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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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소설. 잘 읽히고, 읽는 사람에 따라 감정에 이입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지어 눈물까지 콸콸 쏟을 수도 있으며, 간혹, 세상 산다는 게 뭔지, 한숨 한 번 토할 것 같기도 하고, 아 드런 세상 하긴 다 그렇게 살다 가는 거지 뭐, 하며 검은 비닐 봉지 하나 주머니에 구겨 넣고 GS 편의점에 소주 사러 갈 수도 있겠다. 봉지 한 장에 이십 원이래, 하면서.
  1891년 미주리 주 중부의 분빌 마을 근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윌리엄 스토너는 여섯 살 때 암소의 젖을 짜기 시작하고(그럼 황소의 젖을 짜겠는가), 이후 차차 돼지 먹이 주는 일, 달걀 가져오는 일을 했다. 나이가 차 무려 8마일, 12.9킬로미터 떨어진 초등학교를 다니느라 만 여섯 살 때부터 왕복 25.8킬로미터를 걸어야 했으니(아 물론 크리스마스 방학, 부활절 방학과 여름방학 때는 빼고), 다른 건 몰라도 아이한테 살 붙을 시간은 없었을 거 같다. 물론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농사일에 열외를 시켜줄 수 없던 살림이라 열일곱 살이 되자 벌써 이 외동아드님은 어깨가 구부정한 체형의 비쩍 마른 사내가 됐단다. 애초에 공부를 시키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타지까지 보내 유학을 시킬 재력이 없었음에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어서,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 때 도착할 수 있는 미주리 주의 컬럼비아에 있는 미주리 대학교에 농과대학이 생겼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 스토너 씨가 심사숙고 끝에 윌리엄을 4년제 농과대학에 보내겠다는 크고 용감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하여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많은 나이인 열아홉 살에 농과대학에 입학한 빌은 2학년이 되어 필수과목인 영문학개론 시간에 영문과 학과장인 아처 슬론 교수에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배우면서 비록 학점은 형편없지만 국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이후 그는 농과대 커리큘럼 대신 철학, 고대역사 기초 강의, 영문학 전공과목 두 개를 선택해 자연스럽게 전과轉科 과정을 밟는다. 이후 빌은 공부에 몰두하게 되고, 4학년에 올라가자 2년 전 자신에게 형편없는 학점을 부여했던 아처 슬론 교수는 그에게 영문학 석사과정을 권유한다. 그리고 곧바로 박사과정. 교수는 빌 스토너에게 말한다.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자네는 (학문과)사랑에 빠졌어.
  이리하여 우리의 키 크고 거친 손을 가진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박사과정과 동시에 유급 강사를 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장까지 마주리 대학 영문과에서 전임강사에 이어 종신교수라는 평생 직업을 갖게 된다.
  윌리엄 스토너 교수의 연보를 다시 보자. 1891년생. 1910년 미주리 대학 입학, 1914년 6월 문학사. 1915년 봄 석사과정 종료, <캔터베리 이야기>의 작시법에 관한 논문. 1918년 박사.
  반면에 세계사는 1914년 8월 1차 세계대전 발발, 1917년 4월 6일 미국의 대 독일 선전포고. 윌리엄의 평생 친구 데이비드 매스터스와 고든 핀치는 군대 입대하고 매스터스는 프랑스로 건너가 첫 전투였던 1918년 샤토 티에리에서 전사해버린다. 1918년에 죽었는데도 스토너와 평생 친구라고? 그렇다. 날 믿어라. 그는 유령이 되어서라도 스토너를 결코 떠나지 않는다. 아니, 스토너가 보내주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참전하는 대신 인적 없는 교정에서 연구와 교육을 잇는 것에 전력을 다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가 1956년에 마지막 숨을 거둔다는 것이 작품의 제일 앞 장면에 서술되어 있다. 이후 그의 태생부터 시간 순으로 스토너 교수의 평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가상 인물에 대한 전기 비슷하게 생각하면 딱 맞다.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작가 존 윌리엄스가 스토너 교수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렌즈를 끼고 관찰했다는 점.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하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숙식의 대가로 어머니의 사촌뻘인 짐 푸트의 농장에서 노동을 하며 빈 시간에야 공부를 할 수 있는 처지였으며, 처음 영문학 수업을 들으면서도 아처 슬론 교수에게 비웃음을 사고,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대도시 세인트루이스의 작은 은행의 은행장 딸을 연모하여 사랑하는 줄 착각한 상태에서 결혼해 평생을 희생하고, 직장에서도 학자적 양심으로 적을 만들어 그 적에 의하여 평생 고초를 겪는 인물.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독자는 저절로 빌 스토너에게 전적으로 동정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 여기에 작가의 유려하고 달달하면서도 쓸쓸한 문장의 힘까지 보태지면, 독자는 그야말로 흐물흐물, 무릎 뼈가 녹아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스토너의 적이랄 수 있는 완전한 악당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착한 우리 편과 나쁜 너희 편이란 이분법을 극도로 강조하기 위해 작가 존 윌리엄스가 만든 악당들은 스토너 교수의 바로 옆에 있는 자들로 구성했다. 자기한테 배우는 학생, 동료이자 나중엔 상급자가 되는 교수,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아내. 독자는 이들로부터 나쁜 성향 말고는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지독한 악당들이라서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오직 하나, 스토너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 존재하는 자들이다.
  반면에 독자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대학에 진학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농학에서 영문학과로 전과를 해, 학과장의 눈에 들어 그의 암묵적 동의를 받아 1차 세계대전 참전을 거부해서 생명을 걸지 않는 건 물론이고 그 시간에 학문을 넓혔으며, 어쨌든 결과적으로 젊은 나이에 종신교수라는 명예를 틀어쥐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 도래한 블랙 먼데이, 대공황이 미국 전역을 내리덮었을 때 하늘처럼 높았던 실업률에도 궁핍함이라는 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도시 은행장 딸과 결혼하는데 성공을 해, 비록 대공황이 한창일 때 장인이 권총자살을 해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장모가 세상을 뜨기만 하면 남은 재산은, 이런 것까지 말하는 건 좀 야박하니 생략하자. 세상에 윌리엄 스토너 선생만큼 우울하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나. 다 거기가 거기고, 엄앵란 말마따나 201호나 202호나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권고하노니, 그저 작가가 쓴 대로 따라가면서 읽기만 하자. 그렇게만 한다면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눈시울이 매캐해져 소금물 한 방울이 뺨을 적실 수도 있을 테니. 그러나 입은 비뚤어져도 피리는 똑바로 불겠다. <스토너>는, 내가 이 장르를 무시하는 게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건데, 이거 혹시 뽕짝 아냐? 하여튼 나는 그렇게 읽었다. 읽으면서는 무지하게 재미있어 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끝.



