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소리 전집 서문문고 100
신재효 지음 / 서문당 / 199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재효, 라고 하면 꽤 오래 전 인물인 줄 알겠지만 사실 1812년생.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와 같은 나이다. 어머니가 당시 나이로 이미 노년에 접어든 마흔이 넘어 치성을 드리고서야 얻은 외아들이었으나 효성 지극할뿐더러 이재에도 밝아 전라북도 고창현의 아전노릇을 하며 착실하게 부를 쌓아 천석꾼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개항을 한 1876년 병자년의 대흉년을 맞아 도처에서 백성들이 세상에 나오지 말고 태중에 죽지 못한 것을 한탄할 정도로 굶주리고 있을 때 자신의 적지 않은 재산을 털어 이들을 구휼했으며, 또한 상당한 재물을 경복궁 재건을 위한 원납전으로 희사하여 통정대부라는 명예직을 얻기도 했으니, 1894년 인근 정읍 이평의 고부에서 시작한 동학혁명 와중에도 자손들의 일신은 물론이요 가세 역시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을 터. 신재효는 평생 판소리를 즐겨 듣고, 하고, 풍류를 즐기며 살았다고 하며 현재의 우리가 기념하는 신재효의 업적 역시 당시 불린 열두 마당의 판소리 가운데 여섯 마당을 개작해 보존한 일이다. 《한국판소리전집》은 그가 정리한 <춘향가>, <심청가>, <토별가>, <박타령>, <적벽가>, <변강쇠가> 여섯 마당 모두를 한 책에 모아놓은 결과물이다.
  <춘향가>와 <적벽가>, <변강쇠가>는 “성두본星斗本 B”, <심청가>, <토별가>는 “신씨가장본申氏家藏本”, <박타령>은 “성두본星斗本 A” 임을 밝혀 각기 다른 세 가지 판본에서 인용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춘향가>는 민음사에서 출간한 <춘향가>와 조금 다르고, <박타령>엔 판소리 <흥보가>에서 놀부가 흥보네 집에서 화초장을 얻어 걸머지고 집에 돌아가는, 화초장, 화초장, 장화초, 초장화. 된장, 간장, 고추장, ‘화초장’의 이름을 헛갈려 애를 먹는 코믹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고, 흥보의 큰 아들이 샅을 긁적이면서, ‘부랄 밑이 근지러우니 장가보내주오!’ 하는 장면도 발견할 수 없으며, <변강쇠가>에서도 ‘멀리 보면 도끼 팬 자국이오, 가까이 보면 썩은 말눈깔이로다.’는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민음사에서 읽은 <춘향가>에 없는 대사도 많이 나오는데, 이 책, 정병욱, 김삼불, 김동욱의 대를 이어 우리나라 판소리 연구의 명맥을 이어 온 강한영 전 교수가 선택한 이 판본은 다른 책들보다 더 읽는 맛이 난다고 해야 마땅하다.
  편자 강한영은 책머리의 해설에서 “‘판소리’와 ‘판소리 사설’은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광대의 소리와 너름새 그리고 아니리가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추어 극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판소리’라면, ‘판소리 사설’은 정선된 시어로서 분명하고 완연하게 한 마당을 구성하는 희곡적 문예작품이다. 즉, 판소리는 음악을 통하여 표현되는 극적 양식이요, 판소리 사설은 가사로 씌어지는 희곡적 양식이다. 따라서 판소리 사설은 우리의 고유 전통적인 문학의 한 양식이며, 음악적 전제의 제약을 필연적으로 가지는 형식상의 특성을 지닌다.”라고 설명했다. 즉 이 책 《한국판소리전집》은 우리 고유의 전통적 문학의 한 형식을 보여주는 것이지 판소리 자체의 대사, 리브레토의 한 종류로 기능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판소리 사설들을 읽어보면, 19세기 조선의 전형적인 중인계급의 문예라는 생각이 든다. 주로 중국의 역사와 문학 속에 등장하는 영웅, 미녀, 시인, 문장가, 황족, 시조들로부터 만들어진 숱한 시어들과 전래되는 이야기가 무수하게 등장하니 아무리 19세기라 한들 소위 ‘진서’라고는 고무래 정丁자도 모르는 백성들이 자유롭게 즐기기는 힘들 터이었으되, 전편을 깔고 가는 해학과 진솔한 유머는 또 저 위의 진짜배기 양반들이 차마 들어주기 힘든 웃음, 거의 폭소 코드가 깔려 있으니 이 두 가지를 마음 놓고 흠향하며 싱긋 웃을 수 있었던 계급은 신재효 자신이 속했던 중인 계급 아니었을까.
  처음에 <춘향가>를 읽다가, 솔직하게 이야기하건데, 애초부터 그냥 이야기를 읽는 방식으로 아무 감흥 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나도 모르는 순간, 그저 일상적인 책 읽는 습관이 저절로 조선시대 가사문학을 읽을 때 흔히 그러듯이, 문장을 3.3.4.4. 또는 4.4.4.4. 이렇게 저절로 띄어 읽기로 변해버린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춘향이 이도령을 옥문獄門을 사이에 두고 만나 하는 말이,
  “와 계신가, 와 계신가. 우리 낭군 와 계신가. 더디었네 더디었네, 어찌 그리 더디었나. 그새에 부모님은 기체 안녕하옵시며, 서방님 천리 행차 평안히 오시니까. 어찌하여 그 문필에 급제를 못 하신가. 입은 복색 꾸민 맵시 남 보기는 과객이나, 하는 말씀 뵈는 기운 내 짐작은 의심일세. 수가須賈를 속이려고 범저范雎 옷을 입었으나 소진의 처 내 아니니 불하기不下機를 하겠는가. (중략) 그새 그리 적조積阻키는 동방화촉 신정 만나 금슬종고琴瑟鐘鼓 즐기느라 나를 아주 잊었던가.”각주
  위의 인용을 산문 읽는 식으로 읽는 것하고, 속으로 운율을 먹여 4.4.4.4 / 4.4.4.4 이런 식으로 읽는 것 사이엔 차이가 많다. 이렇게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이 딱, 다가오면, 판소리 사설 여섯 마당 어느 하나 빼지 않고 다 그러는데, 나도 모르게 너무도 노골적인 장면과 단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나와 난데없이 폭소를 터뜨리는 때가 올 것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차마 이 곳에 인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가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를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사용하니, 지금부터 2백 년 전에는 그런 단어가 지금처럼 금지어禁止語 비슷하지 않아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사설들에 비해서 그중 소프트한 <토별가>의 한 장면을 보면, 별주부가 토간을 얻기 위해 뭍으로 긴 항해를 떠나기에 앞서 이종사촌 고둥, 내종사촌 소라, 진외척숙 우렁이, 육지사는 사돈 달팽이들과 이별의 말을 주고받는데 난데없이 해구, 물개란 놈이 와서 친척을 칭하니 별주부 묻기를, “우리 집 내외척이 다 내력이 있느니라. 고둥, 소라, 우렁이들이 내 목과 같아여서 들락날락 하는 고로 촌수가 있거니와, 네가 어찌 척분 있노.” 해구, 물개란 놈을 이야기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래 최고의 양기보양제인 해구신을 들 수 있을 터, 이 놈 웃으며 대답하기를,
  “ 내 X지도 네 목같이 서면 들어가고 앉으면 나오기로 주부에게 척숙되제.”
  나는 실제로 공연하는 판소리 다섯 편 가운데 <적벽가>를 제일 좋아했다. 소리 자체가 웅혼한 동편제의 목청으로 장대한 명판을 만드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런데 사실 공연을 관람하거나 음반으로 듣는 판소리에서는 복잡다기한 가사가 주는 매력을 십분 즐길 수는 없는 일. 이 <적벽가>는 삼국지연의에서 두 번 벌어지는 중국역사 3대 대전의 하나인 적벽대전을 그리면서도 역시 하도 웃어 배가 아플 정도의 지독한 농이 섞여 있음에, 과하게 우스워 이 하찮은 독후감에도 옮겨 적지 못할 정도이다. 놀랍지? 조조, 정욱, 장요, 서황, 허저, 손권, 주유, 황개, 한당, 주태, 장흠, 유비, 제갈량, 관우, 장비, 조운이 총 출동하는 웅혼한 영웅담 속에 그렇게도 심한 저잣거리의 웃음코드를 심어 놓았다는 것이. 그게 무엇인지는 절대 가르쳐 드리지 않겠다. 뜻이 있으면 책값도 저렴하니 (5천원이 안 된다.) 직접 사 읽어보시라. 당신이 약간의 한자어 해독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훨씬 좋을 수 있을 텐데 뭐 아니어도 상관 없다.




