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를 써보겠다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헤집고 다니다가 예전에 사용했던 블로그를 떠올렸다. 지금의 알라딘 서재처럼 소통이 활발했던 곳은 아니고 일주일에 두어번씩 생각날 때마다 일기 쓰듯 끄적이던 조용한 공간이었다. 자물쇠로 굳게 잠궈놓은 오래된 글들은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거기 그대로였다. 온라인 상에서는 당연한 것인데도 해묵은 기억들이 활자화되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단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결국 오늘도 쓰라는 시는 못 쓰고 잡념과 상념이 꼬리잡기를 하며 머릿속을 희롱, 목적지는 삼천포. 어쩐지 작년에 남해 갔을 때 삼천포대교가 낯설지 않더라는.-_-

 지금처럼 한가하지 않을 때라서 그런지 짧지만 촘촘한 글들이 많았다. 처음 사회에 나와 현실과 이상의 갭으로 힘들어하고, 평화로운 척 하지만 잘 풀리지 않는 연애 때문에 고민하고, 짬짬이 본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 촘스키와 김규항의 글들을 인용해가며 혼자서 흥분하는 모습 등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오, 라고 단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늘어가는 건 주름이요. 줄어드는 건 체력이다. 이제는 누가 날 건드리거나 자극시키기 보다는 맵지 않은 손길로 다독여줬음 좋겠고 만약 여력이 안 되어서 내비두어만 주신다면 그것도 썩 나쁘진 않다. 예전엔 누군가 나를 뒤흔들어 놓는다 싶으면 나도 상대를 엎질러 놓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모토(?)는 일상에 소리소문없이 스며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나를 치열하게 조종했다. 그런데 지금은 '부질없다'라는 한 마디로 백팔번뇌가 하나의 물고를 타고 유유히 사그라진다.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아마도 사람은 자기가 살려는 방향으로 선택하게 되어있나 보다. 그 선택이 어떤 것이었든 간에.

 지구력이 부족한 나는 뭐든지 일사천리로 휘몰아치듯 해치우고는 마른 나무 쓰러지듯 폭삭, 주저앉곤 한다. 결국 영감님이 왕림해주시지 않는 한 포즈만 그럴싸하지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또 영감님이 언제 오신다는 기약 자체가 없으므로 포즈라도 잡고 있어야지 퍼뜩 떠올랐을 때 날쌔게 캐취해서 뭔가를 해낼 수 있다. 효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비경제적이면서도 테트리스 쏟아지는 요런 행태는 예전 블로그를 봐도 그대로더라는. 어른들 말씀대로 사람은 타고난 본성대로 살게 되어있지, 쉽게 잘 안 바뀌나 보다.

 블로그를 보며 그 많던 갈등과 고민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의문. 모두 해결되었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그렇다, 는 아니었다. 결국엔 신경선은 무뎌지고 감정선은 희미해져 어딘가 묻어둔 채로 아둔하게 살고 있는 걸까. 과거의 글 속엔 지금처럼 여유로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치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고등어처럼 푸르고 싱싱해 뵈는 내가 있었다. 누군가의 이니셜을 거명해가며 홀로 피투성이가 된 채 악을 써대는 모습을 보니 푸핫, 하고 웃음이 나는 동시에 왠지 그리운 감정이 모락모락 샘솟기도. 아무 때고 흥분을 잘하는 건 여전하지만 그전처럼 질기지가 못하다. 요즘은 그냥 웬만하면 하다 말지. 해봤자 부질없으니까. 부질없다는 걸 아니까 시작하려는 찰나 그만둔 적도 많고. 재미없게 들리지만 재미있어 뵈는 그 시간을 거쳤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일테고. 아무튼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흥미로웠다. 고작 저 정도 포스의 축시를 써놓고 낯간지럽다 하다니.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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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2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었어늙었어 =333

깐따삐야 2007-12-26 21:31   좋아요 0 | URL
게 섯거라! 서기 싫음 말고. 일주일 뒤면 서른살 되신다죠. 축하해요?

마늘빵 2007-12-26 21:41   좋아요 0 | URL
-_-

치니 2007-12-2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저에겐 충분히 활력있고 싱싱해보이는데, 오 예전엔 더하셨다니...깐따삐야님의 정력은 보통사람의 두배 정도는 되시나봐요.

깐따삐야 2007-12-26 22: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거의 여자 노홍철이었죠. 실제로 그런 별명도 가졌었구요.
조증과 울증의 갭이 하도 커서 보는 사람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하지 못한 과거가 있사와요.

웽스북스 2007-12-2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홍철이 우리곁에 등장한 시기를 생각해보면
그 말하지 못한 과거는 그리 먼 과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아, 난 아직도 너무 흥분을 잘해 -_-

깐따삐야 2007-12-26 22:48   좋아요 0 | URL
흐흐. 실은 여전히 그 별명 유효해요. 아이들이 선물한 별명이라 더욱 소중하다는.
웬디양님이랑 나랑 모여서 흥분하면 불도 나겠다.ㅋㅋ

Mephistopheles 2007-12-27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깐따삐야님은 지금도 레벨업 중이며 앞으로도 레벨업 이시겠군요.^^

깐따삐야 2007-12-27 00:23   좋아요 0 | URL
에효- 아마 입만 다물고 있었어도 애인이 다 뭐예요. 벌써 시집 갔지.
그치만 레벨업은 to be continued~ ㅋㅋ
 

눈 내리는 사랑


반짝이는 빛으로 가슴에 파고들어
서로의 삶 하얗게 밝혀주곤
눈보다 더한 순결함으로 스며
물보다 더한 투명함으로 바라보는

그대가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대가 그대에게 다가서는 사랑으로
눈부신 오늘입니다

