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만으로 그 책을 사게 하는 사람이 있다. ‘끌림’의 이병률 시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번에 끌림을 시작으로 세 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왔다.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출판사에서 보내주기로 했지만(서포터즈이기 때문에) 나는 그새를 못 참고 미리 주문한다.

 

 

대학시절 끌림이라는 책을 처음 읽었던 때가 기억이 난다. 설렘과 함께 여행에 대한 충동을 불러오는 사람, 바람과도 같은 사람, 그리고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낯선 곳의 냄새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번엔 익숙한 곳의 냄새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에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제목에서부터 사람냄새가 나지 않은지. 그의 여행 속 사람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왜 울컥했어요? 라고 물으니 그가 말했다.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
다시는.)

 

 

우리는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을 살고 있지만 그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가슴이 깊이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여행산문집이지만 그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그에겐 일상을 여행화시키는 능력이 있나보다.

 

책은 페이지도 없고 목차도 없다. 혼자 있는 시간에 아무데나 펴서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여행 속에 사람이 있다. 사람을 빼고 여행을 말할 수 있을까? 괴산의 작은 술집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생각한다. 온 마음을 다해 지키고픈 무엇이 있는가 하고.

 

(나에게는, 그럴 만한 그 무엇이 과연 있는가 하는 나직한 물음이 가슴께에 밀려왔다. 온 마음을 다해 지키고픈 무엇이.)

 

책을 읽는데 자꾸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간다. 내 마음 속 기억을 더듬느라 책장을 넘기기가 더디기만 하다. 밑줄 긋느라 필사하느라 귀퉁이 접느라 바쁘다. 내게도 온 마음에 대해 지키고픈 무엇 하나쯤은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진다.

 

(우리가 얼마를 더 살게 될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가 얼마를 더 살게 될 것인지를 셈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이고 우리가 관여할 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살아온 날들 중에, 좋은 날은 얼마나 많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감히 그 힘으로 살아도 될 그런 날들이, 그 힘으로 더 좋은 것들을 자꾸 부르는 그런 날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얼마를 더 살지 모르는 삶 속에서 좋은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떠올려본다. 순간순간이 기쁨이고 순간순간이 고통이기도 했었다. 사람을 믿고 싶지 않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날이 있어도 분명 사람 때문에 기쁘고 좋은 날 있었다. 감히 그 힘으로 살아도 되는 그런 날을 기억해내 잊지 말아야지 마음 속에 꾹꾹 눌러담는다.

 

(사람은 그 자체로 기적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마음 안에 그 한 사람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더 기적이지요.)

 

사람은 그 자체로도 기적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위로 받는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들려준다. 이 책이 주는 위로와 설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무엇으로 얼굴이 붉어졌습니까. 그런데도 그 좋아했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당신은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요.
이토록 둔탁하고 뻔뻔해지는 것은 그만큼 대체되는 것들이 많아서겠지요. 이토록 꿈을, 방향을 방해하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는지요. 이기고자 한다면 좋아하는 것을 늘려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춤춰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과 밀당하지 않습니다.
잘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작은 수첩 하나를 구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채워나가면 됩니다.)


수첩에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적어보던 시절이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적어봐야지.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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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7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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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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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8-1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놓고 펼치지를 못한 책...~리뷰보고 읽어야겟단 마음 불쑥 쏟아 오릅니다.

하리 2015-08-21 10:00   좋아요 1 | URL
아껴서 천천히 읽었지요- 전 참 좋았답니다:-) 얼른 읽어보셔요~

2015-08-27 18: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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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7 1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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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7 1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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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7 1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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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7 1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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