  암만해도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책에서 스토너 교수를 곤경에 빠뜨리는, 개전의 정이 도무지 안 보이는 악당 두 명이 등장하니, 한 명은 정원이 가득 찬 스토너 교수의 대학원 세미나에 수강을 허락해달라고 부득불 졸라대 겨우 허락을 받고는 첫 수업 부터 지각을 하고, 수업태도도 좋지 않을뿐더러 공부도 하지 않는 찰스 워커. 또 한 명은 찰스 워커의 지도교수로, 그로 하여금 스토너 교수의 세미나에 등록을 하라고 권유한 동료교수 로멕스.

  수강을 끝내고 면접 고사를 치루는 자리에서 스토너 교수는 찰스 워커가 수강과목인 중세와 르네상스 영어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깡통임을 밝히고, 곧 학과장이 될 로멕스가 패스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 처리를 주장한다. 로멕스와 워커에게는 공통점이 있으니 교언영색하는 재주. 로멕스는 강의교수였던 스토너의 의견이 어떻게 부당한지를 분명하게는 밝히지 않지만 기어이 워커로 하여금 내년에 다시 대학원 과정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스토너한테는 스토너가 학교를 그만 둘 때까지 갖은 악랄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그러나 독자는 알고 있다. 학과장 로멕스가 찰스 워커를 편애하고 스토너에게 가장 강한 수준의 '직장내 괴롭힘'을 가하는 이유가 찰스 워커가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끔 극도의 공격성을 보이는데 로멕스와 찰스 워커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는 것도.

  물론 책은 1960년대에 처음 출판했다. 그땐 미국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편견은 사라져야 한다. 젠더, 피부색, 성의 선택, 빈부, 종교, 그리고 장애여부 등등. 1960년대 당시엔 어땠는지는 다음으로 치자. 그러나 이 책을 읽는 21세기에, 비록 작품의 메인 스트림은 자신의 감성과 취향에 맞았을지라도, 독자 가운데 몇 명은 스토너가 은근하게 '병ㅇ ㅇ갑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은 지적하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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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4-28 09: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봉투 오십원입니다;;;; (주머니와 가방에 검은 봉지 스페어로 갖고 다닙니다) 전 이 소설을 꽤 재미있게 읽었어요. 재미...라니까 눈물 겨운 타인의 인생에 예의 없는 태도지만요. 그런데 전 이 사람을 위해서 눈물 대신 욕 바가지를 쏟아냈습니다. 간결한 문장이 쉽지만 슴슴하니 좋았습니다. 영어로도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참, 전 소주보단 맥주에요. (봉투 오십원)

Falstaff 2021-04-28 09:50   좋아요 2 | URL
아, 오십 원입니까? 가시는 곳이 GS 맞나요? ㅋㅋㅋㅋ
저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 읽고나니 쓸데없는 잡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유부만두 2021-04-28 09:57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럼 그 숱한 차액 삼십원 들은 다 ....ㅜ ㅜ

비슷한듯 다른듯 고고한 상아탑의 남자를 그린 (이번엔 공대) 소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모리 히로시>를 추천합니다. 이 남자(들)도 꽤 쩜쩜쩜 입니다.

얄라알라 2021-04-28 12:18   좋아요 1 | URL
저는 봉투가 100원 아니었나? 아, 다음엔 제대로 봐야겠다 하면서 읽었는데 50원인가요^^? 제가 잘 가는 매장에서는 친환경 봉투라 그런지 100원이던데, 매장 마다 다른가봐요^^ Falstaff님 고품격 리뷰 읽고 봉투값 댓글 남겨서 민망하네요

Falstaff 2021-04-28 12:2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봉투값 댓글도 재미 있습니다!!!

잠자냥 2021-04-28 1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봉투 요즘 CU는 100원입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저는 에코백을 메고 가서 맥주와 소주를 쓸어담아 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심정적으로 힘겹던 시절에 이 작품을 읽어서 울면서(?) 소주 사러 갔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덧붙이신 이야기도 공감합니다.

Falstaff 2021-04-28 12:20   좋아요 1 | URL
앗, 100원이요?
사실, 저 사는 아파트 상가 CU는 평수가 넓지 않아서 그런지 돈을 받지 않아요. ㅋㅋㅋ 근데 아는 척하고 써본 겁니다.

잠자냥 2021-04-28 11:44   좋아요 1 | URL
예, 무슨 친환경 썩는 비닐이라고 100원 받더라고요. 봉투가 부들부들 좀 다른 재질이긴 해요.

Falstaff 2021-04-28 12:21   좋아요 1 | URL
이런, 비닐 봉지 하나가 소줏병 값하고 같다고요? 아이고, 근수 차이가 을맨대 ㅋㅋ

2021-04-2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8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4-28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처음인가?) 제가 읽은 책이여서 반갑네요^^ 전 스토너의 굴곡진 인생에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리뷰보니 또 그런것만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날카로우십니다~!!

Falstaff 2021-04-28 11:14   좋아요 2 | URL
ㅎㅎㅎ 그냥 제 독후감, 책 읽은 다음에 느낀 점을 쓴 겁니다.
다양한 데 좋잖아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4-28 11: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여운까지 강하게 남았었는데, 폴스타프 님의 마지막 의견에 대해서는 역시 그런 생각을 더러 했더랬습니다. 굳이 왜 그 악역을 장애인에게 주었어야 했을까, 라면서, 그런데 왜 장애인이라면 안되는걸까, 하고 제 안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더랬어요.

