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막골을 상징하는 것은 여일이라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미 오프닝에서부터 그것을 나타내 주고 있다. 떨어지는 스미스의 비행기를 해맑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여일 로부터 영화는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깊은 산골에 있는 동막골은 수많은 세월을 바깥의 사람들에게 숨겨져있다가 비행기 추락을 계기로 마을로 들어온 이방인 스미스와 여일과 만나게 된 인민군 리수화 상위 일행, 약초꾼을 따라 들어온 국군 탈영병 표영철 소위 일행에게 그 닫혀있던 문을 열었다.

 

서로 융합되기 힘들었던 세 일행들은 점차 동막골 사람들로 인해 점점 동화되어 간다. 그리고 그들은 잃었던 순수를 되찾아 간다. 그리고 그렇게 영화는 순박한 동막골을 보여주며 마지막 장면의 이유를 해명하려 든다.

 

장진 감독의 원작을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영화는 장진 감독의 분위기를 약간 풍기기는 하지만, 사실은 신인인 박광현 감독의 분위기도 녹아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에서 표현은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동막골 바깥으로 유학다녀온 김선생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총이 뭔지, 전쟁이 뭔지, 전혀 모른다. ,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감독은 일..러 마을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적이 뭔지 모르기에, 싸움이 뭔지도 모르기에 그들은 인민군과 군군을 하나로 만들수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 일병 구하기의 일환으로 보내진 연합군 병사들은 마을을 파괴(!)해 버리고 말았다. 동막골의 상징인 여일이 그들의 총에 맞아 죽은 것이 그것이다. 우리의 국군과 인민군 연합군들이 목숨을 걸고 동막골을 지켰지만, 더 이상의 폭격이 없더라도(스미스의 노력으로 인해) 이미 동막골은 칩입해왔던 그들로 인해서 파괴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동막골의 주민들은 손들어!라는 말에 오른 손을 들어요? 왼 손을 들어요?라는 말을 내뱉지 못할 것이고, 총을 보고 그 앞에서 태연하게 서있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동막골의 상징인 순수함이 깨어짐을 의미한다.

 

죽은 5명의 군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노력했던 동막골은 이미 그들의 죽음과 동시에 동막골의 순수함도 죽었던 것이다.

 

작위적이라고 말들이 많았지만, 애초부터 이 영화는 판타지였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판타지. 그러므로 마지막이 작위적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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