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남경태 옮김 / 예지(Wisdom)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과학, 고고학, 역사학의 가장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 뉴 사이언티스트 - 

머나먼 과거가 지금 우리의 고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 흥미진진한 이 책을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 네이처 - 

지난 2만 년 간의 기후 대변동의 역사를 펼쳐놓은 놀라운 책.
- 이콜로지스트 - 

감탄에 이은 감탄. 세계 유수의 과학 전문잡지들이 극찬하는 책이 하나 있다. 

바로 기후와 문명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쓴 브라이언 페이건의 책이다. 

브라이언 페이건의 책은 뭐랄까?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그러면서 대중성에 조금 더 치우친) 고고 · 역사책이어서 늘 읽는데 부담도 없고, 재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책은 조금 더 전문성을 강조한 책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기후’라고 하는 테마는 우리 주변에서 책으로 상당히 많이 다뤄지고 있는데(교보문고 싸이트에서 기후를 검색하니 1,500여 건이 검색된다), 그 중에는 기후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개설서도 물론 있지만 기후 변화와 온난화, 인간사회와 기후와의 관계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주로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자연지리와의 상관성이 중요함은 재삼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며, 그 중에서 특히 기후와의 상관성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이언 페이건의 이번 책은 기후와 문명, 더 나아가 기후와 인간사회의 역사가 어떤 관계 속에서 유지되어 왔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몇 가지 충고성 멘트를 계속 남기고 있다(특히 360~364p에 있는 내용들은 상당히 충고성이 강한 내용들이다). 예를 들면 지금의 기나긴 온난화가 인류 문명 발달의 좋은 배경이 되고 있지만, 곧 기후가 변화하면 인류 문명은 이에 잘 대처하지 못 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지금의 인류 문명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자그마한 나룻배가 아니라 거대한 유조선이기 때문에 거친 풍랑에 휩쓸리면 오히려 더 쉽게 난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 이 비유 참 괜찮은 것 같다). 그래서 지난 인류 역사에서도 거대한 유조선처럼 몸집을 불린 문명들은 모두 그 한계점을 넘지 못 하고 멸망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또한 조금 더 나아가 현재 인류 문명 역시 지난 문명들처럼 될 것인지, 아닌지 혹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는 뭐 그런 바람까지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재밌는 것 하나는 지구 온난화, 혹은 지금의 이상 기후가 인류 문명이 뱉어내는 나쁜 것들(환경오염과 관련된)과 크게 상관이 없다는 식의 내용이었다(물론 상관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환경오염과 관련된 가벼운 토론이 있었다. 인간의 환경오염이 지금의 이상기후, 기상이변 등과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뭐 한쪽은 인간의 환경오염이 지금의 기상이변을 야기했다, 다른 한쪽은 그것과 상관없이 지금까지의 기후 변동주기에 맞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뭐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을 간략하게 적자면,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이 분명히 지금의 지구를 병들게 하는데 일조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의 엄청난 자정능력을 살펴봤을 때(얼마 전 히스토리채널에서 방영한 ‘인류 멸망, 그 후’라는 방송을 봤는데 지금의 인류가 멸망하고 1만년만 지나면 인류의 흔적은 말끔히 사라질 정도란다), 오히려 지금의 지구온난화라든가, 라니뇨 · 엘니뇨 등의 기상이변은 늘 그래왔듯이 지구의 기후 변동주기와 맞춰 벌어지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프레드 싱거 · 데니스 에이버리가 쓴『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일본 뉴턴프레스의『지구 온난화』, 로이 W. 스펜서의『기후 커넥션』등을 보면 더 자세한 지식들을 알 수 있는데 뭐 지금 이 책과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도록 하겠다(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사족이 너무 길었는데, 사족 몇 개만 더 달고 이 책에 대해 몇 마디 더 적도록 하겠다. ^^ 