 

* 참고 참았지만, 판소리 사설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재미있는 (사실은 야한) 사설 몇 마디 더 올리지 않는 건, 우리 판소리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는 생각이 들고, 위에 해구 즉 물개가 한 얘기도 있고 해서, 아래와 같은 것이 무엇일꼬, 하는 퀴즈를 드리는 바,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냐 꾸짖지 마시기만 바라오며..... 이런 글 올리면 서재 친구들 투두둑, 이제 너하고 친구 안 해, 하는 게 일상이지만서도.



  "이상히도 생겼다. 맹랑히도 생겼다.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털은 돋고 이는 없다. 소나기를 맞았던지 언덕 깊게 파이었다. 콩밭 팥밭 지났던지 돔부꽃이 비치었다. 도끼날을 맞았던지 금 바르게 터져 있다. 생수처 옥답인지 물이 항상 괴어 있다. 무슨 말을 하려관대 옴질옴질하고 있노. 천리행룡 내려오다 주먹바위 신통하다. 만경창파 조갤는지 혀를 삐쭘 빼었으며, 임실 곶감 먹었던지 곶감 씨가 장물이요, 만첩산중 으름인지 제라 절로 벌어졌다. 연계탕을 먹었던지 닭의 벼슬 비치었다. 파명당을 하였던지 더운 김이 그저 난다. 제 무엇이 즐거워서 반쯤 웃어 두었구나. 곶감 있고, 으름 있고, 조개 있고, 연계 있고, 제사장은 걱정없다."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전배사령 서려는지 쌍 걸낭을 느직하게 달고, 오군문 군뢰던가 복덕이를 붉게 쓰고 냇물 가에 물방안지 떨구덩떨구덩 끄덕인다. 송아지 말뚝인지 털고삐를 둘렀구나. 감기를 얻었던지 맑은 코는 무슨 일꼬. 성정도 혹독하다 화 곧 나면 눈물난다. 어린아이 병일는지 젖은 어찌 게웠으며, 제사에 쓴 숭어인지 꼬챙이 굼기(구멍이) 그저 있다. 뒷 절 큰방 노승인지 민대가리 둥글린다. 소년인사 다 배웠다, 꼬박꼬박 절을 하네. 고추 찧던 절굿댄지 검붉기는 무슨 일꼬. 칠팔월 알밤인지 두 쪽 한데 붙어 있다. 물방아 절굿대며 쇠고삐 걸랑 등물 세간살이 걱정없네."

 

 

각주. 춘향과 이도령이 옥문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대사를 보면, 이도령이 한양으로 올라가자마자 참판댁 영애와 정식 혼인한 사실을 춘향은 이미 알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 대산세계문학총서 161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지음, 신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세기 중반에 태어나 영국, 프로이센, 프랑스가 복잡하게 얽힌 소위 ‘7년 전쟁’에서 청춘을 보내고 19세기 초반까지 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낸 에스콰이어Esquire, 그러니까,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소설가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골선비, 향사鄕士 계급 ‘레드먼드 배리’가 늘그막에 통풍, 손가락 결절, 류머티즘, 요로결석, 간질환, 알코올성 섬망증으로 투병하며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쓴 회고록이 이 책의 98%. 나머지 2%는 회고록을 편집해 출판한 편집자의 첨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은 레드먼드 배리의 일인칭 시점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회고록답게 전적으로 배리, 나중에 잉글랜드의 왕이 ‘배리 린든’으로 성姓을 이어 쓰는 것을 허락한 이후엔 배리 린든의 주관적 판단과 개인적인 가치관에 입각해 바라본 세계와 도덕률로 무장하고 있어 책의 앞부분에서 약간 헛갈릴 수도 있지만, 본문의 첫 페이지에서 시작하는 긴 문장 하나를 읽고 나면 단박에 그의 정체를 눈치 챌 수 있으니, 배리 린슨 씨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문장을 한 번 읽어보기로 하자.


