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인 효주가 처음 열경기(열성 경련)를 한 것은 20개월 무렵.. 우리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던 때였다. 밤새 열이 좀 있길래 아침 출근하는 길에 병원에 들렀다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려던 참이었다. 그 당시에 8시부터 문을 여는 소아과가 회사 근처에 있었다. 어린이집도 회사 근처였다.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효주가 잘 앉아있다가 뒤로 쓰러졌다.  눈동자는 위로 올라가고, 온 몸은 뻣뻣하게 굳고, 숨소리는 막 넘어갈 듯한 상태..  순간적으로 열경기구나~ 란걸 알아차렸지만, 안다는 것과 실제로 본다는 것은 너무도 다르다.  놀라고 다급했던 우리들은 그 차림 그대로, 걸어서 5분거리인 소아과까지 차를 몰고 갔다.  다행히 소아과 의사선생님은 경험이 많은 노련한 분이라 당황한 우리들을 안심시켜 주셨고, 그 날 오전 입원만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두번째 경기를 한것은 그로부터 1년 남짓 지나서쯤? 관리를 잘 한다고 했지만, 하루종일 어린이집에서 지내야 하는터라 완벽할 수는 없는 법..  낮동안 열이 났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저녁 때 아이를 데리고 와서의 일이었다. 또 다시 경기를 시작했고, 우린 종합병원 응급실로 뛸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라고는 하지만, 역시 아이가 뻣뻣하게 굳는 현장을 본다는 것은 가슴떨리고 무서운 일이다. 응급실에서의 인턴?들은 어째 좀 미덥지 못하게 수차례 와서 아이의 상황에 대한 똑같은 질문을 해대더니.. 결국 입원을 시켰다.  지금 돌이켜보면 입원까지는 필요없었는데...-.-;; 뭐 나중에는 간질검사까지 하자는데 도는 줄 알았다..
그 이후로 열만 나면 즉각 해열제를 먹였다. 그 영향인지 더이상의 경기는 없었다.

둘째인 성재가 태어나고,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효주가 더 이상 많이 아프거나 하지 않았고, 성재도 별탈없기에 좀 방심하고 있었다. 어쩌면 성재까지 그러겠냐~란 마음도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아이마저 여지없이...ㅠ.ㅠ

의자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통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다행히 내가 바로 옆에 있어 받았기에 망정이지 잘못해서 머리라도 다쳤으면 어쨌겠나...!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이런때에는 솔직히 책에서 나오는 응급상황조치요령 이런거 하나도 안떠오른다. 기도가 막히지 않게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혀를 깨물지 않게 하라느니, 꽉 껴안지 말아야한다느니..등등 당시에 참 많이도 읽었었지만 막상 닥치니 머리속이 하얘졌다. 게다가 이사온지도 얼마안되는 동네라  교통수단이 변변치 않아 119까지 불러서 응급실로 갔다.-.-;;

그 뒤부턴 조금만 열이 올라도 해열제를 먹였다. 물론,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준다거나 하는 조치는 당연히 하는거지만, 성재의 경우는 열이 웬만해선 잘 안떨어져서 해열제를 보통의 먹여야 할 양보다 훨씬 더 많이 먹이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열이란게 병을 물리치기 위해 나는 것이라 강제로 열을 떨어뜨리는것도 그리 좋은게 아니라 들었다..  당연히 걱정이 된다.

성재의 그 다음번 열경기는  이 걱정의 소산물이다.  해열제를 너무 많이 쓰는데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한데다가, 소아과 의사가 누누이 5살정도면 경기를 하지않을거란 얘기를 했기에.. 조금은 안심을 하고,  해열제를 덜 먹였다.  그런데, 만 5세하고도 1개월이 지난 어느날.. 다시 경기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것도 병원을 가자고 나선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쓰러져 놀래켰다.  그런데,  이런일을 하도 여러번 겪으니.. 이젠 놀라는 강도도 좀 덜해져서, 침착하게 택시를 세워 아이를 안고 병원엘 갔다. 오히려 택시 운전사가 어쩔 줄 몰라하더니 불법유턴까지 해가며, 차를 병원 문 바로 앞에 대주어 고마왔다.