최근 한국학계(고고학계나 역사학계 모두)에서도 기후나 천체와 관련하여 역사를 서술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고고학계야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변동을 문화전파(특히 농경문화), 유적의 입지 등과 설명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역사학계에서도 암각화에 새겨진 문양 등을 외계충격설이라는 이론과 맞물려 해석하는 일이 얼마 전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신석기시대~청동기시대로 넘어오는 선사시대에 생업경제가 바뀌고, 주민이 바뀌고, 그에 따라 주거지의 형태나 입지, 사회구조 등이 바뀌는 이유를 지형 및 기후의 변화와 찾으려는 연구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연구소에서는 ‘古環境 복원’에 적지 않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실제 발굴을 통해서 그러한 연구 성과들이 입증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지금 모두 개간되어 논으로 사용되는 땅도 그 아래로 5~6m 이상 파 내려가면 구석기시대 이래로 자연스레 형성된 고지형에 맞춰 형성된 취락유적이 존재할 수 있으며(현재 행복도시 대평리에서 그러한 대규모 취락유적들이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다. 지금의 땅 밑으로 최대 7m 이상 파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구릉 혹은 강이었는데 지금은 지형이 변화되어 있을 것 같지 않은 유구들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이 모두 지리학적인 개념과 이론을 고고학에 도입한 것인데, 그 결과는 충분히 만족할 만 하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필자 역시 최근 기후 혹은 고지형에 대해 이전보다 관심이 많이 늘었는데, 마침 이 책을 읽게 되어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많았다. 그래서 필자의 서평을 읽은 분들 중 몇몇은 이 책을 읽고 필자처럼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하는 강제 아닌 강제적인 바람도 든다. 

그럼 이제 정말 본론으로 넘어가서 지루한 사족을 마무리 짓도록 하자. 

책 첫머리를 보면 ‘옮긴이의 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역사를 움직이는 진짜 힘’ 정말? 기후가 정말 그렇단 말인가? 옮긴이는 그렇게 쇼킹한 얘기를 하나 한다. 지금은 바다인 ‘흑해’는 당시에 ‘에욱시네’라는 이름의 호수였단다. 이 에욱시네는 원래 빙하가 물러난 자리에 생겨난 호수인데 전 지구적 온난화에 따라 빙하가 멀리 북쪽으로 물러가면서, 호수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점점 줄어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호수 바깥족의 물, 지중해의 수위는 온난화에 따라 점차 높아지게 되었고 결국 지중해의 수위보다 에욱시네 호수의 수위가 150m나 낮아졌을 때 마침내 둑이 터졌다. B.C 5,600년경에 지중해의 물은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저지대로 흘러넘쳐 흑해로 들어갔고, 양자의 수위가 같아질 때까지는 무려 2년이 걸렸다고 하니, 그 2년간의 인류의 기억이 곧 고대 세계 각지에 퍼진 대홍수 이야기의 모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잉?! 이런 쇼킹한 일이?!’ 뭐 여기에서 그럼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도 그 당시 우연히(!) 발생한 이러한 기상이변이냐, 아니냐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구의 무시무시한 힘이 인간의 기억인자 속에 엄청난 공포를 안겨줬고, 그것이 종교적으로,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이제 브라이언 페이건이 어떤 말을 했는지 살펴보자. 그는 책 첫머리에서 ‘기후에 관한 소중한 기억’이라는 문구로 운을 떼고 있다. 그리고 ‘취약성의 문턱’이라는 내용을 짧게 서술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취약성의 문턱’이라...앞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는 비유를 언급했는데 기억하시리라 믿는다.  

