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락공주
김중걸 지음 / 문학과의식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주인장이 본 고구려 역사소설이 하나 있다. 제목은 위에 적혀있는 것처럼『장락공주』다. 아마 주인장 기억에 신도림역 헌책방에서 반값에 구입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읽고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출간할 당시, 꽤 화제가 되었던 책인 듯 싶었다.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가 우리나라 역사임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에서 전적으로『자치통감』에도 기록되어 있는 실존인물 장락공주를 주인공으로 해서 당과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 주인장이 읽어볼 때도 그러했고 말이다. 저자가 내세운『자치통감』의 기록을 보고 주인장이 확인했지만 저자가 내세운 기록은 찾을 수 없었고, 다음과 같은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長樂公主將出降,上以公主皇後所生,特愛之,敕有司資送倍於永嘉長公主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내세운 기록과 일맥상통하기는 하지만 이것만 갖고는 장락공주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분명 부족했다. 게다가 네이버 블로그 '무롱's 잡다구니'(http://blog.naver.com/lumia22?Redirect=Log&logNo=80027449201)의 게시물을 확인해보면 장락공주는 당태종 이세민이 그녀를 평소 너무 아껴서 꼭 장손황후의 친정 사람에게 시집가야 한다하여 장손충(長孫沖)에게 시집갔다고 한다. 이후 장손황후가 천식으로 세상을 뜨자 평소 장손황후와 많이 닮았던 장락공주 역시 천식으로 일찍 세상을 떴다고 한다. 물론 이 기록에 대해서 주인장이 확인은 안 해봤지만, 사료 상으로는 일단 장락공주를 고구려와 연결시켜 해석할 여지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저자는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런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이가 60이 다 된 영류태왕이 당주(唐主) 이세민에게 볼모로 삼을 여인을 요구했고, 당태종은 울분을 참으며 장락공주를 보내 고구려 안에서 내분을 조장하라는 밀명을 내리고, 그 결과 영류태왕이 죽고 태자 환권은 자결하고 연개소문에 의해 고구려가 장악된다는 설정이다. 대체 이게 동북공정에 어떻게 대항하고자 하는지 솔직히 주인장은 모르겠다. 저자가 책을 썼다고 하는 의도와 동북공정이 전혀 상관이 없게 느껴졌고, 단순히 당주 이세민이 고구려에 여자를 바쳤다, 라는 허구 속의 만족감만 불러일으키고 말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게 과연 동북공정에 얼만큼 대항할 수 있는 여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암튼,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책은 근본적으로 역사소설이 아닌, 허구 속에서 출발한 소설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이 역사소설을 표방하는 것은 마치 연개소문이 정통 대하사극을 표방하는 것과 같은 엉성한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점이 참 아이러니하고 우습기도 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무슨 내용일까, 하고 책을 사서 봤는데 그닥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단, 이 책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저자는 상황 묘사나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있어서 굉장히 탁월한 집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복식이나 음식, 생활하는 모습, 거처 등등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해주고 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그 모습들이 상상이 갈 정도였다. 그리고 장락공주를 둘러싼 영류태왕, 고환권, 양만춘, 연개소문 등의 심리묘사가 주축이기 때문에 대규모 전쟁에 대한 묘사 보다는 섬세하고 세밀한 개개인의 모습을 잘 살려내고 있어 그 점은 분명 눈여겨볼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역사소설이라면 어느정도 실제 역사에 근거해서 당시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재해석해내야만 하는데 저자는 관련 사료를 많이 접하지 못 했다는 것이 소설 곳곳에서 드러났다. 특히『삼국사기』와 같은 우리측 사서를 충실히 따르지 않았음은 물론, 중국측 사료 역시 폭넓게 인용하지 못해서 세밀한 묘사가 빛이 바랠 정도로 전체적인 상황 설정에는 실패했다. 단 한권의 책으로 내용은 그리 많지 않지만 고구려 말기에 각 인물들이 정말 저랬을 수도 있겠구나~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생각할 걸 많이 준 책이었던 듯 싶다. 그냥 역사소설로서의 실제 역사 검증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저자의 집필력을 감상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