쨍한 차가움으로 생에 뛰어들어
서로의 마음 하얗게 비춰주곤
눈보다 더한 촉촉함으로 녹아
물보다 더한 부드러움으로 마주보는

그대가 그대를 부르는 눈짓으로
그대가 그대에게 닿으려는 몸짓으로
눈부신 오늘입니다

눈 내리는 사랑으로
물처럼 하나되는 약속으로
눈부신 오늘을 축복합니다 

 

Love

This is too easy to feel but hard to fill

This is the soul not to deal but to heal

 

1. 축시라고 써봤는데 영 맘에 안 든다. 개성이 없어. 개성이! 커플의 특징을 살려야 제맛인데. 남편분을 미리 한번 알현할 걸 그랬나 보이. 일단은 손가락 떨릴 정도로 무쟈게 낯간지럽구만. (수정 中이지만 다시 써야 할지도.-_-)

2. 지난 학기 영시 수업 중에 쓴 시다. 운율 맞추느라 힘들었던 기억. 구석쟁이에서 이것저것 찾다보니 그래도 안 버리고 모셔놨네. 명색이 자작시라고. (설마하니 멋지게 해석해서 올리시는 분은 깐따삐야가 정성스럽게 읽었던 해묵은 책을 보내드릴지도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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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오타... 근데 닭살은 아닌데. 닭살은 아직 부족해 더더더 간지럽게에.

깐따삐야 2007-12-26 15:25   좋아요 0 | URL
닭고기는 못 드신다면서 닭살은 좋아하시네요?
가슴은 사하라 사막인데 모래 파서 오아시스를 뿜어내려니 숨막힌다는.-_-

웽스북스 2007-12-26 16:07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 표현도 죽음인데요?

깐따삐야 2007-12-26 16:13   좋아요 0 | URL
난 역시 시보단 댓글에 강하다는.-_-

웽스북스 2007-12-2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시도 좋지만 저 짤막한 영시 좋아요- ^^ 한글로는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운율을 살리기가 힘드네요- (머리가 나빠요 긁적)

깐따삐야 2007-12-26 16:19   좋아요 0 | URL
영시 가져가면 머릿고기, 잡채, 인절미 등등이 마구 날라올 것 같아서 죽으나 사나 우리말로 더 잘 써봐야죠. 에효-
짱구 옴팡지게 굴려봐도 영시를 우리말 운율에 맞춰 번역하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그냥 이 시를 쓸 당시의 나의 심중만 헤아려줘도 책선물은 자기야껀데.ㅋㅋ (알라딘의 웬디 수사관이 머리가 나쁘단 말은 깐따삐야가 붕어빵 싫어한단 말과 같은 맥락이라구욧)

비로그인 2007-12-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닭 이야기 하니까 생각이 났는데 말이죠,...
제 인디언 이름이.....'힘찬 닭고기' 입니다만. 으하하하하핫...;;; ( -_-)

그런데 LOVE 라는 시는 노래로 한번 불러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네요.(웃음)

깐따삐야 2007-12-26 20:30   좋아요 0 | URL
힘찬 닭고기? ㅋㅋ 넘 재밌다. 근데 인디언 이름은 누가 지어줬어요? 언제 또 저 모르게 인디언 마을의 태양초고추장님은 알현하셨는지? (저도 멋진 이름 하나 갖고 싶어요!)
운율감이 느껴지시죠? 역시 형님은 감각이 있으시구나. 담에 노래로 불러주세욤. 기대기대.^^

비로그인 2007-12-27 01: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태양초고추장님....역시 내 동상, 유머가 럭셔리해~오~
노래 듣고 싶다면, 좀 더 길게 써줘 봐요. 막~ 음을 타려고 할 때 끝나네 ㅋ

깐따삐야 2007-12-27 01:34   좋아요 0 | URL
원래 추장-고추장-초고추장-태양초고추장 순으로 서열을 매긴다죠. 쿡쿡!
(어데 모임 가서 써먹으세욤)
그래요오? 알겠어요. 14행 소네트 형식으로 써드려야겠군아. 일단 친구 결혼부터 시키고나서 천천히 노력해보겠사와요.^^

비로그인 2007-12-27 01:47   좋아요 0 | URL
오케바리~★

2007-12-26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6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12-2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려울땐 벅벅벅 긁어줘야 합니다. 허물이 벗겨지고 속살이 나오도록..^^

깐따삐야 2007-12-26 20:35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정녕! 저토록 알흠다운(?) 시 두 편을 보시고도 고따구 말씀 밖엔 안 나오십니껴??
그리고 저 조만간 애인 만들 수 있거든요. 간장게장 사주세욧.

Mephistopheles 2007-12-26 22:52   좋아요 0 | URL
낯이 간지럽다고 하시길래....^^=3=3=3=3=3=3
간장게장은 일단 애인부터 만드신 후 이야기하도록 하세요...^^
혹시 간장게장 먹고 뻥 차는 건 아니신지요..ㅋㅋ
 

엄마와 대화,

"깐따삐야, 넌 어릴 때부터 속 안 썩이고 말 잘 듣는 게 딱 하나 있었어."
"먼데먼데?"
"맛있게 먹어. 뭐든지."
"...... 난 모 맨날 욱끼고 그런 거야."
"그것만 해도 어디냐. 남의 집 딸들은 밥 안 먹는다고 뭐라고 하는데 넌 그런 말썽은 안 피우잖냐."
"하긴~ 흐흐."

밥 잘 먹는 것도 효도란 사실을 나날이 절감한다.
효도에 비례하여 꾸준히 상승곡선을 타는 체지방율이려냐.
이러시면 안 되는데.
내일은 산에 다녀와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알흠답다 아니 할 수가 없다.
나의 김치부침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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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군요 보는 것만으로도 상상되는 맛, 게살도 들어있나요?