Falstaff 2021-04-28 12:38   좋아요 4 | URL
문제는, 미주리 대학이라는 극히 한정된 공간 안에 딱 두 명의 악당이 있었는데, 그게 다 장애인이라는 거였습니다.
장애인도 악당이 될 수 있고, 그게 당연하다면 그렇게 안 만드는 것이 오히려 차별이겠습니다만, 이 책에선 좁은 사회라는 조건 때문에 여차하면 장애인은 악당이란 공식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았거든요. 게다가 장애 부분을 필요보다 좀 짓궂게 쓴 점도 있고요.
또 여성의 경우도 순종(빌 스토너의 엄마와 딸), 희생(연인), 집 안의 적(아내), 속물(장모), 가난과 무지(외숙모), 부잣집 백치 딸(고든 핀치의 아내) 등, 단 한 명의 긍정적 캐릭터나 투사가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읽는 내내 불편하더랍니다.
오직 한 명, 스토너의 작품 속 문학적 성취를 위해 모든 등장인물들이 사역하는 대표적인 작품 아닌가 싶었어요. 죽음의 순간까지도요.

잠자냥 2021-04-28 12:40   좋아요 3 | URL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스토너>에서 가장 불편하고 답답한 지점은 바로 그 여성 캐릭터 다루는 방식인데요. 전 이 작가 다른 책 <오직 밤뿐인>까지 읽고 나니 작가 자체가 좀 그런 사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 두 작품 읽고 나서는 더 안 읽고 싶어지더랍니다...... 그래봤자 국내 번역본은 <아우구스투스> 하나 남았지만요.

Falstaff 2021-04-28 12:46   좋아요 2 | URL
알라딘엔 페미니즘 책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셔서 여성에 관한 시각은 살짝 빼고 이야기 했었는데 걍 처음부터 나불댈 걸 그랬나 봅니다. ㅎㅎ
저도 위에서 답글 쓴 두 가지, 장애인과 여성에 관한 이상한 시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끝날 때까지도 해소가 되지 않았습지요. 1960년대 시각으로 봐도 뒤쳐지는 관점이 아닌가 했습니다. 흑인도 스토너의 아버지가 부리는 ˝충성스런 하인˝ 한 명만 등장하고, 학생 가운데는 흑인이 아예 없어요. 4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좋은데 50년대 중순에도 여전했습니다.
물론 미주리가 미국에서도 보수적인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껄끄러웠어요.

얄라알라 2021-04-28 1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학문과 사랑에 빠져서˝ 학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스토너 박사 한국에서는 어떤 분들일까? 상상하며 리뷰 읽었답니다.

Falstaff 2021-04-28 12:25   좋아요 2 | URL
아이고, 제 모교에도 몇 분 계셨는데, 전 학교를 통틀어 고집불통이라 소문이 난 선생들이었습니다. 한 번은 학생들 공부 안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너네들, 이렇게 공부하다 전부 낙제한다.
아이들은 뭐 또 뻔한 소린가보다, 해서 그냥 그대로. 학자로 이름은 높았는데 이 분은 교수법, 정확하게 발음이 문제였습니다. 외국어가 아니라 외계어로 말하는 거 같았거든요.
근데, 학기가 끝나고 보니까, 정말로, A 서너 명, 복학생들은 전부 D, 나머지는 몽땅 F, 권총이 아니라 기관총 맞았다는 거 아닙니까.
이 양반 같은 과 선배 교수는 전공필수를 복학생 4학년 2학기에 F를 줘서 당당하게 붙은 교보에 입사도 하지 못하고 일 년을 놀아야 했던 같은 학번 친구도 있었습니다. 아, 그놈의 학교는 지옥이었어요, 지옥.

coolcat329 2021-04-28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직 스토너에만 집중해서 읽다보니 주변 인물들에 대해 별 생각없이 지나쳤네요. 지금 보니 충분히 폴스타프님 생각에 공감이 갑니다.

Falstaff 2021-04-28 13:32   좋아요 2 | URL
내가 읽은 게 제일 중요하지요 저도 재미나게 읽었어요. ^^
다 읽고 이런 느낌이다, 라는 것이지요. ㅋㅋㅋㅋ

mini74 2021-04-28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댓글이 갑자기 산으로 ㅎㅎ곧 있음 쓰레기봉투값도 오른답니다 ㅎㅎ 전 이 소설 가슴아프게 봤어요 ㅎ

Falstaff 2021-04-28 21:06   좋아요 1 | URL
아 무조건 본인이 읽은 감정이 제일이라니까요! ㅋㅋㅋ
 
진중자 중국전통희곡총서 8
왕런제 지음, 김우석 옮김 / 연극과인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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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글이니 <맹자>의 등문공滕文公 하편 10장을 읽어보자. (출처, <맹자집주> 홈페이지. http://www.dubest.net)


  “광장匡章이 말하였다. "진중자陳仲子는 어찌 진실로 청렴한 선비가 아니겠습니까? 오릉於陵에 살 때에 사흘을 먹지 못하여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물가에 자두(李)가 있었는데, 굼벵이가 열매를 반 이상이나 파먹었지만 기어가서 먹어 세 번을 삼킨 연후에야 귀가 들리고 눈이 보였습니다."


