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싸움판이 커져 누가 말리기 전엔 떼어놓기 힘들게 됐습니다. 한쪽이 KO 패를 당하면 힘들어질텐데….”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놓고 벌어진 비씨카드와 이마트간 혈투를 빗대 아직은 ‘ 제3자’인 한 백화점 부장이 한 말이다.
카드 수수료 싸움이 갈수록 태산이다. 비씨카드가 “9월 1일부터 수수료를 올 린다”고 ‘잽’을 날리자 이마트는 아예 ‘계약 해지’라는 카운터펀치로 응 수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원군들이 합세하는 양상이다. 비씨카드 쪽 엔 KB카드, LG카드가 붙고 이마트 쪽엔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엉겨 붙고 있다. 말하자면 카드-할인점 빅3간 ‘업종 대결’로 전선이 확산된 셈이다.
팔짱만 낀채 지켜보던 정부도 최근 이마트가 카드사를 제소하면서 ‘개입 타이 밍’을 잡았다. 정부로선 울고 싶던 차에 뺨을 쳐준 셈이다. 카드사 담합을 이 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총대를 맸다. 허선 공정위 경쟁국장이 “2∼3일내 조사 를 끝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봐선 뭔가 단서를 잡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신용카드 수수료 싸움 본질은 담합 여부가 아니다. 2년전 공정위가 카 드사 담합을 이유로 과징금을 매기면서 여론 힘을 얻은 백화점 승리로 끝났던 전철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화약고를 제거해야지 봉합해선 또다시 터지기 때 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수수료 인상 근거가 타당하냐 안하느냐는 점이다. 가맹점 측은 “카드사 부실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처사”라는 시각이고 카드사 측은 “현재 수수료로는 할인점서 카드를 긁을수록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실제 비씨 측은 “지난해 이마트에서만 250억원 적자를 봤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참에 카드사 수수료 기준을 공개할 수 없는지 카드사에 묻고 싶다 . 실제 업종별 수수료율은 종합병원은 1.5%이고 한의원은 2.7%로 차이가 난다. 같은 유통업계라도 지금까지 할인점은 1.5%, TV홈쇼핑은 2.7%를 적용받아 왔다 . 기준이 뭔지, 수수료 설정이 타당한 지는 아무도 모른다. 힘있는 업종엔 낮 고 힘없으면 높다는 세간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 참에 카드사와 가맹점은 물론 정부와 시민단체까지 나서 투명한 수수료 기준 원칙을 설정, 연례행사처 럼 불거지는 수수료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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