깐따삐야 2007-12-26 01:34   좋아요 0 | URL
오훙~ 게살이 들어가면 더 맛나겠네. 담엔 엄마한테 그렇게 만들어 먹자고 해봐야겠당.
믹서에 갈아낸 콩즙을 김치와 함께 조물조물해서 부쳐낸 거여요. 참 고소하고 맛있었어요. 으흐흐흐.

웽스북스 2007-12-26 01:40   좋아요 0 | URL
에잇 댓글도 괜히 읽었다. 자러 가야지 ㅠ

Mephistopheles 2007-12-26 01:41   좋아요 0 | URL
방법은 하나... 빨리가서 야클님이나 가시장미님 불러와야해요!!

Mephistopheles 2007-12-26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심한 밤에 이런걸 올리시면 알카에다와 다를바가 없습니다...깐따삐야 빈 라덴님..

깐따삐야 2007-12-26 01:36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 빈 라덴! 왠지 어감이 잘 어울리네요.ㅋㅋ
고소한 콩즙과 잘 익은 신김치가 빤따스틱한 조화를 이루듯이 말예욤. 으흐흐흐.

순오기 2007-12-2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새기로 서류 만들다가 이런거에라도 낚여야 숨통이 트이지요.
일 하기 싫어서 창만 띄워 놓고 알라딘 드나드느라 날 새는구나! ㅠㅠ
못 먹는거 없는 우리 식구들의 단골메뉴 부침개~~~ ^^

깐따삐야 2007-12-26 11:41   좋아요 0 | URL
주로 밤에 일하시나 봐요, 순오기님? 피곤하시겠어요.
담엔 순오기님네 김치부침개도 올리셔서 밤을 잊은 그대들에게 가열찬 염장을.^^

조선인 2007-12-2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못 먹고 출근한 사람에게도 환장이라오.

깐따삐야 2007-12-26 11:44   좋아요 0 | URL
에공. 타겟은 아침도 못 드시고 출근하신 조선인님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죄송해욤. 그래도 맛있어 보이죠? 흐흐.

마늘빵 2007-12-2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다. 아침에 봤다.

깐따삐야 2007-12-26 11:48   좋아요 0 | URL
이론! 음식물 올리는 시간을 좀더 앞당겨야겠군.

무스탕 2007-12-2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봐서 다행.. ^^;

깐따삐야 2007-12-26 11:49   좋아요 0 | URL
왜 어젠 일찍 주무신 거죠!! 정말 너무하세요.-_-

실비 2007-12-2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살을 넣으면 더 맛있구나.. 엄마한테 해달라고 할까.+_+

깐따삐야 2007-12-26 11:50   좋아요 0 | URL
실비님. 반가워요.^^ 게살이 없다면 기름 뺀 참치를 넣어도 맛있답니다.

비로그인 2007-12-2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어째서 저 제목에서 부침개가....
게다가 저 심술궂은 태그는 뭡니까, 뭡니까!! (털썩)

깐따삐야 2007-12-26 11:53   좋아요 0 | URL
형님! 어젠 왜 일찍 주무신 거죠!! 정말 너무하세요.
태그는 착하면 재미없어요오.ㅋㅋ

비로그인 2007-12-26 13:43   좋아요 0 | URL
어제는..착하게 공부했어욤.ㅋㅋㅋ

깐따삐야 2007-12-26 14:52   좋아요 0 | URL
공부라뇨? 내복 안 입는 지구인들에 대한 고찰, 뭐 그런 거 하셨나요? ㅋㅋ

비로그인 2007-12-26 19:21   좋아요 0 | URL
움하하핫, 그거 재밌는 공부가 되겠지만, 아쉽게도 어제는 -
다른나라 국어를 새롭게 공부했습니다.^^
대충 알았던 2개국어를 완전 마스터하고 또 다른 국어도 해야하는 것이
08년 목표...ㅡ.,ㅡ 끙..그 놈의 바벨탑은 왜 지어가지고..ㅋㅋㅋ

깐따삐야 2007-12-26 20:39   좋아요 0 | URL
오와~ 2개 국어라면 외계어와 한국어? ㅋㅋ
그거면 됐지 욕심도 많으세요. 형님도 참.
(정말 어떤어떤 외국어 하실 줄 아는 거여요?)

비로그인 2007-12-27 01:23   좋아요 0 | URL
음...한국어 빼고 영어랑 일본어...(어설프게 =_=)
그리고 3번째는...비에~트남어...(크악! 차라리 중국어를 하고 싶다!)
무튼..그렇습니다. 지구를 관찰하려면 다양한 언어를 알아야겠더라구요.ㅋㅋ

깐따삐야 2007-12-27 01:30   좋아요 0 | URL
형님은 참말로 다양한 재주가 있으시군요.^^
아, 저도 일본어 배우고픈데. 재작년에 일본 갔었는데 참 좋았더랬어요. 중국어는 탐은 나지만 한자의 압박이 넘 심하구.
베트남어까지 익히실 거라니 대단허요! 멋지십니다. 형님!

비로그인 2007-12-27 01:49   좋아요 0 | URL
대단하긴.... 지구 언어에 흠뻑~ 매료 되어 있는 바람에...
고향별 언어는 새까맣게 까먹은 바보인데...ㅡ.,ㅡ (어쩜 좋아..)

깐따삐야 2007-12-27 02:12   좋아요 0 | URL
괘안아요. 제2외국어만 줄곧 사용한다 하더라도 모국어는 절대 안 잊어버려요. 쓰려고 마음 먹음 곰방 기억나실 거에요.^^

전호인 2007-12-2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땡기는 군요.
너무 맛있게 생겼네요.
탁주한사발이 있음 더 좋을 듯.

깐따삐야 2007-12-26 14:53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부침개를 보면서 탁주 한 사발을 떠올리시다니. 넘흐 멋지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탁주 사주세요. 네? ㅋㅋ

BRINY 2007-12-2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답게 생겼습니다...전 집에 김치도 다 떨어져가요.