  맹자孟子께서 말씀하셨다.
  "제齊나라 선비 중에서 내 반드시 중자仲子를 거벽巨擘(엄지손가락)으로 삼는다. 그러나 중자仲子가 어찌 청렴하다 하겠는가? ①중자仲子의 지조를 충족시키려면 지렁이가 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지렁이는 위로 마른 흙을, 아래로 흐린 물을 마시나니, 중자仲子가 사는 집은 백이伯夷가 지은 것인가? 아니면 도척盜跖이 지은 것인가? 먹는 곡식은 백이伯夷가 심은 것인가? 아니면 도척盜跖이 심은 것인가? 이것을 알지 못하겠다."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는 몸소 신을 짓고 아내는 삼(麻)을 길쌈을 하여 곡식과 바꿔서 먹고 삽니다"
  "중자仲子는 제齊나라에서 대대로 큰 벼슬을 한 집안사람(世家)이다. 그의 형兄 대戴는 합蓋땅에서 받는 녹祿이 만종萬鍾인데, 형의 녹祿을 불의不義의 녹祿이라 하여 먹지 않으며, 형의 집을 불의의 집이라 하여 살지 않고, 형을 피하며 어머니를 떠나서 오릉於陵에 살았다. ②훗날 형의 집에 돌아와 보니 그 형에게 산 거위를 선물한 자가 있었는데, 이맛살을 찡그리며 '이 꺽꺽대는 것을 어디에 쓰려는 것이요?'라고 했다. 다른 날에 그의 어머니가 거위를 잡아서 함께 먹고 있는데 그 형이 밖에서 들어와 말하기를 '이것이 꺽꺽대던 고기이다'하니, 밖에 나가서 토해 버렸다.
  어머니가 주면 먹지 않고 아내가 주면 먹으며, 형의 집에서 살지 않고 오릉於陵에서 살았다. 이렇게 해서 자기가 지키는 지조를 충족시켜 내겠는가? 중자仲子 같은 자는 지렁이가 되어야 그 지조를 충족할 것이다."


범씨范氏 '하늘이 낳고 땅이 기르는 것에 오직 사람이 가장 크니, 사람이 위대한 까닭은 그 인륜人倫이 있음으로써다. 중자仲子는 형을 피하고 어미를 떠나서, 친척親戚과 군신君臣과 상하上下가 없으니 이는 인륜이 없는 것이다. 어찌 인륜이 없이 청렴이라 할 수 있겠느냐?'
 


  나 역시 진중자 일화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진중자로 말하자면, 오직 하나.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자신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청렴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을 했으며 정말로 신념에 충실하며 사는 인간. 그리하여 이이 진중자는 스스로를 과하게 깨끗한 물, 너무 맑아 한 마리의 붕어, 가재, 개구리도 살 수 없는 초순수deionized water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초순수는 한문으로 超純水라고 쓴다. 물은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가 결합한 상태. 이런 완전 물을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상자 안에 담고 물속에 컬러 TV를 빠뜨린 다음, 전원을 연결하면 아주 고급스러운 화질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초고도 변비에 시달린다면 이 초순수를 소주잔으로 한 잔만 마시면 20분 안에 완벽하게 당신의 대장을 청소할 수 있다. 다만 어떤 후유증을 겪을지는 검증해본 적이 없어 문제일 뿐. 이 속에 붕어, 가재, 개구리를 빠뜨린다? 여지없이 즉사.
  위에 인용한 <맹자> 등문공 하편 10장에서 맹자가 일갈한 것도, 주인공 진중자가 앞뒤, 좌우, 상하를 가리지 않고 오직 자신 혼자 순수, 청렴하고자 했기 때문. 나도 이 희곡을 다 읽고 나서, 극작가가 어찌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썼을까, 상당한 의심이 들었다. 이 정도면 청렴한 수준을 넘어 가히 신경정신과 적으로 편집증 증세가 농후한 인물이라 해야 하겠기 때문이었다.
  이건 역자의 해설을 읽어보고 해소되었다. 왕런제는 진중자를 귀엽고 존경스러운 인물, 다른 측면에선 우습고 슬픈 인물로 보고 있다. 과하게 고리타분하고 너무 극단적인 성격과 행위가 두 가지 다, 우습고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어, 그럴 수 있겠구나.
  두 번째 의문. 극이 평면적이라 재미가 없다. 희곡이 이렇게 재미없는데 성공한 공연이 될 수 있을까. 이건 그냥 의문. 만일 현대 희곡이 재미가 없어서 공연에 실패했다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했을 턱이 없으니.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 내가 이방의 언어로 숨어 있는 코드를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본문을 다 읽었음을 굳이 숨기지 못하겠다. 역시 해설에 나와 있는 힌트. 희곡과 공연 사이의 간극이 정답이었다. 우리는 이 간극, 좁은 틈을 자주 ’연출‘이라고 부른다.
  저 위에 소개한 <맹자>에서 ①지렁이가 되어야만 중자의 지조를 충족시킨다고 한 내용 ②선물 받은 거위를 먹고 토하는 장면을 왕런제는 거위의 경쾌한 춤과 지렁이 춤으로 만들어 진중자의 자의식을 놀리고 훈계하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이 역할을 극중 내내 아무 생각 없이 오직 지아비의 뜻을 좇는 아내 역의 배우에게 맡겨 의미심장한 암시를 주었다고 한다. 이 장면은 해설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것. 종이 위에 지워지지 않게 검은 잉크로 인쇄된 하드웨어를 무대연출을 포함한 연출과 배우들의 표현을 통한 호소라는 소프트웨어로 만들 때의 다른 점은 오선지 위의 악보와 연주실황 차이보다 훨씬 더 큰 것이 아닐 수 없을 터. 즉각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작품 <진중자>는 내용을 통해 얻는 맹자의 가르침보다는 희곡을 한 버전 업데이트하는 연극으로 전환할 때의 방법과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해볼 좋은 기회였다. 맞다. 희곡의 궁극적인 목적은 극이다. 이 분명한 것을 오래 잊고 지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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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 벗 포 더
앨리 스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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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쁜 마음으로 또 하나의 문제작을 소개한다. 이름도 처음 듣는 스코틀랜드 아줌마 앨리 스미스Ali Smith가 쓴 <데어 벗 포 더>. 작가 앨리 스미스, 스칸디나비아계 선조를 가진 것 같은 외모의 스미스는 1962년 임인년 범띠로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애버딘 대학을 졸업한다. 85년부터 다시 케임브리지에서 미국, 아일랜드의 모더니즘을 공부하긴 하는데, 희곡을 쓰는데 맛이 들어 학위를 따지는 못하고 다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옮긴다. 이후 약 2년 가까이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다 만성피로증후군 판정을 받아 일을 그만두고 다시 케임브리지로 간 스미스는 웨이트리스, 관광 보조원 등을 전전하며 처음엔 주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해 주목을 받는다. 맨부커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최종 후보short list에 단골로 오르는 작가로, <데어 벗 포 더>는 2011년 가디언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단다. 사라 우드라는 ‘연인’이 있다고 하는 걸 보니 동성‘결혼’은 하지 않은 것 같다.  책은 총 4부, 각 부의 이름이 데어There, 벗But, 포For, 더The로 되어 있다. 책을 다 읽으면 각 부의 이름이 전체 구조와 어떻게 관련지을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지만 지금 그걸 밝힐 수는 없다. ‘언제’가 문제일 뿐 소설애호가라면 이 책을 읽으실 터이니.

