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뛰노는 달 / 위네바고 족

너구리 달 / 수우 족

홀로 걷는 달 / 체로키 족

기러기가 돌아오는 달 / 오마하 족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 / 테와 푸에블로 족

새순이 돋는 달 / 키오와 족

( 2月 - 인디언 달력 ) 
 

 새벽 두 시.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차를 한 잔 끓여 마셨다. 남이 써놓은 논문 첫 페이지를 채 읽어내지 못하고 수첩에 내일 할 일들을 적어보았다. 모레는 수강신청을 해야겠구나. 그새 2월이 코앞이구나. 2월, 6월, 11월이 없는 달력을 갖고 싶단 생각을 할 정도로 내가 버거워하는 첫 번째 달. 불을 끄고 도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문득 이 시간, 컵라면을 같이 먹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리퍼를 찍찍 끌고 집 근처 편의점에 나가서는 컵라면 두 개에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유리문 너머로 드문드문 불 켜진 아파트나 인적 없는 거리를 내다보는 동안 적적하고도 아늑한 마음이 되어봤으면. 아무 일도 없는 일요일의 어느 새벽. 편의점과 컵라면과 얼굴 없는 누군가를 그리다가 잠이 들었다. 홀로 걷는 나의 발 아래로는 물고기와 너구리가 뛰놀고, 그러는 사이 먼 하늘 날았던 기러기가 돌아오고 삼나무엔 꽃바람이 불어와 새순이 돋아나려는가 보다. 잠들기 전 꿈꾸는 인디언 달력 속의 2월은 벌써 봄을 준비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고마웠던 것, 서운했던 것들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부지불식간에 정들어버리고 마는 게 사람이란 생각.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럴 수 있지, 라고 섭섭해 하다가도 산에 오르며 딱 다섯 걸음씩만 나를 앞지르며 기다려주는 모습에 마음 한 귀퉁이가 뭉클해지기도 한다. 사람은 죄다 이기적이야, 라고 체념하고 있던 찰나 미지근해질까봐서 생수병을 신문지로 돌돌 말아오는 배려에 쉽게 마음 한 자락을 내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감정의 시소타기를 몇 차례 거치며 시간의 세례를 입는 동안 당신과 나 사이에 말 없는 공감, 침묵 속의 배려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고 그러는 사이 조금씩 정이 드는 것이겠지. 과거에는 선명하지 않은 감정에 대해 섣불리 회의적이었고 우울질이 많은 성품 탓에 결국 좋지 않은 쪽으로 판단이 기울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짭짤하고 단단한 껍질 속 담백하고 보드라운 속살처럼 사람 감정의 간장게장스러운 속성에 대해 인정하게 된다. 등을 돌리면서도 마음은 돌리지 못해 아파하고, 마음은 돌아섰지만 등을 보일 수는 없어 갈등하던 순간들 속에서 그토록 마지않았던 선명한 감정 이면의 진짜 내 모습을 본다. 내가 딱 부러지면 부러질수록 딱, 딱,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아프게 잘려나가던 시간들. 어둡고 고요한 숲 속, 나무 삭정이가 꺾여나가는 울림처럼 머릿속과 손끝에 아리게 메아리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1-2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이면 "봄날의 곰..."처럼 버너하고 냄비 들고와 동네 놀이터에서 직접 라면 끓여주는 남자를 만나시길...^^

깐따삐야 2008-01-27 22:54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저는 계란 두 개와 대파를 손에 들고 놀이터로 달려갈 거예욧! ^^

Mephistopheles 2008-01-27 23:46   좋아요 0 | URL
설마 썰지 않은 대파를 들고 나가겠다는 것?

깐따삐야 2008-01-27 23:49   좋아요 0 | URL
도리도리! 소중한 그이 앞에서 손으로 대파를 우악스럽게 찢어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요. 이쁘게 썰어서 가지고 갈 거여요. 파송송 계란탁! 므흣.

이게다예요 2008-01-2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의점에서 컵라면 두 개에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그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드라마에서만 나옵디다. 아니 그들은 안 기다려도 우연히 잘 마주치더군요, 쩝. ^^

깐따삐야 2008-01-27 23:27   좋아요 0 | URL
쿵! 저는 적어도 이게다예요님만큼은 맞장구를 쳐주실 줄 알았는데... -_-
근데 새벽 두 시에 편의점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남자는 복면강도일지도? ㅋㅋ

웽스북스 2008-01-2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월은 28일만 일하고 월급 똑같이 받아서 좋아해요
(방학 있는 선생님 앞에서 자랑 하고는 ;; -_-)

깐따삐야 2008-01-28 00:27   좋아요 0 | URL
오...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이래서 내가 엄마한테 혼나는 거예욤. -_-
 

