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병법 - 칭기즈칸의 세계화 전략
티모시 메이 지음, 신우철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0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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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쓰는 서평이다. 요 며칠 답사를 다녀오는 바람에 왔다 갔다 하는 교통편 안에서 책을 볼 시간이 있어서 책 1권을 겨우겨우 읽었다.

책의 제목은 위에서 보는 바와 같고, 내용 또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나온 이런 유의 책들에서 ‘칭기즈칸과 전략’을 언급한다면, 요즘 CEO들에게 필요한 경영 전략이나, 경제 혹은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와 관련된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순전하게 ‘군사적 전략’이라는 측면만 다루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칭기즈칸을 너무 통시적 · 거시적인 史觀에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딱 군사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왜 별이 만점이 아니고 하나가 빠졌냐? 그건 뒤에서 언급하겠다.

맨 처음에 책을 펴면 지도 5장이 나온다. 1201~1208년의 몽골, 1206~1216년의 몽골 제국, 1230~1240년의 몽골 제국, 1250~1260년의 몽골 제국, 13세기의 몽골 제국 이렇게 5장의 지도가 있다. 지도를 시기별로 세분화해서 작성한 것은 좋았는데, 마지막 13세기 몽골 제국의 지도를 보니 고려까지 포함이 되어 있어서, 고려의 항복을 영토 합병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싶었다. 고려가 항복은 했겠지만, 영토를 보존하고 몽골 황실의 부마국으로서 왕실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것은 고구려가 내정간섭을 하고 왕위계승에도 입김을 불어넣으며, 신라의 수도 한복판에 ‘신라토내당주’와 주둔군을 두었던 그 시기 고구려의 영토를 어디까지 그려야 하는지의 문제와 똑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뒤에 저자 TIP인 ‘발음과 음역 가이드’ 및 저자가 쓴 ‘감사의 말(Acknowledgements)’ 부분을 보면 저자가 상당히 여러 언어로 작성된 원서 및 참고문헌을 통해서 이 책을 썼음을 알 수 있었다. 몽골어, 중국어, 아랍어, 페르시아어, 러시아어, 라틴어, 고대 프랑스어, 그루지야어, 일본어 및 기타 언어로 쓰인 여러 용어들을 정리하고 이해하는데 있어 저자가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싶었다. 한편으로는 저자의 학문적 깊이가 상당히 넓고 깊구나~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번역자가 저자만한 학문적 식견이 부족한 상태에서 번역 작업을 하다 보니 저자의 그러한 학문적 깊이가 오히려 반감되어 버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다시 뒤에 가서 언급하겠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전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Chapter 1 몽골제국의 탄생과 성장, 1185~1265년
Chapter 2 몽골군의 징집과 편성
Chapter 3 몽골 병사의 훈련과 군장비
Chapter 4 몽골군의 관리 : 병참술, 군수품 보급, 의료
Chapter 5 정탐 활동, 전략 및 전술
Chapter 6 리더쉽
Chapter 7 몽골의 적대국
Chapter 8 몽골군과의 전쟁
Chapter 9 몽골군이 남긴 유산