  이제 책 이야기를 해보자.

  6월의 런던 올드빅 극장에서는 제대로 된 연극을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겨울 이야기> 낮 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에서 특석 바로 뒤, 그러니까 특석을 제외하고 가장 좋은 자리에 두 남자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에서 <데어 벗 포 더>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건 책의 2장에서 나오는 장면이다.)어차피 세상의 많은 일은 피할 수 없는 우연에서 싹이 돋는다. 레온티즈 왕의 역을 맡은 사이먼 러셀 빌은 실감 나게 점점 광기에 휩쓸려가는 연기를 하고, 우리는 흔히 ‘헤르미온느’라고 발음하는 허마이어니 역을 맡은 젊은 배우 역시 대단히 매혹적이었다. 어려운 연극이 오랜만에 본궤도에 올라 절정으로 치달아, 부당하게 취급을 받은 왕비가 죽음에서 살아나 움직이며, 남편의 손을 잡고, 잃어버렸다가 찾은 딸 페르디타를 향해 몸을 돌려 극 중 처음으로 딸에게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무대 바로 앞쪽 좌석 누군가의 휴대전화가 터진다. 비비디 비비디 비디 빕. 비비디 비비디 비디 빕. 비비디 비비디 비디 빕.

  그리고는 불과 몇 분 후 연극이 끝난다. 늙은 동성애자 마크 파머는 옆자리에 앉은 전혀 모르는 남자 마일스 가스에게 말한다. “참 절묘한 순간에 전화가 울렸네요.”

  맞아요. 남자가 말한다.

  나 원 참. 마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나는 진심으로 한 말인데요. 그 남자가 말한다. 정말 절묘했어요. 극장이나 영화관에서 휴대전화가 울리는 걸 종종 들었는데 내가 들은 것 중에서 이번이 가장 적절할 때 울렸어요. 무대 위에서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해야 할 말이 정말로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울린 거예요. 무대 위의 그 장면을 바라보는 관객석에서도 그와 같은 필요성이 있는 거죠. (독자 주석 : 공연 도중에 발생하는 해프닝도 퍼포먼스의 하나로 보는 아방가르드 적 감상법으로 이해함)

  이 대화를 시작으로 둘은 극장을 나가 한 잔 하기로 했고, 거기서 서로의 취향을 알아보고 즐거워진 마크 파머는, 예술방식에 관한 독특한 취향을 가진 마일스 가스와의 유대를 잇기 위한 그럴듯한 다음번 만남의 이유를 궁리하다가, 비밀 애인 휴고로부터 초대받은, 얼굴도 모르기는 하지만 그리니치의 제네비브와 에릭 리 부부의 집에서 이번 일요일에 있을 디너 파티를 떠올리기에 이른다. 이렇게 그리니치의 지식인 중산층 가정에서 열릴 파티에 참석하게 된 마일스 가스. 이이는 그곳에서 몇 주 후에 전 영국의 라디오와 TV에 소개가 될 기상천외한 행각을 벌이게 된다.

  디너 파티의 참석자는 먼저 호스트와 호스티스인 제네비브와 에릭, 이웃에 사는 연구원 부부 태런스와 버니스 베이우드, 그리고 이들의 아홉 살 먹은 매우 똑똑한 딸 브룩, 리 부부와 사업상 관계가 있는 휴고와 그의 아내 캐롤라인, 마이크로 드론 판매자 리처드와 해나 부부, 그리고 마크와 마일스. 마크는 동성애자인지 사람들이 다 알지만 그의 애인이 휴고란 건 아무도 모른다. 대신 함께 등장한 마일스가 연인일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지식인 중산층다운 담소로 만찬을 시작한다. 여기서 술을 마시지 않는 두 명은, 운전을 해야 하는 채식주의자 마일스 가스와 연구소 다니는 흑인 부부의 딸 브룩. 즐거움은 알코올 흡수를 재촉하고 알코올은 기분을 고양시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라면 더 많은 알코올을 불러와 정찬을 다 마쳤을 때는 이미 많이 취한 상태에 달해, 지식이 많건 적건, 부자건 가난뱅이건 알코올 앞에서 만인이 평등한 수준에 이르렀고, 재미없게 이를 바라보던 마일스 가스는 2층으로 올라가더니 도통 내려오지 않는다.

  그래 안주인 제네비브가 2층 화장실에 가보니 사용한 흔적이 없어서 비록 예의상 그러면 안 되는 일이지만 슬그머니 가버린 모양이라 단정해버렸다. 이어서 파티를 끝내고 모두 집에 돌아간 다음에 보니 글쎄 마일스 가스의 재킷과 휴대전화와 차의 열쇠가 놓여 있더란 것. 다시 제네비브가 2층에 올라가 확인을 해보니까, 예비 침실 하나에 들어가 안으로 문을 걸어 잠근 걸 발견하게 된다. 키가 크고 정중한 이 남자는 리 부부와 문 아래 틈으로 메모를 적어 소통하며 지내기 시작했는데, 한 집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생판 모르는 남자와 함께 낮과 밤을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이겠는가 말이지.

