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를 찾아서 작가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떠난 길
아리안 슈맹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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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도 서가 한 칸을 채우고 있는 밀란 쿤데라.(b.1929 체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자발적 실종자가 되어 무려 37

년 전부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작품으로만 존재한다.

프랑스 언론인이자 작가인 아리안 슈맹이 자취를 감춘 밀란 쿤데라의 흔적을 찾아 그의 가장

측근인 부인 베라를 만나고 그가 태어난 조국 체코와 제2의 조국 프랑스 사이에 존재하며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고 전작을 재 번역해야 했던 사연들에 대해 추적한다.

 


 

밀란 쿤데라는 1984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대성공을 거둔 뒤 세상과 거리를 두

고자 했던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된다. 미디어가 앞다투어 그를 쫓는 과정에서 사생활을 최고

가치로 내세웠던 밀란 쿤데라는 오직 문학을 위해, 문학을 통해서 살기 위한 칩거를 시작한다.

걷기를 좋아하고, 음악과 예술과 시를 생활 속에 함께 했던 사람. 오직 그의 곁에는 그의 아내

베라가 그와 동행한다.

밀란 쿤데라가 태어난 1929년 체코는 나치 침공기였고 1948년 공산주의자들의 권력 장악과

그 20년 후 프라하의 봄을 경험했다. 1975년 프랑스를 조국으로 삼았다가 2019년 11월에야

국적을 원상 복귀했던 쿤데라는 "공산주의 나라들에서는 경찰이 사생활을 파괴하지만,

민주주의 나라들에서는 기자들이 사생활을 위협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작가가 그런 글을 쓰기까지의 배경과 과정을 알고

읽는 문장들은 가치를 초월한다. 인생에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일은 한 사람의 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평생을 가는 굳은 신념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어린 쿤데라가 작곡 선생님으로 만났던 파벨 하스(b.1899-1944)가 들려줬던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센(완벽한) 악절이 약한 악절들을 만들어낸 초석이 되었다는 성찰의 말이 한평생

따라다녔다고 한다. 인생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고전적 어휘의 쿤데라는 체코 원전의 번역본 들을 거의 단어 하나 빼먹지 않고 재검토한다.

"오직 저자가 재검토한 텍스트만이 체코어 원전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라고 명기한다.

결국 쿤데라는 1995년 <느림>을 프랑스어로 썼다.

 

우리는 청춘이 뭔지 모른 채 유년기에서 벗어나고,

결혼이 뭔지 모른 채 결혼하고,

노년에 들어서서도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대지는 무경험의 세계다.

밀란 쿤데라의 말 p.168

 

 


 

책을 통해 살고, 책 속으로 사라진 사람... 밀란 쿤데라

그늘은 본의 아니게 빛을 유인하고, 숨으면 모두가 호기심을 품는다.

결국 밀란 쿤데라의 흔적을 찾아 나섰던 저자도 그를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밀란 쿤데라의 삶과 작품이 공명하는 작품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이제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거장의 문장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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