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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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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가족을 잃어버린 소녀의 이야기다.

 

열 일곱 살의 미아는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미아 혼자 살아남는다.

미아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미아는 그 모든 상황을 볼 수 있다. 영혼이 되어 병원에 따라간다.

엄마와 아빠는 이미 죽었고, 남동생 테디가 보이지 않는다.

테디를 찾아보지만 결국 테디마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하기만 했던 가정은 순식간에 부서지고 미아 혼자만 남게 되었다.

이 세상에 남을 것인가. 살 것인가. 그건 내게 달린 문제였다.

약물로 유도한 혼수니 뭐니 그런 건 전부 의사들이 그냥 하는 말이다.

의사들한테 달린 게 아니다. 부재중인 천사들에게 달린 것도 아니다.

혹 존재한다 해도 지금 이 순간 어디에도 없는 신에게 달린 것도 아니다.

내게 달린 문제다. - p.98

 

남을 것인가. 살 것인가. 자신에게 닥친 이 엄청난 불행 앞에서 미아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엄마도, 아빠도, 테디도 없는데....

미아의 혼란스러움, 절망감, 슬픔이 담담하게 그려져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 먹먹했다.

미아는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진짜로요, 떨리는 걸 어떻게 이겨내요?”

아빠는 빙그레 웃고 있었지만,

말이 느려진 걸로 보아 아빠가 진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겨내기 어렵지. 그냥 떨면서 하는 거야. 그냥 버티는 거란다.” - p.34

내가 무언가 불안해할 때 엄마가 가끔 하는 말을 생각했다.

“좋아질 때까지 좋아하는 척하는 거야.” - p.104

할아버지의 포옹은 힘차고 친근했다.

나는 알았다. 이것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언어라는 걸. - p.59

미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마음은 매우 잘 맞는 누구보다 가까운 단짝 킴이 찾아왔고,

록밴드를 하는 남자친구 애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미아가 살아주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자신에게 닥친 불행 앞에서 미아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괜찮아. 네가 떠나고 싶다고 해도. 다들 네가 남아주길 바라지만.

나는 살면서 이보다 더 간절하게 원한 것은 없었단다.

할아버지는 네가 남아주면 좋겠구나. - p.196

 

말로 표현하기보다 따스한 포옹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던 할아버지는

깨어나지 못하는 미아의 곁에서 남아주길 바라고 있다.

할아버지의 그 마음이 너무나도 와닿았다.

나를 기다리고 살아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이 느껴졌다.

“남아줘.” 그 한마디를 내뱉으며 애덤은 울먹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너한테 일어난 일은 말로 다 할 수 없어. 좋게 생각해볼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하지만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있어.” - p.248

그래.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있어. 애덤의 절박한 한 마디. 남아줘.

죽는다는 것은? 내가 죽고난 후의 남겨진 사람들은? 함께한 기억과 추억은?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작가가 말했듯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놓지만 않는다면 불멸을 가능케 한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어떤 경우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미아와 같이 살아주기를. 사랑을 놓지 않기를.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삶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소중한 이들이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더욱 표현하며 살고 싶다.

2014.09.16. 하리

2년 전만 해도 나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살았던 거 같은데

지난 가을, 겨울은 삶은 너무 방치해놨다.​

이 마음 다시 한 번 가슴에 담아야겠다.

 

"하지만 진짜로요, 떨리는 걸 어떻게 이겨내요?"
아빠는 빙그레 웃고 있었지만, 말이 느려진 걸로 보아 아빠가 진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겨내기 어렵지. 그냥 떨면서 하는 거야. 그냥 버티는 거란다." - p.34

내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그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 쓰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게 애쓰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알겠다. 죽는 건 쉽다. 사는 게 어렵지. - p.189

"미아, 오 나의 미아. 아빠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아. 이건 참이 아니면 거짓인 수학명제가 아니거든. 선생이냐 음악이냐, 청바지냐 정장이냐 그런 게 아니야. 음악은 언제나 아빠 인생의 일부일 거야."
"하지만 밴드를 그만두셨잖아요. 펑크족처럼 옷 입는것도요!"
아빠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어렵지 않았어. 내 인생의 한 역할을 연기했던 거니까. 때가 된 거란다. 할아버지나 헨리 아저씨 생각은 다를지 모르지만 아빠한텐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어. 살다보면 때로는 내가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선택이 나를 만들기도 하지. 무슨 말인지 알겠니?" - p.208

"그때 제가 들어와서 미아가 죽을 뻔했어요."