  동료 선생님이 부친상을 당하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알고 보니 얼마 전 공부를 마치시고 돌아온 N선생님이 우리 동네로 이사를 하셔서 함께 갈 수 있었다. 거의 2년 만에 다시 보는 건데 처음 발령 받고 같은 동네에서 3년을 지낸데다 평소 언니 노릇을 잘해주셨던 분이라서 떨어져 지낸 시간이 무색할 만큼 반가웠다. 워낙에 공부 욕심이 남달랐던 분이었고 쉼 없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던 분이라 내겐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는데 다소 헬쓱해지긴 했어도 눈빛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오가는 길이 꽤 멀어서 선생님과 그간에 모아두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땅 넓은 미국이니만큼 추억도 많을 것이었다. 재밌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공부나 학교에 관련된 이야길 나눠도 뒷좌석에 타고 계셨던 N선생님의 어머니는 오로지 딸내미의 결혼에 대한 관심으로 쏠려 계신다는 것. “아이구~ 서른 넘긴 딸이 둘인데 남자를 어디 가서 사올 수 있는 거면 내가 사오기라도 할텐데. 선생님도 가셔야 할 것 아니에요?” “크크큭! 어머님도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근데 이 동네는 약을 쳤는지 당최 남자라곤 씨가 말랐답니다.” N선생님과 어머니는 파안대소를 하셨지만 올해 쥐띠인 N선생님이 처음에 미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은근히 기대했더랬다. 인연을 만나려고 태평양을 건너는 게야. 고럼고럼.

 그러나 우리의 N선생님은 우리의 기대를 배반한 채 빈 손(?)으로 돌아오셨다. 대신에 어학에 대한 실력과 열정만큼은 머리와 가슴 속에 꽉 채워오셨다.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시고도 다시 우리 대학원에 오고 싶다는 의사를 비치셨다. 여러 가지 시스템 상 낡아빠지고 시대착오적인 부분은 마음에 안 들지만 교사이니만큼 배울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꼭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문학 관련 수업만 편식했고, 문학 담당 교수님이 지도교수님이고, 그러나 아직 논문 주제는 삼천포로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버린 나의 솔직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원체 자기가 좋아하는 것 아니면 관심도, 욕심도 없는 나이기에 N선생님은 별 얘기를 안 하셨지만 교육 쪽으로 논문을 쓰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해선 살짝 의아해하시는 것 같았다. 나의 불투명한 정체와 애매모호한 정체성에 대해선 일찍이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에 속으론 아마 그러려니 하셨을 듯.

 장례식장에 도착해 다 큰 J선생님이 훌쩍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거라서 다들 경황이 없어보였다. 직원체육 날이면 직접 순대도 만드시고 고기도 구워주시던, 참으로 홍익인간 오지랖을 널리 실천하시던 좋은 분이신데 눈동자가 빨개져서 울먹이시는 게 생소하고도 안쓰러웠다. 다 자란 어른 남자도 우는구나. 상주 노릇이 참 힘들다는데 덩치 큰 우리 오빠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절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우리 부모님도 별 일 없이 건강하셔야 할 텐데. 그간 많은 장례식장을 다녀봤지만 젊은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보니 잠깐이나마 온갖 상념이 다 들더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N선생님과의 수다로 많은 칼로리를 소모시킨 나는 참으로 맛나게도 밥과 국과 떡을 먹어치웠다. 우리 곁에서 사이다 반 컵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못하던 J선생님을 보니 왠지 조금 죄송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W선생님도 합류하셨다. 말 붙이기 힘든 인상이라 아이들도 되게 무서워하곤 했는데 나는 대체로 그런 분들을 보면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다. 나하고 상대해봤자 본전도 못 건진다고 추켜세워 주시지만 사실은 ‘말 많은 곰과’에 속하는 나를 마냥 봐주시기만 하는 분이다. W선생님은 ‘말 없는 곰과’에 속하기 때문에 여우와는 잘 맞지 않는 반면 자신과는 달리 조잘대는 곰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으시다. 선생님은 정말 맛있는 순대를 사주시겠다고 했고 나는 그 정말 맛있다는 순대를 위해 아침부터 위를 비워놓고 있겠노라고, N선생님의 연수가 끝남과 동시에 연락을 드리기로 했다. 그다지 잦은 이동이 없는데다 서로 알음알음하다 보면 각종 행사마다 어차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지역 특성 때문에 마냥 까불어대는 나의 이미지도 쇄신이 필요할 때가 오리라. W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옮겨 다니다 보면 웬수댕이를 만나게 되는 곤란한 경우도 생긴다고. 왜 아니겠는가. 나는 아니어도 상대는 나를 보는 순간 치를 떨지도 모르는데. 아휴. 차카게 살아야지.

