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대망(?)의 수능이다! 내일 시험을 보는 학생들에겐 미래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갈림길이 될 일이겠다. 나는 수능일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수능이면 추웠기 때문은 아니다. (작년엔 추웠던 기억이... 없다...)
내가 지금의 그 수험생들과 같은 나이였을 19살, 겨울에 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 대학을 다니고는 있지만, 수능을 봐서 들어간게 아니라 산업체특별전형이었다.
수능 보던 그날 나는 울었었다. 중3시절 엄마와 대판 싸우면서까지 진학하고 싶었던 인문계를 포기하고 실업계로 전향했던 내가 새삼스레 수능일이라고 우울해졌던 것은, 아마도 질투였을것이다.
시험보는 아이들에 대한 질투보다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기를 쓰고 공부했을 그네들이 부러워서였다. 나는 대학을 가고 싶었다. 대학이라는 감투를 쓰는 것보다도, 공부가 하고 싶었다. 나는 사학과에 진학하고 싶었고, 그토록 좋아하는 역사를 깊게 공부하고 싶었다. 그 꿈을 포기하고 나는 얌전히 상고에 진학해 취업준비를 해나갔다.
미련이 그닥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벌어서 대학을 다닐거라고, 공부를 더 할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다짐도 했었는데, 막상 내 또래의 아이들이 시험보는 바로 그날이 되니까 서러웠다. 그래서 펑펑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장실에 숨어서 살짝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지금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은 중학생 시절 하고 싶었던 사학이 아니라, 고등학교 시절 그토록 만져댔던 컴퓨터 쪽이다. (그래, 사실 그쪽 관련은 야간이 없었다.)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나도 힘들게 공부해가면서 고3 수험생 특유의 심술(?)도 부려가면서 수능날 후배들의 응원도 받아가면서 공부해 보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부모님이 나름의 최선을 다 하셨다는 것을 안다.
내 부모님이 나에게 아직까지 미안해 하는 것도 알고있다.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니고,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 공부를 더 시켜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날 내가 엄마와 하루만 싸웠다는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끝까지 싸우고, 우기고, 울고 했다면,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내 어머니는 포기하고 나를 인문계로 보내셨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러셨을 것이다.
지금 내가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그 시절의 내가 알고, 지금의 내가 아는 그 마음 때문이다.

수능날이 다가오고 수능일이 되면, 나는 가끔 그 부러운 아이들을 보면서 속으로 '화이팅!'을 외치곤 한다. 그리고 그들이 충실한 대학생활을 하기를 바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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