병원에선 5살이나 되었는데 경기를 한 것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다음번에 또 그러면 종합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이후부터는 두 아이 다 괜찮았다. 물론, 열이 조금만 오르면 아직도 열을 최대한 빨리 떨어트리기 위해 약을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일을 계속하지만..

이것도 유전일지 모르겠다. 나랑 옆지기 둘 다 어렸을때 수차례의 경기로 어른들을 놀래킨 경력이 있다. 내 경우는 숨을 안쉬기도 했다니.. 울 부모님들은 얼마나 놀래셨을까..! 

나중에라도  우리 아이들도 자기 혼자힘으로 큰게 아님을 알기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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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3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놀랐겠어요.
주하는 아직 한번도 경기는 안해봤는데......
꽤 높은 침대에서 서너 번 쿵~하고 떨어져 혼비백산한 적은 있다죠.
이젠 다 컸으니 괜찮을 겁니다.^^

starrysky 2005-03-3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읽기만 하는데도 굉장히 무섭네요. 당시에 얼마나 당황하고 걱정하셨을지..
근데 제 동생은 나이가 들 만큼 든 요즘에도 열이 수시로 무섭게 올라가요. 어렸을 때 몸이 많이 약하다가 커가면서 점점 괜찮아졌는데, 완벽하지가 않은가 봐요. 얼마 전에도 갑자기 한밤중에 40도 넘게 열이 올라가 무슨 수를 써도 안 떨어져서 응급실 가고 입원하고 난리를 쳤답니다. 애가 없는 저한테는 동생이 완전 애물단지예요. ^^; 근데요, 이 언니의 노고를 하나두 몰라요. 흑.

날개 2005-03-3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주하도 큰일날 뻔 했군요..! 제가 효주 경기나서 응급실 간 날 본 여자아이가요.. 눈이 퉁퉁부어 한쪽눈이 다른쪽 눈의 두배가 되서 왔더라구요.. 얘길 들어보니 그 전날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괜찮은 줄 알았다가 갑자기 눈이 퉁퉁 부어서 병원에 데리고 온 거였거든요.. 사진을 찍으니 머리뼈에 금이가고, 피가 터져서 눈까지 내려온 거라고 하더라구요.. 아아~ 얼마나 아찔하던지...

스타리님, 제 서재에 와주시다니.. 반가와요..^^* 근데, 동생분이랑 나이차가 많이나시나봐요? 열 안내리면 그야말로 고역이죠..특히나 어른인 경우엔 더 심각하더군요..
그래도, 동생분은 스타리님 떄문에 행복하시겠어요..^^

하루(春) 2005-03-31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어요. 화면 속 글만으로도 이렇게 긴장감이 전해지니... 무시 못할 힘이군요. 다행이에요. 이제는 괜찮다니... 휴~

날개 2005-03-3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재는 저러고도 여러번 사고를 쳐서 응급실을 뛰어다녔답니다..^^;; 요즘은 그나마 좀 낫답니다.. 다행이죠? ㅎㅎ

엔리꼬 2005-03-3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첫째도 열경기 했어요..... 지금 24개월인데 지금까지 딱 하루동안 일어난 일이예요. 그런데, 하루에 크고 작은 것이 네번씩이나 일어났지 뭡니까? 처음에 했을땐 날개님처럼 너무 너무 두렵고 떨렸었지요. 새벽에 응급실 가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퇴원하고 나도 집에서 짧지만 세 번을 더 했죠. 한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에 네번씩 하는 것은 별로 안좋대요.. 그래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해서 MRI니 CT를 촬영해야 한대요. 그래서 돈 내고 검사하려는데 주사도 맞고 수면제를 먹여서 애가 잘 동안 검사를 해야 했는데, 우리 애가 반항하면서 약도 안먹고 정신력으로 버텼는지 도무지 잠이 안드는 겁니다. 세번이상 시도했는데 절대 잠을 안자고 더 흥분을 하는 바람에 검사 포기했죠. 그 뒤로 경기가 안나서 다행인데, 4살이 되도록 경기를 한다니 다시 겁이 나네요...
날개님이나 서림님이나 모두 아이들 건강하게 크길 바랍니다.