 J선생님의 눈물은 아직도 눈에 선하지만 여럿이 일부러 모이기 힘든 상황에서 오늘 보고 싶은 얼굴들을 봐서 반가웠다. 혼자 뚝 떨어져 나와 있는 상황이라서 들려오는 학교의 현실이 다소 낯설 때도 있기에 일 년 후 돌아가면 과연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엄마는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고 네 마음대로 되는 부분만 신경 쓰고 노력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참 일리가 있단 생각이 들면서도 요놈의 잔망스런 성품 탓에 오늘도 심란하구나. 다만 그런 생각은 든다. N선생님처럼 성실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 것. 어머니는 선생님의 결혼 문제로 걱정하시지만 책임감도 강하고 두루두루 인정받는 딸에 대해 그 자부심 또한 남다르시리라. 그리고 W선생님처럼 때로는 말 없는 곰이 될 필요도 있다는 것. 나의 좋은 면을 보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세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을 테니까. 아직 여러모로 미성숙한 나에게 선배 선생님들은 다양한 면에서 훌륭한 거울이 된다. 나머지 몫은 나에게 달린 것이고 영 자신은 없지만 언젠가는 엄마의 지청구를 여유 있는 웃음으로 갈무리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1-2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똑같이 태평양을 건넜지만 인연을 만나 눌러 앉아버린 우리 누나와는 정반대시군요..^^
2.언젠간 그 곰가죽 등쪽에 지퍼자국이 생기며 주아악 얼었을 땐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 웃는 여우를 목격할 날이 있을까요??
3.어쩌면 그럴 일(2반)은 절대 불가능하다에 200원을 걸고 싶어진다는...=3=3=3=3

깐따삐야 2008-01-27 00:06   좋아요 0 | URL
1. 아... 그러셨군요! N선생님도 아예 그러시는 것도 나쁘진 않았으련만.
2. 헉!! 메피님이 그렇다는 말씀이지요? ㅋㅋ
3. 쓰면서도 자신은 없었어요. 그래서 '될 것이다'를 '되었으면 참 좋겠다'로 바꿨어요. 이제 시원하십니까? -_-

Mephistopheles 2008-01-27 00:24   좋아요 0 | URL
생식을 하며 지리산 한달 특훈을 거치면 곰가죽을 뒤집어 쓴 여우로 환골탈퇴할지도 모릅니다..^^

깐따삐야 2008-01-27 00:33   좋아요 0 | URL
생식에 지리산이라니. 그냥 우리 말 많은 곰탱이로 삽시다! ㅋㅋ

웽스북스 2008-01-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우리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는 R도 남자 구해오라고 우리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데

깐따삐야 2008-01-27 00:08   좋아요 0 | URL
그러게. 거기 눌러 좀 살아주면 우리가 여행도 가보고 말이지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7 11:57   좋아요 0 | URL
그럼...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야 하는데...

비로그인 2008-01-2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깐따비야님하고 메피님때문에 오랜만에 웃어봅니다. 크크 ^^

깐따삐야 2008-01-27 15:54   좋아요 0 | URL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 많은 야양청스입니당. 호호.^^
 

#

 학부 시절, 희곡을 가르치셨던 교수님은 본인의 작달막한 신장 때문인지 너무나도 인간의 내실을 강조, 또 강조하셨기에 더욱더 그 작달막한 키가 애처로워 보였던 분이었다.

 그냥 너털웃음이라도 지으면서 기왕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라고 가증을 떨었다면 비교적 순진했던 나는 그 분의 겉모습 어디에서라도 용케 서너 가지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 여하튼 그 분의 사랑공식은 이러했다. 

 Like + @

 하지만 그 플러스알파의 정체는 제각기 다르거나,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옳다. 나는 피스타치오아몬드와 윤대녕의 단편들을 좋아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그것들과는 비할 데 없이 특별한 것이다. 알파 속에 그의 자상한 미소라든가, 솔직한 말투라든가, 부드러운 성정... 갖가지 것을 대입시켜 보지만 역시 하나로는 부족해. 뭔가 총체적인 것이다. +@의 정체는. 그의 주변을 에두르고 있는 일종의 분위기나 이미지, 아우라일수도 있겠지.


#

안느 소피의 언행은 예측이 불가능했다.
단 하나, 내가 그녀에게서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녀가 나를 데리고 나가 함께 밤을 보내고 나면 새벽마다 자기의 가장 소중한 소망을 밝히곤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밝힌 가장 소중한 소망은 동네 아이들을 위해 잼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 장 자끄 상뻬, ‘속 깊은 이성 친구’ 중에서 

  종이의 질이 좋으면서, 삽화가 많고, 두께가 얇은 책은 잘 구입하지 않는 편이다. 속 빈 강정이라는 편견 때문일 거다. 그런데 ‘속 깊은 이성 친구’는 저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추고 있지만 서점에 서서 아주 재미있게 끝까지 다 읽고 난 다음 누군가가 생각나서 선물을 할까 하고 샀었다. 이 책을 받아보았던 커플은 몇 년 전 결혼을 해서 조용히 살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보통의 연인들이 겪는 몇 차례의 우여곡절을 치렀다. 전투와 휴전을 수없이 반복하던 그들이 언제쯤부터인가, 적당히 서로를 내버려두고 적당히 서로를 참견하게 되더니 결국은 조용하고 의뭉스럽게도 혼사를 치러냈다. 당시의 나는 두둑한 용돈을 받게 되어 그들이 결혼한 것이 마냥 기뻤다.

