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고 나서야, 포스터를 이해했다. 정확히는 마지막을 보고 나서.
이 영화에 대한 무수한 혹평들에도 불구하고, 난 좋았다. 무섭지 않아서 좋았다기 보단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어설픈 마무리와 연기력의 부재는 안타깝지만.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영언은 죽음을 맞이하고, 선민은 영언의 목소리를 너무나도 간단히 인정해 버리고 만다. 제대로 방황조차 하지 않고.
점점 사라져 가는 영언의 목소리는 선민이 점점 영언을 지워가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영언은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선민이 안타깝고, 그렇게 멀어진 사이로 들어오는 초아가 밉다.
착하기만 한 귀신인줄 알았던 영언의 잃어버린 혹은, 지워버린 기억 속의 영언은 잔인하다. 너무나도 철저히 자신 밖에 모르는 철없는 아이.
'귀신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라던 초아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영언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을 버려버린 친구가 밉다. 결국은 그렇게 초아를 죽인다.
마지막 장면, 어쩌면 영언은 이제 선민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었던 결말.
그리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지하실에 갇힌 초아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
무섭진 않았지만, 약간은 섬칫했던 그렇지만 어설픈 연기로 인해 빛을 바래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