  “나는 천하의 사나이로서, 내 구두나 닦는 하인보다 나을 것이 없는 가문 출신 주제에 높은 혈통을 타고난 척 젠체하는 작자들의 주장을 진심으로 경멸하도록 배워오긴 했지만, 그리고 자신이 아일랜드 왕의 후손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우리 동네 수많은 촌뜨기의 떠벌림이나 고작 돼지 한 마리 먹일 정도의 영지가 공국이라도 되는 듯이 말하는 행태를 전적으로 비웃는 사람이긴 하지만, 진실에 따라 나 역시 우리 가문이 이 섬나라에서, 아니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가문일 것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아일랜드라는 섬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노아의 셋째아들 야벳이 배를 타고 도착해 이룬 민족이란 믿음 또는 미신이 있었던 모양인데, 레드먼드 배리를 비롯한 여러 향사들의 조상들은 심지어 야벳이 아일랜드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어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귀족 가운데 귀족, 왕 중의 왕의 후손이라는 일면 터무니없기도 하고 일면 (잉글랜드의)식민지 향사 떨거지들이 자존심을 떨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가문을 주장했던 모양이다. 잉글랜드에서 별 볼일 없던 작자들이 아일랜드로 건너와 원주민들과 여차한 다툼을 벌여 재산권을 주장하면서 법정에 소를 걸기만 하면 거의 예외 없이 원래의 아일랜드 땅주인이 패소를 하는 바람에 섬의 거의 대부분은 잉글랜드 사람들의 소유로 넘어간 건 사실이어서 이런 현상이 아일랜드가 독립하는 1920년대까지 계속되어 아일랜드가 낳은 글 좋은 작가 중의 한 명인 '쓸쓸한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 속에서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하여튼 레드먼드 배리는, 자신의 선조 시몬 드 배리로 말할 것 같으면 그와 가까운 잉글랜드 군주 리처드 2세를 따라 자신의 조국인 아일랜드를 침략해 먼스터 왕의 아들들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그 딸과 결혼한 사람으로 이후 조상들이 전쟁, 반역, 허송세월, 사치, 한물간 신앙과 군주를 위한 헛된 옹호만 하지 않았더라면 아일랜드의 왕관은 자기 머리 위에 얹혔을 것이라고, 주님의 오른 편에 앉기 위해 주의 부름에 응하는 순간까지도 주장하는 인물이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누구나 레드먼드의 정체성을 알아채실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에, 유럽인일지언정 183 센티미터의 키면 상당한 높이를 자랑했을 터인데, 여기에 생기기까지 온 아일랜드와 잉글랜드를 합해서도 구경하기 쉽지 않은 외모를 가졌으며, 어려서부터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희롱에 휩싸여 할 수 없이 살게 된 런던의 뒷골목에서 배운 주먹다짐과 총칼을 다루는 솜씨가 절대 두 번째 자리에 만족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몰락한 아일랜드 향사의 아들 레드먼드. 일찍이 형의 재산을 중간에서 싹 물려받아, 연 4백 파운드 밖에 안 되긴 하지만 그 돈으로도 어떻게 해서든지 경주마 일곱 필을 소유했던 ‘포효하는 해리’ 배리 씨의 외아들이기도 하다. 아버지 포효하는 해리 배리 씨는 더블린 최고의 미녀이자 브래디 성의 성주 율리시스 브래디의 따님 벨 양과 야반도주해 도둑결혼을 해치우고 런던에서 왕과 같은 씀씀이로 재산을 최단시간에 거덜을 내고는 드디어 잉글랜드의 군주 조지 2세의 은혜를 받아 팔자가 피려는 바로 그 순간, 운명적으로 운명해버리고 만다. 이래서 잠깐 엄마와 함께 런던 뒷골목에서 험하게 소년시대를 보낸 적이 있다는 얘기.
  더 이상 가난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 벨 배리 여사는 아들을 데리고 고향집 브래디 성에 3년간 머물게 되는데, 모자가 사실상 빈털터리라는 것이 밝혀진 순간 외숙모와 엄마와의 전투가 격렬해져 열다섯 살에 모자는 독립을 하고, 이제 배꼽 아래에 까슬까슬한 터럭이 돋은 레드먼드는 여덟 살을 더 먹은 사촌누이 노라에게 첫사랑을 느껴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인다. 나이든 여인과 첫사랑이라 황당하다는 게 아니라, 예쁠 것도 없고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닌 사철 발 벗은 누이와의 사랑을 위해, 육군 대위 퀸 씨와 결투를 벌이기에 이르기 때문. 책을 통틀어 유일하게 선량하고 지적인 캐릭터인 페이건 대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열다섯 살의 레드먼드는 권총 결투에서 드디어 퀸 대위의 목 보호대 바로 아래 가슴에 정확하게 총알을 박아 넣고는 어머니의 거의 모든 현금재산 20기니를 가지고 수도 더블린으로 도망한다.
  열다섯 살의 소년이 거금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몽땅 사기를 당한다. 한 푼도 없이. 이 와중에 온갖 사치를 위해 약속어음을 발행해버리고, 그걸 아이고 어음에 자기 본명으로 서명을 했으니 이제 브래디 성에서의 살인범이 바로 밝혀질 순간이라 어떻게 움치고 뛸 방법이 없나 싶을 찰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 잉글랜드 육군에 입대하는 것. 그리하여 열다섯 살의 레드먼드 배리는 잉글랜드 육군 이등병으로 독일로 파견되어 7년 전쟁에 온몸을 부딪게 된다. 그나마 천만 다행이 독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지휘관으로 선하고 지혜로운 페이건 대위가 내정되었다는 점. 그러나 군대는 군대. 어찌 고단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천부적인 사기 기질을 발휘해 육군 중위의 신분으로 탈영에 성공해 드디어 네덜란드로 향하는가 했으나, 세상에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그리 많아? 도중에 군인 장사꾼들에 잡혀 어이없게도 프로이센 신병으로 재입대하는 불운을 겪는다.
  왜 앞 장면을 이리 다 이야기하는가 하면, 프로이센 사병으로 근무하던 중 생각 외의 인물을 만나 앞으로 유구하게 써먹을 자신의 직업을 정하게 되기 때문인데, 적어도 거기까지는 내용을 소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거, 후에 책을 진짜 읽어보실 분을 위해, 그리고 출판사를 위해 영업을 좀 하고 싶어서이다. 누구를 만나느냐, 184 센티미터 정도의 화려한 의복과 금줄 두 개로 만든 시계의 주인공, 작은 함 속에 어떤 기밀서류가 들어 있는지 열쇠를 늘 품 속에 넣고 다니는 신사, 그러나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의 수도마다 빚쟁이가 있는 화려한 사기꾼이자, 일찍이 버리거나 바꾸지 못한 종교 때문에 동생에게 자신의 모든 상속권을 빼앗긴, 레드먼드 자신의 큰아버지 ‘슈발리에 발리바리’였던 거다. 우리의 레드먼드는 큰아버지 슈발리에 발리바리를 만나면서부터 이후 큰돈을 벌게 하고 자신을 뻔뻔한 사기꾼으로 만들게 하는 위대한 직업인 사기도박꾼의 길로 접어든다. 물론 백부님의 놀라운 기지를 이용해 프로이센 군대에 작별을 고한 다음이기는 하지만.  남은 건 어떻게 ‘배리’가 ‘배리 린든’이 되는가 하는 것과 몰락의 과정. 그건 직접 읽어보시라.
  오래 전에 읽은 새커리의 장편소설 <허영의 시장>이 그리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때만 해도 책 읽는 시각이 그리 넓지 않아서 그랬는지 별로 재미없게 읽어서 이번에 새커리를 고를 때는 생각이 좀 많았다. 새커리를 영미문학권에서는 디킨스와 거의 동급으로 친다고 하는데, <허영의 시장>만 읽어보고는 어딜 디킨스에다 대고 비비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가, 이번에 <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을 읽고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후감 본문에서도 썼듯이 선량하고 지혜로운 젠트리 계급이라고는 페이건 대위 딱 한 명만 등장하고 나머지 모든 인물은 다 속물 아니면 사기꾼, 범죄자들이다. 이 책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으면서 읽는다면 행간에 숨은 역설 또는 해학, 그것도 아니라면 골계의 비틀어진 시큼한 맛을 흠씬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긴 <허영의 시장>에서도 도입부에 가난한 졸업생 레베카에게 졸업선물인 사전dictionary을 주지 않아 교장의 동생이 어렵게 구해 몰래 전해주니까, 마차를 타고 출발하자마자 창밖으로 사정없이 내팽개쳐버리는 쇼킹한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적이 있었다. <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이 비록 19세기 초반, 지금부터 2백 년 전에 쓰인 작품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걸 읽고 나서야 영미 소설가들이 왜 새커리를 그리도 자주 인용하는지 조금은 감을 잡았다고나 할까.