"그렇게 따지면 난 푸에르토리코에 남아서 개자식하고 결혼할 뻔했어요!" 라미레스 간호사가 발끈했다. "하지만 안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 어떤 일을 할 뻔한 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눈앞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지. 그리고 미아는 아직 살아 있어요." - p.212

연애란 모두 어려운 거야. 음악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화음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하지. - p.226

인생이 너희를 다른 길로 데려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각자 어떤 길을 택할 건지 결정할 기회가 있어. - p.227

네가 애덤과 같이 있고 싶어서 여기 남는다면 엄마는 그걸 지지할 거야. 하지만 그건 네가 줄리아드를 거부하지 못할 거란 걸 알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 네가 사랑을 택한다면, 음악에 대한 사랑보다 애덤에 대한 사랑을 택한다면 엄마는 그것도 이해해. 어떤 선택을 해도 이기는 거고, 어떤 선택을 해도 지는 것이기도 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사랑이란 게 원래 그렇게 고약한 것일걸. - p.228

사랑은 결코 죽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희미해지지도 않는다. 당신이 사랑을 놓지만 않는다면. 사랑은 불멸을 가능케 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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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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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 그 중심에 있던 사람은 바로 혜민스님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여전히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격려와 위로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멈추는 것들’이 가장 힐링에 어울리는 것 같다.

혜민스님은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 출가한 승려이자 미국의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분이다.

책을 내기 전부터 트위터로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감동과 위로를 준 유명한 분이지만 나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삶 속에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도 있고,

용서가 필요한 사람에게 용서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바쁜 삶 속에 지친 사람에게 휴식을 주는 책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의 심야의 라디오에서 위안을 얻듯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혜민스님의 글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남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는데 그 안에 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삶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하며 그 속에서 만족할 줄 알고 사랑하며 배려할 수 아는 자세를 가질 때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 존귀하고 온전한 사람임을 깨닫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편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8개의 장 중에서 휴식의 장과 관계의 장이 가장 공감가고 와닿았다.

 

휴식의 장에서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 내 삶의 목표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내 기존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보라고 한다.

의미를 찾으면 좀 힘들어도 괜찮아진다고.

삶은 늘 팍팍하고 힘들게만 느끼질 때 사랑이 있다면 세상은 아름답게 보인다는 혜민스님의 말처럼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은 바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을 때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관계의 장에서는 관계로 인한 문제가 상처 앞에 대처하는 방법과 관계를 잘 이어가는 법 등을 알 수가 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리고 학교, 직장 등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만들며 살아가고 그 안에서 즐거움도 괴로움도 모두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도 학교에서, 직장에서 누군가로 인해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상대가 원망이 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그 시간이 지금에서는 그저 단순한 다툼일 뿐이었지만

그 때의 감정의 소모가 매우 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관계의 장에서 용서하라는 혜민스님의 글이 매우 위안이 되었다.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해 용서하라고, 내가 살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용서하라는,

그리고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담아두라는 그 말들이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는 것 같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모든 관계의 문제는 자신에게서 먼저 찾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생각이 있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똑같이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 시비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상대를 이해해보는 것,

그리고 나의 문제를 똑바로 인식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가 아닌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그 안에서 행복했을 때

자신의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 된다고 혜민스님이 내게 직접 말씀해 주시는 것만 같았다.

 

열정의 장에 이런 글이 있다.

