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최고의 액션영화!(라고 할만하다. 아직까지는.)
처음 아일랜드란 영화의 제목만을 알았을 때는 별로 관심이 가질 않았었다. 하지만, 영화포스터, 팜플렛, 이런 저런 매체들을 통해 접한 '아일랜드'는 제목에서 떠오르는 무언가 지루한 듯한 느낌은 없어지고 말았다.(왜 지루하게 느껴지냐고 묻는 다면 할 말은 없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니까.)

사실, 아일랜드의 소재는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미, 한차례 당한 충격이었으므로. 일본 만화작가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 '월광천녀'의 전반부에서 이미 한번 다루었던 내용이다. 알만한 사람은 이미 알 내용. 처음 영화의 소재가 장기와 신체 부위 제공을 위한 인간들의 복제품(클론)에 대한 이야기란 걸 안 순간 머리에 떠오른 '월광천녀'. 그로인해 나는 '마이클 베이는 이 사실을 알았을까? 아니면 시미즈 레이코에게 저작료(?)는 주었을까?'의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신선한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셈이다. (마이클 베이나 헐리우드에서는 그랬을지 몰라도.)


'월광천녀'의 전반부를 이끌어 가는 내용은 클론(도너-만화에선 그렇게 불렀다.-)이란걸 모른채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어찌해서 자신들이 자랐던 섬으로 돌아오고 그 와중에 예전에 무언가의 사고로 인해 고아원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흩어지기 전에 입양되어서 섬에서 나간다던 형, 언니들이 사실은 죽어서 이미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결국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장기를 빼앗기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결국에 이식된 몸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이 만화에는 천녀전설도 들어가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녹아들어가 있어서 영화 '아일랜드'와는 많이 차이가 난다.(두가지를 비교하자면, 아일랜드가 더 현실적이다.) 나열해보고나니, 두 이야기는 확연히 다른 듯하지만, 아일랜드로 인해서 월광천녀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나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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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매번 추첨을 통해 환상의 낙원 '아일랜드'로 가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아무 의심없이 같은 옷을 입고, 반복적인 단순한 일을 하고, 아일랜드로 가는 희망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는 특이한 존재다. 그러한 시스템에 '의심'이란 걸 가지고 있고. 선택된 '특별한 존재'들이 아닌, 관리자 중의 하나인 '맥'과 친구이기도 하다.

친한 친구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이 '아일랜드'로 가는 행운의 존재로 당첨된 날. 링컨은 바로 그날 출산과 동시에 '아일랜드'로 가기로 되어있던 산모가 아이를 빼앗기고 살해당하고, 그날 아침에 '아일랜드'로 가는 추첨에 당첨된 '스탁웨더 2-델타(마이클 클락 던칸)'가 살고 싶다고 소리치며 잡혀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래서 그는 '조던'을 데리고 그곳에서 도망치게 된다.

이 영화에는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은 없다. 단지, 해방되는(?) 클론들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 물론,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그래서 영화는 이후의 모습을 보여줄수 없다. 어쩌면 클론들은 스폰서인 그들의 주인과 만났을 수도,(링컨은 만나서 이야기까지도 했고, 또 .... 죽이기까지 했지만)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정부에 의해 살해되었을 수도 있고, 구질구질하게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왜 하필 구질구질이냐면, 정부의 도움없이 (메릭박사의 말대로라면) 몸만 큰 15살 지식의 그들이 세상에 적응할 수 있었을까? 아무것도 없이?

링컨과 조던에게는 해피앤딩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과연 이 영화는 관객에게 판단하게 만든다. 결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그들이 어떤 삶의 방식으로 살지, 혹은 그냥 살해(폐기)될지 상상해야만 한다.



이제는 복제인간이 SF소설에 나오는 실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게 됐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커다란 화두를 남겨둔채 막을 내리고 만다. 복제된 그들은 인간인가, 인간이 아닌가... '영생을 원하는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대사는 영화이기에 나온 말이 아니다. 대다수의 인류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

인간의 복제는 옳은가, 그른가?

답은 알 수 없다. 이식할 장기가 없어서 죽어가는 이들에게,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영화와 같은 상황은 환영할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르게 보면, 그들도 인간인데. 또, 어떻게 인간을 복제할 수 있나? 와 같은 화두들...

답은 앞으로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빠른 시일 안에. 영화의 배경은 아주 가까운 근 미래이고, 정말로 그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해질 인간 복제. 답은 무엇이 될까? 아니, 해답이란게 있긴 있으려나?

개인적으로는 인간 복제는 반대하지만, (가능하다면) 부분적인 장기의 복제만은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죽음은 신의 섭리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지만 그건 종교적이고 설교적이며 학문적인 말에 불과할 뿐이니까.

영화는 엄청나게 재미있게 보았는데, 나중에 남아버리는 이 무거운 감정을 처리하기가 힘이 든다. 하지만 올해 내가 본 영화 중에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하반기에 나오는 영화를 봐야 알겠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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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위로 2005-07-2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는 과연 끝내준다.
'톰 링컨'과 '링컨 6-에코'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 라는게 확연히 두드러지게 표현해 냈다. '링컨 6-에코'는 '톰 링컨'의 복제이기에, 그의 기억을 가지고(완벽한 것은 아니다. 아주 살짝 건드리듯이)있고, 목소리도 같고, 습성도 같다.(거짓말할때의 눈빛마저 같다지 않은가?!) 그럼에도 같으면서도, 그들은 다르다.는걸 이완 맥그리거는 오로지 몸과 말투로써 표현해 냈다.

살수검객 2005-07-2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 예고편..보고 싶게 만들어놨더군요.(그런거에 약하다는 ㅡㅡ;)...친절한 금자씨와 함께 극장가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작은위로 2005-07-24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살수검객님!!!
저도 그랬어요..^^
아마, 아일랜드 예고편이 아니었다면, 볼 생각도 안했을지도 모르겠어요...(투덜거리며 종영하기 전에 봤을지도 모르겠구요...^^)
금자씨, 저도 개봉하면 빨리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