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발견
김용만 지음 / 바다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새로 쓰는 고구려 문명사'

 이 책의 소제목이다. 문명사라.

이 책을 처음 본 때는 2000년,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제 마음놓고 책을 볼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처음으로 샀던 고구려사 관련 서적이 앞서 언급했던 노태돈 선생님의 '고구려사 연구'와 김용만 선생님의 '고구려의 발견'이었던 것 같다. 아마 여름쯤 책을 샀다고 생각되는데 이 두권의 책을 산 이유는 아무래도 앞서도 얘기했지만 당시 어줍짢은 주인장의 시각으로도 이 두권의 책이 좋은 개설서이자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이 사실이다.

 2001년 9월 25일, 한통의 이메일이 날라왔다.

 김용만 선생님이 주인장이 당시 운영하고 있던 또 다른 까페 회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다가 주인장을 한번 보자고 연락했던 것이다.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역시나 '고구려의 발견'이라는 책을 쓴 분이 맞았다. 그렇게 시작된 선생님과의 인연은 다행히 지금까지도 이어져 주인장의 공부에 좋은 도움을 많이 주시고 계신다. 아마 주인장이 갖고 있는 고구려사에 대한 관념의 대부분이 앞서 언급한 두권의 책으로 완비되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그렇게 주인장의 고구려사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었고, 이 책은 그만큼 주인장에게 많은 애착이 가게한 책임을 먼저 밝히고 싶다.

 저자는 이 책의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말을 썼다.

 '고구려는 역사상 가장 크게 실패한 나라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위대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주지 못 한다면 당연히 크게 실패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날 고구려에 대해 극히 단편적인 부분밖에 알지 못 한다.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로마사는 당시 시저의 하녀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오히려 적었을 것이다'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마찬가지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고구려사는 극히 적으며, 그나마 전해지는 것도 대부분 중국측 기록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구려'라는 감히 넘어서지 못할 존재에 대해서 기억하고, 상기하고, 떠올리는 것이다. 만약 고구려에 대해서 제대로만 알고 있었다면? 상상만 해도 흥분되지 않는가?

 이 책의 구성은 일단, 논문의 집합체로 이뤄진 '고구려사 연구'와 많이 다르다.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끔 대중서로의 모습을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읽기 편하고 그 내용도 한결 더 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부담감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 책을 접한 사람들에게 점수를 딴 셈이다. 주인장이 늘 말하지만 김용만 선생님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중서지만 결코 가볍게 역사를 다루지 않는 그 구성때문이다. 역사를 아무리 잘 전달한다 해도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연구 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알려지지 않으면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김용만 선생님의 책은 상당히 읽기에 부담이 없으며 여러 고구려 연구자들이 내놓은 책 중에서 학문적 목표와 대중적 목표를 가장 잘 겸비한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책의 첫장을 한장, 두장 살펴보면 알겠지만 고구려의 강역도를 여러개의 권역으로 구분한게 눈에 띌 것이다. 주인장은 이 책을 처음 보고 이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뒤에 보면 알겠지만 지도를 거꾸로 그려서 고구려의 영역권을 표시한 지도 역시 볼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그 이전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시각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정말 참신하다는 생각을 안 할수가 없었다. 앞선 고구려의 강역도를 여러개의 권역으로 구분한 지도는 노태돈 선생님이 말씀하신 고구려 천하관을 보다 자세하게 구체화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각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역사적 설명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고구려를 지리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게 하였다. 주인장은 당시 책을 처음 봤을때는 이 부분을 간과했지만 지금 다시 보면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을 새삼 느끼곤 한다.

 참신한 지도와 함께 주인장을 사로잡은 것은 책의 내용이었다.

주인장이 애초 고구려사를 공부할때 민족주의 사관에 입각한 서적들을 주로 탐독했음은 앞서 말한바 있다. 그런 주인장에게 노태돈 선생님의 '고구려사 연구'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게 하였다는 것 역시 말했었다. 거기에다가 김용만 선생님의 '고구려의 발견'은 보다 폭넓은 사고를 가능하게 하였다. 뭐랄까? 당시 주인장이 느끼기에 이 책은 강단의 기본적인 통설에 저자 스스로의 새로운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주인장이 갖고 있던 생각들과 상당부분 닮았기 때문에 주인장은 이 책을 보면서 정말 괜찮다는 생각을 자꾸 가질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요서 일대에 대한 고구려의 지배권 확립에 대한 부분이나, 고구려 말기 연개소문이 이끌어나가는 고구려와 수-당과의 대전이 문명대전으로 규명지어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고구려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후자에 대한 부분은 주인장이 앞서 썼던 '새로 쓰는 연개소문전'에 대한 서평으로 생각을 정리한 바 있기에 넘어가도록 하겠다. 주인장은 이 책을 보면서 영역권이나 영토에 대한 개념을 새로 다잡을 수 있었다. 특히 요서 일대에 대한 생각이나 북방 민족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고구려가 정말, 내가 이전에 알고 있던 것에 한치의 모자람이 없는 대단한 존재였구나~하는 생각을 고집하게 해줬던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두드러지는 최고의 장점은 바로 '생활사'에 대해 정리한 점이다.

앞서 주인장은 '고구려사 연구'가 단순히 정치사를 다룬 서적이 아니라 고구려사를 전체적으로 언급한 통사 성격의 서적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책에는 생활사나 문화사에 대한 언급이 적었기 때문에 아쉬웠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고분벽화와 그동안 간과하고 넘어간 각종 자료들을 갖고 저자는 당대 고구려인의 생활과 문화까지 멋드러지게 정리했던 것이다. 주인장이 아직도 기억나는 부분은, 특히 고구려인의 음식인 맥적에 대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인장도 몇차례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그 시발점은 바로 이 책이었다고 다시 한번 밝히고 싶다.

 '고구려사 연구'가 대단히 뛰어난 고구려사 입문서라면 이 책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아마 고구려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인장이 언급한 이 두권의 책으로 이미 기본적인 토대는 마련한 셈이라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물론 주인장은 이 두권의 책을 본 다음에 반드시 봐야할 몇권의 책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 서평을 쓸 생각이다. 늘 말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교과서적인 내용을 가진 책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며 그만큼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권의 책은 상당히 중요하고도,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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