저자는 말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생한 급속한 도시화와 문명의 탄생(한때 메소포타미아의 너무 빠른 문명화와 도시화를 두고 외계인의 소행이라고까지 떠들었다. 이집트도 마찬가지고)은 기후 덕분이었다. B.C 6,000년경 홍수가 빈번하고 강우량이 많았던 시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수많은 촌락이 생겨났고, 그것들은 곧 수천 명 규모의 주민이 사는 도시로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했다. B.C 3,600년경 기후가 변화하면서 변화 양상은 더 가속화되었으며, B.C 3,100년경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각 도시국가들은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리고 B.C 2,200년경 북쪽지역이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후 300여 년간 기나긴 가뭄이 시작되었다. 비는 내리지 않고 강은 범람하지 않았다. 비옥한 평원은 사막으로 바뀌었으며, 도시 경제는 붕괴되고 유목민의 침입이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를 무너뜨렸다. 도시국가 우르는 붕괴되었고, 도시에 살던 사람은 도시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갔다(작은 촌락단위로 살던가, 고지대로 피하던가, 굶어죽던가...). 저자는 얘기한다. 생존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라고 말이다. 우르는 대도시였기 때문에 혹독한 가뭄의 파급 효과로 인해 꼼짝없이 대규모 탈주와 기근을 겪을 수밖에 없었으며, 적응이나 회복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붕괴했다고 말이다. 소규모 재앙은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커졌지만 그만큼 대규모 재앙에 대해서는 더 취약해졌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취약성의 문턱이라는 개념이었다. 그리고 덧붙인다. 우르가 작은 무역선이라면 오늘날의 산업문명은 대형 유조선이라고 말이다. 점증하는 자연재해에 대해 문명 역시 취약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말이다.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이런 경고(?)는 그간 많이 있어왔으며 그에 대한 상상도 어느 정도 이뤄졌던 것 같다. ‘2012’라는 재난영화가 얼마 전 개봉해서 화제가 됐었는데, 그때 인류 문명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정치체가 멸망하고 수십억의 인구가 사라지는 대신 5개(7개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의 방주(우주선같이 생긴)만 남겨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방법을 택했다. 즉, 우르의 붕괴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방법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 밖에 ‘더 로드’, ‘일라이’와 같은 인류 멸망 이후의 상황을 그린 영화를 보면 거대한 정치체(국가)가 사라진 다음, 인류 문명은 소규모 촌락을 중심으로 아옹다옹 권력을 탐하며 유지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양태만 달랐을 뿐, 과거에도 문명이 붕괴될 때마다 이런 현상은 계속 됐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렇게 무서운 말 같다는 생각은 안 들게 되었다. 암튼 책을 읽으면서, 혹은 책을 읽기 전이나 후에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됐다. 잡생각이라면 잡생각일 수 있겠지만 암튼 그만큼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의 오케스트라 / B.C 18,000~B.C 13,500년
신대륙 / B.C 15,000~B.C 11,000년
대온난화 시기의 유럽 / B.C 15,000~B.C 11,000년
천년의 가뭄 / B.c 11,000~B.C 10,000년
대홍수 / B.C 10,000~B.C 4,000년
가뭄과 도시 / B.C 6,200~B.C 1,900년
사막의 선물 / B.C 6,000~B.C 3,100년
엘니뇨, 대기와 대양의 춤 / B.C 2,200~B.C 1,200년
켈트족과 로마인 / B.C 1,200~B.C 900
대가뭄 / A.D 1~1,200년
웅장한 잔해 / A.D 1~1,200년
부록 : 1,200년~현대 : 불안한 지구의 여름 