  일독을 한 번 해보시려는지, 그건 당신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화자 ‘나’는 몸집이 크지 않고 조밀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체형을 종종 ‘단단하다’고 하듯이 성격과 입맛에 까다롭지 않으며, 위의 크기, 팔 근육, 폐, 콩팥과 췌장, 간, 시력, 복부대동맥, 방광기능 등 모든 신체조건이 정상수치로 어떤 약도 복용하지 않으며, 여행용 비상키트 품목에 생리대를 지워버린 나이지만 호르몬 주사 같은 것도 맞을 필요가 없고, 건강한 이를 가지고 있으며 머리카락은 석 달에 한 번씩 바리캉으로 밀어버리고 다닌다. 애초에 어딘가 일정기간 머물다보면 금방그곳에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드는 유전자를 갖고 있지 못해 저 아시아 동쪽 끝의 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나’같은 사람더러 사주에 일컬어 역마살이 끼었느니 어쨌느니 한다고 들었다.
  물론 ‘나’는 작가 자신이 아니라 작가가 만든 화자일 뿐이라서, ‘나’가 작가처럼 바르샤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 지부가 있던 건물에서 전공인 심리학을 공부하긴 했지만, 공산주의 정권을 견디지 못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지금은 결혼해 자식들 낳아 다 독립시키고 뉴욕에서 살고 있기도 하고, 뉴질랜드에서 난데없이 첫사랑으로부터 이 메일을 받고 주저하지 않고 그를 만나보기 위해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바르샤바 행을 결행하기도 한다. 뉴욕과 뉴질랜드에 사는 장년의 여인이 같은 사람이냐고? 아니. 그러나 폴란드 출생 이민자인 건 같다. 이런 의미에서 화자 ‘나’이기도 하고 작가 토카르추크이기도 하다.
  인간은 정착민인가 유목민인가. 유목민이었다가 농사법을 발견한 이래 정착민으로 진화했다. 농사를 짓고부터 ‘저장’이란 개념이 생겨 ‘무한정 저장’,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개념에 충실하기 위해 이웃들과의 ‘대규모’ 약탈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큰’ 권력이 생겼으며 이리하여 국가가 탄생했던 거 아닌가. 그러니 인간은 정착지향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목, 또는 이전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가 빙하기라 수심이 낮아진 아라비아 해를 건너 유럽으로, 아시아의 끝 베링해협을 건너 저 칠레 남부까지 이동한 것이 증거이리라.
  나는 책을 읽으며 난데없이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생각났다. 거기서 한비야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평생 새장 속에서 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창공으로 비상할 것인지.”
  한비야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 기회의 불균형과 맞서 싸우지 않겠느냐고 권유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한비야처럼 월드비전에 속해 사는 것이나, 토카르추크의 화자 ‘나’처럼 그냥 길을 떠나 돈이 떨어지면 현지에서 잠깐, 다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여비를 벌기까지 짧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방랑을 하든지 하여튼 길을 떠날 각오를 해야 무엇이든 간에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독자들이여, 한비야나 토카르추크의 비상 또는 방랑에 주눅 들지 말자. 정착해서 착실하게 사람의 한 살이를 해내는 것도 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힘들고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지어니.
  책의 제목을 <방랑자들>이라 해놓았으니 독자는 당연히 세계각지를 여행하는 내용이리라 생각하겠지만, 정말 재미있던 건, 토카르추크의 방랑은 한 인간의 밖에 있는 공간으로의 세계와 더불어, 인체 내부의 마이크로 공간도 포함한다는 것. 이것을 위하여 작가는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이란 학문을 정의한다. 인간은 방패와 갑옷, 무기로 지어진 존재로 일종의 도시이며, 도시 안의 모든 건축물은 성벽, 방어막, 요새를 갖추어야 하듯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벙커로 세워진 나라라고. 실제로 어떤 객관적인 경험을 하더라도 인간은 해당 경험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방어기재가 될 수 있는 재료로 사용하는데, 그러기 위해 사실조차도 왜곡시키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존재다. 대표적인 것이 1950년대 바야흐로 대홍수가 닥쳐 모든 생명체를 절멸시키기 바로 전에, 우주선을 타고 하느님이 내려와 선택받은 몇 명의 신도들을 데리고 극락왕생, 휴거를 약속했다고 주장하던 인간들이, 약속한 그날 자정까지 멀쩡하게 살아 있더니 맑은 밤하늘에 별만 총총하게 빛나면서 새벽이 다가오자 몇 시간동안 회의를 하다가, 우리의 선한 믿음으로 하느님께서 멸망을 늦추셨다고 했다는, ‘인지 부조화 이론’ 아닌가.
  이 책에선 실제로 서적 영업을 하는 폴란드 사람 쿠니츠키 씨 가족이 크로아티아의 비스 섬으로 여름휴가를 갖다가, 아내와 세 살 난 아들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온갖 생체실험을 당하고 나서 사흘 후에 발견이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동안 처자식을 찾기 위해 크로아티아 당국에선 헬리콥터를 동원해 비스 섬을 샅샅이 뒤지는 난리를 겪었는데 사흘 후, 아내와 아들이 멀쩡한 얼굴로 나타났으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남편이자 아빠 마음에 당연히, 아내를 닦달하지 않겠는가 말이지. 그래서 밝혀낸 사실. 정말로 외계인에게 납치됐었느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아내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면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하여튼 심리학자이기도 한 토카르추크가 인간 내면, 영적 내면 말고 진짜 육신의 내면에 관심을 쏟은 건 사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여간 모든 인지부조화를 겪고도 인간은 자신의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참으로 오랜 세월을 궁리해왔다. 기형인의 기형부위와 심지어 천재의 뇌, 쇼팽의 심장까지 인간들은 보존을 해서 두고두고 봐야 했는데, 이젠 ‘프라스티네이션’이란 최첨단 방식으로 신경줄기 하나, 세밀한 모세혈관까지 보관, 전시할 수 있을 수준이라고 하는데, 토카르추크는 참으로 집요하게 해부학과 보존의 역사를 정리해놓기도 했다. 이를 나는 인체 내부로의 방랑이라 하고 싶다. 세계 각지로 떠나는 방랑이 나중에 해부학적 내부 탐색과 조화를 이르는 건 물론이다.
  무수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그리하여 제목을 ‘방랑자들’이라고 복수형을 선택했을 것. 모든 출연진들의 방랑, 여행길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촘촘하게 박아 넣어 6백 쪽에 이르는 한 권의 장편소설을 만들었다. 길 떠난 이야기, 그들은 서로 만나면 반드시 물어보는 것이 세 가지 있단다.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어디서 왔나요? 어디로 갈 거지요? 그러나 모든 순례자들의 목적은 다른 순례자란다. 길을 떠나도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사람을 향한다는 의미. 사는 게 다 그렇다.