 나만이 진실에 목말라 있다는 것은 오만인 것 같다. 누구나 상대의 작은 변화에 놀라워하고 신실한 마음 씀씀이에 기뻐할 줄 안다. 단지 사람이란 너무나 약해서 상대가 나보다 더 의지가 강하다면, 하고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든 '한결같이' '변함없는' 것이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것 대신 넘겨짚고, 궁리하고, 아파하고, 절망한다. 결국 감정의 파도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에 지쳐 아무것도 뜨겁고 선명하게 느낄 수 없게 되면, 이젠 늙었다고 선포하거나 원래 자신은 냉정한 인간이었음을 깨닫는 척 한다. 정직해질 자신이 없는 것이다. 간단한 결론에 비해 언제나 과정 중에 궁리했던 리스트가 훨씬 더 장황하기 마련이고.

 궁금하면 물어볼 것. 왜 그래? 뭘 바라지? 사심 없이 똑바로 묻고, 돌아오는 대답에 잡념의 티를 얹지 말 것.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랑을 하는 사람은 포즈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단 생각이 든다.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1-26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 자끄 상뼤라면.."꼬마 니꼴라" 그림 그린 사람과 동일인물이군요..
글도 썼구나...글도..

Mephistopheles 2008-01-26 02:32   좋아요 0 | URL
어느 분이 이 이미지가 어쩌며 저와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 댓글을 보고 들켰다..했다죠..ㅋㅋ

깐따삐야 2008-01-26 02:33   좋아요 0 | URL
그쵸.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오래된 책인데 가끔씩 꺼내 읽어요.
메피님 이미지는 음치소녀가 눈 감고 계~속 발성연습하는 것 같아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6 02:36   좋아요 0 | URL
으흐흐..저 애니를 본 사람들은 저 표정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알 껍니다..ㅋㅋㅋㅋㅋㅋ 만화영화 제목은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림" 실체를 확인해 BOA요..ㅋㅋ

Mephistopheles 2008-01-26 02:56   좋아요 0 | URL
프로필 올라갑니다..
가구라(神楽 - 카구라)
11월 3일생, 155cm, 40kg. 나이는 13에서 14세 정도.
히로인. 우주 최강의 전투 종족 중 하나인 "야토"족의 생존자.
중국인 같은 느낌이 나며 어미에 "~해"를 붙이는 버릇이 있다.
야토족의 특성 때문에 햇빛에 약해 항상 양산을 쓰고 다니며, 그래서 드물게 뽀얀 피부.
뽀얀 피부에 귀여운 외모로 겉만 보면 귀엽기 짝이 없는 미소녀지만,
정작 하는 짓은 깡패. 양산 끝에는 총이 내장돼 있고 어마어마한 괴력을 자랑한다.

다시마 초절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며 긴토키 말마따나 "대형 위장 봉지"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식욕을 가졌다.
그 식욕은 fate의 세이버가 한 수 접고 넘어갈 정도...

오 마이 갓........푸하하하핫

깐따삐야 2008-01-26 02:58   좋아요 0 | URL
고 녀석이 왜 저한테 고따구 별명을 지어줬는지 납득이 간다는. -_-
납득이 가지 말아야 하는데 굉장히 납득이 가고 난리라서 황당하네염.

순오기 2008-01-26 06:30   좋아요 0 | URL
장 자크 상뻬는 우리 애들이랑 저랑 엄청 줗아해요. 니콜라 시리즈는 정말 재미있죠? ㅋㅋㅋ 돌아온 니콜라는 한 수 더 뜨고요!
깐따님 별명 묻는 항목에 나온 '가구라'가 무언지 모른다고 다른 걸 골랐었는데, 이런 거였군요. 감솨~~~~^^

웽스북스 2008-01-26 22:16   좋아요 0 | URL
흐흐 가구라....^_^
그러니까 우리 깐따님이 미소녀이신거죠?

흠흠, 실은 저 '손예진' 검증하기 위해서
깐따님 사진 찾아서 막 이리 훑어보고 저리 훑어보고 했었어요
저 그 문제 맞힌 거 알죠? ㅋㅋ

깐따삐야 2008-01-26 23:41   좋아요 0 | URL
식성으로 볼 때 米(쌀 미) 소녀 아닐까나. -_-

Mephistopheles 2008-01-26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댓글을 못 볼줄 알았죠 깐따삐야님...크크크크

깐따삐야 2008-01-26 02:59   좋아요 0 | URL
주무시러 간 줄 알고 괜히 '가구라'인 것만 한번 더 상기시킬까봐 잽싸게 삭제조치 했는데...이론이론. 그래도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_-

Mephistopheles 2008-01-26 03:07   좋아요 0 | URL
그래도 미소녀라잖아요...이미지를 보니 미소녀 맞긴 하더군요..
전 내일의 여유 때문에 좀 늦게 잘 예정입니다. 4시에도 깨어있을 듯..

