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지난 금요일에 워크샵을 가장한 스키캠프를 갔더랬다.

꼬옥 참석하고 싶었던 학교 행사(?)를 뒤로하고 워크샵에 참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입사한지 갓 한달된 신입이 - 것도 잘못하면 3개월 채우고 짤릴지도... - 팀 전원 참석 행사에 빠질 수는 없었던 탓도 있고, 일체 비용 무료(!)라는 메리트가 있었던 탓도 있었다.

오후 3시경에 여러대의 차로 나누어서 출발하여 강원 용평리조트에 도착하니, 9시 경이었나? 도착하여, 저녁부터 먹고 - 유난히 많은 황태집에서 한끼를 해결했다. 맛은 솔직하니, 별로였다.  -  우선은 모두 스키장으로 갔다. (물론, 야간 스키를 탈 사람들은 장비를 빌렸다.) 스키나 보드를 탈 사람들은 리프트권을 끊어서 타러 가고, 초보자 셋(애초에 스키를 전.혀 타본적이 없는 사람들. 나도 포함된다.)과 아들을 데려온 기자님과 스키타기 싫으시다던 과장님만 남았다. 남은 인원중 아이와 아이아빠 그리고 선배 한 분은 썰매 타러 가고 남은 셋은 그곳에 있던 스타벅스에 가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과장님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해 주었고,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신나게 썰매를 타고온 사람들과 합류하고, 11시가 넘어 잘 시간을 이미 넘긴 아이를 데리고 기자님은 가시고, 나랑 선배두분과 과장님은 콘도로 가서 볼링장에 갔다.

나는 볼링도 처음 치는 거라 - 볼링장은 여러번 갔으나 언제나 뒤에서 구경만 했드랬다. - 그냥 처음엔 한 라인에서 한명씩 치는 것을 했다.(뭔 말야..) 스텝을 밟고 하나,둘,셋에서 팔을 내리고 밀어내는 느낌으로 한 가운데 굴리라는데, 항상 셋에서 공을 떨어뜨렸다. 손가락에 힘이 없는 거다. 겨우 8짜리를 들고.

나중 이야기지만, 저녁에 다들 숙소에 모였을때, 아무래도 과장님이 담당님께 그 이야기를 한 듯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못자고 뒤척이던 내 귀에 들려온 담당님의 한마디. "역시, OOO! 비리비리 해가지고는."

어쨌든, 그러다가 세사람이 내기를 하자고 우겨서 제일 못하는 나와 제일 잘하는(그래봐야, 차이도 얼마 안나는) 과장님이 한팀이고, 선배 둘이 한팀이었는데 나중에 선배도 말했듯이 우리 팀이 질 게임이었다.

내기 시합은 나때문에 졌다. 별수 없지. 점심 내기였으니, 아마도 이번주에 한번 점심을 사야겠지. 그리고 한 게임 더 하고 가기로 하고 다시 하다가, 과장님의 손톱이 부러졌다. 심하게 부러져서 피까지 났다. 결국은 그때부터 혼자서 두사람과의 게임을 해야했다. 문제는 두 손으로 받치고 내리 굴리는 말도 안되는(?) 포즈로 임하던 내가 그때부터 점수가 잘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도 졌지만.

숙소로 돌아와서, 강원도에서 근무하시다가 이번주 월요일부터 우리팀에 발령받으신 분과 인사를 하고 - 워크샵을 강원도 왔으니, 그 전에 인사나 하자고 일부러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오셨드랬다. - 그분이 사오신 강원도의 회를 맛있게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사실, 일찍 잠을 잔 세명은 담당님의 특명이었다. '내일 스키강습받을 세명은 빨리 자!"

그렇게 빨리 잤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급하게 준비를 하고 나가야 했다. 짐을 다 싸서 나와서 우선 스키 대여점에 들러 스키장비와 나같은 경우엔 스키복까지 빌렸다. 스키 모자랑 스키장갑은 없어서, 팀장님이 빌려주셨다. 고글까지도.

스키장에 들어가는 길이 엄청 막혀서 결국은 10시 강습은 듣지 못하고, 그냥 작년 한해 스키강습을 한시간 받으셨다는 팀장님께 걷는 법이랑, 타는 법을 간단하게 배웠다.

아침도 못먹고 나왔기 때문에 배가 고팠던 우리는 팀장님이 사오신 맛없고 비싸기만한 햄버거하나씩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못타는 스키를 넘어져가면서 배웠다.(배웠다기보단 익혔다.)

점심때 오신 다른 몇분들, 숙소에 남아있으시던 몇분은 아예 서울로 돌아가셨단다. 우얏든, 오신분들과 저녁을 먹는데 역시나 비싸기만하고 맛없는 피자를 먹어야 했다.

걷기 힘든 스키화를 신고 2층까지 올라간 보람이 없었달까.

그나마 오후에는 스키잘타는 과장님이 가르쳐주셔서 조금 타다가 리프트에 올라서 넘어져 구르면서 내려왔다. 그래도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면서 넘어지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재미있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야간도 타고 가자고 꼬시는(?) 과장님의 제의를 뿌리치고 올라오게 되었다. 고속도로로 빠져나온 시간이 6시 경이었는데, 결국 서울에 도착하자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어서, 마포구청 사이의 계성면옥이란 냉면집에서 설렁탕을 먹고 과장님이 집근처까지 데려다 주셔서 11시 경에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피곤해서 쓰러진 듯하지만. 재미있었기에 또 타고 싶은 생각은 들지만, 그 무거운 스키화를 생각하면, 또 타기가 싫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번거로운 걸 왜 하나 싶다가고, 재미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과장님의 칭찬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한마디.

"턴은 OO씨가 제일 깨끗하게 잘됐어. 가끔 돼서 그렇지."

"제어가 안된단 거죠?"

"그렇지.하하하."                           칭찬이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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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3 1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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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3 1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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