  * 민음사. 참 나. 책에는 모두 13장의 지도가 실려 있다. 본문이 끝나면 색인에 각 지도가 어떤 지도인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색인에 표시된 페이지를 열면, 어이없게도, 단 한 장의 지도도 발견할 수 없다. 책 교정하고나서, 당연히 지도가 실린 페이지가 바뀌었을 텐데 그걸 교정하지 않고 그냥 찍은 거다. 얘네, 책은 발가락으로 만드나보다. 욕을 다 먹으려면 아직도 멀었다, 멀었어. 민음사 편집부 직원 두 명이 등장해서 <방랑자들> 어땠어? 좋지? 좋지? 아 좋아, 좋아, 하면서 광고 비슷하게도 찍은 거 같은데, 책이나 좀 잘 만들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0-10-3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도 ㅋㅋㅋㅋ ㅋ 제 책만 파본인가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10-30 13:45   좋아요 0 | URL
진짜 요새 민음사 책 만드는 거, 고고 마운틴, 갈수록 태산입니다. ㅋㅋㅋㅋㅋ
개전의 정이 없어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창비시선 357
함민복 지음 / 창비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에 어쩌다가 함민복의 시집을 두 권이나 샀다고 했다. 원래 계획은 한 권 사서 읽어보고 좋으면 더 사 읽으려고 했는데, 한 권 사고 시간이 지나 벌써 함민복 한 권이 책꽂이 읽을 책 칸에 꽂혀있는 걸 깜박 하는 바람에 다른 시집을 더 산 거다. 인생이지 뭐.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에 관해서는 할 말 다 해 보탤 건 없지만,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과 연관해서 몇 마디 하면, 이제 쉰두 살이 된 시인이 아직도 여전히 강화도에 살고 있다는 거, 실제는 모르지만 하여튼 시 속에선 장가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 그리고 이젠 어머니의 품속에서 (완전히는 아니지만)거의 떠났다는 거.
  이 시집의 초판 간행이 2013년. 이명박 씨가 2013년 2월 24일 자정부로 대통령 직의 만기를 채웠으니, 시집 속의 시는 반은 이명박의 전봇대 정부 시절에 쓴 거겠다. 그리하여 노무현 씨의 자살, 이명박 씨의 4대강 사업 또는 대운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구제역 돼지 생매장 등 실제 상황이 드디어 등장을 한다. 물론 함민복은 진보 진영 쪽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고, 난데없이 <방울>에서 1970년에 죽은 전태일과 무려 24년 후에 생을 마감한 시인 김남주, 2010년에 세상을 뜬 (내가 존경해마지않는)리영희, 2011년의 김근태를 소환하기에 이르는데, 좀 생뚱맞다. 이들을 한데 묶어 “사람 길 지키려 치열했던 방울들 / 작아 큰 울림”을 냈다고 노래한다. 어찌 네 명 뿐일까. 이 사람들에게 ‘작아 큰 울림’을 냈다고 하는 건 물론 시인 마음이지만 글쎄 우리 현대사에서 이들은 ‘크고 커서 큰 울림’을 내지 않았을까? 물론 시적 표현이라면 할 말 없지만. 이왕 이런 이야기 나왔으니까 하는 얘긴데 이젠 더 이상 이미 죽은 네 명 같은 희생자 또는 자연사한 선각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을, 어느 시인이 있어 노래해줄까. 희생자나 선각자들을 요구하지 않는 세상이 그리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누가 선언할 수 있을지 못내 궁금하다.
  이외에 이제 농촌을 무대로 한 시들과, 살고 있는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 근방의, 바다와 뻘을 포함한 자연을 그린 시들이 많이 등장한다. 시는 연애와 비슷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과 연애할 확률이 높은 것처럼, 가까운 곳을 노래하는 것이 편하니까 이런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 시에 관해선 완전 초보인 내가 생각하기에, 함민복이 보다 실제 삶의 시에 천착을 했더라도 섣부른 참여시보다 좋았을 것 같지만, 시인이 시를 쓰는 소재나 제재를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시인 마음대로이니 불만은 없다. 뭐 다행이긴 하다.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한테 대학교수이자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이자, 삼국지 번역자이자, 교과서 편찬위원인 박상률처럼 ‘쥐박이’니 뭐니 하지 않아서. 하긴 함민복이 일단 시만 보자면 박 씨처럼 몰상식하게 거친 말을 함부로 입에 담을 인격이 전혀 아니긴 하다.
  그러나, 시집이 나온 2013년, 함민복처럼 시를 쓰는 것이 얼마나 효용이 있을 것인지에 관해 나는 회의having doubt했다. 그냥 예를 들기 위해 두 번째 실린 시 <달>의 전문을 인용해보자.


