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Chicago, 2002)

미국, 캐나다 | 뮤지컬, 범죄, 드라마 | 113분 | 개봉 2003.03.28

르네 젤위거 Renee Zellweger : 록시 하트 역

캐서린 제타-존스 Catherine Zeta-Jones : 벨마 켈리 역

리차드 기어 Richard Gere : 빌리 플랜 역

 



 

DVD방에 가서, 드디어 ‘시카고’를 보았다. 이곳의 시카고는 범죄의 도시같다. 아니면, 여자 살인범들의 천국이거나.
이야기의 중심은 ‘록시 하트’라는 여인이다.
너무나, 너무나도 자기 중심적인 여자.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이 무엇보다 강하여 그 이외의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런 욕망이 큰 만큼, 다행히도 (심하게 말하면) 머리는 비었다.
어쨌든,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록시’의 우상 ‘벨마 켈리’가 구속된다. 여동생과 남편의 살인한 죄로. 그리고 그날(?) 록시 하트 또한 살인을 저지른다. 우발적으로.
자신을 이용하고, 속인 가구판매상이자 애인을 죽이고서는 남편을 이용한다. 어리석은 부부다. 아내를 너무 사랑하는(? - 이건 좀 의문이다.) 남편은 순간 배신감에 치를 떨며 진실을 밝히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욕한다.
이상하다. 바보같으면서도 너무 자기 중심적인 여자인데도, 록시 하트는 천사 같다. 연약해서 지켜주어야만 할 것 같은 그래서 악역같지 않은 여자다. 아니, 나쁜 여자임에도 나쁜 여자 같지 않다는 말이 더 맞다.


‘이상한 여자야, 진짜 나쁘잖아.’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이상하다, 그녀가 싫지 않다.


어쨌든, 록시는 절대 패소란걸 모르는 남자, 변호사 빌리 플랜을 마마로부터 소개받게 된다.(전화한통에 천달러였든가?)

5천불을 달라던 변호사는, 빌리는 돈 때문인지(아마도 이게 가장 확실한 듯하다.), 여자때문인지 록시의 남편, 에이머스에게 연락을 한다. 그리고, 바보같은 남자 에이머스는 있는 돈 없는 돈 끌어와 부족한 돈은 어떻게든 마련해 드릴테니, 록시를 변호해 달라고 한다.

이 남자, 너무 멋지게 바보다!


시카고에서는 어떤 일도 놀라울만 한게 아니다. 영화의 말미, 오디션을 보던 두 남자의 대화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아니, 그 이전에 영화 곳곳에서 나타난다.

‘저 여자 살인을 한 여자 아냐?’

‘시카고에서 아닌 여자가 어디있나?’


‘스타’는 밤하늘의 별이다. 오늘은 반짝이다가, 내일은 떨어지고 마는.

어제의 스타 ‘벨마 켈리’는 바닥에 떨어지고, 오늘의 새로운 스타로 ‘록시 하트’가 떠오른다. 우습게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최고의 스타가 되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유행을 주도한다.


수없는 거짓과 은근한 유혹과 변호사 빌리의 유수와 같은 말발로 록시 하트는 승소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록시는 다시 잊혀지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범죄자를 스타로 연상시킨다면.)

‘록시’는 화가 나서 외친다. ‘왜 나를 찍지 않죠? 내가 바로 록시에요. 스타 록시 하트라고요.’

그러나 모두들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유일하게 그녀를 기다리고,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던 남편 에이머스는 그녀 스스로 떠나게 만들었다.

‘아기? 웃기지마. 아기는 없어.’


에이머스는 좋은 남자이다. 그는 아마도 좋은 남편이었을 것이고, 좋은 아버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록시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좋은 남편이 아니라, 후원자였다. 자신의 꿈을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


록시에게 꿈이 없었다면,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면, 그녀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전에 불륜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록시의 꿈과 에이머스의 꿈은 서로 상반되어서 결국은 그런 불행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결국 영화의 끝에서까지 에이머스는 모두에게 외면당했지만, 그런 그가 불쌍하지 않은 것은 그가 결국은 자신의 ‘가족’을 찾아내었을 테니까.

에이머스가 원했던 것은 ‘록시’가 아니라 ‘가족’이란 이름의 아내였을뿐이니까.


그토록 싫어하던 벨마와 한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면서, 관객들의 환호를 들으면서, 지금껏 단 한번도 보지 못한 미소, 웃음을 꽃피워 낸다. 그녀의 행복은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 행복을 얻기 위해 저지른 짓이 부도덕하더라도 누가 그녀를 욕할 수 있을까? 나라고 그러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하지?(그런 내모습을 상상한 다는 것은 끔찍하지만.)

‘땡큐’라는 말을 늘 잊지 않았던 - 자신에게 상처주고 모욕을 준 사람들에게도 - 록시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범죄자의 도시란 걸 떠나서, 그들이 저지른 죄가 살인이란 걸, 떠나서 생각해 보자.

완벽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벨마와 록시는 한때 누구보다 빛나는 스타의 자리에 있다가, 한순간에 인기를 잃고 떨어진 별이었다. 절치부심끝에 다시 재기에 성공한.

결국은 죽은 헝가리인 무용수(미안하게도 이름이 기억이..)는 수없이 긴 무명생활을 겪었으면서도 결국 스타의 자리에 한번 오르지 못하고 잊혀진 자이다.

순간 순간 나왔던 새로운 뉴스거리들은 ‘스타’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인들의 모습이다.

스타의 모습에 열광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따라하고, 그들이 소장했던 물건을 얻으려 노력하는 우습고도, 우습지 않은 모습들, 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녹아있다기 보단 그대로 보여준다. 똑같지 않은가, 연예계의 모습과. 다를바가 무엇인가.


사족, 아 왜 난 르네 젤위거가 싫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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