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여인들] - 카테리나 코르나로 편 중에서

여자들 중에는 어떤 고통이나 비애를 겪어도 그것이 조금도 그늘을 드리우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애써 그것을 극복하고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과 비애를 가슴 속에 담아두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 것도 아니다, 고통이나 비애는 저절로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들 한테서 떠나간다. 마치 운명의 여신이 그녀들한테는 평소의 전의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 .이런 여자는 가장 행복한 여자다 그리고 남자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여자이기도 하다.

멋진 위선이다. 게다가 철저한 위선이다. 카테리나 코르나로의 일생은 이 베네치아의 위선에 휘둘리고 장식되었다. 위선은 그 위선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저지르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뿐더러 고약한 악취로 사람들을 해친다. 그러나 자신의 위선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의 위선은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아름다움마저 지닌다. 르네상스 시대의 베네치아 사람들의 이 강인한 정신은 지금은 단지 지중해 하늘에 울려퍼지는 너털웃음, 자유로운 정신과 날카로운 감수성을 가진 인간만이 들을 수 있는 드높은 웃음소리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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