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고 컴퓨터 작업을 거친 영화, 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때 나는 '월드 오브 투모로우'를 떠올리며 '심하게' 걱정했었다. 배우와 배경이 따로 노는 느낌이 얼마나 끔찍한지 이미 경험했으므로.

결론을 말하자면, 그건 기우였다. 뿌연 효과로 몽환적인 느낌을 주던 '월드 오브 투모로우'와는 달리 흑백의 화면으로 만화같은 느낌을 준 씬 시티에서 정말이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로드리게즈 감독이 유도했듯이(그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이영화는 프랭크 밀러의 영화이지, 감독 로드리게즈의 영화가 아니다. 그 사실은 영화 자체에서 물씬 풍겨오는 만화적인 배경으로 충분히 추측가능하기도 하다.

이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맞물려 있으면서도 독립된 이야기로서 존재한다.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다른 에피소드의 주변인물에 불과하면서도 연결이 되어있다. 바로 그 점이 각각의 이야기이면서도 하나의 영화임을 보여주는 면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묘미는 흑백의 화면에 강조된 색채들이다. 마치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에 강조된 붉은 색, 골디의 금발, 노란 괴물의 피부색, 마브의 하얀 반창고 등등 온통 흐릿한 세상에 강렬하게 두드러지는 색채가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이다.

정말이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너무나 많이 나오는 이 영화의 DVD 판이 어서 나오길 바란다. 물론, 각각의 에피소드가 2시간 짜리로 나올거라는 바로 그 것.

한가지 불만은 영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자막읽기도 힘들었다는 것뿐. 대사는 왼쪽에, 내레이션은 아랫쪽에 위치한 덕에 눈을 여기저기로 돌려야 했다는 점.


P.S 제시카 알바는 [다크엔젤]에서도 충분히 예뻤지만, 나이많은 영웅 하티건을 사랑하는 소녀 낸시에서는 정말 끝내준다. 술집 댄서이면서도 순수함을 간직한 천사같은 여자를 정말이지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케빈역의 일라이저 우드.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그가 '프로도'라는 사실을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 위태위태하면서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너무 순수한 호빗의 눈동자는 무감각한, 무생물인듯한 눈동자로 돌아와서 (듣지는 못했지만) 천사같은 목소리의 악당 / 괴물 케빈을 소름끼치게 표현해냈다. 나중에서야 그가 '프로도'라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PP.S 로드리게즈 감독의 개봉을 앞둔 어린이영화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3D]의 예고편을 봤다. 물론, 씬 시티가 로드리게즈의 영화가 아니라 프랭크 밀러의 영화라지만, 스타일이 너무나 다르다. 놀랍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샤크보이와 라바걸은 감독의 어린 아들이 놀면서 창조해 냈다고 한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말이 튀어나온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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