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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평점 :
클래식은 귀로는 익숙하지만 음악가와 음악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유명한 작곡가와 음악에 대해 알려진 에피소드를 알고 나면 좀 더 친근해지기도 하지만
작정하고 음악사를 살펴볼 엄두는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와중에 <스토리 클래식>은
마치 미술관에서 내가 전시해설을 하는 것과 닮은 포맷으로 음악가와 음악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음악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는 저자의 음악에 대한 내공과 필력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음악가에 대한 정보나 자료, 스토리의 강약 조절이 매끄럽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16명의 음악가를 선정하고 각각의 특징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스토리
중간에는 수록된 음악을 바로 재생할 수 있는 블로그 페이지로 연결되는 점도 편리하다.
이중 나는 얼마 전에 끝났던 <차이콥스키ㅡ 비창>에 대한 일화를 먼저 찾아 읽었다.
차이콥스키는 총 6개의 교향곡을 남겼고 그가 마지막 발표 한 <교향곡 6번 Op.74>이
'비창'이다. 초연한지 9일 만에 차이콥스키가 사망했다는 것과 음악의 분위기가 유난히
가라앉아있어 추모음악으로 많이 연주된 다는 사실 이외에 그가 사망한 뒤 연주회에서도
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그 곡이 만들어지게 되었던 사실적인 배경들을 좀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출판사 <스토리 클래식>카테고리에 수록곡을 모아두어서 음악 감상과 스토리가 매끄럽게
연결되는 편리한 시스템이라 활용도가 높다.
각 챕터별 말미에는 주요 작품 목록 페이지가 따로 수록되어 있어서 그동안 잘 들어보지 못한
곡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반가웠다.
일평생 짝사랑만 했던 비운의 남자 요하네스 브람스.
2010년에 그 이야기를 다룬 영화<클라라>가 개봉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노장 여성 감독은 브람스의 실제 자손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흐르는 메인 곡 중 슈만의
라인 교향곡과 브람스의 피아노소나타를 들으면 나는 브람스가 클라라의 아이들을 재우며
연주하던 <브람스의 자장가>와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며 연주하던 <헝가리 무곡>을
저절로 머릿속에 재생하게 된다. 바로 이런 것이 스토리의 힘.
그런가 하면 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했던 음악가 드뷔시.
여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던 그의 음악은 매혹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했던 전혀 다른 자아를 드러냈던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과 가깝게 지내며 회화적인 음악으로
인상주의 음악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회화에도 음악만큼 소질이 있었다고 알려진 드뷔시는 만국박람회에서 마주한 호쿠사이의
<가나가와의 큰 파도>를 보고 감명을 받아 오케스트라의 악기를 총동원하는 곡으로 바다의
모습을 음악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책 속에는 이렇게 고전음악에서부터 시작해 낭만파 음악까지 대표적인 음악가들의 내밀한
사연들을 드러내고 천재이기 이전에 그들 또한 생활인으로서의 복잡 미묘한 삶의 한가운데
있었음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책 속에 수록된 <클래식 Q&A>코너를 통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클래식의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코너도 반가웠다. 암호처럼 보이는 알파벳이나 숫자의 의미,
익숙하게 듣곤 하지만 명확하지 않았던 개념들에 대한 상식들을 전해 준다.
음악이나 예술은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음악으로 승화시켰던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멜로디로 익숙했던 그 음악들에 어느덧 사연이
오버랩되고, 스토리와 장면이 그려진다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귀로만 들었던 음악들에 어느 순간 장면이 더해지는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