깐따삐야 2008-01-26 03:12   좋아요 0 | URL
미소녀...-_-a 40킬로그램은 완전 부럽네요.
메피님은 항상 긴장모드세요? 체력이에요? 정신력이에요? 대단하셔. 증말.

웽스북스 2008-01-26 22:16   좋아요 0 | URL
체력이에요 정신력이에요? 22222

Mephistopheles 2008-01-27 00:02   좋아요 0 | URL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이게 딱 접니다.

치니 2008-01-2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바야흐로 깐따삐야님이 포즈에 신경쓰지 않고 사랑해 줄 그이만 나타나면 되는군요. 히힛.

웽스북스 2008-01-26 22:17   좋아요 0 | URL
내가 남자였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 깐따삐야님을 꼬셨을텐데 말이죠 ㅋㅋㅋㅋ

깐따삐야 2008-01-26 23:44   좋아요 0 | URL
치니님- 지금 우리 그이 말씀하시는 거여요? 어므낫. ㅋㅋ

웬디양님- 아휴, 왜 여자로 태어난 거여요오? 근데 말이지요. 나 꼬시는 데에는 사실 그렇게 수단과 방법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_-a

비로그인 2008-01-2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많은 댓글 읽지 않게 미리 와서 댓글달고 가는거였는데요.

순오기 2008-01-26 10:0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승연님, 난 댓글 읽는게 더 재밌던데....깐따님한테 혼날라 튀어야지 서울로!

웽스북스 2008-01-26 22:16   좋아요 0 | URL
저도 댓글 정독했어요 ㅋㅋ

깐따삐야 2008-01-26 23:45   좋아요 0 | URL
승연님- 아직 잘 모르셔서 그렇지 이건 몇 개 안 되는 거여요. ㅋㅋ

순오기님- 흥! 너무하세욧.

웬디양님- 역시 복습도 잘하는 야양청스.^^

오다가다 2008-01-26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다가다 님의 글을 자주 읽고 많이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최근 이명박 발 일명 '영어교육사태'의 심각한 뉴스를 접하자니,
갑자기 현직 영어교사이시고(지금은 잠시 중단 중이더라도) 늘 균형잡힌 세계관을 견지하고 계시는 님의 의견이 궁금해졌습니다. 새 정권은 원어민교사의 충당은 정부가 모두 책임을 질테니 무조건 '나를따르라'라고 밀어부칠 모양인데, 원어민교사의 효과 그리고 영어로하는 영어수업의 가능성, 실상, 예상 등등에 대하여 님의 생생한 의견이 담긴 페이퍼를 하나 부탁해도 될런지요.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급박한 현실의 상황판단에 소중하게 역할하리라 감히 생각하고 기대가 돼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실례가 됐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깐따삐야 2008-01-26 23:47   좋아요 0 | URL
실례라니요.. 이명박 당선인 및 인수위원회가 백년대계라는 교육문제를 청계천 복원사업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는 어떤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영어교사가 보다 실제적인 영어구사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합니다. 여러 가지 여건 상 몰아붙이기 식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바람직한 원칙이라면 시일을 두고서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겠지요.

한편으론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에 대해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때일수록 더욱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단 공부할 수 있는 혜택을 얻었으니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고 보다 자연스런 회화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조삼모사로 바뀌는 교육정책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닌 바. 교사로서 저 스스로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린다면 더욱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하구요.

충분한 답변이 되어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들러주시고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Mephistopheles 2008-01-27 00:07   좋아요 0 | URL
차기정부 인수위들의 행동을 보면....선두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레밍이라는 쥐떼가 생각난다는...

chika 2008-01-26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못참고..)메피스토님, 저 정글은 언제나 맑음(은 뒤 흐림,이 원제예요? 전 맑음까지로만 알았는데요;;;) 보고 싶어 죽겠는데 도무지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ㅠ.ㅠ
울 직원이 대따 엽기적이고 재밌다고 하던데...흑~
** 깐따삐야님, 이따구 댓글만 달고 가서 죄송하오옵~ 너그러이 이해해주시오오옵~ ^^;;;

깐따삐야 2008-01-26 23:48   좋아요 0 | URL
죄송하긴요. 저는 '언제나 맑음'입니당. 바보 같으다.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7 00:08   좋아요 0 | URL
맑은 뒤 흐림이 맞습니다. 주인공 하레 가 맑음이고 쿠우가 흐림이니까요..
하레(파란머리 남자주인공) 쿠우(분홍머리 여자주인공) 대따 엽기적은 아니고요...존X 엽기적입니다..암튼 후딱 깨요...^^ 주제가도 퐌따스틱 하고요..근데 치카님...여기 깐따삐야님 서재에요..ㅋㅋㅋㅋ