‘나에게 솔직해져 보십시오. 도대체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세상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이 아닌 내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의 정말로 행복한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그 동안 보여지는 행복에 연연하지는 않았었나 생각해본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대로, 기준대로 살아가는 것이 진짜 행복은 아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면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는 중이다.

누군가에겐 더 좋은 직장과 좋은 사람과의 결혼이 중요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누군가를 따라 살아가지 않겠다. 나는 내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을 위해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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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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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그 책을 사게 하는 사람이 있다. ‘끌림’의 이병률 시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번에 끌림을 시작으로 세 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왔다.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출판사에서 보내주기로 했지만(서포터즈이기 때문에) 나는 그새를 못 참고 미리 주문한다.

 

 

대학시절 끌림이라는 책을 처음 읽었던 때가 기억이 난다. 설렘과 함께 여행에 대한 충동을 불러오는 사람, 바람과도 같은 사람, 그리고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낯선 곳의 냄새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번엔 익숙한 곳의 냄새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에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제목에서부터 사람냄새가 나지 않은지. 그의 여행 속 사람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왜 울컥했어요? 라고 물으니 그가 말했다.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
다시는.)

 

 

우리는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을 살고 있지만 그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가슴이 깊이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여행산문집이지만 그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그에겐 일상을 여행화시키는 능력이 있나보다.

 

책은 페이지도 없고 목차도 없다. 혼자 있는 시간에 아무데나 펴서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여행 속에 사람이 있다. 사람을 빼고 여행을 말할 수 있을까? 괴산의 작은 술집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생각한다. 온 마음을 다해 지키고픈 무엇이 있는가 하고.

 

(나에게는, 그럴 만한 그 무엇이 과연 있는가 하는 나직한 물음이 가슴께에 밀려왔다. 온 마음을 다해 지키고픈 무엇이.)

 

책을 읽는데 자꾸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간다. 내 마음 속 기억을 더듬느라 책장을 넘기기가 더디기만 하다. 밑줄 긋느라 필사하느라 귀퉁이 접느라 바쁘다. 내게도 온 마음에 대해 지키고픈 무엇 하나쯤은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진다.

 

(우리가 얼마를 더 살게 될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가 얼마를 더 살게 될 것인지를 셈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이고 우리가 관여할 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살아온 날들 중에, 좋은 날은 얼마나 많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감히 그 힘으로 살아도 될 그런 날들이, 그 힘으로 더 좋은 것들을 자꾸 부르는 그런 날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얼마를 더 살지 모르는 삶 속에서 좋은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떠올려본다. 순간순간이 기쁨이고 순간순간이 고통이기도 했었다. 사람을 믿고 싶지 않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날이 있어도 분명 사람 때문에 기쁘고 좋은 날 있었다. 감히 그 힘으로 살아도 되는 그런 날을 기억해내 잊지 말아야지 마음 속에 꾹꾹 눌러담는다.

 

(사람은 그 자체로 기적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마음 안에 그 한 사람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더 기적이지요.)

 

사람은 그 자체로도 기적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위로 받는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들려준다. 이 책이 주는 위로와 설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무엇으로 얼굴이 붉어졌습니까. 그런데도 그 좋아했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당신은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요.
이토록 둔탁하고 뻔뻔해지는 것은 그만큼 대체되는 것들이 많아서겠지요. 이토록 꿈을, 방향을 방해하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는지요. 이기고자 한다면 좋아하는 것을 늘려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춤춰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과 밀당하지 않습니다.
잘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작은 수첩 하나를 구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채워나가면 됩니다.)


수첩에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적어보던 시절이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적어봐야지.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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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7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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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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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8-1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놓고 펼치지를 못한 책...~리뷰보고 읽어야겟단 마음 불쑥 쏟아 오릅니다.