그밖에 용어 해설과 색인, 참고문헌을 첨부했으며 도해 목록도 따로 싣고 있어 좀 독특했다(이 책의 도해는 7개 밖에 되지 않는데, 대개 도해가 적은 책에서 도해 목록이 실리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아서이다).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몽골군의 군대와 편제, 장비와 전략 및 전술에 대해 상당히 세분화하여 포괄적으로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Chapter 1에서 몽골 제국의 역사를 간략하게 언급하고(40페이지 내외), 나머지 부분은 전부 군사 및 전쟁과 관련된 부분을 적고 있어서 애초의 이 책을 쓰고자 하는 목적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각 Chapter별로 내용을 세세하게 살펴볼까 하다가, 이미 몽골군에 대해서는 기존에 알려진 부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필자가 느낀 몇 가지 부분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1. 다양한 자료를 통한 몽골군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주목됨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개인적으로 고구려군의 편제와 군장비, 군수품 보급, 피상적인 전략 및 전술, 주둔군의 생활상 등에 대해 3편의 논고(학위논문 포함)를 작성한 바 있는 필자에게 있어 이 책은 궁극적으로 필자가 훗날 쓰고 싶은 내용의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구려군에 대해서 이처럼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자료(문헌사료+고고자료 포함)는 현재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므로 이 부분은 추후 보다 치밀하게 파고들어서 해법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암튼, 이 책은 필자가 평소에 느꼈던 그런 궁금증을 한 번에 해소시켜 준 그런 책이었다. 몽골군에 대해서 굉장히 세부적인 부분까지 건드리고 있는데(물론 저자 스스로 언급했듯이 자료가 없어 추론에 의지한 부분은 추론에 의지했다고 분명히 적고 있다. 즉, 자료가 없어 더 자세하게 언급하지 못 한 부분은 정확히 구분해서 기재했다는 의미이다), 객관적인 자료에 의지한 것들이 대부분인지라 더 신뢰성이 갔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은 몽골군의 징집과 편성 및 관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몽골군의 십진법에 의존한 편제가 이미 유목사회에서 이전부터 알려진 것이지만, 테무친이 케레이트 옹칸의 휘하에서 쟈무카(안다)와 함께 있으면서 배운 것으로서 그는 칸이 된 다음 이를 더 다듬어 발전시켰다고 했다. 솔직히 유목사회의 십진법에 의존한 군사 및 행정적인 조직편제는 흉노 때부터 있어온 것인데, 몽골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솔직히 책에 자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다만, 이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가 좀 더 제도화되어 치밀하게 운영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또한 칭기즈칸이 유목민족 군대가 갖고 있는 고질병인 ‘완고하지 못한 규율’을 바꾼 것이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 본래 유목민족의 군대는 승리하면 대열이 흐트러지면서 전리품을 약탈하거나, 패배하면 초원 각지로 흩어지는데 칭기즈칸은 약탈의 가부를 결정하여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한다거나, 패배했을 시 결집장소로 다시 모여 전열을 재정비하게 하여 기존 유목민족과는 차별을 두었다는 것이다. 그밖에 병참술과 군수품 보급, 의료와 같은 부분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관심 있는 부분인데, 몽골군이 목초지를 확보한 다음 그에 따른 병력의 규모를 정하고 그에 따라 원정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또한 여러 마리의 암말과 숫말, 양 등을 대동하고, 기동성을 살릴 수 있는 식문화를 갖췄다는 내용, 부대 내에 무당과 최신 의술을 펼칠 수 있는 의료진을 동시에 갖추고 전쟁을 수행했다는 내용 등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세하게 한번 더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Chapter 7이나 Chapter 9에서도 언급했듯이 당시 몽골군이 강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無敵은 아니었음을 저자는 강조했다. 전문 전쟁기계로 훈련받은 맘루크군이나 일본의 사무라이에게 몽골이 패했음을 강조하면서 몽골군과 그들의 차이점을 지적한 부분이 흥미로웠다(하지만 필자는 이에 좀 반대한다. 맘루크군이야 그렇다 쳐도 사무라이를 맘루크군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고구려의 철기병(개마무사)이 한때 무적인 것처럼 언급됐을 때 나온 지적(이는 서영교의『고구려, 전쟁의 나라』에서 적나라하게(?) 나오고 있다)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처럼 저자는 기존의 견해들을 폭넓게 수용하면서도, 이를 다시 체계적으로 자기化하여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것들을 다시금 자세하게 정리한 것도 있지만, 똑같은 사료를 두고 새롭게 해석한 것도, 기존과는 아예 다른 내용을 언급한 것들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몽골군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알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2. 몽골군의 전략과 전술(추상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함