다락방 2008-01-2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나는 언어의 신뢰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다. 낸시를 만났을 때, 나는 그녀에게 홀딱 반해서 이런 말을 되뇌곤 했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그녀가 가혹하다 할 만큼 홀연히 나를 버리고 떠났을 때, 나는 <이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라고 되뇌다가, 예전에도 내가 그와 똑같은 말을 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장 자끄 상뻬,『속 깊은 이성친구』中(p.34)-

깐따삐야 2008-01-26 23:49   좋아요 0 | URL
저도 참 공감했던 페이지에요. 콩꺼풀이 벗겨진 이후, 또는 욕심이 더 많아진 이후, 처음의 그와 지금의 그 사이에서 갸우뚱해지던.^^;

라로 2008-01-2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읽다가 댓글 달아야지 하던 내용을 잊어버렸따요~.>.<

깐따삐야 2008-01-26 23: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가끔 그런다는.
 


비를 바라보는 일곱가지 마음의 형태

- 조정권


풀밭에 떨어지면
풀들과 친해지는 물방울같이
그대와 나는 친해졌나니
머언 산 바라보며
우리는 노오란 저녁해를 서로 나누어 가졌나니

오늘 먼 산 바라보며
내가 찾아가는 곳은 그대의 무덤
빈 하늘 가득히 비가 몰려와
눈알을 매웁게 하나니

  이 영화를 세 번 봤다. 처음 볼 때는 잭(제이크 질렌홀 분)과 에니스(히스 레저 분)의 관계가 불편했고 두 남자간의 감정이 낯설었다. 두 번째 볼 때는 브로크백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두 ‘남자’가 아니라 두 ‘인간’의 사랑이 보였다. 히스 레저의 비보를 전해 듣고 세 번째로 보게 된 브로크백 마운틴은 위의 시처럼 빈 여백 가득히 아픔이 몰려와 눈알을 매웁게 했다.

 60년대,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양떼 방목장에서 함께 일하게 된 잭과 에니스는 차츰 마음을 터놓는 우정을 넘어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다정하고 활달한 잭에 비해 속을 잘 내비치지 않고 과묵한 에니스. 각기 다른 성품의 두 사람은 짧은 여름 동안의 애틋한 추억과 미묘한 감정을 뒤로 한 채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평범한 일상을 구가하던 두 사람. 4년 만에 잭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엽서가 도착하고 에니스는 잭을 보자마자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그러나 단 둘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픈 잭에 비해 에니스는 이미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이후로 잭은 일 년에 한두 번, 14시간씩 트럭을 몰고 에니스에게 달려오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묵묵히 받아주는 곳은 브로크백 마운틴뿐이다.

 길고긴 기다림 끝에 잭은 지쳐가고 에니스도 그로 인해 힘들어 하지만 두 사람의 뚜렷하고 진실한 감정에 비해 앞날은 불투명하고 가파르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에니스에게 ‘수취인 사망’이라는 엽서가 반송되어 오고 에니스는 잭의 갑작스럽고 비참한 죽음을 전해 듣는다. 유해의 반이 묻혀 있다는 고향집을 방문한 에니스. 잭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방의 옷장 구석에서 두 사람이 브로크백에서 헤어지던 날, 마지막으로 입고 있었던 피 묻은 셔츠 두 장을 발견한다.

 영화 초반에 내 셔츠가 없어졌다는 에니스의 말에 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나도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이었다. 덕분에 끝나갈 즈음 옷장 구석에서 찾은 셔츠 두 장은 그 슬픔을 배가시켰다. 검게 말라버린 혈흔은 20년이란 긴 세월동안 에니스와 브로크백을 그리워하던 잭의 아픔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에니스는 그토록 다감하고 섬세했던 잭에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Jack, I swear."라고 말한다. 떠나기 싫다고, 떠나지 말라고 할 수 없기에 혼자 주먹으로 벽을 때리며 오열하던 에니스다웠다.

 영화는 뜨거운 고백 대신 침묵을 고수하며, 시정의 소란함을 여백으로 처리한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서 잭과 에니스는 누구의 시선에도 신경 쓸 필요 없이 마음껏 교감하고 사랑한다. 하늘과 가까운 브로크백은 그들의 사랑을 받아주지만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 그들의 사랑은 비난당한다. 뜨거운 열정과 사무치는 그리움은 인간 대 인간이 아닌 남자 대 여자일 때, 관습이라는 기준에 의해 노멀함으로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사랑의 불가해함을 알면서도 불평등함에 대해서는 잊고 산다. 숨어 있는 소수의 진실에 대해서는 무심해지기 마련이고 그것이 브로크백 아래의 현실이다.

