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의 나라 일본
김영명 지음 / 을유문화사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을 책이 없을까 해서 부대 도서함을 봤을때, 주인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 이 책이다. 눈병에 걸렸다가 막 나았던 터라 주인장이 갖고 있던 두꺼운 전문서적보다 가볍게 읽을만한 그 무언가가 필요할 때였다. 제목이 참 재밌지 않은가? 콤플렉스의 나라 일본...호기심 반, 기대 반에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일본에 객원 연구원 자격으로 1년간 가 있던 저자가 일본에 대해 적은 책이다. 그 1년간 적은 초고를 귀국후 약간의 보충 후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일단, 이 책, 아니~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때면 주인장은 항시 전제조건을 깔고 본다.

'이 책의 전부가 진실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인장이 직접 일본에 가 보지 않은 이상 단편적인 지식 습득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자신이 직접 해 보지 않은 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 현 시점, 배경을 위주로 한 주관적인 판단이 앞서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사회에 있을때로 그랬고 물론 군대에서도 이런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그런 생각을 갖고 봐야 그나마 이런 류의 책을 읽는데 주인장 나름대로의 생각과 판단이 서기에 이번에도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책장을 계속 넘겨봤다.

책의 첫 내용은 '일본의 첫인상 : 미국같은 소도시' 였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유행과 패션의 선두 주자이자 서구화가 가장 빠른 아시아권 나라임을 느끼게 했다. 일본이라는 곳을 한번도 안 가 봤고, 별로 생각해 보지도 않았기에 주인장이 처음 느낀 일본은 조금 이상하게 여겨졌다. 미국에 놀러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미국의 소도시(변두리의 도시)들은 참 푸근하고, 듬성듬성 들어서 있는 건물들도 정겨워 보인다. 주인장의 친척이 사는 곳도 앨러바마 주의 한스빌이라는 작은 소도시의 외곽 거주지다. 그런데 일본이 그런 느낌이라니 조금 이상했다. 왠지 어울리지 않는 그런 거리의 풍경이 느껴졌다. 뭔가 서로 맞지 않는 위화감의 나라, 일본. 이 책 첫면에서 접한 느낌이다.

안 그래도 다음 내용은 '모순의 나라 일본' 이었다. 더 잘 어울리는 표현같다. 경제 대국의 빈약한 국민 생활, 그래~정말 일본은 그런 것 같애, 딱 맞는 말 같다. 예전에 학교에서 스페인史를 배울때가 생각났다. 펠리페2세 치하의 스페인은 강성대국이었으나 중공업 위주의 부국 정책으로 인해 그 나라 국민들은 결국 가난했다고 말이다. 스페인은 결국 어떻게 되었나? 웃음이 나왔다. 내심 주인장이 그렇게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 밖의 내용들은 참신한 것들이 많았다. 예전에 '일본은 없다' 라는 책을 봤을때 그냥 흘려 봤었는데 그런 류의 책을 이번에 다시 보니 또 색다르게 느껴졌다. 책 전체적으로 主가 돼는 내용은 일본인의 정신적인 빈곤에 대한 것들이다. 주인장도 이 표현을 좋아하게 됐는데 물질만능주의,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정신적 황폐화, 정신적인 소극적 자세, 서구화에 대한 막연한 외경심, 모순으로 가득찬 생활...막연히 알고 있었던 일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돼는 내용들이었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한국도 크게 잘난 건 없고 일본도 잘난 건 없다. 그러니 서로서로 잘 하자...라고 말이다. 어차피 동북아시아가 전체 아시아의 주요 지역(HUB)이라고 할 수 있고, 결국 한-중-일 3국으로 그 범위는 좁혀진다. 문제는 이 3국이 합심할때 그 주도 세력이 누가 돼느냐에 따라 아시아의 경영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주인장은 한국(되도록이면 통일한국, 최소한 남-북 연합국가라도)이 그 주도국이 되기를 바란다. 아니, 최소한 주체자로서 다른 2국에게 있어 꿀리지는 않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저자의 이런 바램은 바람직한 것이겠지만 이 책이 3년 전에 나왔고, 이런 국제 정세가 한두해 지속된 것이 아닌걸 감안한다면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은 고요속의 외침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관료 통제 사회 일본, 야쿠자가 정경계를 지배하는 좀 특이한 사회, 그런 일본인들과 같이 걸어나가야 할 한국인, 과연 어떤 대처가 필요한 것일까? 강한 힘? 주인장이 보기에는 강한 힘을 기반으로 하는 강경 외교가 적합하지 않나 한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 책을 보면서도 느끼는 것은 일본의 이런 치부를 드러내고 아무리 속내를 파헤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쓴 내용은 자신의 저서(이 책 말고 이전에 나온 다른 책)가 일본측에서 번역, 판매돼는 과정에서 완전히 왜곡당하고 뒤틀려 버렸으며 오히려 번역자에게 훈계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주인장과 같은 독자들은 다 이 부분에서 화가 났을 것이다. 하물며 그 당사자야 어련하겠는가. 물론 저자는 법적 대응까지 불사했지만 일본측에서는 묵묵부답, 요즘 표현으로 그냥 쌩 깠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일본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좋은 점고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물론 나쁜 점이 더 많아 보인다) 같이 나아가자~라고 취지를 잡아놓고는 마지막에 일본의 만행(이건 만행이다)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누구나 책장(마지막)을 넘기고 책을 덮으면서 느낄 것이다. 역시 일본놈들은 이렇다니깐~하면서 가식적인 전범 처리나 위안부 보상 문제를 떠 올릴 것이다. 주인장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보다 실질적인 것이 필요하다.

계몽적인 자세는 솔직히 큰 도움이 못 된다. 보다 현실적인 책이 되어야 한다. '일본은 있다' '일본은 없다' 가 한창 한국 독서계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랬고, 그 이후에 독도문제(이건 뭐 수년간 계속된 것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교과서 문제때도 그랬다. 아니, 늘 그랬다. 냄비 정신이라고 불리는 그 현상은 언제나 그랬다. 마치 월드컵 분위기마냥 말이다. 평소 국민들의 인식 속에 이런 불나방같은 사상이 얼마나 더 처박혀 있을까? 한번만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올 것이다. 왜? 국민들이 평소 이런 것들을 생각할리 없다.

이 책을 보면서 주인장은 다시 생각한다.

보다 실질적인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이 괜찮은 책이기는 하지만 책은 지식 전달에만 그치면 안 된다고 본다. 역사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책의 단점일 수는 없다. 이 책은 분명 일본에 대해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이 책에 일관성을 부여하며 나아가 신빙성을 부여한다. 주인장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얻은 사실들은 많다. 그럼에 느낀 부분 역시 많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이랄까, 그건 역시 얻을 수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하고 이만 글을 마칠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