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금요일, 전공과목 하나를 시험보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술을 마시러 가게되었다. 학교언니가 '술 마시러가자.' 하면서 신이나서 애들을 끌고 간다. 중간에 얌체처럼 빠진 사람도 있지만, 나도 작년엔 그랬으니, 아무말도 말자. (다음주에 시험도 아직 두과목 남았고..)
막걸리 집에 갔다. 막걸리는 마셔본적이 없어서 (아, 동동주는 마셔봤다. 그런데, 동동주랑 막걸리의 차이점은 무얼까?) 처음이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조금 많이 마셨나보다. 안주도 맛있고, 술도 맛있으니 평소보다 많이 들어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시험도 망했었고. 야간은 아무래도 주간보다 불공평(?)한게 많다. 주간보다 시험도 쉽게 낸다. 쉽게 내는 것은 좋지만, 핵심을 피해서 시험을 낸다. 공부를 하면서 아, 이건 중요하니까 나올꺼야.. 라고 생각했던 문제는 주간반 시험엔 나왔지만, 야간엔 안나오고 엉뚱한 것들만 나왔다. 쉽게 쉽게 풀고 나와서(물론, 틀린것도 있었지만.) 한참을 앉아있다 생각하니 열이 받았다. 이상한 차별이다. 문제를 똑같이 낼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너무하다.
아무튼,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 약간 취했나 보다. 어질어질하다.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중간에 일어서지도 못한채, 그냥 끝까지 앉아있어야 했다. 다행이 다들 얼추 취해서 그냥 가자고 결론이 났다. 그래, 11시 경에 술집에서 나왔다. 순 여자들뿐인 술자리에 혼자 있던 남학생이 가버리고, 엉뚱하게도 커플이 둘 끼어들었다. 긴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일상사를 이야기하고, 회사에서 힘든 인간관계로 인한 화풀이(?), 하소연도 하고.
차가운,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면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약간 흔들린다. 보도블럭을 따라 똑바로 걸으려고 하는데, 잘 안되서 성질내다가 그냥 내맘대로 이리저리 걷는다. 남들이 취한 사람을 보듯이 날 볼까봐, 물론 취했지만, 신경쓰면서 똑바로 걸으려는데, 나중엔 내키는 대로다.
집에 도착해서는 옷을 대충 벗어 던져버린다. 얼굴이 빨개져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울을 보니 새하얗게 질린 얼굴하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대충 정리하고 그냥 누워잔다. 나는 겨울에는 가끔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서 자기도 하는데, 새벽 4시반 쯤 부대끼는 속에 의해서 일어나버리고 말아서. 다시 침대위로 기어올라간다. 침대위에 널려있는 옷과 책들은 저쪽으로 밀어내리고 대충 자리잡고 다시 잠으로 빠지려고 하는데, 속이 울렁거리니까 잠도 잘 안온다.
심한 갈증으로 눈을 떠서 일어났다. 냉장고에는 주스밖에 없다. 주스를 마시려다가 그러기가 싫어져서 물한방울 목으로 안넘기고 엉기적엉기적 일어나서 옷을 입고 출근을 할 준비를 하다가 늦장을 부려버렸다.
막걸리는 뒤끝이 무섭다든데, 정말인가 보다. 힘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