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성을 보았다. 어찌나 멋있고 감동적이던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영화관의 좌석이 조금 불편했었지만, 그것을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느끼지 못한채 영화속으로 빠져들었다.

처음, 하울과 소피가 만나서 하늘을 걷던 장면과 그 순간 울리는 왈츠가 아직도 머리속을 부유하지만(내 머리속은 그래서 계속 바쁘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울과는 우연히 단 한번의 만남을 가졌을 뿐인 소피에게 황야의 마녀는 저주를 남기고 떠나버린다. 소피는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해서 침착해야한다고 되내인다. 결국은 받아들이고 홀로 길을 떠나는 모습에서 그녀가 강한 사람임을 느낄 수가 있다.
의외로 쉽게 소피는 할머니의 모습에 적응한다. '괜찮아, 소피 할멈. 몸도 건강하고, 옷도 더 잘어울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피. 그리고 떠나는 길에서 능청스러워지는 소피.

허수아비 '무대가리'를 구해주고(?) 지팡이를 구해다준 무대가리에게 이왕이면 집도 좀 구해달라는 소피는 스스로 말한다. '나이 들어서 더 영악해졌다고.' 이 장면에서 얼마나 웃었던지. 천천히 정상적으로 나이든 것도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눈 뜨니 할머니가 되있더라의 주인공이 그런 말을 하다니.

우리의 주인공 하울은 또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너무나도 멋진 남자처럼 나오다가도,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라면서 절망에 빠져들기도 한다. 스스로 겁쟁이라고 조롱하면서도 밤이면 전쟁터에서 홀로 반전운동(!)도 한다.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 감정인가! '하울, 사랑해.' '지켜야 할것이 생겼으니까, 바로 너야.'라는 둘의 고백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마저 흐른다. 소피를 위해, 하울을 위해 서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간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다.

빼놓을 수 없는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좋다. 불의 악마 캘스퍼도, 귀여운 꼬마 마르클도, 힘을 빼앗겨버린 황야의 마녀도, 힌힌하고 짓는 늙은 강아지 힌도, 외발로 뛰어다니면서 여기저기 잘 박혀있던 허수아비 무대가리도.

마지막 무렵 소피의 키스로 인해서 마법이 풀린 허수아비 무대가리가 그 얼마나 생뚱 맞던지!

이제 걸어다니던 하울의 성엔 날개가 달렸고, 그들은 서로 행복하게 웃고 있다. 그 뒤의 일은 그들만이 알겠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우리들의 믿음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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