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여전히 답답하다. 하반기에도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재정경제부가 7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지난해 말 발표한 내용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차이라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당초 50억~60억달러에서 200억~250억달러로 높여 잡았고, 물가상승률을 3% 안팎에서 3% 중반으로 수정한 정도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선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대책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운용계획은 '2분기 말부터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2분기가 다 지나도록 내수가 살아나기는커녕 더 고꾸라지고 있다. 소매 판매가 16개월째 내리막길이고, 설비투자도 사그라지고 있다. 4분기 연속 소비증가율이 성장률을 밑돌았다. 정부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정부도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부분적인 경기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4조5000억원의 재정 지출 확대, 건설경기 연착륙 유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 내수 회복을 위한 대책이 먹히면 올해 5% 경제성장은 무난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경기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수요는 묶어둔 채 공급만 늘리는 건설경기 대책은 오히려 미분양 물량만 늘릴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 문제도 워낙 골이 깊어 이번 대책만으로 효과가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하반기에는 그동안 성장을 끌어온 수출마저 증가세가 한풀 꺾일 공산이 크다. 특히 반도체.휴대전화 등 원.부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업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이 내수로 흐르지 않는 단절 현상도 심각하다.

정부 예상대로 올해 5% 성장을 이룬다 해도 아랫목(수출)만 뜨겁고 윗목(내수)은 차가운 양극화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낙관론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이 부총리는 지난 3월 3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효과를 내면 올해 6%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가 6월 18일에는 "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재경부도 겉으로는 경제 전망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내심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잘못된 부양책이 경제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단기 부양책을 쓸 수는 없다"고 경기대책의 한계를 내비쳤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답답함을 반영하듯 7일 열린 경제 민생점검회의에서 "투자와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것"을 채근했다.

김종윤 기자<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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