  보름달 보면 맘 금세 둥그러지고
  그믐달에 상담하면 움푹 비워진다


  달은
  마음의 숫돌


  모난 맘
  환하고 서럽게 다스려주는


  달


  그림자 내가 만난
  서정성이 가장 짙은 거울  (전문)


  읽는 순간 그림이 딱 그려진다. 착한 시. 시인 스스로가 말하듯 서정성이 깊은 시를 21세기에도 쓰는 것이 과연 필요하고 바람직할까. 이런 시들이 몇 편 연속적으로 주로 1부에 등장한다. 그래 시들을 읽다가 처음엔 과연 효용이 있나, 의심했고, 이어서 조금씩 마음이 바뀌어, 누군가가 소위 ‘착한 서정시’를 그래도 이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라고 결정했다.
  이런 시를 몇 편 읽다가 갑자기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이란 시가 눈에 보인다. 모르긴 몰라도 시인 자신의 집 아니었을까. 번지수까지는 몰라도 시인이 사는 곳이 동막리니까, 그렇게 유추했고, 저 앞에서도 그냥 시인이 이 집에서 산다고 한 번 해본 것인데, 또 아니면 어때, 일개 서생의 잡스런 독후감일 뿐이니. 하여간 이 시에 재미난 장면이 나온다.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사내가 개를 한 마리 키우면서 산다. 사내가 먹는 것이 개가 먹는 것하고 같지만 단지 먹는 때와 장소가 다를 뿐이다. 어느 날, 시인은 전화를 받고 외출을 하면서 개 목줄을 풀어주고, 집 잘 보고 있어, 타이른 다음 몇 날을 지내고 왔다. 그랬더니 문득 드는 생각.


  전화기 속 세상을 떠돌다 온 사내가 놀란다
  기다림에 지친 개가 제 밥을 놓아
  새를 기르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제
  바다가 보이는 그 집의 주인은 사내가 아니다  (부분)


  이것 역시 그림이 딱 그려지는 편안한 시. 아마 서울이겠지. 하여간 외출을 해서 며칠 만에 집에 와보니 개밥그릇, 흠. ‘개밥그릇’은 고등학교 시절 영어선생 별명이라 함부로 쓰기 좀 캥기는 바지만, 하여간 개밥그릇에 남은 밥알을 먹기 위해 새들이 모여 있었나보다. 그걸 시인이 보니까, 하긴 그래서 시인이겠지만, 개가 제 밥으로 새를 기르고 있다고, 그래서 진짜 집주인은 시인이 아니라 개라고 한다. 재미있는 시다.
  기본적으로 함민복의 시는 ‘가난의 시’ 범주에 든다고 한다. 어디서 읽었더라. 시집의 해설인가, 아니면 인터넷 서핑 중에 읽었나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돈이 뭔가. 숫자. 지갑과 호주머니를 채우는 지폐뭉치가 아니라 통장에 기입되어 있는 숫자. 그럼 지구의 무게는? 그것도 숫자? 여기 한 저울이 있어 감히 지구의 무게를 재고 있는 게 있다. 정말로 있다. 재미있는 역설. 일부를 인용하며 독후감을 끝낸다.