깐따삐야 2007-12-26 20:36   좋아요 0 | URL
BRINY님은 누구보다 잘드셔야 할 분인데. 우째 소중한 김치가 떨어져간다는 말씀입니까? 김장 안하셨나요? 가까이 살면 갖다드리고 싶네요. 정말.-_-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노트북을 샀다. 실은 얼마 전부터 벼르던 것인데 꼭 갖고 싶었다기 보다는 종종 인터넷 바둑에 심취하는 아버지를 위한 양보의 차원이다. 어차피 결혼을 하게 되면 원래 쓰던 컴퓨터는 아버지께 드리고 나는 노트북을 사가야지, 했었는데 올해 시집을 못 간 관계로 애초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그래서 '결혼하면'이라는 전제를 '필요하면'이라는 전제로 급수정. 신제품만 나왔다 하면 눈을 반짝이며 사들이는 오빠에게 자문을 구한 뒤 몇몇 후보 상품들을 제치고 가장 무난해 뵈는 것으로 구입했다. 엄마는 마트를 나서며 노트북을 샀다는 사실보다 증정품으로 받은 탁상용 달력에 더 기뻐하는 나를 보면서 역시나 어딘가 좀 모자란 게 틀림없다는 특유의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사실 나는 전부터 기계에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그다지 매력도 못 느낀다. 디카는 오빠가 사줬는데 빅마마도 아니면서 주로 음식 사진을 찍는다. 내 컴퓨터 안에는 '음식'이라는 폴더가 따로 있다. 심심하거나 우울할 때 먹었던 것, 먹고싶은 것, 먹어봐야 할 것들을 사진으로 훑어보며 혼자 흐뭇해 한다니깐. 물론 디카로 항상 음식 사진만 찍는 것은 아니고 행사가 있을 때나 여행 중에는 꽤 쓸모가 있는데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아서 주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나 풍경을 많이 찍게 된다. 그런데 요즘의 디카는 어쩐지 사람들의 장난감 같아서 옛날과 같은 운치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카메라를 솜씨 좋게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부럽지만. 때로는 그들이 남겨온 근사한 사진들이 내 안의 추억보다 더 나아 보일 때도 있다.   

 그리고 그 흔하다는 MP3. 없다. 앞으로 살 계획? 물론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데다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할 때나 웹서핑을 할 때도 어떤 음악이든 항상 켜 두곤 하는데, 어딘가로 이동을 하면서까지 이어폰을 꼽고 다니고 싶지 않은 이유가 큰 것 같다. 원래 한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못하는 나는 휴대폰을 받다가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적도 종종 있다. 길을 걷다가도 전화가 오면 자동인형마냥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큰 소리로 말한다. "여보세요? 어, 나 지금 걷고 있거든. 어디 가는 중이니깐 빨리 말해."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걸으면서 전화 받기를 힘들어한단 사실을 이미 숙지하고 있기에 알아서 통화를 간단히 끝마쳐 주신다. 결국 사고방지, 신변안전 차원에서랄까. 더군다나 몇년 전에 생일선물로 받은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CD플레이어가 고이고이 모셔져 있는데 그것을 놔두고 음악을 듣기 위해서 새 기계를 산다는 것이 영 마뜩찮다.

 지난 달에는 전자사전을 하나 샀다. 디스플레이 되었던 상품을 사면 30% 할인이라는 정보를 듣곤, 상품을 미리 찜해두었다가 일주일을 기다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명색이 영어선생이 전자사전 하나 없어야 되겠냐고들 하던데 나는 지금도 시간적, 공간적 여유만 되면 종이사전이 훨씬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오랜 습관에 길들여져서 고집을 피우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항상 곁에 두고 찾아보아야 할 사전 같은 경우 오래 써서 내 손에 익은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 대학원에 다니다보니 나 빼고는 다들 포켓 크기의 가뿐한 전자사전을 들고 다니더라는. 바짝 예습을 해 갈 정도로 부지런하거나 치밀하지 못할 바에야 비스무레하게 박자를 맞춰가려면 별 뾰족한 도리가 없었다. 우리의 S양, 새로 산 전자사전을 보여줬더니 한 마디 한다. 음. 이쁘다. 근데 음성지원이 안 되는 거네? 언닌 발음도 안 좋으면서 이런 걸 샀대.-_-;; 무슨 좋은 소릴 듣자고 그건 보여줬는지.

 그런데 요즘들어 내가 욕심을 내는 기계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묘하게도 주방가전 코너에 자꾸 시선이 간다. 어느 날은 밥솥을 새로 사러 엄마와 마트에 갔다가 서랍형 김치냉장고의 장점에 대해 한참 설명을 듣고 오기도 했다. 나중에 티비에서 서랍형 냉장고는 성에가 많이 끼어서 김치를 오래 저장해둘 경우 김치가 얼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지만. 매장직원은 엄마와 함께 와 이것저것을 구경하는 내가 대량으로 혼수살림이라도 마련하려는 츠자로 보였는지 졸졸 따라붙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더라는. 얼마 전에는 혼자 집 근처 대리점에 가서 전기주전자를 사들고 오기도 했고, 믹서가 잘 안 돌아가는 것 같다는 엄마의 말씀이 떨어지자 마자 대리점으로 날아가 새 믹서를 주문했다. 엄마는 네 옷이나 사 입지 젊은 애가 뭐하러 이런 걸 사들고 다니느냐고 하시는데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주방가전을 하나씩 들여놓고 그것을 사용하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하다. 아빠는 쓸만한 머스마라곤 한 놈도 못 데려오면서 가전제품은 가지가지 사들인다고 안타까워 하시지만 그나마 가전제품만큼 제값어치를 하는 머스마도 없더구만 뭘. 그런데 요번에 노트북을 사느라 조금 무리를 해서 당분간은 구매유예기간이다. 생각 같아선 붕어빵 굽는 기계도 사고 싶은데 말이지. (아! 여기서 칭찬 한 마디. 우리 동네 붕어빵 아저씨 진짜 좋으시다. 붕어빵 사러 가면 꼭 하나씩 더 주신다. 내가 먹는 거에 감동받는 건 어떻게 아셔가지고.^^)

