물 순위 2위에 등극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의 팬이다. 시크하면서도, 도둑 주제에 친절하고(러시라이프나 흰토끼에 언급되는 영수증 참고), 탐정답게 똑똑하고 예리하며, 나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아마 외모는 꽤 잘생겼을 거라고 예상되는 섹시가이 구로사와. <화이트 래빗>에서는 그의 매력 포텐이 200% 폭발한다. 이번 작품에선 그의 커리어(?)에 스펙이 하나 늘어나니까 말이다. 그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여기서 밝혀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럼 이제 작품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이야기는 한 유괴 벤처 기업의 두 직원이 어떤 여성을 유괴하면서 오리온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괴가 무슨 벤처냐? 유괴하는 와중에 그 무슨 낭만적이게 별자리 얘기냐?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렇게 묻고 싶을 거라는 거 안다. 하지만 이사카고타로의 작품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작가의 말빨, 혹은 인물들의 말빨에 설득당하고 만다. 심지어 이 때문에 키득대며 웃음까지 터트리게 된다. 믿을 수 없다고? 그럼 직접 읽고 확인해 보시라 하는 수밖에 나는 할 말이 없다.


아무튼 다시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 유괴 벤처 기업의 매입 담당(...!!!!) 직원인 우사기타에겐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 그 아내가 유괴를 당하고 만다. 자업자득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래 사실 나도 그랬다. 자업자득이 아니면 뭐겠는가. 그런데 우사기타의 아내인 와타코는 우사기타가 유괴범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와타코 입장에서 보면 정말이지 억울하기 짝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 유괴범의 아내가 유괴되었다니. 이 말장난 같은 상황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러니 독자는 계속해서 책장을 넘겨 볼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와타코 짱의 유괴 이후에 갑자기 구로사와가 빈집을 하나 털더니, 곧이어 인질 농성으로 사건이 급변한다. 그러더니 SIT가 등장하고, 한 번은 농성 사건의 범인의 시점으로, 다시 SIT 과당 대리의 시점으로 시점도 왔다리갔다리 한다. 그러면서 전지전능한 전지적 서술자가 자꾸만 등장하여 사건을 설명하려 든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무슨 럭비공 같은 전개인가 싶을 테지만,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들이 결국 다 연관이 되어 있으리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조금 더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그 구체적인 사항까지 눈치챌 수 있으리라. 작가의 10년차 팬으로서 나 역시 그랬다는 걸 굳이 밝히며 어깨를 으쓱해 본다.


아무튼, 이런 구성과 전개 속에 작가는 여러 개의 반전을 준비해 놓고 있다. 전지전능한 서술자가 수시로 나타나 이건 이러이러합니다, 하고 설명했으면서 그 반전에 대한 힌트들은 쏙 빼놓았었던 것이다. 참으로 의뭉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그 의뭉스러움 덕에 웃음이 새어 나오게 되니 이게 또 이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재미가 되는 것이다. 


자자, 그래서 유괴 사건과 인질 농성 사건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 거냐고 묻고 싶은가? 그걸 내가 여기서 말해 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건 직접 작품을 읽고 확인하는 즐거움을 부디 놓치지 마시라. 단언컨데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중에 가장 경쾌하고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라 펼친 즉시 끝을 보게 될 거라 장담한다. 게다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구성도 썩 복잡하진 않은 편이라 더욱 쉬이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헐! 이게 안 복잡한 편이라고?...하고 묻고 싶은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인데 어떡하겠는가. 이 정도면 이사카 고타로 작품 중에서는 가장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에 속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지전능한 서술자님이 수시로 나타나 사건 개요와 반전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부디 그 묘한 전지전능한 서술자님의 서술을 한번 직접 맛보시라. 그리고 흰토끼에 홀려(?) 앨리스처럼 토끼 굴에 빠져 버린 우리들의 검은 도둑 구로사와도 꼭 한번 만나 보시라 적극 추천드리고 싶다. 


잡담1) 그러니까 이 작품은 <레미제라블>의 오마주 비슷한 작품인 걸까? 소개되고 있는 레미제라블의 주옥 같은 대사들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이마무라처럼 5년에 걸쳐 레미제라블을 읽어 볼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1챕터를 통째로 프랑스 지하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설명을 보자마자 그 마음을 접었다. ㅋㅋㅋ