무슨 뜻인고 하면,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전략과 전술은 상당히 추상적인 부분인데 저자는 이를 어느 정도 가시화하여 설명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Chapter 6에서 몽골군의 리더쉽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이를 당시 몽골군의 名將(단, 몽골군의 용사로 지목된 인물들 중 의외의 인물들이 섞인 것은 좀 아니었다고 본다. 필자는 ‘토쿠차르’나 ‘초르마칸’이 제베, 수부타이, 무칼리 등과 동급으로 취급될만한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몽골군의 훈련제도, 몽골군의 전략과 군사적 전통이라는 측면으로 풀어쓰고 있었다. 이는 예전에 아드리안 골즈워디의『로마전쟁영웅사』를 보면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것인데, 전략과 전술을 그와 관련 있는 다른 소재를 통해 언급하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그 책에서는 로마의 유명한 지휘관을 통해 당시 로마군의 편제나 군사자원, 전통, 전략과 전술,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었다).

또한 주목되는 것은 당시 몽골군에게 있어 임무형전술의 개념이 스며있다는 식의 접근이었다. 몽골군은 지휘관이 죽더라도, 그 하위 지휘관이 임무를 부여받아 본래의 작전을 수행하는데(제베가 수부타이와 함께 무함마드 2세를 쫓는 도중 사망했지만 그의 부대는 끝까지 임무를 완수한 것처럼) 이러한 체계와 군율은 칭기즈칸이 초창기에 이룩해놓은 업적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임무형전술에 대해 뚜렷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이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매년 쿠릴타이를 열어 원정의 목적과 방법, 지휘관과 부대의 규모 등을 정하기는 하지만 세부적인 전쟁 수행은 최고사령관의 결정에 맡긴다는 점 또한 그러하다. 다르크 W. 외팅의『임무형전술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서 고구려군의 전략 · 전술을 이와 연결시켜 이해하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몽골군 또한 이것과 연결시켜서 이해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차근차근 풀어쓰는 서술방식이 책의 이해도를 높임

이는 Chapter 7에서 잘 드러나 있다. 저자는 몽골의 적대국을 소개하면서 이를 크게 유목민족, 금나라, 호라즘제국, 러시아 공국, 맘루크 왕조, 송나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조직-전략과 전술-몽골의 적응과 수용(몽골군의 우수성) 등 3~4개의 소주제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친절하게 풀어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책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물론 다른 Chapter에서도 이런 식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서 가장 잘 드러났기에 이것만 소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논문 혹은 학술서라는 생각보다는 개설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되었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담을 덜 느끼게 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배은숙의『강대국의 비밀』을 보면서도 느꼈던 것인데,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군사 분야의 내용을 서술할 때는 차근차근 풀어쓰는 것이 상당히 좋은 서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병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세하게 나눠서 설명해야, 독자들은 자세하게 당시 사회상을 복원할 수 있기 때문에 자료만 충분하다면 이처럼 당시 군사 사회상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이다. 뭐 이밖에도 세세하게 더 말하고 싶지만, 일단은 이 정도만 정리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이처럼 상당히 잘 쓰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외국 원서 혹은 번역서의 한계는 어쩌지를 못 하는 것 같았다.

외국 원서의 한계가 뭐냐~그건 바로 저자가 아무리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언어로 된, 다양한 사료들을 살펴봤다 하더라도 그건 연구자가 속한 학계의 관점이 수용된 연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칭기즈칸에 대한 우리나라 연구자가 연구를 진행했다면 분명 이 책에서 고려와 몽골의 7차례에 걸친 대전(무려 40여년간 진행)이 언급되었을 것이다(몽골과 이렇게 장기간 싸웠음에도 그 영토와 왕실이 유지된 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려 뿐이다. 또한 고려 왕실은 이후 몽골 황실과 혼인을 통해 상당히 깊은 친연성을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한 나라 역시 고려 뿐이다. 그런데도 고려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아할 뿐이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고려와 남송의 병력을 갖고 일본으로 진출하려고 했던 내용까지 보다 자세하게 소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려는 212쪽이 ‘몽골에 항복하기 전에 철벽 요새로 몽골군에 저항했던 고려인’이라는 한 줄짜리 소개로 끝나고 만다. 그리고 일본과 관련해서는 213쪽의 ‘몽골 해군은 몽골군 휘하의 중국인과 고려인이 주로 작전 수행과 전선의 이동을 도맡기는 했지만, 병력은 송나라 해군이 훨씬 많았다’(후술하겠지만 책에는 병력은 송나라 해군보다 훨씬 많았다~라고 적혀 있어 앞뒤 문맥이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필자가 고쳐서 적었다)라고 적혀 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없다. 그리고는 일본의 사무라이를 맘루크군과 비교하여 몽골군에게 이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 아니었나 싶다. 뭐 한편으로는 한국사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타까움은 금할 길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13세기 남송의 팽대아(彭大雅)와 서정(徐霆)이 쓴『흑달사략(黑韃事略)』을 단 한 차례도 인용하거나 언급하지 않은 것 또한 의아했다. 아시아의 연구자들이 칭기즈칸에 대해 연구한다면, 그것도 칭기즈칸의 군사적인 분야에 대해서 언급한다면『흑달사략』은 거의 바이블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서는 그보다 이른 시기에, 다소 성격이 다르고 내용면에서도 조금 부실한『몽달비록』을 자주 언급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자가 이를 몰랐는지, 아니면 일부러 인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의아할 뿐이었다.

