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 불각(不刻)의 아름다움
김종영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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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에 갈 때마다 잠깐씩 들어가 보곤 하는 김종영미술관은 한국 1세대 조각가이자 추상미술가

'우성(又誠) 김종영' (1915-1982)의 타계 20주기를 기념하여 건립되었다.



예술가가 기록해 놓은 말은 그가 남긴 작품 못지않게 한 예술가의 정신적 배경과 작업을 이해하는

근거가 된다. 작가의 나이 오십이 되는 첫날부터 시작된 그의 글들(1964~1980)과 어우러진 작품들,

몇 개의 작업으로만 알아왔던 작가의 예술담론들을 읽다 보니 예술과 인생의 접점들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깊은 사고와 성찰과 내공은 작품들에 고스란히 묻어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약 삼십 년간의 작업 생활을 이어갔던 그는 여러 가지 과제와 실험의 연속이었음을 고백한다. 완벽한 작품을 추구하지도, 정교한 기법도 선호하지 않았던 작가의 예술이 친근했던 이유는 작가의 작업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감동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편성과 조화성은 작가가 추구했던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예술이란 것이 관중을 염두에 두기도 하지만 작가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기를 추구했고,진정한 관중을 자기 자신으로 보았다는데도 특별함이 있다.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 관중을 속이는 것이고,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면 그만큼 관중에게 성실하게 된다는 그의 가치관이 좋다.

역시 좋은 작품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진리가 이번에도 틀리지 않다.

김종영 작가는 개성이나 독창성을 예술의 핵심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차별화가 된다. 자연현상에서 구조의 원리와 공간의 변화를 경험하고 조형의 방법을 탐구하곤 했다고 한다.

예술은 사회나 시대에서 유리될 수 없고, 항상 남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루어지고, 자기 이념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전통과 초월에 대한 담론도 잊지 않는다. 시간이나 공간을 포함한 초월은 어디까지나 성실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관념과 허구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초월에 대한 고심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작가 스스로의 예술담론부터 미술사적 개념들의 통섭까지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한 예술가의 예술세계에서 그치지 않고, 사색의 당위성과 필연성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작품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야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게 작가의 기록은 공감의 폭을 더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작가의 자화상 드로잉을 포함한 도판을 80여 점 수록하고 있다는 점인데 작가의 글들과 함께 조각 이외의 작가의 작품집 같은 느낌이라 또 하나의 선물 같다.

기교가 아닌 성찰을, 예술가는 항상 자기의 생활권에서 성장과 완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반복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그의 자세가 참 좋았다. 좋은 결과물은 역시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나는 단 한 가지 자신 있게 단언합니다. 자연과 인간 사회가 있는 한 예술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고,

우리의 희망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백 년 전 인상파 미술가들에게도 현실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무거운 전통의 압력에서 실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희망과 지혜를 준 것은 다름 아닌

대자연이었고, 인간의 현실이었습니다. 거기서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르네상스의 지혜도 자연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희망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변과 그날의 생활 속에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김종영의 말中-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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