잡담2) 센다이역 동쪽 출구 근처에 있는 실내 낚시터에 가면 구로사와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빠, 별의 일생과 비교하면 우린 인생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자, 태어났습니다. 자, 이런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자, 죽었습니다.예전에 아이카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시간이야. 아빠는 내가 무슨 말만 했다 하면 아무 의미도 없으니 다른 집과 비교하지 말라고 화를 냈잖아. 우리집은 우리 집이고 남의 집은 남의 집이라면서. 별의 일생과 비교하는 건 더 의미가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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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사랑한 소년 스토리콜렉터 6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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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일의 스릴러 소설! 하면 보통 책 좀 읽었다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넬레 노이하우스를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2년 전까진 그랬었다. 하지만 안드레아스 그루버라는 속된 말로 듣보 작가(미안합니다 작가님;;)의 소설을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하느라 우연한 기회에 접하고 그 생각이 달라졌다. 나에게는 이제 독일의 스릴러~ 하면 안드레아스 그루버가 먼저 떠오르고, 슈나이더와 자비네 콤비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세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시리즈, 그것도 개성 강한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시리즈물은 권수를 거듭할수록 그 인물과 독자 사이의 친밀감이 늘어나기에, 게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콤비 플레이를 펼치게 될 슈나이더와 자비네의 수사 능력이 기대되기에 신간을 얼마나 고대해 왔던가.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역시 굉장히 잔혹하게 살해된 시신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살해당한 채 알몸으로 다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50대 여인. 그 여인에 새겨진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 그리고  유럽 전역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시신들...그리고 그들의 몸에 새겨진 어떤 표식들... 이에 군발두통을 달고 살면서 성격이 괴팍하다 못해 포악하기까지 한 슈나이더가 소환되고, 그와 팀(...!!!! 그는 성격상 절대 팀을 이루어 수사하지 못함에도!!)을 이루어 자비네가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또 한편으론 5년 전 슈나이더에 의해 체포되었던 연쇄살인범 피트 판 론이 수감되어 있는 오스테버잔트섬의 교도소에 한나가 심리 치료사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며칠 동안의 일도 중첩적으로 전개가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슈나이더와 자비네가 쫓는 사건과 오스테버잔트섬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국 점점 가까워지고 반전과 또 다른 반전이 등장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긴장감 넘치게 그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도 역시나...


우리들의 주인공 슈나이더, 아니 마르틴 S 슈나이더. 그가 하는 말과 행동들을 보다 보면 독자인 나마저도 주먹을 부르쥐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소속이었다면 당장에 청와대에 그를 잘라달라고 청원이 올라왔을지도... 그럼에도 그가 밉지 않고 꽤 매력적이기까지 한 것은 물론 그의 뛰어난 프로파일링을 기반으로 한 수사 능력이겠지만, 역시 자비네의 공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주먹을 부르쥐는 순간 바로 자비네가 독자들 대신 사이다 발언을 해주거나 속으로 욕을 해주기에 웃음까지 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서술의 시점 자체가 슈나이더보다는 자비네의 관점에서 전개가 되다 보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역시 이 시리즈를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라고 부르는 것이 못마땅하다. 이 시리즈는 엄연히 슈나이더&자비네 콤비 시리즈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그도 그럴 게 시리즈 2편에 이어 이번 3편에서도 자비네의 활략은 대단하다. 이번 작품에서 슈나이더는 인간적인, 그래서 좀 허술하다 해야할지....하는 면모를 많이 보이는데 그렇게 흔들리는 그의 곁에 만약 자비네가 없었더라면 결코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으리라... 게다가 이번 편의 결말.... 세상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밝힐 수가 없지만 결말이 어쩜 당연한 듯하면서도 충격적이었던지라... 도대체 시리즈의 다음 편은 어떻게 전개가 되려고 이러는 것일까.... 궁금해서 군발 두통이 오려고 한다.... ㅋㅋ;; 빨리 4편 내놔요 그루버씨! (독일에선 이미 나왔나? ㅋㅋ)


음... 그리고 이번 이야기를 읽으며 아주아주 절감한 한가지!

워커 홀릭 엄마, 아빠님들! 당신들의 아이에게 부디 관심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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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우리나라 소설은 안 읽어.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 없거든!"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었고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국내 순수소설에 대해 꽁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자기 책이 팔리는 걸 치욕으로 아는 작가도 있다니 말 다했죠 뭐;;)

그런데!
정말 재밌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우리 소설도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리스트를 공유해 드립니다^^


<망원동 브라더스>














제가 처음 아닛! 우리 나라 소설 중에도 이런 분위기의 소설이 있었어?
...하고 놀랐던 작품이 바로 김호연의 망원동브라더스입니다.

한 건물 좁은 옥탑방에 20대~50대의 인생에 실패한 찌질한 사내들이 복닥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복닥대고 부대끼며 치열하게 두 계절을 지내고 
비로소 실패끝에 희망도 온다는 걸 알고 세상에 나아갑니다. 
세상사 새옹지마, 그리고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어찌되었든 부딪쳐봐야 그 끝을 알 수 있다는 교훈과 희망. 
거듭된 실패 끝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이 역설적인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찌질한 이야기들이 꽤나 유쾌하고 그려지거든요.
(주의: 책을 읽고나면 콩나물 해장국이 미치도록 먹고싶어질 겁니다.)