  리 부부는 마일스의 휴대전화를 열어 저장되어 있는 애나 K.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하고 마일스를 방에서 나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근데 정작 애나는 무려 삼십여 년 전, 방송국에서 글짓기 대회를 통과한 오십 명의 학생을 선발해 유럽 여행을 시켜준 행사에 마일스와 두 주일 동안 함께 한 인연 말고는 없었다는 것. 애나 입장에서도 매우 당황스럽고 일면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일스가 들어간 방 앞에 선 애나,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다 멈추고, 마일스, 나 애나야. 문 좀 열어줄 수 있을까? 묻지만 방에선 여전히 감감무소식. 별수 없이 다시 집을 나서는 애나에게 제네비브는 지갑이 든 마일스의 재킷을 던지며 이건 당신 책임이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는데 애나라고 뭐 별 수 있겠어?

  이제 독자들은 사건의 해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책을 읽으면 조금씩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태런스와 버니스 베이우드의 대단히 똑똑한, ‘똑똑한’을 넘어 햄릿을 인용하기도 하고, 어려운 ‘언어 유희’를 단숨에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알게 되는 아홉 살 난 ‘총명한’ 딸 브룩의 맹활약이 어떻게 마일스와 연결이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자전거를 타고 뫼비우스의 띠 위를 달리는 카프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일스가 스스로 방 안에 갇히는 행위를 카프카의 그레고르와 비교할 수 있을 듯(사실 이건 누구나가 비교할 수 있고, 책에서도 애나가 사건을 듣자마자 카프카를 연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방 안에서 회복 불가능한 딱정벌레로 바뀌고 만 것과 다르게 마일스 가스는 다분히 퍼포먼스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제 뫼비우스의 끝없는 순환과 자전거를 왜 난데없이 꺼내는지 말해야 할 것인데, 그건 절대 얘기하지 않겠다. 그게 결론이라서.

  나는 이 책이 대단히 매혹적이었다. 당연히 앨리 스미스의 다른 책을 검색했고, 몇 권을 보관함에 넣었으며, 적어도 한 권 이상을 올해가 가기 전에 읽어볼 예정이다. 그러나 조금 조심하셔야 하는 건, 이 작가야말로 독자와 합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읽는 도중 열광해 마지않았는데 다른 독자도 다 나와 같지는 않을 듯하다.


  * 한 가지 더. 1894년에 프랑스 출신 테러리스트 마샬 부르탱이 그리니치 천문대를 폭파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그리니치. 세계의 표준, 시간과 방위의 표준을 규정하는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이에 폴란드 출신 영국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가 이를 소재로 <비밀요원>이란 책을 출간했다. 우리의 총명한 등장인물 어린 브룩이 콘래드의 <비밀요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만일 여건이 허락하면 <데어 벗 포 더>를 읽기 전에 콘래드의 <비밀요원>을 미리 읽으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대산세계문학총서에서 왕은철의 번역으로 나와 있다. 잡화상 주인 벌록 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콘래드의 첩보 소설‘이라는 것만 가지고도 독자를 유혹할 수 있을 듯한데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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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4-26 09: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전거를 타고 뫼비우스의 띠 위를 달리는 카프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ㅎㅎ
저도 이 작품으로 처음 앨리 스미스를 접했는데요, 몇 권 더 읽어 보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뒀습니다. 아마 저도 올해 가기 전에 한 권은 더 읽어 볼 것 같아요. 그러나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독자와의 합이 중요한 작가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

암튼 낚시줄 잘 무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는 콘래드의 <비밀요원>을 물어갑니다.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04-26 09:31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콘래드 <비밀요원>이 재미는 별로 없어요. 19세기 사람이 쓴 거라서 요즘 작가들 같은 서스펜스, 스릴 이런 게 덜합니다.

<데어 벗 포 더>의 경우엔, 제대로 낚시하신 잠자냥 님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마땅합니다. 고맙습니다!!!!!!

coolcat329 2021-04-26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단 <비밀요원>을 읽어봐야겠네요. 기대를 안하고 읽으면 또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고 기대를 해보는것도 또 기대...이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어야겠습니다.
이 리뷰도 호기심 많은 물고기님들의 많은 입질이 예상되네요. ㅎㅎ

Falstaff 2021-04-26 10:15   좋아요 3 | URL
기대를 안 하신다면야 ㅋㅋㅋㅋ
게다가 대산세계문학총서. 판형이 조금 크고 글자가 빽빽한 책이라 페이지 넘기기 쉽지 않다는 매력도 있습지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좋다는 얘긴지, 아니라는 얘긴지 저도 잘 모르겠구먼요. ㅋㅋㅋㅋㅋ
<데어 벗 포 더>는 하여튼 합만 맞으면 대박입니다. 안 맞으면 코피 수준일 수도 있을 듯하니 조금 신중을 기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유부만두 2021-09-13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어요!!!! 브룩이 어째 유색인종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독자도 자꾸 책과 현실을 견주게 되더라고요. 브룩 쉴즈 언급도 반가웠고요.
멋진 책 추천에 다시 또 감사드립니다.

Falstaff 2021-09-13 08:47   좋아요 1 | URL
그죠, 그죠?
ㅋㅋㅋㅋ 이런 댓글 읽을 때가 기분이 제일 좋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고마울 정도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어 벗 포 더
앨리 스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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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전거 타고 뫼비우스 띠를 달리는 카프카.˝ 알라딘의 초절정 낚시 고수 잠자냥님의 미늘에 걸려 읽었다가 여지없이 대박. 카프카라고 우울, 우거지 죽상 생각하지 마시라. 발랄하고 심지어 천진하기도 한 클레베스트 적 상상력의 디너 파티! 독자는 즐기기만 하면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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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4-23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흡! 저도 냉큼 물었습니다ㅋㅋ

Falstaff 2021-04-23 16:39   좋아요 3 | URL
현명한 선택입니닷! ㅎㅎㅎ

새파랑 2021-04-23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 읽어보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했는데 낚시가 아니었군요 ㅎㅎ

Falstaff 2021-04-23 17:21   좋아요 3 | URL
낚시는 낚신데, 이런 낚시면 당연히 물어야 합지요! ^^

유부만두 2021-04-23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 두 권이라니요?!!

