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주노' 기성세대 관람불가 영화

[스타뉴스 2005-02-17 11:13]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규창 기자] 영화 '제니, 주노'(감독 김호준·제작 컬처캡미디어)를 보면 과연 영화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때 그사람들', '제니, 주노'는 2005년 상반기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문제작들이다. 하나는 보수 정치인들이 민감해하는 소재를 다뤘고, 다른 하나는 기성세대들이 민감해 할 소재를 다뤘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은 실화를 다루었다 한들 영화 속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허구'임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법의 심판대에 놓이게 된 웃지 못할 사태를 겪었고, '제니, 주노' 역시 15세 관람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18세 관람가' 등급 영화에 못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15세 중학생들이 사랑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소동을 그린 영화 '제니, 주노'는 충분히 자극적인 영화가 될 수 있다. 만약 '임신'의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는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리고 이 영화가 15세 정도면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주장하는 '임신의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과연 이 아이들이 임신을 하기는 한 걸까' 하는 의심이 들만큼, 영화 속 제니(박민지)와 주노(김혜성)의 모습은 천진하고 순수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주고 받는 대사와 방안 가득 꾸며진 아기자기한 소품 등 영화의 여러 요소들을 보면 이 영화가 10대 관객을 겨냥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시사회 등을 통해 보면, 10대 관객은 오히려 어른들보다 영화의 소재에 대해 관대할 뿐더러 '별 것 아니다'는 반응도 보인다.

만약 영화 속 주인공들이 나이를 조금만 더 먹었더라면, 혹은 임신을 했다는 설정만 없었더라면 논란과는 무관한 예쁜 로맨스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를 영화인 것.

그렇게 본다면 "영화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임신한 아이들이 비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김호준 감독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너무 예쁘게만 그려졌다"거나 "아이들이 왜 방황하지 않느냐"는 기성 세대들의 지적을 듣고 보면, 청소년들의 임신에 대해 '죄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 관점이라면 마땅히 불량해야 할 아이들이 맑고 순수하게 그려지는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불편함을 느낄 기성 세대들에게 '제니, 주노'는 썩 볼만한 영화는 못 된다. 굳이 기성 세대들이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라면, 자녀들을 좀더 이해하거나 성교육이 과연 필요할지 확인하는 정도이겠으나, 감독의 의도가 바르게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 '제니, 주노'에 합당한 등급은 '기성세대 관람불가'가 아닐까 싶다. 18일 개봉. ry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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