조선인 2005-03-3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열경기라는 것도 있군요(나, 애엄마 맞어? -.-;;). 무섭습니다.
음, 마로의 경우 열이 좀 난다 싶으면 홀라당 벗긴 다음 스킨스프레이를 등에 듬뿍 뿌려줍니다. 물수건보다 열 내리는 효과가 좋고, 피부자극도 덜 하구요.

날개 2005-03-3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그 댁도 걱정이 많으셨겠군요..하루에 네번이나 그랬다면 그야말로 혼비백산이었겠습니다.. 근데, 대단하네요..정신력으로 수면제를 이기다니..하하~
경기를 한번 하면 또 할 확률이 많다더군요.. 열이 오래 안나도록 주의하셔야겠네요.. 아무쪼록 건강하길..^^*

조선인님, 경기도 하는애들만 하더라구요.. 울 조카는 오랫동안 열이 펄펄 끓어도 놀기만 잘 놀고 아무렇지도 않더군요..^^;; 근데, 스킨 스프레이요? 어떤거죠? 화장품 말씀하시는 건가요? 효과가 좋다니.. 저도 써먹어야겠군요..^^

반딧불,, 2005-03-3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울집도 그 직전 단계를 서너번 겪었지요.
제가 편도가 커서요. 두 아이다 그렇습니다.
열만 나면 아주 난리가 납니다. 언젠가는 너무 열이 안내려서 해열제를 좀 많이 투여했는데 아이가 경기 비슷한 일을 해서 간호사인 언니한테 전화했다가 얼만 혼났던지^^;;
정말 엄마는 반의사이고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하는건가 싶더이다ㅠㅠ

조선인 2005-03-3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들 스킨중에 스프레이 타입으로 생긴 거 있잖아요. 칙칙 작은 분말로 뿌려지니까 분무기처럼 너무 흥건하게 맺힐 염려가 없어 좋더라구요.

날개 2005-03-31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어느집이고.. 아이들 키우는게 쉽지 않아요..그죠? ^^
조선인님, 아~ 그거요.. 하나 마련해 놔야겠네요..^^*

난티나무 2005-03-3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앙... 겁나네요... 아이들 침대에서 구르는 건 자주 있는 일이잖아요.--;;
아이가 40도 넘는 열이 내리지 않아서 애태운 적은 꽤 있는데, 열경기는 몰랐어요...
모두 건강하시길.

날개 2005-03-3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키우다보면 가슴 두근거리고 위험한 일 투성이죠..^^ 님도 아이엄마신가보네요..

perky 2005-04-01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제가 다 떨리네요. 아기 키운다는게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날개 2005-04-0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경까지나..^^ 닥치면 다 합니다..ㅎㅎ

sooninara 2005-04-0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경기를 했었다고하네요..덕분에(?) 재진이도 3번정도 격기를 일으켰는데..
전부 제가 없을때..친정집에서 일어난 일이랍니다. 그때 아이 맡기고 일하고 있었거든요. 7살 넘으면 괜찮다고하네요..그리고 저도 무서워서 해열제를 많이 먹였어요^^

날개 2005-04-04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이거 유전 맞는거 같죠? 그래도 직접 보지는 않으셨다니, 그나마 나았다고 해야 하나요? 친정 부모님들은 많이 걱정하셨겠어요..

이븐니 2006-03-26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아이도 지금열이 있어서 새벽 4시가 되어도 잠을 자지 못하고 잇습니다 열경기 2번정도 작년에 햇구요 열만나면 머리속이벙합니다 무서워서요 그런데 수지침이 효과가 조금 잇ㅅ는것 같아요 열이38도 오늘때 침을 놓았더니 열이 식엇어요 또어르신들 에게 들은 말도잇고ㅎ서 제발 경기여 없어져다오 제발

날개 2006-03-28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븐니님.. 지금은 괜찮아졌나요? 아이가 아프면 엄마들이 고생이죠..
수지침요법은 한번도 안해봤어요.. 그렇게 열이 잘 내린다니 미리 알아둘걸 그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