  앉은뱅이저울


  물고기 잡는 집에서 버려진 저울 하나를 얻어왔다


  저울도 자신의 무게를 달아보고 싶지 않았을까
  양 옆구리 삭은 저울을 조심 뒤집는다


  삼 점 칠 킬로그램
  무한천공 우주의 무게는
  0이더니
  거뜬히 저울판에 지구를 담은
  네 무게가 지구의 무게냐
  배짱 크다
  지구에 대한 이해 담백하다


  몸집 커 토막 낸 물고기 달 때보다
  한 마을 바지락들 단체로 달릴 때 더 서러웠더냐
  목숨의 증발 비린내의 처소
  검사필증, 정밀계기, 딱지 붙은 기계밀정아
  생명을 파는 자와 사는 자
  시선의 무게에서도 비린내가 계량되더냐 (후략)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0-10-27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함시인, 남들보다 늦었지만 결혼을 한걸로 알아요. 어머니 품을 떠났겠죠? ^^
이승희 시인은 달 표면의 명암을 보고 눈물 얼룩이라고 했던데, 시인들은 참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의 인용해주신 부분은 가슴 찡하게 하네요. 개를 보고 기다리다 지쳤다고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 새와 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굳이 개가 새를 기르고 있다고 표현한 마음, 절정은 그 집 주인은 이제 사내가 아니라고 한 것이요.

Falstaff 2020-10-27 13:28   좋아요 1 | URL
아, 늦장가를 들었구먼요. 다 늦어서 뭔 장가를 드나 그래. 깨끗하니 혼자 살지, 말이예요. ㅋㅋㅋㅋ
정말 시 만드는 사람들 보면, 그건 이미 어머니 태중에 기질이 정해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노력해도 안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시 쓰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산문은 구양수처럼 책 열라 읽으면 흉내는 내는데요. ^^
 
제로 K
돈 드릴로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돈 드릴로. <화이트 노이즈>를 읽고 이런 작가를 모르고 있었다는 걸 잠깐 억울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던 작가. 평생 뉴욕에서 낳고 살면서 토머스 핀천과 더불어 미국의 포스트 모던 소설의 양대 축을 형성한다는 말을 들으며, 올해도 영국의 베팅업체에 의하여, 물론 미역국을 먹긴 했지만,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었다. 이이의 작품 중에 읽어본 것이 <화이트 노이즈>, <마오 Ⅱ>, 그리고 케네디 암살범 리 오스월드를 그린 <리브라>, 이렇게 세 권인데,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이 하나 같이 재미있었다. 흥미진진하고. 이번에 읽은 <제로 K>를 굳이 한 바운더리로 말하자면 <화이트 노이즈>와 가까운 곳에 두어야 할 듯. 현대인의 삶에 깊이 개입한 첨단 문명. 호모 사피엔스는 자발적으로 인공지능과 데이터화 속에 함몰되어 버리고, 심지어 지난 1960년대 말부터 이 문명 가운데 하나로, 백만장자 또는 그 근처를 향유하던 불치병 환자들의 영생을 위해 그들이 앓고 있는 불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과학 또는 의술이 발달된 시점에 해동시켜 치료하고자 대기하기 시작했다 한다. 역자 황가한이 해설에 썼듯이, 현재 이런 냉동보존 회사가 미국에 세 곳, 러시아에 한 곳이 있다고 하며, 2017년 기준으로 미국 앨코어의 냉동 보관자가 152명, 대기자가 1,151명. 전신 보관 비용이 20만 달러, 머리만 보관하면 8만 달러라고 한다. 반면에 러시아의 크리오루스에서는 전신 보관이 3만6천 달러, 머리만 보관하면 1만2천 달러로 비용 면에서 미국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니, 배우이자 가수인 신신애의 노랫말처럼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머리만 보관한다고? 그렇다. 언젠가는 뇌를 포함한 머리통을 건강한 상태에서 죽은 젊은이의 몸통과 연결시킬 수 있는 이식수술에 성공할지 누가 아는가. 이 책 <제로 K>는 내놓고 처음부터 우즈베키스탄 아니면 타지키스탄의 황무지 지하에 건설해놓고, 지각변동을 제외한 세상의 웬만한 재앙들, 그러니까 지름이 여의도만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한다든지, 큰 지진이나 화산폭발이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놓고 그걸 냉동 보관 시술 및 보존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딱 정해버렸다. 이 가운데 앞 문단에서 보다시피 머리만 보관하는 신청자가 있을 거 아닌가. 그럼 몸통은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이 되어,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황무지에 그냥 내다 버리면 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모래바람에 파묻혀 바싹 말라 목 없는 미라가 되기 십상일 터. 여기에 신소재도 아니고 20세기 들어 오래 사용해온 소재, ‘리넨에 제소’ 즉 석고와 아교의 혼합물이 등장한다. 몸통에서 혈액과 장기를 제거하고, 피와 수분 대신 글리세린 및/또는 유사한 액체로 채워 부피의 손실이 없게 한 후, 몸통의 부패를 막기 위해 석고와 아교의 혼합물을 발라 근사한 포즈를 취하게 해, 시설 곳곳에 손색없는 예술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참으로 엽기만장한 아이디어다.
  그럼 제목 ‘제로 K’가 무엇인가. 중1 수준 정도의 생 기초 물리학 가운데 ‘샤를의 법칙’이라고 있다.
  Vt = Vo + Vo * t/273
  말로 풀어 설명하면, 온도가 t일 때 기체의 부피는 o도 일 때의 부피 곱하기 (1+t/273)이란 뜻. 즉 온도를 273도까지 가열하면 ‘섭씨 영도일 때의 부피 곱하기 (1+273/273)’이니까 영도 때 부피의 두 배가 된다. 무슨 뜻인지 헷갈리는 문과 출신들을 위해 그래프를 볼까?

