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전호태 지음 / 사계절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주인장이 갖고 있는 전호태 선생님의 책은 두권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라는 책이다. 이 책 역시 노태돈 선생님의 것처럼 저자의 논문을 하나로 모은 책이다.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그동안 고분벽화라는 분야는 고구려사 연구에서 제한적으로 이용되던 것이었는데 저자가 독립적인 주제로 다룸으로써 연구가 보다 활성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노태돈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고구려사를 이해하는 전체적인 줄기는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고분벽화 전반적인 부분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재정리한 것인데 이에 앞서 '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라는 책을 먼저 출판하기도 했었다. 다시 말하면 처음에는 간략한 대중서를 먼저 내고 이후에 논문을 정리해 보다 학술적인 부분을 보강한 책을 낸 것이다. 하지만 주인장은 뒤에 나온 책을 먼저 사고, 먼저 나온 책을 나중에 사서 봤었다. 둘의 차이점이 있다면 대중서에 비중을 뒀느냐, 학술서적에 비중을 뒀느냐 할 뿐이지 별 차이는 없다. 하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면 주인장은 개인적으로 나중에 나온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고구려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상당히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 가득하다. 저자를 필두로 해서 고분벽화를 연구한 각종 자료들이 쏟아져나왔고 고분벽화에서 다양한 주제를 뽑아 활발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이 책이 지니는 가치 또한 대단하다 해야할 것이다. 언젠가 주인장은 고구려사를 공부하려면 벽화를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는 얘기를 들었다. 이 부분은 마침 문헌사학뿐 아니라 고고학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주인장에게 대단히 인상깊었던 말이었다. 그런 조언을 듣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대학교 1학년때 이 책을 구입해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앞서 소개했던 두권의 책과 함께 이 책까지 총 3권의 책이 주인장이 오늘날까지 고구려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책들이 비단 주인장 뿐만이 아니라 고구려사를 공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서평을 써서 소개하는 것이다.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뭐니뭐니해도 다양한 시각 자료를 들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고분벽화를 통해서 당대 고구려인의 정신세계를 분석한 점도 돋보인다. 발굴을 통해서 드러나는 유물, 유적은 당대인들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에는 그런 면이 잘 드러나있는 셈이다. 저자는 고분벽화를 크게 '생활풍속계 고분벽화와 계세적 내세관' '장식무늬계 고분벽화와 전생적 내세관' '사신계 고분벽화와 선-불 혼합적 내세관' 등 3가지로 나누고 있다. 고구려에 고분벽화가 처음 등장하는 시대부터 멸망할때까지 크게 3시기로 구분해 고구려인의 정신세계를 분석했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깊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저자는 집안 지역과 평양-안악 지역의 지역적 차이에 대해서도 역사적, 고고학적 분석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 다각도로 고분벽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사에서 고분벽화라는 존재는 연구하는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고분벽화가 전해지는 시기는 그리 많지 않아, 대부분이 고구려의 것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만큼 고구려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고분벽화에 대해서 알아야만 하는데 이런 고분벽화에 대해 올바른 개념을 성립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고구려에서 고분벽화가 성행했다고 해서 고분벽화가 고구려 자생적인 것으로만 인식하면 안 되는데 저자는 이런 부분까지도 지적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적인 요소라는 것은 어떤 문명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날지 모르지만 그 문명권과 타 문명권이 교류 혹은 충돌하면서 전래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명권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치 않았던 것들이 타 문명권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렇게 문화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변형되고, 토착화되어 특유의 문화가 발생-발전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인 요소를 이해하는데 있어 그 발생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문화적 요소를 자기만의 것으로 발전시킨 주체가 누구인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때 고구려는 제국적 국가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개방적이고도 폭넓은 문명권을 형성했기 때문에 고분벽화를 이해하는데에도 역시 이런 면이 작용해야만 할 것이다. 고분벽화는 고구려 자생적인 것이 아니며 요양 일대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을 고구려가 받아들인 것이다. 아울러 고분벽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고구려만의 것이 있는 반면, 중국적인 것, 외래 종교적인 것, 동아시아 전반적으로 공통적인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인장이 앞에서 언급했지만 고분벽화가 고구려 문명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고구려인들은 고분벽화라는 문화적 요소를 받아들여, '고구려 고분벽화'라는 독자적인 문화로 재탄생시켰던 것이다. 그 사실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장은 노태돈 선생님의 '고구려사 연구', 김용만 선생님의 '고구려의 발견', 전호태 선생님의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이 3권의 책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고구려사에 대한 올곧은 학계의 생각과 객관적인 판단을 세우고 거기에 참신하고 다양한, 유용성있는 사고력을 더해 고분벽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고구려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문명권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고분벽화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문헌에 없는 것, 추정만 하는 것들이 고분벽화를 통해서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우리는 알수 있다. 1차 사료인데다가, 문헌에 남겨져 있지 않은 것들을 보여주니 그 가치를 어찌다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부록으로 실린 벽화고분의 분포와 벽화 구성에 대한 부분 역시 중요하다 하겠다. 여러 고분군에 대해 지역적으로 구분하여 자세한 설명을 달고 있는데 고구려 고분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기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비록 역사적인 시각을 약간 접목하여 고분벽화를 단순한 설명식으로 언급하고 일정 기준을 두고 구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여 그 가치를 대단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분벽화 연구사 부분에서 거의 개척자 수준으로 내놓은 이 연구서적이 오늘날 고분벽화나 생활사 연구 부분에서 중요하게 언급되고, 인용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정신을 높이 사야한다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미개발분야에 뛰어들어 일정한 틀을 잡아놓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 때문에 보다 학문적인 발전은 그 다음에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까지 총 3권의 책을 감히 주인장은 고구려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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