 고인이 된 히스 레저는 곧 에니스였을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기쁨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슬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듯 오랫동안 약물에 의지해왔다는 그는 아마도 남몰래 웃거나 울고 있었나 보다. 다음달 2월 22일은 이은주의 기일이고 히스 레저는 지난 1월 22일에 죽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이 참 안타깝고 쓸쓸하다. 내향적이고 섬세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화려한 배우로 스크린에 설 때 마음을 다칠 일도 잦은가 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히스 레저의 죽음으로 사랑의 이면을 넘어 생의 이면까지 담게 되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1-2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읽었을 때 그냥 단순히 약간은 노골적인 동성애를 처음 만나고 흡...했다가 마지막 옷장에서 발견되는 포개져 걸려 있는 셔츠 두벌의 묘사를 읽으면서 아..했었어요..

깐따삐야 2008-01-25 22:0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메피님 페이퍼를 읽고 이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저도 불편한 동성애 영화, 그 이상을 생각하기 힘들었는데 세 번을 보고나니 그제서야 아... 합니다.^^

Mephistopheles 2008-01-25 22:40   좋아요 0 | URL
단편이 모여 있는 에나 프루의 책도 좋았어요..읽어보셨나요??

깐따삐야 2008-01-25 22:47   좋아요 0 | URL
아뇨? 브로크백 마운틴도 책으론 아직 못 읽었어요...

Mephistopheles 2008-01-26 00:49   좋아요 0 | URL
브로크백 마운틴...이 제가 말한 에나 프루의 단편집 묶음 제일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편이거든요. 책은 황량하고 거칠거칠하지만 좋았다는..^^

깐따삐야 2008-01-26 00:5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읽어보고파요!
표현이 잼나요. 황량하고 거칠거칠하지만 좋다...ㅋㅋ

순오기 2008-01-25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못 봤는데 깐따님의 후기로 촉촉히 젖어듭니다.
언제 빌려다 봐야겠어요.

깐따삐야 2008-01-25 22:08   좋아요 0 | URL
'동성애' 중심으로 보지 마시구 '꽃미남' 중심으로 보시면 더 즐거우실 거에요. 저도 처음에 그랬거든요.^^

2008-01-26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6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01-26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님의 영화 리뷰 너무 좋아요. 이 영화 보기 직전에 엄청 화나는 일이 있었어요. 근데 영화보다가 다 잊을만큼 푹 빠졌었죠. 작가의 동명소설 책에 대한 리뷰로 하이드님의 리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지금은 리뷰를 다 지우셔서 제목을 확인할 길이 없네요. 아마도 제 기억에 '외로움도 침범할 수 없는 고단함'... 이었을 거예요. 저도 나중에 소설 읽어볼 생각이에요. ^^

깐따삐야 2008-01-26 01:32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처음엔 좀 멍했구요. 두 번째 볼 때부터 좋았던 것 같아요.^^
메피님도 권해 주시고, 마노아님도 좋다 하시니 책을 꼬옥 읽어봐야겠네요!

turnleft 2008-01-26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스 레저의 죽음에 가슴이 촉촉해진 분들이 많으시군요.
리뷰 멋지게 잘 쓰셨어요. 저는 영화 보고 그저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것도 쓰지 못했답니다.

깐따삐야 2008-01-26 23:56   좋아요 0 | URL
히스 레저의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었는데 메피님 페이퍼를 읽고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떠올렸고 다시 보게 됐죠. 침묵과 여백이 많은 영화라서 보고나서 먹먹해지는 기분, 알 것 같아요.^^

라로 2008-01-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오늘 캠프에서 돌아왔어요,,,
남편과 한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어요,,,각자 아이들을 옆에 끼고
주문을 한뒤 마주보는데
남편의 첫마디,,,"알지? 죽었데,,,"
제가 그랬어요,,,"아직도 안믿어져,,,"

브로크백 마운틴,,,제겐 예사롭지 않은 영화였어요,,,책은 더 그러했구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깐따삐야 2008-01-26 23:57   좋아요 0 | URL
제 또래인데 참 안타깝죠...
그나저나 배우의 죽음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나비님네 부부의 모습이 역시 부럽습니당.^^;
 
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필력과 집중력이 남다른 작가란 생각을 하면서도 언젠가부터 전경린을 읽지 않았다. 나 자신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탓일까. 처음엔 신선했던 그녀의 주인공들이 점차 일탈을 즐기는 이기주의자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깊이 있는 시선이라든가 밀도 있는 문체는 일단 읽을거리에 공감하고 난 다음의 문제였다. 평범한 일상의 대척점에서 뜨거운 몽상가들로 살아가는 전경린의 여자들에 대해 조금 반감을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남성 전반에 대해 살기 어린 콤플렉스 같은 것이 느껴졌고 그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나물에 그 밥인 소설만을 양산해 내리라고 내 멋대로 짐작하기도 했다. 얼마 써내지 못하고 잊혀져가는 몇몇 여류작가들에 비해선 근기도 있어 보이는데다 신들린 듯 아름다운 문장과 마주할 땐 속으로 감탄하기도 했지만, 혼자만 특별한 척 하는 게 못내 아니꼬웠는지도 모르겠다. 박완서 할머니도 연세 드셔가며 점점 더 교만해지시는 같아 못마땅하던 차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권여선한테 슬슬 관심을 가져보려던 중이었는데 이번에 만난 전경린의 소설이 어라, 나쁘지 않더라는. 