Falstaff 2021-04-23 20:03   좋아요 0 | URL
그럴 리가 있습니까. 한 주에 네 편만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간혹 그걸 넘쳐요. 그럼 뒀다 하루 이틀 후에 독후감 올리는 거 뿐입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4-23 20:19   좋아요 0 | URL
하루에 별 다섯 책 두 권 추천하시는 건 너무 ...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04-23 20: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한 해에 한 번 있을까말까... ㅋㅋㅋ 고맙습니다.

붕붕툐툐 2021-04-23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덥썩!!!!!!

Falstaff 2021-04-23 20:04   좋아요 0 | URL
좋은 선택입니다! ^^
 
자비
토니 모리슨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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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모리슨의 책을 안 읽어본 독자가 얇은 분량만 가지고 선택해놓고 코 깨지기 딱 좋은 책.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은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쓰는데 방법이 여하하건 간에 쉽게 줄줄 읽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아일랜드의 조선생, 프랑스의 프선생 같은 구대륙의 몇 작가들만큼 난해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친절하지는 않다. 물론 내가 읽어본 일곱 권의 책들에 한해 그렇다는 얘기다.
  이 작품도 책을 열면 도무지 현대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토니 모리슨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준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문자를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조합해 문장으로 엮어서 그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을 비문맹자라 한다. 그러나 여간한 훈련이나 선천적 능력이 없으면, 쓰고자 하는 내용과 관계없이, 이야기를 원고지 백 장 이상의 분량으로 서술하려면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 책의 첫 부분은 문자의 해독과 조합으로 ‘글’을 쓸 수 있지만 훈련이 덜된 인물, 나중에 플로렌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어린 아가씨가 쓴 문장으로 시작한다.

