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웨이즈 Always
권교정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사람을 사귀는데 서툴다. 먼저 다가가서 웃어주거나, 말을 걸어주는 법이 없고(없다기보단 힘들어하고), 쉽게 말을 놓지도 않는다(나보다 몇살어리더라도.). 그래서 친구가 그닥 많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친구 적음에 슬퍼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100명의 사람들보다 소중한 친구들이 있으니까.

처음에 우리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다 기억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클래스메이트이거나, 혹은 같은 동아리였을뿐이었던 우리가 정말 친구가 된 것에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티격태격 싸우면서 이어져온 인연도 있고, 계속 친구로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친구도 있고.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친구도 있다. 그 와중에도 서로 같은 점과 다른 점, 비슷한 점들을 보고 신기해 하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에서 미소짓기도 한다.

친구라는 말은 애매모호한 관계를 설명할 때 사용하기도 하고, 어느 사람을 지칭할 때 '이 친구가 말야,' '그 친구, 그거 말야.'식으로 나갈만큼 흔히 쓰여지는, 어쩌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단어이지만, '친구'는 그렇게 쉬운 단어가 아니다. 어느 순간 '너 이제 내 친구해라.'라고 해서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쉽게 친구라는 의미있는 관계로 돌아서지는 못한다. '친구' 사이에는 신뢰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의 연인들과는 다른 것이다.) 단순히 아는 친구와 '친구'는 다르니까.

기현과 태경은 클래스메이트이지만, 어느 순간 이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관계였다. 처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부터는, (아니 그보단 조금씩 알아가면서) 한발, 한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친구가 되어갔다. 친구의 말 한마디에 쑥쓰러워 하기도 하고, 그가 나보다 잘하는 것에는 질투도 하고, 나중에는 점점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기현의 시점에서 표현되어지는 일상에 갑자기 나타난 녀석 태경은, 뭐랄까? 주인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강아지 같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초롱초롱 쳐다보는. 갑자기 옆자리로 쳐들어오고, 영화보러가자고 졸라대고, 집으로 놀러오고. 기현은 그런 태경이 익숙지 않고,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쑥쓰럽고, 기쁘(?)다.

작가가 여자여서인지는 몰라도, 사실 대화체는 조금 여성스러운 면들이 있다. 남자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몰라도) 내 친구들 사이에서의 대화는 가끔씩 조금, 닭살스럽다. '너 이렇게 이쁜데 왜 아무도 몰라주냐.' 'XX야, 넌 웃는게 진짜 이뻐.' 라는 둥의 대화가 심심찮게 오간다.

커다란 사건이나, 극적 반전 같은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재미있다. 마치 고등학교 시설 내가, 혹은 내 친구들이 서로 알아가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지는게 참 좋다. 약속이 있다가도, 친구가 우울하거나 하다고 하면,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당장 달려가는 것은 우리가 친구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친구들이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거라고 믿고, 그렇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기현과 태경 또한 그러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