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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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 절정이 이어지다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듯 연일 비가 이어지던 날 도착한 책.

<수면 아래>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차분한 느낌이 시원했고, 시없이 시로 가득하다는

박연준시인의 추천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책.

'그리운 것은 어쩌면 고마운 것과 닮아 있구나 '생각했다.

<수면 아래_ 이주란 장편소설 中>

근간에 읽었던 책들 중 가장 느리고 잔잔하게 읽은 책이었다. 너무 고요하고 무심하게 흘러

오히려 꼭꼭 눌러읽게 만들었고, 그래서 연달아 두 번을 읽었다.

문장 들 속에, 평범한 일상 속에 꼭꼭 숨겨진 두 가지 사연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는데 문장톤이

내내 고요하게 흐르다 보니 놓쳐버리기 쉬워서 오히려 집중하며 읽게 된다.

 

 


 

"저는 시시한 것들을 사랑하고, 시시한 것들은 대체로 슬프니까요"

처음 만날 때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고, 그런가 하면 아무리 가까이하고 싶어도

사소한 일들로 어긋나기만 하는 관계가 있다. 저절로 되는 것도 없고, 억지로 되는 것도 없더

라는 책 속 문장을 비롯해 조곤조곤 문장들은 표면적 존재감을 넘어서는 생각들을 소환한다.

 

 


 

먹고사는 일은 배고픔을 넘어 삶의 여러 의욕 내지는 한 사람의 생활 속 활력들 드러낸다.

마음 쓰이는 일이 생기면 우선 식욕부터 떨어지고, 반대로 먹는 일로 해소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마저 생기기도 하니까. 평소에 토스트에 설탕 뿌리는 것 별로 안 좋아하는데 책 읽다가

토스트가 먹고 싶어지더라.

여름이었고, 그날의 가족여행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는데 물론 그때는

몰랐어요. 모를 수밖에 없죠. 미리 알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수면 아래 中

가끔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측은지심에 대해 생각한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처해진 환경이 다르고, 관심사도 제각각이지만 나름대로 누구나 삶이

녹록지 않음을 알아가게 되고, 그런 와중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복잡하고 마음 터놓을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비 오는 날의 우산처럼 삶도 그런

방어기제가 필요한데 그것이 사람이면 좋겠고, 그런 선순환이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중략)

그냥, 난 우리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순간에.

정말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지금 내게 남은 마음은 그것뿐이라고,

<수면 아래 p.196>

 

 


 

서로를 미워하며 헤어질 예정이었는데

서로를 그리워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그냥, 그런 마음이 남았고 두 사람은 그 마음을 그대로 둘 예정이다.

작가의 말에 안도하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리워하는데도 어긋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마음은 평생 마음 한편에 넣어두고 살게 되는 것 같다.

책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으며.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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