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외.로 상당히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사람들과 쉽사리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이다. 첫인상마저도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는 나로서는 새로운 사람들과는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아는 사람이 같이 있지 않는 한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우물우물 거리는 바보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편이고 남의 눈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하며 쓰잘데기 없는 배려(?)같은 걸 하기도 한다.

며칠 전의 일이다. 회사 언니들과 피자를 먹으러 가기로 하고 근처의 피자헛에서 피자를 시켜놓고 한참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문자가 하나 왔다.

... : 밥 먹지 말고 퇴근하고 바로 와라.(아마도 이정도 내용이었으려나..)
나 : 이미 퇴근해서 지금 먹고 있는데요. -_-
바로 전화가 왔다.

... : 어딘데?

나 : 회사 근처 피자집이요.

... : 나 지금 니네 집 근처인데. 그럼 다 먹고 와라. 기다릴게. 어차피 너 10시 정도에 올거라고 예상하고 온거야.

나 : 지금 8시 잖아요. 언니들이랑 먹고 있으니까 얘기하다가 보면 10시 넘어서 들어갈거 같은데요. 오빠, 저녁은요?

... : 안먹었어. 내 걱정은 말고 다 먹고 놀다가 와. 이 근처에서 놀고 있을게.

나 : 부담돼요. 먹다가 체하겠어요.

... : 부담갖지 말고. 체하면 안돼지. 그냥 기다릴게. 여기 전철역에서.

나 : 어떻게 부담이 안돼요. 저 진짜 부담돼거든요? 연락하고 오지 그랬어요. 괜히 미안해 지잖아요.

... : 아니, 왜 미안해. 너 놀래켜 주려고 그런건데 타이밍을 잘못잡았네.

나 : 죄송해요.

... : 너 그러니까 내가 더 미안하다.

나 : ......

 

아마도 대충 저런 대화 끝에 결국은 어찌어찌 보내긴 했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덕분에 신경쓰여서 피자도 제대로 못먹고 (내가 원래 어디 신경쓰거나 조금 예민해 지면 잘 못먹거나 토해버리거나 한다.) 괜히 내가 오히려 미안해 하고야 말았다.

사정을 들은 언니들은 ‘그냥 확실히 끊어버려.’ 라고 했지만 내 성격상 아마 미적미적 대면서 연락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다가도 물에 칼 자르듯이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직접 자르지 않고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연락을 피하는 게 대부분이다. ...안좋은 성격.

그래도 저런 건 진짜 부담스럽다. 어쩔 줄을 몰라서 허둥지둥 대는 게 전부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잘 해주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남들이 나에게 신경을 써준다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듯하다. 아니,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들에게 진짜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키면 잘해주고 아니면 피한다. 요즘에야 내키지 않더라도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마는. 조금 어색한 사람들에겐 그게 힘들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그런 걸 잘 하는 사람들이 난 신기하고 조금은 부럽다. 그렇지만 어색한 관계나 이제 막 알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해주는 것도 조금은 우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이니...


아무리 나라도 어느 정도 친해지면 막 반말도 하고 장난도 치고 하는데 그 오빠에게는 그게 쉽지 않다. 존대말이 더 편한 관계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적인 관계에서 말이다.)

어찌돼었든, 저런 일이나 신경써준다면서 회사근처에 오려고 한다거나, 아프다고 하면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한다거나 하면 정말이지 부담스러워서 어질어질 하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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