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로 보는 영국 건축의 언어 일러스트로 보는 영국
매튜 라이스 지음, 정상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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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우리 삶의 배경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다. 1400년이 넘는 정교한 건축이 존재하는 영국 각 시대의 건축 언어를 설명하는 이 책의 저자는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고대 건물 보호 협회 관련 수많은 워크숍을 진행했던 경험을 담아 친근한 일러스트로 유서 깊은 영국의 건축언어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건축은 각 시대의 정치적 사건, 외교정책, 전쟁, 분쟁, 정복을 반영하고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사진과는 다른 그림의 언어가 주는 정보들은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이다. 가장 기본적인 건축 원리와 구성요소부터 영국 전역에 있는 모든 시대의 건축물 사례를 고루 소개하고 있는데 공공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거나 대중에게 공개된 사례들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대중의 시선의 폭을 넓히는 참고서라고 하겠다.




중세의 건물을 떠올리면 장식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들을 연상하게 하지만 초기 중세의 창문은 장식이 많지 않다. 장식 양식이 등장하며 가문의 상징이 되는 문장이 건축에서 시각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시기도 후기 중세 시대로부터 출발한다. 책의 말미에는 방문해 볼 만한 시대별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과거에는 먼 거리까지 이동하기보다 건축물의 목적에 맞게 일반적으로 근방의 재료를 사용했다. 건축물에도 유행이 있어 재료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대 로마의 벽돌을 만드는 기술은 건축물의 형태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요소가 되었는데 규격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사건을 겪으며 규격화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영국 United Kingdom이라고 하면 어딘지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건축물이 담고 있는 역사적, 시대적 다양한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낯선 분야에 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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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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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력 얼마나 되세요?

인생에서 힘든 순간을 마주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텐데 저자는 건축가로서 번아웃이 왔을때 우연히 가게 되었던 목욕탕에 푹 빠져 실제로 목욕탕 지배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주요 대중목욕탕 24곳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무려 200여 곳이 넘는 일본의 목욕탕을 직접 탐방하고 일일이 실측을 하고 그림으로 기록을 하고 그중에서 엄선된 곳들이니 더욱 궁금하고 흥미진진하죠. 건축가답게 깨알 같은 디테일을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소개 하고 있어서 숨은그림찾기 같은 느낌도 들어요. 책표지의 바코드부터 목욕탕 콘셉트의 아주 유쾌하고 정보 또한 가득한 책이에요. 참고로 높은 곳에서 특정한 각도로 건물 안을 내려다보는 아이소 메트릭 기법으로 그려서 더욱 생생하게 목욕탕들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큰 매력입니다.


소개하는 목욕탕은 테마도 다양합니다. 테마파크 콘셉트부터 노천탕, 벚꽃놀이 목욕탕, 과거로의 시간 여행, 고향 집 콘셉트, 울고 싶을 때 찾아가는 목욕탕도 소개합니다.이런 세심한 콘셉트를 추구하는 곳이라면 어떤 목욕탕을 가고 싶으신가요?

책 속에 소개된 여러 목욕탕 중 한곳을 선택하라면 저는 우선 도쿄의 노천탕 다이코쿠유를 선택하고 싶어요.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오사카 인근의 노천탕을 가본 경험도 있고, 국내에서도 꽤 오래전이긴 하지만 노천탕의 기억들이 참 좋았거든요. 꽉 막힌 실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상쾌함을 느껴보고 싶어서 꼽아보았어요.

일상에서 쉬고 싶은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목욕탕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일본 온천에 갔다가 자판기에서 병 우유를 뽑아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목욕탕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 속 목욕탕에 대한 정보도 수록되어 있으니 혹시 일본 여행 계획이 있는 분들은 참고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목욕탕 장인의 믿고 보는 꿀 정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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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 불각(不刻)의 아름다움
김종영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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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에 갈 때마다 잠깐씩 들어가 보곤 하는 김종영미술관은 한국 1세대 조각가이자 추상미술가

'우성(又誠) 김종영' (1915-1982)의 타계 20주기를 기념하여 건립되었다.



예술가가 기록해 놓은 말은 그가 남긴 작품 못지않게 한 예술가의 정신적 배경과 작업을 이해하는

근거가 된다. 작가의 나이 오십이 되는 첫날부터 시작된 그의 글들(1964~1980)과 어우러진 작품들,

몇 개의 작업으로만 알아왔던 작가의 예술담론들을 읽다 보니 예술과 인생의 접점들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깊은 사고와 성찰과 내공은 작품들에 고스란히 묻어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약 삼십 년간의 작업 생활을 이어갔던 그는 여러 가지 과제와 실험의 연속이었음을 고백한다. 완벽한 작품을 추구하지도, 정교한 기법도 선호하지 않았던 작가의 예술이 친근했던 이유는 작가의 작업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감동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편성과 조화성은 작가가 추구했던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예술이란 것이 관중을 염두에 두기도 하지만 작가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기를 추구했고,진정한 관중을 자기 자신으로 보았다는데도 특별함이 있다.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 관중을 속이는 것이고,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면 그만큼 관중에게 성실하게 된다는 그의 가치관이 좋다.

역시 좋은 작품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진리가 이번에도 틀리지 않다.

김종영 작가는 개성이나 독창성을 예술의 핵심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차별화가 된다. 자연현상에서 구조의 원리와 공간의 변화를 경험하고 조형의 방법을 탐구하곤 했다고 한다.