 그나저나 글을 쓰다 문득 거울을 보니 이론이론! 애교살 부근에 주름이 두 개나 잡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고 나면 펴지던 주름이 이제는 얼굴에 무늬로 남는다는 것. 알라딘의 웬모양이 할머니로부터 학생 소리를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지은 것도 이해가 간다. 다리미처럼 뜨겁진 않으면서 부작용은 없는 걸로 주름 펴는 휴대용 기계나 하나 나왔으면 좋겠군. 아줌마들이 주름 생길까봐 눈 잡아당기고 입 오므려가며 웃을 땐 참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얼굴에 세월의 밭고랑들이 패이기 시작하니 마음자리가 달라지는 것 같긴 하다. 나보다 더 앳되 보이는 아가씨스러운 아줌마가 훈훈해 뵈는 남편을 대동한 채 주방가전 코너를 돌 때는 참 부럽더라구. 한창 때로 보이는구만 우째 결혼은 그렇게 후다닥 해갖구... 좋으세염? 어쨌든 그네들은 그네들이요, 나는 나일테니 새로 산 노트북으로 논문 쓸 준비나 열심히 해야겠다. 참, 얼른 축시도 써야 하는구나. 사실 이런 건 한창 연애모드인 애들한테 시켜야 맞는 건데.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다 시가 되어버리는 두근두근 츠자들 말이다. 예전에 살짝 미쳤을 때 써둔 게 있나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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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트북 구매 후
    from 자유를 찾아서 2007-12-25 23:59 
      노트북 유저가 된지 대략 한 6년쯤 된거 같은데, 그 동안 사용한 노트북이 두 개다. 하나는 15인치 컴팩 프리자리오였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건 작년 12월 31일에 산 12인치 삼성센스(-_- 삼성 이제 안산다. 정치적인 이유로.)인데, 둘 다 무난하다. 노트북이 사실 제조사마다 특별히 다른 건 없는 듯 하다. 다 거기서 거거인듯. 어떤 노트북이 더 편하고 더 기능이 좋고 이런 것 보다는 가격대비 성능이 얼마나 뛰어나냐,
 
 
Mephistopheles 2007-12-2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쥐로 사셨군요..^^
근디요. 주방기구에 관심이 간다는 건 혹시.....혹시..

깐따삐야 2007-12-25 21:30   좋아요 0 | URL
분명히 밝히지만 전 김씨에요.

웽스북스 2007-12-2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나 이거 쓰면서 이거 내가 쓴 거 아니야? 막 이런 착각이 들었당게요 디카는 사놓고 집에 모셔놓고 한달에 한번 찍을까말까고 엠피쓰리는 누가 줬는데 거의 안듣고 가방에 처박아놨다가 책 등등에 깔려서 고장나고, 노트북은 좋은 거 사놓고 알라딘만 하고 있어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07-12-25 21:13   좋아요 0 | URL
두 분은 절대 만나면 안될꺼 같아요.
왠지 도플갱어일것 같다는 느낌이...=3=3=3=3=3

웽스북스 2007-12-25 21:15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또하나
우리아빠도 인터넷 바둑 좋아하는데
혹시 바둑사이트에서 깐따삐야님 아빠와 우리 아빠가 만나서
같이 바둑 두고 있는 건 아닐까요? ㅋㅋ
진짜 도플갱어 맞나봐 ㅠ

깐따삐야 2007-12-25 21:32   좋아요 0 | URL
아빠들은 만나서 바둑 두시고 딸내미들은 알라딘에서 띵가띵가~
정말 흐뭇한 광경이군요.ㅋㅋㅋㅋ

웽스북스 2007-12-2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축시는 꼭 공개해줘요 ^^

깐따삐야 2007-12-25 21:34   좋아요 0 | URL
로맨틱한 영감이 안 떠올라요. 안 떠올라.
아무래도 훈남을 하나 매달아놓고 써야할 듯.-_-

마늘빵 2007-12-2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북을 샀군요! 요샌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데, 에버라텍인가 그거 참 귀엽게 생겼던데, 소니도 좋긴 한데 소니는 가격이 거의 1.5배에서 2배까지 뛰더라구요. 12인치 짜리에요? 저도 집에 노트북만 가지고 쓰는데 집에 있을 땐 '거치대'(?)에 끼워놓고 데스크탑처럼 쓰고 있어요. 안 그러면 자라목이 되어버린다고... -_-

깐따삐야 2007-12-25 22:06   좋아요 0 | URL
14인치 짜리구요. 매장직원은 DELL을 권해주던데 오빠가 삼성이나 엘지 걸로 사라고 해서 누구 말씀인걸요. 시키는대로 했죠.
오늘 하루 써봤는데 아직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데스크탑보다 훨씬 더 편하고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쓰던 모니터가 좀 오래됐었는데 그래도 화면이 깨끗해서 좋아요. 디자인도 예쁘구요.^^

마늘빵 2007-12-25 22:33   좋아요 0 | URL
엇, 델을 추천해요? 델은 음 노트북 중에 제일 싼건데. 비싼거 팔아먹어서 이윤을 남겨야지 왜 델을 추천했을까. -_- 델이 떨어지는게 더 많은가, 아니면 매장직원으로서가 아닌 유저로서의 조언인가.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게 14인치인가 15인치였는데 들고 다니긴 무척 힘들더라구요. 너무 무거워요. 컴팩꺼 썼었는데. 그래서 12인치로 바꿔버렸어요. 전에거 팔고. 노트북 쓴지 벌써 1년딱 됐네요. 12월 31일에 샀는데. 노트북 화면이 작아서 자꾸 고개를 앞으로 숙이게 돼요. 머리쭉 빼밀고. 거북이처럼. 그럼 나중에 자라목 된대요. 저도 자꾸만 의식하구 있는데 습관적으로 앞으로 빼게 돼요. 글자가 작으니깐.

