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자밑에 끼워놓은 의자발은 니트라서..  한편으로는 그 역할( 의자의 끼긱거리는 소리가 전혀 안남 ) 에 충실하지만, 한편으로는 먼지가 잘 붙는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청소 제때 제때하고 깔끔떠는 사람들이야 거기에 먼지 붙을 일이 뭐 있겠는가마는, 나처럼 게을러터진 인간에게는 거기에 붙은 먼지 떼는 일이 너무나 귀찮다.

생각하기에, 먼지를 일일이 닦아내느니, 차라리 한번 왕창 빨아버리는 것이 나을것 같았다.  의자발을 벗기고,  바로 빨래하기는 또 귀찮아서 대야에 담가 울빨래용 액체세제를 풀어놓았다.  나중에 건지기만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먼지도 저절로 떨어질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실, 베란다에 내어놓고 잊어버렸다.  생각이나서 대야를 꺼내어 손으로 살짝만 주물주물 한 뒤에 헹궈내는데.. 가만보니 발 아래쪽에 뭉쳐져 있던 먼지뭉치들이 물 속에서 퍼져서 니트 전체에 다 묻어 있는게 아닌가..!!  그걸 일일이 떼어내는 일은 절대로 못하겠기에 일단 마르고 나면  보자.. 하여 베란다에 널어놓았다.

오늘, 그 의자발들을 방안으로 가져와보니.. 가관이다. 손으로 조금 떼어 보았으나.. 이건 인간이 할 일이 아니다..!!  이걸 떼고 있느니 책을 한자라도 더 보지...-.-;;

보풀제거기가 생각이 났다. 몇년전에 사서 몇번 쓰고 묵혀 두었던게 어디에 있지?  집안을 뒤져 찾아내었다.  AA건전지가 두 개 들어가는데, 원래 들어있던걸로는 당연히 안된다.  집에 있는 건전지를 다시 뒤져 끼워넣었다. 얼래? 싸구려 중국 건전지를 샀더니 불량인가?  역시 작동이 안된다.

충전지를 찾아서 충전을 시키기 시작했다.  오래 못기다리고 금방 꺼내어 넣어보았으나 역시 안된다..ㅡ.ㅡ;;  충전이 제대로 안되었나 보다 싶어 , 결국 수퍼에 건전지 사러 나갔다.   새 건전지를 넣고 신나게 작동.... 시키려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아아~ 열받아..-.-^

뭔가가 끼어있나 싶어 보풀제거기 해부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조금만 뜯었으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여, 결국엔 드라이버로 다 뜯어버렸다.  뜯어놓은 상태에서 몇 가지 실험 결과, 문제점 발견.. 펜치로 해결 보았다.

보풀제거기는 원래 니트를 살짝 깍아내는 기구이다.  그렇다.. 나는 먼지를 떼어내기 위해 지금 니트를 깍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간에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훨씬 말끔해졌다.  무사히 의자에 장착까지 마치고 한숨을 돌리면서 생각해 본다. 

그냥 먼지를 뜯어내는게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리지 않았을까? =.=    아니, 애초에 발 아래쪽에만 몰려있던 먼지를 살짝 제거하고 빨았더라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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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3-1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너무 재밌어요. 푸하하하하하하

물만두 2005-03-1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힘드셨을텐데 죄송^^

chika 2005-03-1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귀차니스트의 글이 아니옵니다! 저같으면 그냥 먼지 붙이고 말았을거예요. ㅎㅎ (고생하셨슴다~ ^^)

날개 2005-03-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재밌게 봐주시니.. 다행이옵니다..흐흐~
만두님..힘들긴 했는데, 보풀제거기를 한번 분해해본건 괜찮은 경험이야요..^^
치카님, 저보다 강적이옵니다..ㅋㅋ

날개 2005-03-1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새벽별님 승!!

로드무비 2005-03-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새벽별님처럼 하지 않았을까.^^
바지런하십니다. 날개 님은 절대 귀차니스트가 아니네요, 뭐.

파란여우 2005-03-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약 먹었는데 더 헤롱거리게 만드시다니요..ㅋㅋ

하루(春) 2005-03-1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어요. ^^

날개 2005-03-10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바지런하다는 얘기 첨 들어요..히히~ 서재에는 몽창 귀차니스트들?
파란여우님, 어머어머~ 헤롱거리심 어떻해요.. 다 제 잘못이예요..ㅠ.ㅠ 앞으론 잘 할께요..!!
하루님, 재미있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호호~

비발~* 2005-03-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생생한 현장중계가!!! 조금 편하려다가 덤태기, 넘 비발같아요~ 그래도 보풀제거기는 고치셨으니 그게 어딥니까! 따블 추천!!!

날개 2005-03-1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보일 수 밖에 없었어요.. 먼지가 상당히 커져 있었거든요..흐흐~
비발님, 네에.. 보풀제거기 고치고나서 저도 일순 뿌듯했다구요..ㅋㅋ 추천 감사~

세실 2005-03-1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냥 열받아서 버릴것 같은데~ 참을성에 박수를 짝짝짝~ 헤헤. 처음엔 그 싸개를 끼워 쓰다가 지금은 그냥 맨바닥에 자국이 나거나 말거나....막가파가 되었습니다.

날개 2005-03-11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에.. 제가 또 한 참을성 합니다요..음하하하~ (웬 잘난체~)
이러다가 저도 조만간 다 벗겨버릴지도 모르겠어요..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