 

 

  546도로 더 가열을 하면 영도일 때 부피의 세 곱이 된다.
  그런데 온도라는 것이 참. 끓이면 끓일수록 올라간다. 태양의 표면 온도가 5,860K도. 섭씨로는 5,860 - 273 = 5,587도. 여기서 나오는 K가, 책의 제목 <제로 K>의 K다. 절대온도. 제로 K는 영하 273도. 유효수자를 늘이면 영하 273.15도. 이게 아래로 내릴 수 있는 온도의 최저치다. 즉 태양의 표면 온도도 은하계 어떤 행성의 온도에 비하면 그저 따끈한 정도이지만, 아래로는 영하 273도 밑으로는 내릴 수 없다. 적어도 유클리드 물리학적으로는. -273도가 되면 그 때 기체의 부피는 영도 때의 부피 곱하기 (1-273/273) = 영도 때의 부피 곱하기 ‘0’이니까 말 그대로 영(zero), 부피가 없어지게 된다. 놀랍지? 나도 이거 처음 배우고 엄청 놀랐다. 소년 폴스타프가 이과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중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결과는 비극으로 마감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한 건 아니고 한 1950년 생 정도의 남자가 있었다. 이름을 니컬러스 새터스웨이트 Nicholas Satterswaite라고 하는 미국 남자가 살았다. 이이가 젊어서 한 여자를 숙명처럼 사랑하고 그래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는데, 정작 살면서 보니까 숙명이 아니라 악몽이었던 거였다. 물론 부부사이에 있었던 일은 당사자 둘 다에게 직접 들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정확한 사실 가운데 하나가 스카르피아를 찔러 죽인 토스카처럼 어느 날, 남편의 성姓을 따르지 않은 젊은 아내 매들린 시버트가 스테이크 나이프로 남편의 어깨를 푹, 찔렀다는 사실이다. 남편은 하다못해 파출소에도 알리지 않고, 병원에도 가지 않은 채 그저 퍼스트에이드를 꺼내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감는 것으로 처치를 하고 소염진통제를 꿀꺽 삼킨 다음, 이날도 다른 날처럼 한 침대에서 잤고 평상시처럼 아무 말도 혹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다. 그러고는 이름을 로스 록하트로 개명을 하는 가 했더니 그길로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로스 록하트의 아들 제프리 록하트도 다 성장해 어느 날 외출을 했다가 가판대에서 뉴스위크 표지를 힐끗 내려다보니, 세상에나, ‘세계 3대 금융의 신’이란 제목으로 로스 록하트 특집이 실려 있던 거 아닌가 말이지. 그래 뉴스위크를 뒷주머니에 꼽고 엄마 매들린에게 전화를 하니까 엄마 대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옆집 할머니가 전화를 받더니 방금 전에 엄마한테 뇌졸중이 닥쳐 쓰러졌으니 빨리 집에 오라고 불같이 재촉을 했다. 이후 3일 동안 엄마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옆에 앉아 손을 잡고 있는 남자가 자기가 낳은 친아들인지도 모른 채, 지팡이를 짚은 옆집 할머니가 문틀에 기대 내려다보고 아들이 엄마의 손에 이마를 댄 채 졸고 있는 가운데 운명을 하고 만다. 그냥 대충 읽으시라. 여태까지는 진짜 스토리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니.
  하여튼 억만장자, 금융의 황제 로스 록하트가 그동안 독신으로 살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겠지? 맞다. 부동산 부자 도널드 트럼프처럼 예쁘고 젊은 고고학자 아내 아티스를 만나고 이번엔 진짜 운명 같은 사랑을 해 두 번째 결혼을 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한 아티스한테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다발경화증이 생겨, 남은 생이 얼마 되지 않게 되어버렸다. 로스는 그동안 냉동보존에 관심이 지대해 거액을 후원하기에 이르렀던 바, 이제 두 번째 아내이자 남자 주인공 제프리 록하트의 의붓엄마인 아티스를 냉동처리하기로 결정을 하고, 아티스 역시 의학적, 기술적, 철학적으로 동의를 했지만, 로스가 일면 끔찍한 처리 당일 시술 현장에 혼자 있을 강심장은 아니라서, 혹은 작가 드릴로가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화자를 등장시키기 위하여, 외아들이자 천문학적인 자산의 법정 상속인이 될 제프리에게 함께 자리를 지켜달라고 부탁해 승낙을 받았다.
  그리하여 지상 최대의 화려하고 안전하고, 외진 냉동처리 보관소를 방문하고, 평상에 누운 의붓어머니의 머리카락과 눈썹을 깎고, 체모는 동행이 방에서 나간 후에 처리하겠다는 말을 들은 다음, 몸에 주사액을 투여하는 것까지 직접 눈으로 본 제프리는, 이 행위가 명백한 살인일 수도 있고, 지독하게 때가 이른 조력 자살일 수도 있으며, 철학자들이 분석해야 하는 형이상학적 범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이고 이걸 어쩌나, 두 번째 아내를 그리도 사랑하던 제프리의 유일한 아버지인 로스 록하트가 자기도 아티스를 따라 가겠다고, 그래서 영생토록 함께 머물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느새 아들 제프리의 앞날, 먹고 살 모든 방법까지 이미 정해놓았다고 하기에 이르렀으니.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여태 읽은 돈 드릴로의 작품들에 비하면 읽는 재미가 덜했다. 드릴로의 특허 비슷하게 과도하게 발달한 현대문명에 의한 인간 침습을 정면으로 다루기는 했으나 이번엔 마치 길고 긴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강해서였을까. 드릴로는 드릴로다.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이지, 이 책이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근데 왜 이 길지 않은 책 한 권을 읽는데 3일이나 걸렸지? 아 몰라. 말 더 시키지 마.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0-10-2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과 출신을 위해 그래프를 그리셨지만 더 헷갈립니다.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10-21 10:13   좋아요 0 | URL
이런 거 몰라도 세상 사는데 전혀 불편한 거 없어요. ㅋㅋㅋㅋㅋ
걍 패스 하시면 됩니다. 이런 공식 또는 그래프 보는 순간 오호, 거 신기하네, 라고 생각하면 이과, 아이고 뭔 지랄들이여, 하면 문괍니다. ㅋㅋㅋㅋㅋㅋ

mini74 2020-10-2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ㅠㅠ 중학교를 건너뛴걸까요 ㅎㅎㅎ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항상 ~

Falstaff 2020-10-21 19: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모르셔도 인생하고 전혀 관계 없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syo 2020-10-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 폴스타프는 어떤 소년이었을지 격심히 궁금합니다. 저는 우주 정복을 위해 이과를 골랐습니다만, 결과는 폴스타프님보다 훨씬 희극적으로 마감되었네요 ㅎㅎㅎ

Falstaff 2020-10-22 08:48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좀 외로운 소년이었습니다. 딱 하나 친한 친구가 학교에서 짱, 요즘 말로 일진이라 악동들이 범접을 하진 않았습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