웽스북스 2007-12-25 22:38   좋아요 0 | URL
저는 12인치이고 컴팩이랍니다 ㅎㅎ
다른거 하나도 안보고 하드 용량이랑 디자인만 보고 샀다는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이 ㅎㅎㅎ 애들이 너 자주 들고다닐 거야? 왜 12인치 사? 라는 질문을 할 때 당당하게 예뻐서!!!! 라고 대답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 원래 제 로망은 빨간 센스였는데 너무 비쌌어요 (센스가 사고 싶어? 응- 그럼 좀 싼 모델로 사- 빨간 센스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뭐 요런 대화를 했었더라는 ㅋㅋ) 암튼 전 거의 노트북을 침대에 놓고 쓰기 때문에 자라목은 안된답니다 ㅋㅋ

깐따삐야 2007-12-25 22:41   좋아요 0 | URL
지갑이 잘 안 열리게 생긴 모양이에요. 제가. 맨얼굴에 츄리닝을 입고 간 게 문제였나.-_-
하긴. 부모님도 그러시더라구요. 네가 노트북을 쓰는 게 아니라 노트북이 널 쓰겠다구. 그래도 쓰다보니 14인치도 작은 것 같더라구요. 데스크탑 화면보다 넘 작고 답답해요. 자라목 안 되려면 거만한 자세를 유지해야겠네. 메피님한테 좀 배워야겠다. ㅋㅋ


마늘빵 2007-12-25 22:49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은 컴팩이군요. 컴팩이 디자인 깔끔하고 이쁘긴 해요. 소니가 더 이쁘긴한데 얘는 가격이 워낙 쎄서 아예 거들떠도 안봐요. 저는 첨에 컴팩 살 땐 디자인보고 가격보고 했는데, 작년 12월에 산 12인치 노트북 살 땐, 가격과 A/S, 무게를 중심으로 봤어요. 불행히도 제가 지금 개인적으로 불매운동하고 있는 '삼성'센스랍니다. -_- 에잇. 향후 수년 동안은 계속 이걸 쓰게 될테지만, 담번엔 딴거를 사야지. 개인적으로 델도 관심이 있는데, 자세히 알아보고 사야할듯.

웽스북스 2007-12-25 22: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니는 정말 너무 비싸요- 근데 소니 모델은 대체로 이쁘긴 한데 마음에 쏙 들어온 건 없더라고요 다행이지 뭐에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디카 케녹스랍니다, 친구가 신입사원 연수 때 들고 팔러 다니길래 하나 팔아줬었거든요- 델은 개인적으로 별로..... ;;

마늘빵 2007-12-25 22:55   좋아요 0 | URL
제가 쓰고 있는 노트북 거치대(?)는 요거에요. 알라딘에서 샀었나. 똑같은거네요. http://gift.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7061011216 (자라목 방지용)

깐따삐야 2007-12-25 23:00   좋아요 0 | URL
내 디카는 캐논인데 남들은 좋다더만 난 뭐가 좋고 안 좋은지를 잘 모르겠다는. 그냥 생겼으니까 쓰는 거죠.
오빠도 솔직히 삼성은 요즘 좀 그렇잖냐? 요런 말 했었는데 엑스노트 사길 잘했나 보이.
거치대는 이쁘네요? 나도 이참에 하나 살까봐요.


프레이야 2007-12-2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름 펴는 휴대용 기계, 그거 나오면 저한테도 좀 소개해주세요,깐따님^^
노트북이랑 언능 친해지시구요^^

깐따삐야 2007-12-25 23:10   좋아요 0 | URL
혜경님은 지금도 충분히 참하시와요.^^
무선인터넷 설치만 끝나면 어화둥둥 껴안고 살지 않을까 싶어요.ㅋㅋㅋㅋ

순오기 2007-12-2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위한 성탄절 기념 노트북 구입~~~넘 멋져요!
주름 펴는 기계, 그건 내 나이돼야 필요한건데... ^^

깐따삐야 2007-12-26 00:52   좋아요 0 | URL
아무도 선물을 안 주길래 제가 저한테 거-하게 줘버렸다죠. 흐흐.
저도 이젠 웃을 때마다 애교살 부근에 자글자글 주름 잡혀요. 흑. 누군가 아이크림을 권해주던데 그 돈 있음 아이스크림을 사먹지.-_-

치니 2007-12-2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깐따삐야님, 부자군요!
이쁘고 돈 많고 교사에다 성격 좋고, 왜 훈남들이 이런 처자를 냅두고 있는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ㅋㅋ

깐따삐야 2007-12-26 14:54   좋아요 0 | URL
+ 살짝 모자라요. 제가. 흐흐흐. 그래도 치니 언니! 말씀만으로도 넘흐 감사해요.^^
 

  오랜만에 외가 친척들 모임이 있어 대전에 다녀왔다. 딸부자집의 셋째 딸인 엄마 덕분에 외삼촌은 딱 한 분인 반면, 남들보다 이모들은 좀 많은 듯 싶다. 그리고 그 이모들은 어찌나 다들 개성이 뚜렷하시고 입담 또한 청산유수인지 모여서 한 마디씩 하기 시작하면 장소팔 & 고춘자 듀오는 저리가라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한 뱃속에서 나온 사람들인데도 저렇듯 각양각색일 수 있는가 참말로 신기할 따름. 더군다나 엄마들의 개성 때문인지 그 엄마들이 낳고 길러주신 딸들 역시 색깔이 모두 다르다.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반갑고 즐거워서, 딸들은 딸들대로 재미있고 신이 나서, 쌓였던 테트리스를 화끈하게 날려버린 주말 밤이었다.