빙하기와 간빙기가 거듭되면서, 온난화와 홍수, 가뭄과 온난화가 되풀이되는 지구의 역사를 저자는 약 300여 쪽에 달하는 분량 안에 잘 정리하고 있었다. 책의 내용은 단 몇 줄에 간단히 정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세부적으로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B.C 16,000년 마지막 빙하기가 지구를 찾아오고, 이후 B.C 11,000년 영거 드리아스기(많이 들어봤을 것이다)가 찾아오기까지 지구는 급속하게 온난화된다. 유럽에 숲이 확산되고, 시베리아 북동부까지 구석기인이 확산된다. 아메리카 대륙에 최초로 인류가 거주하게 되고, 프랑스 니오에서 동굴벽화가 확인되는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이후 영거 드리아스기를 넘어서면 다시 온난화가 재개되면서 동남아시아에서 농경이 시작되고, B.C 9,000년에는 예리코를 건설하고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한다. B.C 6,000년경에 소빙하기(한랭건조)가 잠깐 찾아오지만 이내 지구는 온난 다습화되고, B.C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 싹트게 된다(예전에 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문명이 그렇게 빨리 발생했을까? 에 대해 고민하다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총, 균, 쇠』를 보고 어느 정도 해소가 됐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한층 이해가 쉬워졌다). 여기까지는 뭐 기존에도 이미 알려진 내용이고, 더 새로울 것이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하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이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일단,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는 넘어가고 히타이트와 제국 이집트에 대한 설명, 미케네와 그리스에 대한 설명은 참신했다. 히타이트가 그렇게 강력한 제국을 형성했음에도 순식간에 붕괴되어 멸망해버릴 수밖에 없던 이유와 파라오의 권위가 점점 위축되고 메소포타미아와 지중해 일대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등을 단순히 역사적 사건(주로 정치적인)의 나열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는 전혀 다른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어 그런 부분들이 읽는 내내 필자를 흥분하게 했다. 이러한 집필 방식은 뒤로 갈수록 필자를 더욱 빠져들게 했는데, 평소 쉽게 접하지 못 했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이야기에서 빛을 발했다. 푸에블로 인디언에 대해서는 소략하게 밖에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으며, 개인적으로 마야 · 잉카와 같은 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白眉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저자는 과감히 말한다. 마야인들의 근거지는 혹독한 환경으로서 마야 농부들이 살기 힘든 곳이었다고. 그 지역은 숲을 개간하면 땅바닥이 드러나 빗물을 받을 수는 있었으나 열대의 강렬한 햇빛을 같이 받았으며, 그렇게 드러난 지표면은 금새 거북등처럼 갈라져 경작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순간 영화 ‘아포칼립토’에서 봤던 갈라지고 푸석푸석해서 마른 먼지만 나풀거리던 메마른 경작지가 떠올랐다(어떤 미친 어린 소녀가 예언을 하는 장면). 하지만 마야 농부들은 그러한 기후와 지리를 극복하고 이후 1500년 동안이나 번영했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 고왕국시대의 이집트, 인더스 강 유역의 하라파보다도 더 오래 말이다. 이러한 마야의 번영을 기후에 대한 설명 없이 일반적인 문명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혹은 군사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마야 문명이 갑자기 몰락한 것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단연코 아니라고 하고 있다. 마야 문명은 결국 취약성의 문턱을 넘어서 그만 붕괴되고 말았다.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가뭄이나 기아를 극복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아주 먼 과거의 거대 제국의 종말을 이처럼 제3자의 입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가 그런 심정을 다시금 느꼈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느낌은 예전에『총, 균, 쇠』를 읽으면서 한번 느꼈다. 사정이 있어 그에 대한 서평은 아직 못 올렸지만 이 부분은 그만 스킵!).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고고학 이외에도 다양한 인접 학문(천문학, 기후학, 지리학, 역사학, 금석학, 인류학을 비롯한 각종 자연과학적 분석방법)의 인용이다. 브라이언 페이건이 이 모든 연구를 혼자 일궈내 책을 쓴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것들을 하나의 일관된 주제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작업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하게 해석을 하면서도 늘 최종 종착점은 하나다. 즉, 지난 수천 년의 인류사는 지구라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했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간간히(정말 간간히) 제시되는 각종 지도들도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뭐 그러한 시각자료가 별로 없다는 점이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반대로 딱히 어려운 표나 그래프 따위를 잔뜩 실을 요량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필자의 관심사가 이쪽으로 쏠려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요즘 들어 읽은 책 중에서(그것도 전공서적 혹은 전공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볼만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잘 안 하는 추천도 곁들이면서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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