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대학의 일원으로 선발된 당신들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머릿속에 대학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간에 상관없이 당신 앞에 놓여 있는 것들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은 사회 구성원의 자질을 교육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이미 당신은 성인으로 사회 구성원이 되어 있으며 향유할 수 있는 자유의 몇 배에 달하는 책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벌써부터 자유와 자유에 따르는 책임에 얽매어 위축되거나, 조금 나은 내일의 복지를 위해 소위 스펙 쌓기에 전력을 다하는 당신들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몸은 비록 도서관 열람실과 개가실을 오가더라도 당신의 전두엽에는 저 광활한 몽고의 평야에서 고비사막과 천상의 사마르칸트와 아스트라한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인의 꿈을 간직하기를 기원합니다.
애초에 대학은 신학과 인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생겼습니다. 나는 보이는 것만 믿는 유물론자로 신학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탤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건 예외로 하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없어지긴 했으나 문학, 사학, 철학으로 대표하는 인문학이야말로 굳이 그것을 전공으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평생을 두고 가까이 해야 할 양식입니다. 당신의 전공과 관계없이 말입니다. 이건 삼백 년 전에도 그랬고, 삼백 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나 스스로도 대학에서 이과 전공을 했으니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겠습니다. 인문학은 사람과 세상을 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입니다. 나중에 당신의 시계에 석양의 놀이 비칠 때, 그래도 안분하며 살았다, 생각하며 느긋한 한숨을 쉴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이 말을 믿기 바랍니다.
이제 당신은 대학의 문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첫 발을 축복하며 문학, 역사, 철학 가운데 딱 열 권의 책을 추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철학에는 관심이 덜 해 자신이 없어 철학을 위한 세 권의 자리는 비워두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이 이어서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단지 문학과 역사책 일곱 권을 골라 당신의 방문 앞에 놓아두겠습니다.
헤로도토스,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