<연적 -연적과의 동침, 일탈, 여행 그리고 희망>














망원동 브라더스에 반해 목 빼고 기다리던 차기작 <연적>
전 여친의 부음 문자를 받고 참석한 장례식장에서 그녀의 또다른 남친을 만나게 되는 주인공.
둘은 묘한 경쟁심에 불타오르며 그녀의 유골을 그녀가 좋아하던 장소에 뿌려주자며 의기투합
결국 그녀의 유골을 훔쳐 여수까지 동행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한없이 한심하기 짝이없이 좌충우돌하는 두 사람을 보면 끊임없이 실소가 터져나오지요.
그렇게 독자들을 내내 웃기다가 마지막에.......
그리고 그들의 복수는......!!!
망원동브라더스에서처럼... 마냥 밝기만한 미래를 그려놓는 것이 아닌데도...
묘하게 책을 덮고나면 희망의 한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래 판타지 소설계의 전설적인 존재라는 김근우 작가.
그가 몇 해 전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순문학 분야에 발을 들였지요.
장르 문학을 하던 작가라 그런지 역시 쉽고 재미있게 읽힙니다.
하지만 가볍진 않단 사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가짜'들이 '진짜' 우리가 되어 전하는 위로>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가 오리에게 잡아 먹혔다고 주장하는 노인이 있습니다. 
문학이라고 쳐 주지도 않는 장르소설을 쓰는 전재산 4264원을 자랑하는 남자도 있습니다. 
주식으로 전재산 말아 먹은 여자도 있습니다. 
가족 보다는 돈이 최고인 아이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런 '가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이 시작하면서 끝나기까지 그들에겐 이름이 없습니다. 
그저 남자, 여자, 노인, 아이라고 지칭되지요.  남녀노소. 
이야기 진행상 아주 자연스러운 인물설정이면서 상당히 상징적인 인물구도이기도 합니다.
즉,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노인은 불광천의 오리들 중 하나가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호순이'(그러고보니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가진 존재네요^^)를 잡아 먹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망할 오리를 잡기 위해 나(남자)와 여자를 고용하여 일당 오만원을 주고 불광천의 오리들의 사진을 찍게 합니다. 
단순히 오리 사진을 찍는 일만으로 일당 오만원이라니, 이런 꿀 알바가 따로 없습니다만, 
남자와 여자는 일이 거듭될수록 자신들 안의 양심의 소리에 괴로워 합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노인의 손자와 노인의 아들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지요. 
그들은 '진짜' '호순이를 잡아 먹은 오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호순이'는 '진짜' 오리에게 잡아먹힌 걸까요?
우리는 누구나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지 알지 못한 채 인생을 살아갑니다.  
미리 결정된 것도,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전혀 없지만 그 인생들 하나 하나는 모두 '진짜'입니다.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의 '진짜' 인생에게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소설입니다^^



<우리의 남극 탐험기 - 너는 실패할 거야, 실패함으로써 성공할 거야.>














시각장애인인 경제학자 섀클턴 박사와
야구 선수를 꿈꾸다 포기하고 삼류 대학에 진학 역사교사가 되고자 하나 임용고시에 거듭 낙방하는 '나'
이 두사람의 무모하고 터무니없는 남극 탐험기

그들의 성장기와 인생사와 탐험기가, 모순 가득한 헛소리와 헛소리와 헛소리 속에서 전개됩니다. 

딱히 즐겁고 유쾌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데, 

아니 오히려 짠내나기 이를데 없는 그들의 인생이야기에 자꾸만 웃음이 나는 건 

이런 말이 안 되지만, 또한 생각해 보면 말이 되는 그런 헛소리들 덕이었습니다. 

말이 되는 일만 일어날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게 우리 사는 인생사니까.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인생의 이들의 남극 탐험과 다를 바가 뭔가 생각했습니다. 
계속되는 위기와 고난의 연속, 그렇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끝날 때까지는 끝낼 수 없는 영원 아닌 영원의 과정.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실패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디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진 맙시다. 
왜냐하면 계속되는 실패들 속에서 우리는 결국 성공할테니까요. 
어차피 따지고 보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건 사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일 테니까요.



<트렁커 - 누구나 조금씩 기울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몇 년 전 연말병에 걸려 우울우울할 때 그 해 마지막 책으로 이 책을 골라서 읽었더랬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가 결말에선 평펑 울어 버린 후

결국 따뜻해진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더랬습니다.

 

세상에,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받아 자신만의 숨쉴 공간으로 차 트렁크나 가방 트렁크를 마련해두고...

거기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일컬어 '트렁커'라고 합니다. 

온두라는 처녀와 이름(성은 이 이름이 름...이름이 이름...ㅋㅋ)이란 상처 받은 두 젊은 남녀가...