 언니나 여동생이 없는 나로서는 엄마의 여형제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물론 오빠가 있어 든든한 맛은 있지만 그 튼튼한 언덕 이외에 때론 살갑게 부비고 싶은 언덕도 필요한 법이니깐. 가끔 언니나 여동생을 데리고 다니며 쇼핑을 하거나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여자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특히 엄마가 점점 연세가 드실수록,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이모들을 더욱 가깝고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을 볼 때마다 자매란 참 좋은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딸내미 하나 더 낳아주지 않으신 부모님한테 괜시리 칭얼댄 적도 있는데 돌아오는 말은 항상 뻔하다. "야이노무 지지배야. 오빠하고 너하고 둘도 많다. 둘도 많어!" 네네. 어무이, 아부지. 그 동안 애쓰셨사와요. -_-

 우리 큰 이모는 언제 뵈도 타고난 맏언니스러우시다. 말수가 많진 않으신데 바지런을 떠시며 동생들을 고르게 배려하시는 모습이 참 정성스럽다. 한 차례 큰 수술을 받으신 후로는 기력이 많이 약해지셨지만 동생들을 향한 깊은 애정과 그간의 연륜으로 다져진 깡이 있달까. 연세도 가장 많으시고 체구도 가장 작으신데 맏딸로서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쇠할 줄을 모른다. 동생들이 마구잡이로 떠들어대면 한편에서 조용히 웃고만 계시지만 결국 끄트머리에 가서 자분자분 정리해서 마무리를 하시는 건 항상 큰 이모 소관이다. 같은 여자인 내가 뵙기에도 참으로 이상적인 아내이자 어머니면서, 믿음직한 맏언니다. 

 둘째 이모는 멀리 사시는 이유로 자주 뵐 순 없지만 사실 엄마의 여자 형제들 중에 가장 독특하신 분이다. 참고로 엄마는 둘째 이모가 그 나이 먹도록 천사병에 공주병을 아직도 못 버리고 산다며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으신다. 둘째 이모는 언니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아래 동생인 우리 엄마한테 실컷 얻어맞으면서 컸다고 하는데 가끔 동생한테 맞은 게 억울하다는 듯 엄마와 다투시는 걸 보면 재미있다. 한때 꽤 미인이셨고 지금도 여전히 고우신 편인데, 할 일만 생겼다 하면 열일 제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다른 이모들과는 달리 뒷짐 진 채 상황만 관조한다면 맞을까. 엄마 말씀을 빗대자면, 손에 구정물은 안 묻히고 호사만 누리겠다는 심보라는데 내가 뵙기론 그저 다른 자매들에 비해 조금 느긋하고 순수하신 분인 것 같다. 다른 식구들이 이모를 보살피는 식으로 곱게만 사셔서 그런지 연세에 비해 세상물정에 어둡고 간혹 뜬구름 잡는 말씀을 하실 때가 있다. 엄마는 둘째 이모라면 지금도 대충 무시하고, 둘째 이모는 그런 엄마에게 서운해 하시고, 큰 이모는 중재하시려 들고, 제삼자인 나로선 그런 모습들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셋째는 바로 우리 엄마다. 셋째 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데 솔직히 엄마는 그 정도로 미인은 아니고 예쁘기는 둘째 이모나 넷째 이모가 좀더 예쁘시지. 대신 엄마의 최대 장점은 두뇌 회전이 남보다 빠르고 적확하단 것이다. 엄마는 그래봤자 제 발등 찍는 격이라고 혀를 차기도 하시지만 가끔은 젊은 내가 봐도 기가 찰 정도로 총명하고 영특하신 데가 있다. 큰 이모 말씀으로는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말도 잘하고 일도 잘했다는데 세상살이 아이러니 투성이라고, 도무지 악한 생각이라고는 요만큼도 하실 줄을 모르는 착하신 우리 아버지랑 결혼하셔서 고생 마이 하셨더랬다. 그래도 딸들 가운데 가장 낙천적이고 화끈하신 우리 엄마. 만약 엄마를 많이 닮았으면 내가 요래요래 맹하고 소심하진 않으련만. 그래도 아빠를 닮아서 뭐든지 오래 고민을 안 하는 건 좋다. :)             

 넷째 이모는 소설 '토지'의 '임이네'를 떠올리게 하는, 순도 백퍼센트의 완벽한 깍쟁이다. 딸들 중에 가장 늘씬하면서 이십대 후반의 딸이 있다고는 도무지 상상을 못할 만큼 동안인데다 천원짜리 머플러 한장을 하더라도 폼나게 두를 줄 아시는 멋쟁이라지. 엄마 말씀으론 어릴 때부터, 빤질빤질 머리 매만지고 책보 예쁘게 싸느라 통학기차를 놓칠 때가 태반이었단다. 지금은 알뜰하고 야무지게 살림을 일궈 이모부로부터 중전마마 소리를 듣고 사시는 팔자 좋은 아줌마시다. 솔직하고 뒤끝 없는 성품에 속으론 인정도 많다. 딸들 중에서 머리도 가장 나쁘고 공부도 가장 못했다는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더니, 지금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가며 단란하게 잘 살고 계신다. 테트리스 자체를 안 받는 성격이라서 스스로도, 그리고 남들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이모의 미덕. 