예술은 사회나 시대에서 유리될 수 없고, 항상 남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루어지고, 자기 이념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전통과 초월에 대한 담론도 잊지 않는다. 시간이나 공간을 포함한 초월은 어디까지나 성실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관념과 허구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초월에 대한 고심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작가 스스로의 예술담론부터 미술사적 개념들의 통섭까지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한 예술가의 예술세계에서 그치지 않고, 사색의 당위성과 필연성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작품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야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게 작가의 기록은 공감의 폭을 더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작가의 자화상 드로잉을 포함한 도판을 80여 점 수록하고 있다는 점인데 작가의 글들과 함께 조각 이외의 작가의 작품집 같은 느낌이라 또 하나의 선물 같다.

기교가 아닌 성찰을, 예술가는 항상 자기의 생활권에서 성장과 완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반복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그의 자세가 참 좋았다. 좋은 결과물은 역시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나는 단 한 가지 자신 있게 단언합니다. 자연과 인간 사회가 있는 한 예술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고,

우리의 희망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백 년 전 인상파 미술가들에게도 현실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무거운 전통의 압력에서 실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희망과 지혜를 준 것은 다름 아닌

대자연이었고, 인간의 현실이었습니다. 거기서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르네상스의 지혜도 자연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희망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변과 그날의 생활 속에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김종영의 말中-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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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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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짝을 이루는 필연적인 것들이 꽤 많다. 탄생과 죽음.

그 고귀한 순간들을 위한 준비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 생각해 보는 일은 생각보다 막연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비 없이 그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된다.

인간 수명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인한 생명의 연장이 오히려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냥 청춘일 것 같았던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고 어느덧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한 나이가 되고 보니 더 와닿는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부고 전문기자가 쓴 삶과 죽음의 의미를 통찰하고 각각의 삶을 한편의 이야기로 만드는 부고의 세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소수의 유명인의 부고가 아닌 

한 세상을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온 우리 모두는 자신의 스토리를 남길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저자는 구체적인 기록의 방법들을 제안하고 많은 사례들을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장례식은 한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의식하는 과정이다 보니 대부분 우울하고 침통한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영원히 살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우리는 이마저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지인에게 들었던 어떤 장례식장에서는 마지막에 고인의 사진앨범을 공개해 행복했던 순간들을 영상으로 공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일가친척 중 한 분은 자손들이 고인의 생전 기록을 모아 책으로 발간한 사례도 보았다.


누구나 책 한 권만큼의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고 전하는 저자는 아마도 그 과정을 통해 각자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사색의 시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전 저자는 각자에게 세 가지 질문을 제안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또 다른 것들을 반드시 얻게 된다는 것도 안다. 저자가 소개했던 이들의 에피소드에서 기억나는 문장.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 우리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라는 깨달음을 우리는 긴긴 팬데믹의 기간에도 경험하지 않았던가.



"삶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야기가 남는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中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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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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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장마가 끝나는가 싶더니 폭염이 기승하는 요즘 시원한 표지가 잠시나마 마음의 열기

를 식혀주는 느낌이 든다. 청춘, 로맨스 같은 키워드는 이제 내게 큰 감흥을 주는 주제가 아니지만 인생을 통틀어 사람의 관계는 끊임없이 이어지기 마련이니까 또 여러 공감되는 혹은 공감할 수 없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청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의 만남과 이별,

순탄하게 만나서 무난하게 이어지는 사람의 관계가 오히려 더 쉽지 않음을 경험상 알기에 책을 읽는 동안은 온전히 책 속 스토리를 따라가본다.

대학 캠퍼스, 청춘, 사랑, 연애와 같은 키워드들 자체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기 충분하지만 매년 10월 말이 되면 겨우내 깊은 겨울잠에 빠져들게 되는 설정이 이들의 연애가 마냥 순탄치 않음을 시사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많은 관계들의

연속이듯 그 관계를 유지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데 그 기준의 지표가 없다는 것이 관계의 어려움을 느끼는 주요한 이유다. 알면서도 모르는 체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고, 알지만 모르는 척 눈 감아야 할 때가 있듯 말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서로에 대한 배려, 혹은 관심으로 인한 큰 반전의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꼭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도 좋은 관계에서는 서로에 대한 희생과 배려가 동반되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은 생각보다 더 많은 설정들이

마치 수수께끼처럼 숨어있다. 멍 때리며 텍스트만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게 될 위험요소가 있다.

인생에서 겨울을 잃어버린 여자와 그녀의 겨울을 되찾아주고 싶은 남자가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름다운 꽃길만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와 관계 속에서 미련과 오해와 배려가 교차적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좋은 의도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관계든 오랜 시간 이어가는

관계들에는 대화가 필요하다. 숨겨진 의도를 사랑으로 모두 알게 되리란 생각이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다. 배려가 오해가 되어 멀어진 인연들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관계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양적인 비중이 아니라 그 바탕의 믿음이 우선은 아닐까.눈앞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닐 때도 있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일차원적인 사소한 요소들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은 가장 기본적인 사랑을 지켜나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소설 같은 상황이 펼쳐지다고 해도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폭풍우가 거세어지는 만큼 더 단단하게 결속될 테니 말이다. 가장 큰 비밀인 줄 알았던 사실보다 더 큰 반전의 비밀이 있는 이 책의 결말은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게 만든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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