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 20세기의 해몽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8
피에르 바뱅 지음 / 시공사 / 1995년 5월
평점 :
품절


어떤 특정 시리즈의 책들(그것도 다양한 주제의...)을 보면 늘 이렇게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는 부분이 나오면, 책을 읽기는 읽었는데 재미가 없다보니 이걸 해결하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서평은 쓰지 않고, 책만 읽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싶어서 마침 주말에 비도 오고, 시간이 남아서 이렇게 서평을 쓴다(역시 나의 지식 습득의 편협함이란...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루종일 비비적거리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컴퓨터 앞에서 타자를 친다.

프로이트는 그동안 어떤 사람이다~정도만 알고 있었지, 자세하게 알고자 노력하거나 그의 이론이나 저서에 따로 관심을 가져보지는 않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위키백과에서 한번 검색해봤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과 억압의 방어 기제에 대한 이론, 그리고 환자와 정신분석자의 대화를 통하여 정신 병리를 치료하는 정신분석학적 임상 치료 방식을 창안한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또 그는 성욕을 인간 생활에서 주요한 동기 부여의 에너지로 새로이 정의하였으며, 자유 연상 · 치료 관계에서 감정 전이의 이론, 그리고 꿈을 통해 무의식적 욕구를 관찰하는 등 치료 기법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뇌성마비를 연구한 초기 신경병 학자이기도 하였다. 신프로이트주의에서 프로이트의 많은 이론을 버리거나 수정하였으며, 20세기 말에 심리학 분야가 발전하면서 프로이트 이론에서 여러 결함이 드러났으나, 프로이트의 방법과 관념은 임상 정신 역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생각은 인문 과학과 일부 사회 과학에서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그냥 일반적으로 필자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왠지 철학 혹은 정신분석이라고 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것만 같아 쉽게 흥미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관념은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될테니깐, 이런저런 잡담은 차치하고 책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책의 초반부는 프로이트의 가족사에 대해서 가볍게 다루고 있었다. 단순히 그가 독일계라고 생각했었는데 유대인이었다니...약간 의외였다. 그리고 어렸을 때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해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 과정에서 프로이트는 책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놀라울 정도로 조숙한 지적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불우한 그의 환경이 그로 하여금 책 속의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이런 표현이 적절하려나?) 주제들에 매진하게끔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마치 베토벤의 주변 환경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열정적으로 곡을 쓰게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프로이트는 괴테, 실러, 호머, 셰익스피어, 티에르, 한니발 등의 위인들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특히 그는 한니발을 젊었을 적 신화적 영웅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한니발과 로마는 유대인의 끈질긴 투쟁과 카톨릭 조직체의 완고함을 상징하는 것과 같았고, 프로이트는 카르타고인의 끈기과 고집에 감탄하면서 당시에 만연해 있던 반유대주의적인 분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때 당시 의사의 길을 택했던 프로이트에게 인생의 획기를 가져온 인물이 등장한다. 그건 바로 '샤르코'였다. 그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신경학자로서, 프로이트는 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렇게 그의 밑에서 나름의 훈련과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결국 '정신분석'이라고 명명하는 치료법을 정립하기에 이른다. 그는 환자가 잊고 싶어서 고의로 밀어낸 기억을 자유연상을 통해 의식의 세계로 들어올리려고 했고, 억압의 실체를 분명히 하여 그것을 해소해 주어야만 치유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억압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성적(性的)인 문제와 점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성(性, Sex)과 말이다. 그러면서 그가 평소에 정신분석 작업과 고고학의 유사성에 관하여 자주 강조했다는 문구가 눈에 확 띄었다(p.49). 두 경우 모두 묻혀 있는 것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인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프로이트 역시 상당히 많은 골동품을 수집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클림트와 시엘레를 언급하고 있다(클림트는 개인적으로 여친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필자 역시도 그 화려함과 세속적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인체를 가식 없이 묘사하고 인체를 가리고 있던 옷을 거칠게 벗겨 내는 동안, 프로이트는 자신을 파렴치하고 엉뚱한 자들의 진지에 배치시키려는 사람들의 적대감과 계속해서 맞섰다고 말이다(p.66). 이후 구스타프 융(스위스의 정신의학자 겸 분석심리학자)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프로이트는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정리하게 된다. 그의 업적과 이론은 현재 100%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의 대상이며, 연구의 대상이며, 존중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마치 다윈의 <진화론>이 그러하듯이). 그렇기에 저자는 본문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으면서 끝맺음을 하고 있다(p.95).

   
  슈퍼 컴퓨터가 DNA의 비밀을 밝혀 내고, 첨단 장비들이 속속 등장하는 현대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누군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책은 프로이트의 삶에 대해 정리하면서 시기적으로 그가 어떤 이와 만났고, 어떤 생각을 갖게 됐고, 어떤 연구업적을 쌓았는지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한마디로 평전에 가까운 내용이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별로 관심없는 인물(혹은 분야)에 대한 평전이라면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에 대한 몇가지 사실은 흥미로웠다.

1. 늑대인간의 꿈(pp.110~115)
프로이트는 소설의 등장인물을 새롭게 재해석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어릴적 꾸었던 꿈과 <빨간 모자>,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양>과 같은 동화 등을 연결시켜 새로운 해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실제의 사건-아주 먼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바라보다-부동성-성적 문제들-거세-아버지-무엇인가 무시무시한 것'이라는 논지를 이끌어냈다. 얼마전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빨간 모자를 재해석한 영화도 흥미롭게 봤었지만, 프로이트의 이 동화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웠다. 일반인들이 쉽게 지나치고,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무언가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이 필자에게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2. 나폴레옹에 대한 그의 생각(pp.122~124)
그는 나폴레옹 1세(우리가 흔히 아는 나폴레옹)를 상당히 흥미롭게 분석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고 역사 속의 인물들을 이렇게 분석해나간다면 역사 연구에 있어 좀 더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이트는 나폴레옹이 벌인 일련의 행동들을 그의 심리적인 측면에 치중해 해석하고 있는데, 분명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묘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에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프로이트에 대해서 거의 상식 수준으로만 알고 있다가, 이 책을 통해서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보의 수준이라는 것이 인터넷 검색 수준 이상을 벗어나는 것들이 얼마 없기 때문에 참신함을 느낀다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가 분석한 연구성과 몇가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었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프로이트와 관련된 자료를 좀 더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이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분들에게는 적절한 책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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