 막내 이모는 두말할 것도 없이 참 착하신 분이다. 거침없는 엄마의 직언을 빌리자면 "무녀리마냥 못난 게 속도 없이 남 좋은 일만 하고 다니는 꼴"이라는데 결국 마음이 너무 좋단 뜻 아니겠는가. 위로는 극성맞은 언니들한테 치이고, 아래로는 귀염만 받고 자란 남동생한테 치이다보니 자신은 죽이고 남을 살리는 일에만 애쓰며 살아온 격이다. 엄마는 내가 가끔 멍청한 짓을 하고 다닐 때마다 "넌 막내이모가 낳았나보다"라고 면박을 주신다. 오해가 생겨 원성을 듣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에 남을 도와줘야만 발을 뻗고 주무신다는 이모는 무늬만 천사인 둘째 이모와 비교할 때, 네추럴 본 천사임에 틀림없다. 소싯적엔 공부 잘하고 글 잘 쓰기로 근방에서 꽤 유명하셨다는데 지금은 삐침쟁이 이모부와 엄마 밝힘증 아들내미 사이에서 고생하신 탓에, 넷째 이모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것 같아 그 점 참 속상하다. 

 마지막으로 훈훈하신 우리 외삼촌. 언제 뵈도 참 반듯하신 분이다. 말 그대로 FM 같으신 분. 음기가 강한 집안에서 자라신데다 지금도 여고에 재직하고 계신 덕분으로 마흔을 넘긴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줍은 청년 같은 데가 있으시다. 귀염 받으며 오냐오냐 자란 외동아들 특유의 고집이야 어쩌지 못하지만 타고난 성품 자체는 착하고 유순하신 편이다. 다만 어떤 특정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보기에도 너무 얄짤없이 정의로우신 데가 있어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외삼촌만큼은 다른 아저씨들처럼 빤하게 아저씨화 되지 마시고 그 마음 그대로 올곧게 늙어가셨음 좋겠다.

 엄마의 형제들 모습 속에는 엄마도 있고, 나도 있다. 어떤 면은 참 다행이다 싶고, 어떤 면은 끝끝내 부정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이렇게 뭔가를 쓰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그분들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면 새삼 고마워지기도 하고. 가끔 똑같은 사안을 두고 패를 갈라 대척하는 모습을 보면 애들이나 어른이나 별 거 없구나 싶다가도 서로서로 기대고 포개어져서 좋은 일, 힘든 일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뒤에 남은 형제들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애틋한 느낌도 든다. 어른들 흔히 하시는 말씀으로, 동기간이 힘들면 다 같이 힘들어진다고 하시는데 나도 하나 뿐인 오빠의 짐이 되거나 골칫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인생 참 책임감 있게 꾸려가야겠단 비장한 생각이 들곤 한다. 사실 능수능란하게 뭘 잘 못하는 편이라서 평소에 가족들로부터 구박도 많이 듣는 편인데다 남들 다하는 흔해 터진 연애 하나를 제대로 못한다고 종종 타박도 듣지만, 이모들도 각자 생긴대로 열심히 사시다보니 지금은 나름 다들 자리잡고 잘 사시지 않느냐 말이다. 굳이 힘들게 살 생각도 없지만, 굳이 내 본성을 어그러뜨리면서까지 남들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살고 싶지도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나저나... 어쩌면 이런 자의식을 가장한 똥고집 또한 엄마와 이모들의 그것인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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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2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혈족으로 뭉쳐진 원더시스터즈가 깐따삐야님 대에서는 아무래도 핵가족제도 탓인지 볼륨감이 없어보이는군요. 어느집이나 다 그렇죠 제 외가쪽도 벌써 미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이민가신 외삼촌, 내일모래 하시는 이모, 거기다가 사변나고 미쳐 피난 못온 작은이모까지..하지만 지금은 저도 깐따삐야님과 마찬가지고 단 둘뿐이랍죠.^^

(무수리 아닙니다. 상궁으로 승격되셨습니다.)

깐따삐야 2007-12-23 22:10   좋아요 0 | URL
단촐한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복작대는 이모들 보니깐 부럽더라구요. 오빠는 있으니깐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머 어차피 혼자 가는 인생이지만.-_-
(이래 힘드나, 저래 힘드나 도찐개찐입니다요.)

순오기 2007-12-2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제 어머니한테 자매를 기대할 순 없으니까 깐따님이 엄마되시면 반드시, 기필코 자매는 낳으셔야 한다는 사명을 완수하세요~ 바로 저, 순오기처럼요! 우하하하~~~ 내가 제일 잘 한 일은 우리 애들한테 자매를 만들어주었다는 거! ^^
이모님들이 우리 이모들이랑 비슷하네요. 우리 엄마는 맏딸이시라, 외할머니 돌아가시니까 이모들이 친정엄마처럼 받들어주더군요. 깐따님 외가도 보기 좋아요!!!

깐따삐야 2007-12-24 08:25   좋아요 0 | URL
그게 제 맘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순오기님 따님들은 참 좋으시겠당.^^
맏딸은 정말 어머니 대신인 것 같아요. 저희 큰 이모를 봐도 그렇더라구요. 그만큼 책임감도 무거워 보이지만요.


웽스북스 2007-12-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자형제가 없어서, 언니고 여동생이고 부러워요. 어린 시절엔 오빠있는 애들이 그렇게 부럽더니, 크고나니 여자형제들이 부럽더라고요. 남동생 부러워하는 사람은 그러고보니 내가 본 적이 없네 그냥 ㅋㅋ

깐따삐야 2007-12-24 08:28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도 여형제가 없군요. 이젠 나한테 언니라고 부르는 걸 허락하겠어요.ㅋㅋㅋㅋ
남동생 귀엽지 않아요? 주변에 보니깐 오빠처럼 누나를 챙겨줄 때도 있구 아주 귀여워 죽겠던데.^^

레와 2007-12-2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빠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답니다.

깐따삐야님, 메리 크리스마스~*

깐따삐야 2007-12-24 14:07   좋아요 0 | URL
오빠 있음 든든하긴 하죠. 요래조래 부려먹을 땐 귀찮기도 하지만.
레와님도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