썸도 타면서 서로의 과거 아픈 기억들을 주고 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랍니다.

 

굉장히 코믹한 대사나 장면들이 많은데...

그 안에 또 너무나 아픈 사연을 담고 있어 여운이 깊은 책이랍니다.

 

세상에 오롯이 행복하기만 한 삶을 사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겁니다.

다들 조금씩 기울어진 채로, 균형을 잡아 살아가는 거라는 걸 보여주며 위로가 되어 주는 책입니다.



<알바 패밀리 - 7530원짜리 이태백들이 삼포시대를 살아가다.>















중국 최고의 시인인 '이태백'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이십 대 태반이 백수"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는 안내 문구가 뜹니다.
배추 셀 때나 쓰는 단위인 '포기'라는 단어는 
연애, 결혼, 출산이란 단어들과 어울려 쓰이며 N포 시대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그야말로 웃픈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로민과 로라는 대학생으로 학자금 대출의 원금도 아닌 이자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아버지의 가구 공장이 부도 직전이라 엄마 역시 가정에 보탬이 되려고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이렇게 비정규직 라이프로 똘똘 뭉친 로라네 가족!
묘하게 나의, 동생의, 우리가족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 공감도 가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다 억울해지죠.. 우린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데 어째서!!! 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애면글명 아등바등 살아봐야 결코 내일의 내 인생은 화려할 거야~ 라고 믿을 수만도 없는 세상.
그런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을 살아갑니다.
무책임한 것 같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는 그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 p.180 나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엄마가 혹시라도 사는 걸 포기할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엄마는 식사를 거르지 않았고 불면증에도 시달리지 않는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주말 드라마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으며 윗니 아랫니가 20개쯤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을 때가 많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지만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안다. 』














안은영은 M고의 보건교사입니다. 그녀에게는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습니다. 
영적 기운이라든지, 귀신이라든지,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라든지, 에로에로(ㅋㅋㅋ)에너지라든지. 
그런데 M고의 지하실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이를 제거하려 하나, 
그녀도 일단은 인간인지라 사용할 수 있는 기력에 한계가 있지요.  
그런 그녀에게 충전기(?) 역할을 해주는 이는 M고 설립자의 손자이자 한문 선생인 홍인표였습니다. 
그렇게 은영과 인표는 서로 상부상조하며, 때론 썸도 타며 M고의 평화 유지를 위해 
각종 시시콜콜한(...그렇지만 그 일을 겪는 개개인에서 보면 몹시 심각하고 중요한) 일들을 해결해 갑니다.

이 작품에는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각 단편들 속 상처 받은 영혼들, 사람들, 그리고 안은영, 홍인표... 

결국은 조금은 버거워 언제나 상처 받으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혹은 견뎌내는 우리들의 모습 다름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갑남을녀 우리들 서로 서로가 위로하고 치유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치 조금씩 부족한 은영과 인표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영웅이 되는 것처럼요. 

 

수백 년수천 년 전엔 넘치고 넘쳤던 영웅이 어째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실은 우리 주변엔 우리가 미처 그 존재를 깨닫지 못하는 영웅들이 정말 많다는 걸 말입니다

'평생 시장에서 순대를 팔아 모은 전재산을 기부하는 할머니',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희생한 대학생',

'추운 날 폐지를 줍는 노인에게 붕어빵을 건네는 아가씨.

앞서 언급했던 난세의 영웅들은 아니지만

팍팍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훈훈한 온기를 전해주는 사람들,

그들도 역시 영웅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 부대- 그 어떤 스릴러보다 충격적이고 공포스럽다.>















며칠 전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던 옵션 열기

댓글부대가 실제로 운영되었을 거라는 결정적 증거라고 하죠.

여타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진 댓글부대의 존재들과

이번 옵션 열기 사건으로 새삼 소름이 오소소 돋으며 소설 댓글부대가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은 댓글부대 2세대인 팀-알렙의 세 멤버인 삼궁찻탓갓, 0110...

모종의 세력으로부터 의뢰받은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이 과할 정도로 상세히 그려집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것은 과연 소설인가 현실인가 헷갈리게 됩니다.

작품 안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결코 보기 좋지 않은 행태들과

온갖 조작질이 난무하는 마케팅 등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조족지혈이랄지... 빙산의 일각이랄지...

그 뒤로 더 나아가 더욱 발전하여 더욱 방대하게 행해지는 어떤 음모는...

너무나 소름 돋고 너무나 충격적이고 너무나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얇다면 얇은 이 소설은 참 쉽게도 쭉쭉 읽힙니다.

그리고 더벌어 책장을 넘기는 족족 !”하는 감탄사를 쏟게 합니다.

게다가 막판에 기다리고 있는 그 반전이란!!!

저는 <댓글 부대>라는 소설을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강렬한” 소설로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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