하리 2015-08-21 10:00   좋아요 1 | URL
아껴서 천천히 읽었지요- 전 참 좋았답니다:-) 얼른 읽어보셔요~

2015-08-27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7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7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7 1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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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7 1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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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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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순간도 좋았다. 읽는 순간 순간 더 좋았다. 마음에 꾹꾹 담아 두고두고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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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빌라 - La Villa de Paris
윤진서 지음 / 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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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갈팡질팡, 어질어질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했다. 게다가 파리 빌라는 이별한 여자가 떠돌아다는 이야기 아니던가. 내 마음도 흐릿한데 책 속 그녀의 이야기도 흐릿하다. 선명하지 않고 뿌옇다. 소설인 듯 에세이인듯, 윤진서인 듯 아닌 듯한 모호한 느낌이다.

 

 

 

사랑, 그것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시절이 나에겐 있었다. 내 마음은 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고 있었지만 끝내 그 마음은 모래사장에 가닿지 못하는 파도처럼 부서지고 흩어질 뿐이었다. 그럴 때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수많은 길에 나와 내 감정을 쏟아부으면 그 길들은 얼마간 나의 공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난 더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더 멀리로 걸음을 내디뎠다. p.192

 

 

 

‘나’ 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온전히 소유하고 싶어한 적이 있다. 완전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 그러나 세상에 완전한 소유, 사랑이 있을까. 완벽하게 이별이 없는 사랑이 존재할까. 나는 사랑을 두려워하고 불신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불신이 있음에도 사랑을 믿고 싶어지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어쩌면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부서지고 흩어지고 나면 여행을 떠났다는 여자. 나는 그 여자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아니 여자의 여행을 몰래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여자의 얼굴이 윤진서와 겹쳐지기도 하지만 처음 그 흐릿한 느낌처럼 흐린 시선을 본다. 사랑에 빠졌고 사랑을 잃은 여자. 워낙 다양하게 돌아다니다보니(남프랑스, 아테네, 인도, 미국 등) 현실감이 좀 없기도 하다. 어디가 과거이고 어디가 현재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감이 오지 않지만(이름이니, 직업이니 뭐 그런 게 대수겠냐만은) 인생의 축제같은 시간을 함께 보낸 남자와 헤어진, 그리고 떠난 여자.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를 떼어내려 거리로 나왔다. 거리는 비어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버릴 수 없었다. p.9

 

 

 

그의 손길에 길들여지고 있던 나는 그가 쓰다듬을 때면 점점 강아지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은 그가 없으면 정처 없이 떠도는 길 잃은 강아지가 되어 비를 맞은 채 밤길을 돌아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p.57

 

 

 

그걸로 됐다고, 이제는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화장실에서 그의 말라 있는 칫솔을 발견했을 때 나는 무너졌다. 벌써 그리움을 깨달은 것이다. p.60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한때, 내가 가질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욕망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식욕과 성욕은 물론이고 평범한 안정 속에서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엄마가 되는 욕망까지도. 이전엔 가져본 적 없지만 누구나 가질 법한 욕망을.

나는 이토록 시시한 여자였다. p.62

 

 

 

그를 떼어내지도 못하고, 칫솔만 보고도 그리워져 무너지고, 자신의 욕망을 보고 시시하다고 느끼는 여자의 모습이 콕콕 가슴에 박힌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여자는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랑에 대해,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한다. 아테네의 늙은 바텐더와, 신비로운 숲 속의 정원사와, 노벨상을 탔다는 노신사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은 참 특별하게 느껴졌다. 소설 속 특수한 상황인거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결국 인간은 그렇게 인간에게 위로받고 변하고 나아간다고 믿고 싶다.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인간 모두의 숙제인가봐요. p.53

 

 

 

나는 한때 진짜 삶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 적이 있었다.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했던 여인들, 혹은 되기 싫었으나 내 안에 자리잡았던 여인들, 그들은 밤이면 한꺼번에 다가와 입을 벌려 욕망을 드러내고는 아침이면 다시 내 안의 깊숙한 곳 어딘가로 도망쳤다.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했던 여인들의 수는 많아져갔고 나 자신 또한 점점 그녀들을 갈망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p.82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들었다. 어쩌면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도 찾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면 이전의 내 모습을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p.111