 쿡쿡, 웃음이 터지는 대목이 있다는 게 무엇보다 반가웠다. 그간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땐 입을 앙 다물고 미간을 찡그린 채 불편해하며 읽었는데 ‘엄마의 집’은 따듯하고, 담백하고, 간혹 깜찍하기까지 했다. 대단한 줄거리는 아니다. 대학생이 된 딸에게 공산당 선언을 읽었냐는 질문으로 인사하는 386컴퓨터 같은 아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용기백배하여 결혼하고는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져버린 엄마, 그리움을 안으로 모아 쥔 채 일찌감치 세상의 밑바닥을 봐 버린 아이처럼 조숙하게 자라온 호은, 그리고 제비꽃이란 이름의 토끼 한 마리를 들고 엄마와 내가 사는 집으로 찾아든 아빠의 딸 승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조심스럽거나 서먹해지기 마련이고, 가족이라는 미명 아래 엉성하게 엮인 호은이네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싶은 유화를 못 그리고 생계를 위해 케릭터를 디자인하는 엄마를 보며 승지는 ‘아줌마는 타락했다’고 말한다. 공산당 선언스러운 발언이다. 친딸도 아니면서 승지는 아빠를 닮아있고 시대착오적인 아빠에게 호의적이다. 확실히 ‘생계노동’을 하는 엄마보다는 ‘노동운동’을 하는 아빠에게 사람들은 마음으로나마 더 관대하다. 그래도 스무 살이 되었다고 리본 달린 구두를 사주고 동그랑땡을 만들어주는 건 엄마다. 공산당 선언을 읽어야 한다고 호소하는 아빠의 세계와, 밥은? 이라고 짧게 묻는 엄마의 세계는 한때 사랑했고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화해와 공존만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조숙하고 냉정한 척 하고 있어도 아직 마음의 물고가 닫히지 않은 소녀들은 서로 간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물결을 놓치지 않는다.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가 놀랄지언정 승지는 딱 한번이나마 ‘엄마’ 소리를 하고, 엄마는 처음의 언짢음과는 달리 호은에게 승지의 언니가 되어주라고 말한다. 각자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와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라는 교집합을 통해 그들은 관계가 규정하는 틀을 벗어나 동료가 된다. If life gives you a lemon, make lemonade! 생은 시어빠진 레몬 따위나 줄 뿐이지만, 나는 그것을 내던지지 않고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이다. -p.279 헤어짐을 아픔으로써가 아니라 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호은. 그녀의 말처럼 사람들의 운명이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시어빠진 레몬 같지만, 그것을 달콤하고 시원한 레모네이드로 만드는 건 각자의 몫일 것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하염없이 먹먹해졌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작가의 눈매가 달착지근해지고 입매 또한 상큼해졌다는 것을 감지했다. 사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을 땐 힘을 빼도 너무 뺀 것 아닌가, 트렌드의 파도타기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인가, 잠깐 실망할 뻔도 했다. 지난 386세대와 근래의 N세대를 읽어내는 포즈도 그다지 충실해 보이거나 매력적이지가 않아서 역시 전경린은 ‘문장’에는 성숙한데 ‘문제’에는 미숙하구나. ‘사랑’에는 유심한데 ‘사연’에는 무심하구나. 혼자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팡질팡 소녀 같은 엄마와 시큰둥한 노파 같은 딸들의 까칠한 동거담은 다 읽고 났을 때 그 뒷맛이 꽤 괜찮았다.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전경린이 주조해내는 여자들은 아무리 밥을 위해 뛰어다니고, 딸내미의 체육복을 사다주고, 잡채와 동그랑땡을 만들어도, 애인을 만나러 가기 전, 제비꽃마냥 차려입은 달뜬 실루엣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그녀들이 화려한 비극이 아닌 누추한 희극의 주인공들로 거듭나면서도 그 보랏빛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이 작가를 다시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게다예요 2008-01-2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관함에 넣어놓긴 했는데 전경린을 읽은지 하두 오래라 선뜻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전경린의 여자들은 언제나 몽롱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좀 다른가봐요. 리뷰 잘 읽었어요~

깐따삐야 2008-01-24 17:09   좋아요 0 | URL
저도 망설이다가 그래도 그간의 갑빠가 얼만데~ 하는 생각에 질렀죠.
이번에도 제멋대로인 건 여전하구 정신상태도 몽롱하긴 한데 그녀의 딸내미들이 아주 당차고 귀엽더라구요.^^

비로그인 2008-01-2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롱하다'의 의미는 읽어보아야만 알 수 있겠죠?

깐따삐야 2008-01-25 09:31   좋아요 0 | URL
음... 당최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사람처럼 안 보인다는 의미랄까요?
써놓고도 영 부족함을 느껴요. 한번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