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정말 대단해, 삼국시대 - 삼국 시대를 빛낸 여성들
김용만.한예찬 지음, 김은정 그림 / 계림닷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허스토리(herstory)' - 역사는 더 이상 남성만의 이야기가 아닌 여성의 이야기로도 주목받아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큰 주제는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들은 분명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남성만의 이야기를 그동안 많이 했으니 이제는 여성만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고 모두 역사 속에서 중요한 존재였는데 그동안 남성에 비해 여성의 비중이 적게 다뤄졌음을 인지하자는 것이다. 남성이 있기에 여성이 있고, 여성이 있기에 남성이 있어 역사는 더욱 발전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남성의 역사 말고 여성의 역사까지 더 알아보자~는 것이 진정한 집필의도가 아닐까 싶다. 우먼 파워가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심지어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통과된지 100년도 채 안 돼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으니) 역사속 선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책은 전체적으로 4개의 테마와 종합 해설편으로 이뤄져 있다. 저자의 어린이용 책들을 주욱 보면 늘 느끼는 거지만 단순히 옛날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어린이용 책이라고 쉽고 재밌게만 글을 쓴다면 뭔가 부족하지 않겠는가. 어린이들도 책을 읽음으로써 역사(다소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를 재밌게 배우고 느낄 수 있게 해야만 진정한 어린이용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용책이라고 해서 어른들이 우습게 볼만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蛇足이 길었는데 어쨌든, 저자들이 나눈 4개의 테마를 한번 살펴보자. 제일 처음 나온 내용은 '나라를 건국하고 다스렸던 여성들'이고 그 뒤를 이은 내용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여성들'과 '남자도 당해낼 수 없었던 여성 무사'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꿋꿋하게 살아간 의지와 절개의 여인들'이다. 

자아~여기까지 보고 뭔가 딱 떠오르는 것이 없는가? 주인장은 이 순서를 보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래! 허스토리를 얘기하는데 목차가 이 정도는 되야지!'하고 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어왔던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절개를 지킨 여성, 효심이 지극한 여성, 현모양처 스타일의 여성에 대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춘향전, 심청전, 신사임당 관련 일화 등이 있겠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런 여성들의 이미지는 전부 조선시대 여성에 대한 '만들어지고 강요됐던'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정말 옛날 우리들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그런 모습만 간직한채 살아갔을까? 전혀 아니다. 여성은 예로부터 생명을 잉태하고 새 생명을 낳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존재였고, 그로 인해 신적인 존재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존재 혹은 남성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에 도달한 존재로 인식되어졌다. 오죽하면 제사장 겸 군장으로서 고대 국가인 고조선을 다스렸던 단군이 사실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까지 하겠는가. 우리가 삼국시대 여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면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릴 필요가 있다. 

이처럼 목차부터 저자들의 집필 의도를 잘 드러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화부인과 소서노부터 시작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여태후,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선덕여왕과 진성여왕까지 삼국시대에 나라를 건국하고 다스렸던 대표적인 여성들에 대한 설명에서 독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책을 읽고 나서 부모님께 '엄마~정말 여자가 나라를 세우고 다스렸어?'라고 물어볼지도 모를 일이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인물들은 평강공주와 선화공주, 우씨왕후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남편을 귀하게 하고 본인을 소중히 여겨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여성들이다. 특히 스스로 왕을 선택해 수십년 권력의 정점에 섰던 우씨왕후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어린이들에게 신기하게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힐러리가 쓴 자서전에 대한 신문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클린턴과 힐러리가 어느 주유소에 갔는데 그 주유소 사장이 힐러리 옛 남자친구였단다. 그러자 클린턴이 "당신은 나랑 결혼 안 했으면 지금쯤 주유소 사장 부인이 되어 있겠군."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힐러리 왈. "아니지. 그랬다면 지금 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겠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대단한 여성들이 우리 역사에도 많이 있었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됐다.

주인장이 특히 주의깊게 본 부분은 '남자도 당해낼 수 없었던 여성 무사'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이 부분은 주인장도 대충 알고 있던 내용들이었는데 여기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실제 홍라녀와 설죽화 등 여성 무사에 대한 이야기가 전래되고 있고, 가야 고분에서는 여전사의 존재를 추정할만한 고고자료가 발견되기도 했다. 저자들이 다소 널리 알려진 내용이 아닌 계선공주나 수영 · 수진 자매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여성들도 말타고 무기를 들고 적과 싸운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보편적인 이야기이며 우리는 아마존의 여성 전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익히 알고 있다. 보편적인 것임에도 우리는 그간 이런 여성의 모습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삼국시대 여성들은 모두 드세고 당당하고 남성들이 어쩌질 못 하는 그런 존재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발해 남자 셋이 모이면 호랑이를 잡는다고 하는데 그 발해 남자도 여자 앞에서는 꼼짝 못 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마지막 테마에서 볼 수 있듯이, 삼국시대 여성들 또한 밖으로는 남편을 내조하고 안으로는 자녀교육에 열과 성을 다 하고 애틋한 사랑을 나누며 정절을 지키기도 했다. 열녀의 대표주자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성춘향'이라는 인물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이 춘향이의 모델이 되는 여인이 삼국시대 여인이었다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고구려 안장왕이 태자 시절 백제땅인 한강 유역에서 만난 한주(珠-책에서는 구슬아씨로 나온다)가 그 주인공이다. 안장왕을 잊지 못 하고 새로 부임한 관리의 수청을 거부하고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 고구려군에 의해 구출된 그녀는 사랑에 골인한다. 그 밖에 삼국간 치열한 전쟁 속에서도 꽃핀 가실이와 설씨 아가씨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삼국시대에 살았던 여성들의 다양한 삶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다. 단순히 집밖에 못 나가고 집안에서 자수나 놓고 남편 내조하랴, 자식 키우느라 고생만 하는 그런 여성의 이야기가 여기에는 실려있지 않다. 물론 그것도 여성의 삶 중 일부였지만 전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 나머지 여성들의 삶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질 것이다. 참고로 주인장 역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책을 다 읽었는데 그만큼 재밌으면서도 글이 감칠맛났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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