 

 

 

외로움, 그것은 생각지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어쩌면 사랑보다 더 불시에 찾아오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p.155

 

 

 

나는 외롭지 않다

그렇게 말한 순간부터 다시 말로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로 외로움은 줄곧 내 곁에 머무르며 한시도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p.157

 

 

 

마음에 드는 문장이 꽤 많았다.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것들이 끌려나오기도 했다. 나는 내 모습이 싫어서 그 모습을 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다. 변하지 않는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내 안의 욕망과 가면 쓴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면서 어떤 게 나인지조차 모르겠는 날들이 있다. 외롭지 않다고 했지만 외로움에 걸려 넘어져 함께 하고 있는 내 모습과 겹쳐서 서글퍼지기도 했다. 나는 여자와 함께 여행을 한 것만 같다.

 

 

 

 

모두가 현재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모든 과거는 미래를 낳는다. 오늘의 나는 사라지고 내일은 또다른 내가 태어난다. 매일매일이 조금 다른 ‘나’일 것이다. 내일이 온다. p.136

 

 

 

매일매일이 조금 다른 ‘나’일 거라는 여자의 말에 내가 위로를 받는다. 내일이 온다고 나 스스로에게 작게 말한다.

 

 

 

 

나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바랄 뿐이다. 부디 나의 삶에 사랑이 넘치기를. p.193

 

 

 

여자의 삶에 사랑이 넘치게 된다면 나도 조금은 기대를 해보고 싶다. 넘치는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 조금은 사랑을 따뜻하게 감싸안고 싶다고.

 

 

 

 

 

 

 

우리는 잠시 혹은 영원 사이의 시간 동안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불안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정을 느끼기 위하여 여러 상태로 자신을 몰아간다. 어쩌면 그 속에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기도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사랑이라는 확신이 더 강렬하게 들어서일 것이며 어쩌면 사랑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p.28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온다는 인생의 축제 같은 시간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와 나, 우리의 소박한 축제가 벌어진 것이다. p.40


사람은 타인을 만날 때 언제나 가면을 쓰며 그들 또한 오직 가면을 쓴 타인만을 보게 된다. 만약 그들이 가면을 벗는다 해도 진정한 자신을 볼 수가 없다. 첫 번째 가면을 벗는다 해도 두 번째 가면이, 두 번째 가면을 벗더라도 세 번째 가면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종종 당신의 가면을 당신으로 알게 되고 당신도 그들의 가면을 그들로 알게 된다. 사랑과 혐오의 대상은 아마 가면일지 모른다. 진정한 얼굴은 고독에 빠져 있다. 사람은 이 고독에서 도망치려 또다시 가면을 만든다. _ <장미의장례행렬> 인용 p.52

나라는 인간은 언제고 상황에 만족할 줄 아는 작은 미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왜 혼자일 땐 고맙게 지나갔던 일들이 둘이 되면 서운함으로 전락하고 마는 걸까. 사랑하는 이에게 왜 나 자신도 버거워하는 일들을 시키려 드는 것일까. p.74


과거의 기억들이 몰려올 때 나는 모든 것이 나의 착각이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믿었던 것들은 애초에 그곳에 없었다고.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믿고 있었다고. p.104


사랑은 대체 무엇일까. 들었고, 보았다. 나는 분명 그것을 만져보았다. 그러나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감정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분명히 내게 존재했던 그것들은. p.105



원래부터 나란 인간은 척을 잘한다. 초연한 척, 관심 없는 척, 괜찮은 척. 사실 그렇게 척을 하다보면 스스로도 그렇게 믿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믿고 살아가는 사람에겐 눈물이 날 일이라곤 별로 없었다. (...) 그동안 내가 알아왔던 척을 잘하는 여자는 사라지고 최소한의 슬픔도 숨길 수 없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p.133


굉장히 소중한 것을 발견했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슬픈 느낌이 든다.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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