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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피카소’로 추앙받으면서도 작품세계가 온전히 알려지지 않았던 고 양수아(1920~1972)화백. 200여점에 달하는 그의 유작 대다수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처음으로 열린다. 광주시립미술관이 개관 12주년 기념전으로 15일부터 8월25일까지 개최할 ‘격동기의 초상-양수아 꿈과 좌절’이 그것이다.
이 전시회는 부인 곽아미(74)씨와 3남 양승찬(48·광주 나인갤러리 관장)씨 등 유족들이 소장해온 미공개작 130여점을 내놓아 가능했다. 또 서울·순천 등지의 개인소장가들이 4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조선대미술관 등 기관이 30여점을 대여해줘 작품을 모을 수 있었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그의 예술혼을 많은 분들이 와서 감상해주셨으면 합니다.”
곽여사는 지난 12일 광주 금수장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양화백의 삶과 미술세계를 체계적으로 재조명하겠다는 기획자의 얘기를 듣고 소장작을 모두 내놓았다”며 “인간적인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었던 휴머니스트의 예술정신이 작품 하나하나에 투영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여사는 “17세때 그린 드로잉 작품을 비롯해 크레용화, 수채화 등 초기 작품도 상당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회는 양화백의 작품을 3기로 나눠 선보인다. 1기는 첫 전시부터 광주사범학교 교사가 될 무렵까지(1940~1950년대 중반)로 일본 유학을 통해 영향받은 앵포르멜(Informel·무정형주의 추상미술의 한 경향)사조가 주조를 이룬다. 2기(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의 작품들에서는 흰색에 관심을 둔 역동적인 붓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3기(1960년대 후반~1972년)에는 암갈색 톤의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이 많다.
이와 별도로 생전의 작업실을 재연한 ‘양수아의 방’은 화구와 육필 원고, 연보, 편지, 일본인 스승 미야모토 사부로(官本三郞)의 삽화모음집 등으로 꾸며진다. ‘자화상 코너’에서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야수적인 강열함과 관조적인 모습이 교차하는 작가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개막행사로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 이석우 경희대 교수가 강사로 나서는 ‘양수아의 삶과 예술세계’라는 주제의 세미나도 열린다.
곽여사는 “양화백은 경제적으로는 실패한 가장이었지만 나와 4남1녀에게 무형의 자산인 꿈과 풍부한 정서를 심어줬다”며 “그의 인간적인 측면을 이해한 뒤 작품을 감상하면 또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공동주최한 부국문화재단 남상규 이사장은 “양화백이 박수근에 못지 않은 화가인데도 진면목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올 가을 서울 전시를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우천기자 good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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