그럼 번역서의 한계는 무엇인가. 위에서도 몇 번 얘기했지만, 문맥이 이상하다거나, 인명 혹은 명칭에 있어 몽골사에 정통하지 못 한 사람이 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고대 몽골에 대한 정말 보고서로 유명한 13세기 남송의 ‘조홍(趙珙)’이 쓴『몽달비록(蒙韃備錄)』을 ‘자오홍의 멩다베이루(Meng Da Bei Lu)’라고 쓴 점이 가장 대표적이다(150쪽에서는 그냥 다베이루라고만 적고 있어 남들이 보면 당최 무슨 책인지 모르게 해 놨다). 번역가는『몽달비록』이 무슨 책인지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은 독자들이 익숙하게 읽을 수 있는 인명과 서명으로 바꿔줘야 했던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이는 특히 인명에서 많이 나온다. 조치의 아들 바투를 ‘보타’와 ‘바투’로 혼동해서 서술한다거나, 간접접근전략으로 유명한 영국의 바실 리델 하트를 ‘리델 하르트(B. H. Liddell Hart)’라고 쓴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는 몽골사를 잘 모르고, 전쟁 · 군사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번역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물론 잘 몰랐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동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번역가가 자신의 주 전공이 아닌 책을 번역하는 경우, 대부분은 관련 연구성과를 참고하고 공부하여 번역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들을 여기저기에서 속출시키는 것을 보면 번역가가 게을렀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다시 출판사의 편집 과정에서 부주의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 지명도 한번 살펴보자. 번역가는 채주(蔡州), 연경(燕京)은 그냥 알아보기 쉽게 적어놨음에도 바로 뒤에서는 개봉을 ‘카이펑’이라고 적고 있었다. 뭔가 번역에 있어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작태였다. 그러면서 뒤에 하남성(→허난성)과 산동성(→산둥성), 사천성(→쓰촨성) 등은 그대로 적고 있지만, 창-투 티엔, 춘현, 쉬우편, 루샨, 리엔강, 주강 등은 중국 발음을 그대로 옮겨놓고 말았다(마치 아는 것만 한국식 표기로 고치고 나머지는 귀찮아서 안 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별 4개밖에 받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번역가가 아무리 영어학과를 나와 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뉴질랜드 내무부 산하 번역원과 뉴질랜드 번역사협회에서 일을 했으면 뭐하나? 몽골사 혹은 전쟁 · 군사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며 게으른데 말이다. 참 책을 재밌게 잘 읽다가도 중간 중간 이런 부분이 나오면 정말 짜증이 나고 만다. 그럼에도 이 책의 내용까지 잘못 평가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몽골군에 대해 세세하게 분야를 나눠 차근차근 풀어쓰는 방식은 앞으로 필자 또한 배우고 싶은 스타일이기도 하다(그렇게 쓸만한 자료가 모아질런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이상으로 책에 대한 간단한 생각은 마무리하겠다(다음에 또 언제 책을 읽을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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