  노예 매매로 거액을 벌어들여 지금은 메릴랜드 근방 대 주블리오 농장의 지주가 된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교도 동 오르테가 집안이 있다. 저택에는 몸에서 정향냄새가 나며 실력 있는 주방담당 노예가 있었고, 이이는 같은 노예와의 사이에 난 딸과 주인 동 오르테가의 씨로 보이지만 확실하지는 않은 젖먹이 아들이 있는데, 이 노예의 맏딸이 바로 플로렌스다. 플로렌스는 열두어 살 때 개신교도 제이컵 바크 씨에게 팔려 우여곡절을 치루고, 바크 씨가 짓다 만 저택의 방 한 곳에 들어가 벽지에 빼곡하게, 편지는 아니지만 특정인을 위해 글을 써놓는데, 이것이 글의 첫 부분이다. 즉 미국문학의 거장인 토니 모리슨이 쓴 <자비>의 첫머리가 노예의 문장으로 시작한다는 것.
  그러니 독자는 처음부터 매끈한 문장 대신, 덜 훈련되고 인생도 덜 살아 미숙한 시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소녀가 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과거 시제tense가 들어가야 하는 곳을 현재 시제로 쓰고, 특정 단어가 들어갈 자리에 적절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모르긴 몰라도 역자 송은주는 특별히 플로렌스의 문장을 우리말로 바꾸는데 고생을 좀 했을 거 같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송선생을 한 번 볼 기회가 있으면, 소주 한 잔 하면서 혹시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우며 드물지 않게 사용하는, 틀린 건 아니지만 어딘지 어색한 어미변화에서 힌트를 받아 번역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것은 이미 빌 포크너나 베시 헤드 등에 의하여 시도된 적이 있어서 낯선 건 아니다. 그래도 책을 읽다가 난데없이 이런 장면이 나오면 조금은 갑갑해지기는 한다. 그러나 다행히 이 책에선 몇 번 시도하는 플로렌스의 벽지wallpaper 소설 말고는 쉽게 읽히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
  스토리를 시간 순서대로 조금만 설명해보기로 하자.
  19세기도 아니고, 18세기도 아닌, 17세기의 미국. 메릴랜드 지역은 이 이전에 스웨덴의 영토였다가, 네덜란드로 소유권이 넘어가고 이후로도 복잡하게 유지되어 온 땅. 그리하여 종교 역시 침례교와 퀘이커교도, 기타 교조적 개신교 분파와 그들에게 허식 덩어리 이교도로 인식되어 온 가톨릭까지 잡탕을 이루었고, 유럽 각지에서 온 백인들이 쉴 새 없이 원주민들에게 땅을 팔라고 요구해 서로 거대한 땅을 소유해 경작을 시작하던 시기. 호손의 <주홍글자> 비슷한 시대라고 짐작하시면 크게 틀림이 없으리라. 다만 <주홍글자>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았던 장면,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대규모로 흑인 노예들을 수입해와 수많은 물라토, 크리올, 삼보, 메스티소, 로보. 치노, 코요테 등의 인종들이 생겨났다.
  이때 영국의 구빈원에는 제이컵 바크라는 소년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낳다가 숨을 거뒀고, 아버지는 아이를 내버려둔 채 나가버려 돌볼 친척도 없는 아이는 당연한 코스를 밟듯 구빈원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글자를 습득하는 행운을 잡는다. 나이가 조금 들자 운 좋게 법률회사 사환으로 들어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재기를 드러내 특히 상업 방면으로 좋은 자질을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라, 훗날 한국에서는 독고탁이란 소년에게 이런 일이 집중해서 벌어졌듯,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삼촌이란 작자가 미국에서 자손 없이 숨을 거두며 좋은 기후대의 기름진 땅 120에이커를 제이컵에게 상속해버린다. 그래 제이컵은 아메리카 동부 해변의 바베이도스에서 조금 살다가 드디어 상속받은 120에이커의 농장으로 거처를 옮기며 농업과 상업을 겸업하기에 이른다. (난 눈을 뒤집고 봐도 주변에 이런 삼촌, 고모, 외삼촌, 이모가 없으니 얼마나 불행한가.)
  제이컵은 주로 모피와 담배를 금과 바꾸는 중개상을 한 인물로, 이제 정착을 하려니 아내를 얻어야 할 일. 그리하여 조국 잉글랜드에 건강하고 순결한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하고자 한다, 광고를 내고 현지 변호사 입회하에 일차면접, 이차면접, …, n차 면접까지 거치고 나서 다시 17세기 기준의 순결한 아가씨라는 공증을 받기 위해 순풍산부인과에서 3백년 후 1980년 영국의 스무 살짜리 세자비 간택녀 다이애나 아가씨가 받게 될 처녀막 검사까지 마친 레베카 아가씨를 배필로 맞아들이기에 이른다.
  레베카가 삼등 배편으로 대서양을 건너오기 전에 그나마 백인치고 마음씨가 따듯한 제이컵은 선장의 사생아로, 낳자마자 근 스무 해 가까이 배에서만 살아왔던 유색인 처자 소로Sorrow를 데려와 별로 쓸모는 없지만 농장 일에 투입을 했고, 최근에는 원주민 소녀 노예 리나를 쇼핑해 와 역시 가사일과 농장 일을 거들게 한 상태. 레베카가 메릴랜드에서 내린지 20분 만에 뚝딱 결혼식을 마치고 농장에 가서 보니 아무 죄 없는 리나와 왠지 모르게 서먹서먹. 세월은 둘 사이에 우정을 쌓게 하고 맏딸 패트리시안의 출산을 리나가 적극적으로 도운 다음 더욱 가까워진다. 물론 이후에 곧 죽을 세 명의 아들을 출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후. 제이컵 씨는 저 위에서 소개한 동 오르테가 씨의 식사 초대를 받는다. 지주가 중개인을 직접 만나자는 건 체면을 무릅쓰고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기 위함인 걸 알면서도 응할 수밖에 없었는데, 겉멋만 잔뜩 들은 가톨릭교도가 자신이 데리고 있는 노예를 넘겨주고 대신 채무를 변제해달라는 거였다. 당시 이 지역이 포르투갈 관리 하에 있었는지, 요구를 거절하고 소송을 한다면 몇 십 년이 걸려야 하고,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몸에서 정향 냄새를 풍기는 요리사를 점찍는다. 동 오르테가가 거절할 것임을 짐작하면서. 제이컵이 요리사에게 한 발 가까이 접근하자, 요리사가 얼른 낮은 목소리로 제이컵에게 거의 간청하는 목소리로 속삭이기를, “세뇨르, 저는 안 돼요. 저 애를 데려 가세요. 제 딸을 데려가요.”
  제이컵이 생각하기를 아직 살았으면 맏딸 페트리시안과 비슷한 나이 정도 됐으니 아내에게도 위안이 되리라 싶어 그 자리에서, 가톨릭 신부에게 글쓰기를 배운 플로렌스를 집안의 노예로 데려오게 된다.
  여기서 난데없는 모리슨의 실수. 또는 나의 오독misreading. 제이컵은 동 오르테가가 속물이라 단 하나도 배울 게 없음을 단박에 알아챘지만, 그가 사는 저택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 오르테가를 방문한 거 맞다. 그리하여 집에 돌아와서 자신이라고 저택을 짓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집을 남긴다는 걸 되살려 갑자기 숲의 나무를 몽땅 베고 그 자리에 저택을 짓기 시작한다. 원주민 출신 여인 리나는 숲의 나무를 함부로 베는 게 불길하다고 예언을 했고, 소설에서 불길한 예언은 언제나 적중한다는 소설작법 제 2장 3조에 의거, 한꺼번에 많은 인부와 자재들이 들어왔고, 이를 운송하기 위한 마차를 끄는 짐말 역시 농장에 들어오는데, 작가 토니 모리슨은, 이때 첫딸 페트리시안이 말의 발굽에 머리를 채여 죽었다고 얘기한다. 오르테가의 저택에서는 죽은 페트리시안의 또래라는 걸 염두에 두고 플로렌스를 데려왔으면서. 내 오독이었으면 좋겠다.
  불행은 언제나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서, 저택 건설 중에 우리의 제이컵 바크 씨마저 천벌을 받았는지 천연두에 걸려 숟가락을 놓고 만다. 천연두는 지금이야 지구상에서 완전히 소멸되었지만 당시엔 치명적 전염병이라 제이컵이 죽자마자 매장을 하고 곧바로 아내 레베카도 앓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레베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에 자신만의 처방으로 아픈 사람을 고쳐준 적이 있는 저택 건설 당시의 대장장이를 찾아오라고 플로렌스를 보내게 되고, 흑인 소녀애가 혼자 험한 시절, 험한 길을 헤치며 온갖 난관 끝에 기어이 그를 찾아 마님의 병을 돌보기에 이르는데, 왜 플로렌스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저택의 방 하나를 골라 글씨도 읽지 못하는 대장장이가 읽어보라고 벽지에다가 빼곡하게 글을 써놓았을까. 그것도 글을 다 쓰기가 무섭게 저택 전부에 불을 싸지를 거면서.
  그건 직접 확인하시라. 왜 제목을 <자비>라고 했으며, 자비로운 행위가 도대체 어떤 일이었는지도. 그러면 쉽지 않은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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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4-2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께서도 ‘적어도 친절하지 않다‘고 하시는데, 제가 가입해 있던 고등학교 시절 독서 서클에서 호기롭게 선정했던 책이 바로 [비러브드]여서, 다들 테이블 가운데 놓인 다과를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딩 친구들이 책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 이야기도 못나눴던 기억이 가물가물^^ 얇은 책이라 하셨는데도 리뷰보니 내용이 일차원이 아니네요. <비러브드> 먼저 재도전하고 <자비>를 나중에. 저는 숙제 하나 또 얻어 갑니다.

Falstaff 2021-04-23 14:17   좋아요 1 | URL
아, 그런 적도 있으시군요. 그래도 알찬 학창시절을 보내셨습니다.
<빌러브드>도 재미있고, <솔로몬의 노래>도 잘 읽힙니다.
저는 토니 모리슨이 현대를 배경으로 한 책을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조금 더 불친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지까짓 것이 소설밖에 더 됩니까. 그냥 읽으시면 되지요 뭐. ^^

2021-04-23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3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